로마인 이야기 12권은 우울하다. 음습하다. 답답하다.
무엇이 어떻게 잘못되었기에, 제국이 이런 위기에 처하게 되었는지...
로마인 이야기 12권까지 읽으면서 나는 로마 제국을 개인의 삶(나의 삶)으로 대입시켜 읽고 있다.

한 나라도 탄생에서부터 성장, 절정, 쇠퇴, 멸망의 길을 걷듯이, 인간도 태어나서 자라고 독립하여 자신의 역할에 충실하다 결국은 사망하지 않는가...
(또한 인간 중심에서 책을 읽고 있다. 시오노 나나미의 말처럼..
나는 화려한 무덤을 가진 사람한테는 관심이 없습니다. 
인간을 볼 때 나는 죽음부터 보지 않습니다. 
정해진 평가에는 흥미가 없습니다. 
나는 그 사람이 처음 시작한 곳, 태어난 때부터 시작합니다. 
그 사람의 인생을 그대로 보고 싶고, 함께 살고 싶습니다. 처럼 나도 인간 중심에서 독서를 했다. 
지금은 그와 유사하지만, 로마 제국도 인간으로 등치시켜 보고 있다.)

화무십일홍이란 말이 있다.
열흘 동안 붉은 꽃은 없다는 뜻으로, 한 번 성한 것이 얼마 못 가서 반드시 쇠하여짐을 비유적으로 이르는 말이다.
사람도 마찬가지다.
며칠전 유재석 김원희의 놀러와를 봤다.
비와 이효리 특집이었다.
비의 자신감 있는 표정, GOD 손호영의 비와는 대비되는 모습.
GOD가 전성기일때 비는 연습생이었다.
2002년 월드컵 사진을 보며 과거의 이야기를 하는데, 비는 약간은 건방져 보이는 얼굴 표정이었고, 손호영은 그렇지 못했다.
현재 강한 사람은 비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내 머리에 든 생각은.. 비는 지금이 절정이구나 였다.
유재석은 예전 무한도전 특집에서 자신이 내려갈 때가 반드시 온다는 것을 안다고 이야기 했다. 그 사람은 내려갈 준비를 하는 것이다. 그런 사람은 내려갈 때도 떠내려 가지는 않을 것이다.
반면 비는 그렇지 못할수도 있다고 생각했다.

그렇기에 나의 로마인 읽기에서 로마 제국의 위기는 나의 위기 혹은 앞으로 다가올 내 삶에서 위기를 예방하고 대비하며, 최소화 할 수 있는 방법을 미리 가르쳐 줄것이라 생각한다.
한니발과 스키피오 아프리카누스, 폼페이우스, 카이사르 등의 흥미진진한 전쟁 이야기는 없다. 
제국의 위기와 답답한 상황이 펼쳐지지만, 그것을 통해 나는 무언가를 반드시 얻어낼 것이라 생각한다.

나폴레옹이 말했다. 
지금 내가 고난을 겪는 것은 내가 헛되이 보낸 시간의 보복이라고...
마찬가지다. 
로마인 이야기에는 뛰어난 사람의 공통점은 시간을 헛되이 보내지 않았다고 한다. 
나도 위기를 경험하지 않으려면, 지금 주어진 시간에 최선을 다해서 대처해야 한다.

톨스토이의 소설 안나 카레니나는 이런 구절로 시작된다.
-행복한 가정은 모두 엇비슷하지만, 불행한 가정은 저마다 다른 불행을 안고 있다-
이 말을 역사에 적용하면 이렇게 바꿔 말할 수 있을지 모른다.
융성의 시대는 어느 민족이나 비슷하지만, 쇠퇴기에 접어들면 저마다 다른 양상을  띄게 된다.

사상 최대이자 가장 긴 수명을 자랑한 대제국 로마가 쇠망한 요인을 알 수만 있다면, 다른 제국이 쇠퇴한 요인을 찾는 경우에도 바로미터가 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시오노 나나미

극복할 수 있는 위기와 시종일관 대처에 쫗길 수밖에 없었던 위기의 차이.

로마 제국의 위기를 초래한 요인
제국 지도자층의 질적 수준 저하
야만족의 침입 격화
경제력 쇠퇴
지식인 계급의 지적 능력 감퇴
기독교의 대두

기독교의 대두를 제외하면 나머지는 모두 어느 정도 경험한 위기였다. 그런데 지금까지는 극복할 수 있었던 위기를 3세기부터는 왜 극복하지 못하게 되었을까..
정국 불안정이기 때문이다.
정국 불안정은 통신 수단이 첨단화한 21세기에도 정책의 지속성에 무시할 수 없는 장애를 초래한다. 
뉴스가 전달되는 데 빨라야 한 달은 걸린 2천 년 전의 옛날이다. 
로마 황제가 자주 바뀌면서 정책의 지속성을 잃어버린 것은 제국 통치에 심각한 영향을 주지 않을 수 없었다.

로마 제국의 사실상의 창시자인 율리우스카이사르 이후 일관되게 패자 동화 정책을 편 로마 제국에서는 속주 출신이라는 것도 전혀 마이너스 요인이 되지는 않았지만, 황제는 군단장이나 속주 총독과는 사정이 다르다.

오늘날에는 누구에게나 차별 없이 시민권을 인정하는 것이 당연하게 여겨지고 있다. 
하지만 2천 년 전의 고대에는 그것이 당연하지 않았다. 
보통선거가 당연하게 여겨지는 현대보다 1800년이나 전인 까마득한 옛날이다. 
인권선언이 공포된 시대부터 따져도 1600년이나 거슬러 올라가는 옛날 이야기다. 

카라칼라 황제. 동생인 게타를 어머니 앞에서 죽인 황제.
안토니누스 칙령으로 제국의 모든 사람에게 로마 시민권을 준 황제. 
과거의 승자와 패자의 차별만이 아니라 인종이나 민족, 종교와 문화의 구별 없이 로마 제국에 사는 모든 사람이 로마 시민권자라는 점에서는 완전히 평등해진 셈이다. 
패자 동화 노선은 그것을 처음으로 시작한 율리우스 카이사르 이후 줄곧 로마 제국의 일관된 정책이었지만, 그것이 이 법률로 완성되었다는 느낌마저 든다. 

그래도 승자가 모든 것을 독차지하고, 패자는 모두를 잃는 것이 당연하게 여겨지던 고대에 승자인 로마인한테도 직접세를 받으면 맹렬한 반대가 일어날게 뻔했다. 
그 반대를 피하기 위해 아우구스투스는 상속세와 노예해방세를 목적세 형태로 만들었다. 
세금을 받아서 군단병이 만기 제대할 때 퇴직금으로 주겠다고 말하면, 국방 의무를 지고 있는 로마 시민권자는 반대할 수 없기 때문이다. 

로마 제국의 역대 황제들이 세금에 대해 신경질적이라 해도 좋을 만큼 신중한 태도를 취한 것은 놀라울 뿐이다. 
우선 세제부터가 단순명쾌하다. 
세제가 복잡해질수록 세금 징수에 종사하는 사람의 수도 많아지고, 그러면 인건비가 늘어날 뿐만 아니라 세무 담당자의 개인적인 견해가 개입할 여지도 넓어진다. 
아무리 무거운 벌을 주어도 뇌물은 줄어들지 않는다. 
공정한 세제를 실시하고 싶으면 세제 자체를 세무사가 필요없을 만큼 단순명쾌하게 만들어야 한다.

공정한 세제야말로 선정의 근간이라고 말하는 까닭이다. 
선정이란 정직한 사람이 억울한 꼴을 당하지 않는 사회를 실현하는 것이기 때문이지만, 세율을 최대한 낮게 억제하고 되도록 올리지 않는 것도 선정을 지향하는 사람이라면 잊어서는 안될 중요한 일이다.
인간은 자기 주머니를 직접 공격하는 정책에는 과민 반응을 일으키게 마련이고, 이것이 폭동이나 반란으로 발전한 뒤에는 군사력으로 억누를 수밖에 없다.

황제들이 세제를 경제만의 문제로 생각하지 않고 정치로 생각했기 때문일 것이다.
세금이 늘어나는 것을 기뻐할 사람은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한 사람도 없다.

하지만 로마 사회도 변하기 시작했다. 로마인들도 점점 내향적이 되어갔고, 개인주의적으로 변해간 것은 그 당연한 결과였다. 
마르쿠스 아우렐리우스 황제 시대에 이미 지방자치단체 의원이 되려는 사람이 줄어들고 있었다고 사료는 전하고 있다.

권리라는 것은 일단 주었다가 다시 빼았는 것은 거의 불가능하다는 것을 보여주는 예다.
(모두에게 시민권을 허용한 뒤 재원이 모자르자, 상속세와 노예 해방세를 올렸지만, 다시 원상태로 돌아간 것)

소크라테스와 플라톤은 아테네 시민이었지만, 아리스토텔레스는 리케이온이란 이름으로 후세에까지 알려진 고등학교를 창설하는 등 아테네 문화 수준을 향상시키려고 애썼지만, 도시국가 아테네는 이 위대한 철학자에게 시민권을 주지 않았다.

민주주의가 그 시대의 아테네인들이 만들어낸 정치제도라는 것은 2500년 뒤인 오늘날에도 상식으로 되어 있었다.
민주정체는 유권자인 시민 모두의 지위가 평등하지 않으면 성립될 수 없다. 유권자 각자의 능력이 평등하다기보다 각자가 갖는 권력이 평등해야만 성립한다는 뜻이다. 한 표는 누가 갖든 똑같은 한 표라는 것이 민주주의의 기본 이념이기 때문이다.

모든 사람이 평등해야 하는 사회가 이질분자, 즉 외국인에 대해 폐쇄적인 경향을 갖게 되는 것은 당연한 귀결이다. 
어제까지만 해도 남이었던 타관 사람을 오늘부터 우리 가족의 일원으로 받아들여 동등한 발언권을 준다고 가정해보라. 
어제까지 오랜 세월 동안 우리 가족의 일원으로 온갖 고생을 참고 노력해온 사람들이 반발하는 것은 오히려 자연스럽지 않을까.
전원이 평등하다는 것은 이질분자를 받아들이는 데 가장 성가신 장애물이 된다. 
아테네에서는 속적 페르시아를 멸망시킨 알렉산드로스 대왕조차 시민권을 받지 못했을 게 분명하다.

시민권에 대한 로마인의 개방적 사고방식은 인간적인 감정에서 생겨난 착상은 전혀 아니다. 
패자 동화 정책은 로마인에게 제국을 운영하기 위한 정략이었다. 
카이사르와 아우쿠스투스의 개방정책. 개방 노선은 로마인에게 DNA 같은 존재였기 때문에 일관된 정략이 될 수 있었을 것이다. 
인간은 자기 본질에 바탕을 둔 행위를 했을 때 성공할 가능성이 가장 높아지는 법이다.

피는 누구나 가질 수 있는 게 아니지만, 의지는 마음만 먹으면 누구나 가질 수 있기 때문이다. 

민주정체를 채택하지 않은 로마에서는 시민 전원의 평등을 유지하는 데 신경을 쓸 필요가 없었기 때문이다. 
이 계급 세분화가 이질분자 도입을 촉진하는 결과를 낳았다. 
계층간에 유동성만 제대로 기능을 발휘하고 있으면 동질 사회보다는 이질 사회가 통풍이 잘 된다. 
외국인 같은 이질분자에게도 우선 맨 뒤에 줄을 서 주세요. 
그 다음에 앞으로 나아가는 것은  어디까지나 당신 하기 나름입니다. 라고 말할 수 있기 때문이다.

로마 시민권도 도로망과 비슷한 역할을 맡고 있었다. 그것은 새 피, 즉 새로운 인재를 항상 공급해주는 혈관과 마찬가지였다. 

취득권의 기득권화가 미친 영향
이에 따른 영향은 인도적인 법이라고 찬양할 수 없을 만큼 엄청난 것이었다.
종래의 로마 시민권자는 자신들이 제국의 기둥이라는 기개와 긍지를 잃어버렸다. 
이제 누구나 동등하니까 자기만 앞장서서 고생할 필요도 없다.
새로 로마 시민 대열에 낀 속주민들은 향상심이나 경쟁심을 잃어버렸다. 
이제는 시민권을 얻기 위해 고생할 필요가 없어졌기 때문이다.
로마 시민으로 격상된 속주민들이 적극적으로 제국을 짊어지고 나갈 기개를 전혀 보이지 않았다.

인간은 공짜로 얻은 권리는 소중하게 생각지 않는다. 
현대 선거에서 투표율이 낮은 것도 이를 실증하는 예일 것이다. 
그것은 실리를 실감할 수 없기 때문이다. 

속주세 철폐로 국가 재정에 뚫린 구멍을 메우기 위해 남발된 임시 세금이 그 새로운 로마 시민들에게 직격탄을 날린 것이다. 
이런 종류의 세금은 일시적인 특별세로 되어 있지만, 차츰 보통세가 될 것은 뻔하다.
카라칼라 황제는 시민권의 의미를 바꾸어놓았을 뿐 아니라, 임시세를 남발하여 단순명쾌했던 로마 세제를 복잡기괴한 방향으로 돌려놓았다. 

사회의 경직화는 인간의 동맥 경화 현상과 마찬가지였다. 

로마 시민과 속주민의 차별이 없어진 대신, 두 계층을 합한 일반시민 계급이 호네스타스와 후밀리우스로 양분되었으니, 절망적이다. 직역하면 존귀한 자와 비천한 자라는 뜻이다.
인간은 모두가 평등한 것을 참지 못하고 어떻게 든 차별하지 않으면 살아갈 수 없는지도 모른다. 
하지만 이로 말미암아 노예나 비천한 자로 태어난 사람은 로마 사회에서 상승할 기회를 차단당했다. 
로마도 신분이 낮은 사람은 평생 출세할 수 없는 사회가 되어버린 것이다. 

게다가 붕괴의 계기를 만든 것은 적이 아니라 로마인 자신이었다. 

안토니누스 칙령이 사실은 증세책이었다고 주장하는 것은 칙령의 이면을 읽은 것이지만, 오히려 문면 그대로 읽는 편이 사실에가깝지 않을까 생각한다. 
24세의 젊은 이상주의자의 발상으로 순수하게 받아들이자는 것이다.
--> 아무리 나쁜 결과로 끝난 일이라 해도 그 일을 시작한 애초의 동기는 선의였다. -율리우스 카이사르-

카라칼라 때문에 로마 시민권은 오랫동안 유지해온 매력을 잃었다. 
매력을 느끼지 않으면 시민권에 딸린 의무감도 책임감도 느끼지않게 된다. 
누구나 갖고 있다는 것은 아무도 갖고 있지 않다는 것과 마찬가지다. 
이 현상을 현대식으로 바꾸면 브랜드는 죽었다고 말할 수 있다. 

현명한 모후. 율리아 돔나도 제 눈 앞에서 차남이 장남에게 살해된 불행을 쉽사리 극복할 수는 없었겠지만, 흉중의 생각이야 어떻든, 그후에는 아들 카라칼라의 통치에 협력을 아끼지 않은 어머니로 일관했다. 

로마 도로망의 완벽한 기능을 중시한다면 유지, 보수는 늘상 필요했다. 

합리화란 경비를 적게 들이면서 필요한 방위력을 유지할 수 있었다는 뜻이다.

대중심리까지 파악하여 통치할 정도의 정치가...

적극전법으로 대승을 거두는 것만큼 병사들에게 기분좋은 일도 없기 때문이다. 

고대는 지배자가 피지배자의 모든 것을 차지하는 것이 당연하게 여겨진 시대였다. 

카라칼라가 발상하고 실행한 안토니누스 칙령은 인도적인 면에서는 비판할 수 없지만, 그 영향은 국가 재정에까지 미치게 되었다. 또한 속주민을 로마 시민으로 격상시킨 파장은 인기가 없다는 이유로 상속세와 노예해방세의 세율을 원래대로 되돌린다고 해서 상쇄될 문제가 아니었다.
이 법률이 로마 사회 전체에 일으킨 현상-구성원 모두가 시민이 되었기 때문에 오히려 시민이 상하로 양분화되는 현상-은 군대 내부에서도 일어났을 것이다. 

계급간의 격차를 완전히 철폐하면 오히려 계급간의 유동성이 사라져버리는 법이다.

카라칼라는 지난 30년 동안 조용히 진행되고 있던 통화의 평가절하에 대해서도 무언가 손을 써야 하는 유산까지 물려받았다.

액면가치와 소개가치의 일치 여부에 통화의 신용도가 달려 있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네로 황제는 광산 채굴량을 늘리지 않고 통화 유통량을 늘려야 했다. 
따라서 네로의 통화개혁은 단순한 평가 절하가 아니라 팍스 로마나의 보급으로 계속 성장한 경제의 필요에 따라 금융 완화가 아니었을까 하고...

로마의 전통적인 대외정책인 분리하여 통치하라를 실행한 것이다.
비로소 배후를 걱정하지 않고 동쪽으로 진격할 수 있는 상태가 갖추어졌다. 

적과 맞서는 것이 일상인 병사들에게 지휘관의 능력은 생사를 좌우하는 요소이다. 
또한 그들은 승리로 얻는 자신감이 어떤 무기보다도 중요한 승리의 요인임을 알고 있었다.

카라칼라의 이 시책도 안토니누스 칙령과 마찬가지로 해가 갈수록 장점보다는 단점이 커져간 예가 아닌가.. 
시행한 직후에는 좋아도, 그후에는 조금씩 나쁜 영향을 가져오기 시작하는 사례가 있다.
(군단병과 보조병을 불문하고 젊은 병사들만으로 기동부대를 편성하는 방법으로 그 구별을 없애려 한 것.)
--> 20년도 지나기 전에 로마 제국은 쳐들어오는 야만족과 싸우지 않는 해가 없다고 할 만큼 야만족의 침입에 시달리게 되는데, 그때  일어난 비판이 방위선을 지켜야 할 전력의 노령화였다. 기지를 지키는 군단과 기동부대가 항상 분리되어 있었기 때문이다.

카라칼라 이전의 황제들이 기동부대를 편성했다가도 목적을 달성하면 군단으로 돌려보낸 데에는 그럴 만한 이유가 있엇다. 
방위선의 철벽화라는 확실한 이유가 존재했기 때문에, 분대를 파견시켰다가 돌려보내는 일을 우직하게 되풀이한 것이다.
--> 정책이란 장기적으로 어떤 영향을 초래할지도 통찰한 뒤에 생각하고 실시해야 한다. 
깊은 통찰과 정반대되는 극에 있는 것이 얕은 생각이다.

카라칼라의 기동부대 상설화가 야만족의 침입을 불렀다고는 말할 수 없지만, 야만족의 침입을 격화시킨 한 요인은 되었을 것이다.

이것은 처음부터 전쟁을 하고 싶었던 카라칼라에게는 좋은 소식이었다. 
휴전 기간에 공격이 허용되지 않지만, 휴전협정은 선왕과 맺은 것이다. 
협정을 맺은 상대가 퇴장하고 다른 사람이 등장했으니까...

베테랑의 이점은 예측할 수 없는 사태가 일어나도 스스로 수습할 수 있고, 어떻게든 타개책을 찾아낼 수 있다는 것이다.
잘못이란 새로운 조직에 신인 지휘관을 배치한 것이다. 

알렉산드로스는 그리스와 페르시아라는 이민족의 통합을 꿈꾸고 있었지만, 그 꿈을 실현하기 위해 세 차례에 걸친 대규모 전투에서 완승을 거두어 페르시아 제국을 멸망시킨 뒤 남은 공주를 아내로 맞았다. 요컨대 이긴 뒤에 손을 내민 것이다. 

로마인은 예부터 강화는 이긴 뒤에 맺는 것이고, 지고 있는 동안은 이를 악물고 끝까지 버텨야 한다는 생각이 머리에 박혀 있다. 

강대한 권력을 부여받은 이상, 그에 따른 의무도 커진다. 
지위가 높을수록 개인적인 자유는 제한된다. 
이런 사고방식이 일개 시민이라면 허용되는 일도 지위나 권력을 가진 자에게는 허용되지 않는 것이 당연하다는 생각의 바탕이 되어 있었다.

카이사르는 클레오파트라를 애인으로는 삼았지만, 아내로 삼지는 않았다. 
그런데 안토니우스는 이 이집트 여왕과 정식으로 결혼했다. 
이 일로 로마인의 마음은 그를 떠나버렸다.
군사적 재능이 훨씬 뛰어났던 안토니우스가 권력투쟁에서 패배한 것은 로마인 태반이 이제 그를 지지하지 않고 옥타비아누스 쪽에 섰기 때문이다.
티투스 황제는 로마 제국과 동맹관계에 있었던 유대 왕의 누나를 사랑하여 결혼할 생각이었지만, 그것을 안 로마 민중은 콜로세움 특별석에 앉아 있던 티투스에게 맹렬한 항의와 야유를 보냈다. 낙으로 삼고 있던 검투사 시합도 잊어버린 이 여론 때문에 황제는 사랑하는 여자와 결혼하는 것을 단념해야 했다. 

로마인도 내란이 일어나면 로마인끼리 싸웠다. 
하지만 아무도 외국을 내란에 끌어들이려 하지 않았다. 
내란이라는 이름의 세력 다툼은 몇 번이나 일어났지만, 외국과 결탁하여 같은 로마의 라이벌을 밀어낸 사람이 한 사람도 없는 것은 로마인의 특질을 꼽아도 좋을 듯하다. 
그 이유는 아마 그런 짓을 저지르면 당장 동포의 지지를 잃게 되기 때문일 것이다. 

카라칼라가 파르티아 공주에게 청혼했다는 소식이 전해지자 마자 로마 원로원은 반 카라칼라 일색으로 돌변한다.
이 반감이 수도 시민들 사이에 퍼지는 것은 이제 시간 문제일 뿐이었다.
카라칼라 자신은 국민의 지지를 잃는 비싼 대가까지 치러야 한다는 것을 미처 깨닫지 못한 모양이지만, 그렇다 해도 로마 황제가 로마인의 심정을 거스르면서 파르티아 공주에게 청혼했는데도 깨끗이 거절당했으니 구제받을 길이 없다. 
로마 원로원이 이 일에 대해 로마 황제의 권위를 손상시킨 경거망동이라는 평가를 내린 것도 당연했다.

전투로 바쁜 병사들보다 숙영지에서 겨울을 나느라 남아도는 시간을 주체하지 못하는 병사를 통제하는 쪽이 훨씬 어렵다. 

216년에서 217년에 걸친 겨울도 거의 끝나갈 무렵, 불상사를 일으킨 병사들을 카라칼라 황제가 호되게 꾸짖은 질이 있었다. 
대인관계는 남을 꾸중하는 것도 어려운 일 가운데 하나지만, 상대에게 심한 굴욕감을 주는 것은 좋은 방식이라고 말할 수 없다. 
게다가 카라칼라가 준 벌이 병사들에게는 부당하게 무거웠다.

마크리누스. 무어인 해방노예의 아들. 아무도 알아치리기 전에 어느세 출세해 있었다. 
그는 현재의 지위가 자신을 그 자리에 임명한 카라칼라의 기분에 달려 있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강대한 적군이 바싹 다가오고 있을 때 최고 사령관 자리를 빈 채로 놓아둘 수 없다는 것을 잘 알고 있었다.

마크리누스. 전임 황제가 죽으면 바로 다음 황제가 취임했는데, 이번에는 취임까지 사흘을 허비한데다, 새 황제가 각 군단의 사령관을 소집하여 협의하는 동안 또 날짜가 지나서 적의 본거지를 공격하는 것은 아예 생각도 못할 일이 되어버렸다.

메소포타미아는 유프라테스 강과 티그리스 강 사이에 끼어 있는 땅 전체를 가리키는 명칭이다. 

마크리누스는 아직 자기 실력을 보여주지도 않았고, 카라칼라처럼 전임 황제의 아들이라는 정통성도 갖고 있지 않다. 
파르티아의 조건을 받아들이면 병사들이 반란을 일으킬 것은 뻔하다.

무슨 까닭인지, 이 시대의 로마와 파르티아를 가르는 국경선은 오늘날 시리아와 이라크의 국경선과 일치한다.

두 사람의 이해관계가 일치한 것이다. 
하지만 마크리누스가 진행한 것은 외교가 아니다. 
외교는 되도록 적게 주고, 되도록 많이 받는 기술이지만, 마크리누스는 상대의 요구를 모두 들어주더라도 빨리 교섭을 매듭짓자는 자세였기 때문이다. 
결국 파르티아 국왕이 내건 조건을 모두 받아들여 간신히 강화를 맺을 수 있었다.
하지만 그것이 그에게는 돌이킬 수 없는 실패의 원인이 되었다. 
황제는 속주 메소포타미아를 포기하라는 요구를 받아들였지만, 병사들은 받아들일 수 없었다. 
병사들의 이런 심리 변화를 마크리누스도 알아차린다. 
하루라도 빨리 수도 로마로 떠나기 위해 서둘러 강화를 맺었는데, 강화를 맺은 뒤에도 출발할 수 없게 되어버렸다. 

지방 출신이 권력자의 지위에 오르면 일족이 모두 중앙으로 진출하는 것은 동서 고금을 막론하고 언제 어디서나 변함없는 현상이다.

기회는 예상했던 것보다 일찍 찾아온다. 
휘하 병사가 하나도 없기 때문에, 율리아 마이사가 세운 계략은 참으로 교묘했다.

근처에 군단기지가 존재하는 것만으로도 주민들에게 무언의 압력을 줄 수 있었다.

로마 제국 안전보장의 기본 이념. 제국 전체의 안전을 지키는 것이었지만, 구체적으로는 각자 자기가 태어나서 자란 고장을 지키겠다는 마음의 총화로 성립되어 있다.
제국 전체의 방위라는 추상적 이념보다는 자기가 태어난 고장을 지키겠다는 구체적인 생각이 사람의 마음을 묶어놓는 데 효과적이라는 사실을 로마인들은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이런 현실적 시야가 로마의 안전보장체제를 떠받치는 토대라는 것.

군단을 정착시키는 것이 기본 방침이라 해도, 각 방위선이 갖는 중요성의 변화에 따라 군단기지를 옮겨야 할 경우도 많았다. 

하지만 이런 조직에서는 전통이 중요시된다. 
역사와 전통을 의식하고 소속 군단의 이름만 대면 누구에게나 통하는 것은 인간이 가진 소속감을 만족시키고, 따라서 조직에 대한 충성심을 불러일으키는 데에도 효과적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은독수리를 끝에 매단 통칭 독수리(아퀼라)는 군단기도 은제 독수리 밑에는 각 군단의 상징인 동물 모형이 달려 있다. 

물론 거짓말이지만, 인간은 사실이니까 믿는 것이 아니라, 사실이기를 바라는 마음만 있으면 믿어버린다. 

마크리누스를 경멸하고 있었다. 
그들에게는 직접적인 이유가 있었다. 
마크리누스가 포기한 메소포타미아 속주를 얼마 전까지 지킨 것은 그들이기 때문이다. 
20년 동안이나 최전방을 지켰는데, 강화조약으로 결정된 일이니까 철수하라는 한마디로 그 노고가 백지 상태로 돌아가버렸다. 
너희들의 인생은 헛되었다는 말을 들은 거나 마찬가지다. 
그들이 제 3칼리카 군단의 유혹에 넘어가는 것은 시간 문제일 뿐이었다.

율리아 마이사가 비록 악녀라 해도 현명한 여자였던 것은 자기편을 더 늘리려고 시간을 낭비하지 않은 것만 보아도 분명하다. 

권력자는 설령 미움을 받더라도 경멸당하는 것만은 절대로 피해야 한다. 
그런데 파르티아에 대한 저자세 외교로 그가 얻은 것은 경멸 뿐이었다.

제국의 지도층에 가담할 것을 예상한 교육...

로마 황제가 된 이상 어느 누구보다도 철저한 로마인이 되어야 한다는 생각은 그의 머리에 한번도 떠오르지 않았던 모양이다.

개인의 신앙에 머물러 있으면 문제는 없었을 것이다.
 하지만 엘라가발루스는 이제 로마 제국 황제다.
태양신앙이 유피테르나 미네르바에 대한 신앙보다 상위에 와야 한다는 것을 로마인에게 인정시키려 필사적이었다. 
로마의 서민들도 처음 얼마 동안은 이국의 풍속을 재미있어하며 구경했지만, 그들조차 불쾌해지는 일이 거듭되었다.

로마에서는 동성애자라고 해서 공직을 맡기에 부적당하다고는 생각하지 않았다. 
하지만 그것도 동성애 관계에서 수동적인 역할을 맡지 않았을 경우다. 
많은 사람들 앞에서 가까이 다가온 남자한테 아양을 떨고, 교태를 띤 눈길을 남자한테서 한시도 떼지 않고... 한두번이 아니었다. 
원로원 의원들은 불쾌한 표정을 지었을 뿐이지만, 서민들은 잠자코 있지 않았다. 

최고 권력자가 스스로 무덤을 파는 것은 경박한 언동으로 남의 경멸을 샀을 때다.
222년 그 무렵, 엘라가발루스의 머리를 차지하고 있었던 생각은 라이벌을 죽이는 것 뿐이었다. 
누군가를 암살하고 싶으면 눈에 띄지 않는 사람에게 은밀히 명령해야 하는데, 그는 근위대 사령관을 불러서 명령했다니까 제정신이 아니다. 

하지만 그 원뿔 모양의 검은 돌은 시리아의 에메사 신전으로 돌아갔다. 
로마인은 믿지 않았지만, 시리아에서는 많은 사람들이 신으로 믿고 있는 신체였다. 
다신교는 남이 믿는 종교도 용인한다. 
다른 종교를 용인하는 이상, 남의 신앙 대상을 파괴할 수는 없는 일이다. 

율리아 마이사가 그후에도 황궁에 군림하고 싶으면, 이제 실패는 용납되지 않았다. 
외손자 엘라가발루스와 딸 소아이미아스의 비참한 죽음도 이 시리아 여인에게는 지나간 과거일 뿐이었다. 
과거는 과거로서 잊어버려야 한다.
엘라가발루스의 전철을 밟아서는 안되었다. 
황제 자신이 암살당할 뿐만 아니라 모후까지 살해된 것을 보았기 때문이다. 
다음에는 할머니까지 살해될 게 분명했다. 

자기 생각을 제국의 정책에 반영하고 싶으면 반드시 원로원에서 승인을 받아야 했다. 
따라서 그 원로원과 좋은 관계를 유지하는 것은 행정의 최고 책임자인 황제한테는 대단히 중요한 일이었다.

속주 태생이라도 로마 시민권만 갖고 있으면 어떤 분야에서도 활약할 기회가 주어져 있었으니까, 로마 제국은 정말로 국제적인 레스 푸블리카(국가, 공동체)였다.

자신들이 법체제를 만들어 놓고도 법률을 사회와 동떨어진 서재의 학문으로 만들지 않았다는 점이다.
자녀들에게 가르치는 교양과목에 수사학, 논리학, 기하학, 역사, 지리는 있는데 법률은 없다. 
법률은 각기 다른 문화와 종교를 가진 사람들이 하나의 공동체를 형성하여 함께 살아가기 위해 꼭 필요한 규칙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로마인에게 법률은 가정에서는 식탁의 화제였고, 밖에서는 포룸의 공회당에서 매일 열리는 재판을 방청하며 실제로 배우고 익히는 것이었다.

이제는 정책을 입안하는 단계부터 원로원이 관여할 수 있게 된 것이다. 
이것은 미숙한 소년 황제가 피할 수 없는 불신을 최대한 제거하기 위해 보좌관 울피아누스가 생각해낸 방책이었다.
그렇지만, 불신을 없앨 필요가 있을 경우 최선책은 어디까지나 공정(justice)이다. 
공정한 정치로 원로원의 불신을 없앨 수 있다면 군대에 이 방책을 적용하여 장병들의 불신도 없앨 수 있을 터였다.

로마의 위정자는 무엇이든 기록해두기를 좋아하는 사람들이었다. 
그렇지 않으면 유럽과 중동과 북아프리카에 걸친 대제국을 다스리기가 불가능했기 때문일 것이다. 

자주 바뀌니까 외우는 사람도 힘들었을 것이다. 
하지만 알렉산드르는 그것을 모두 머리에 넣어두고 있었다고 한다. 
장군과 이야기할 때는 그 장군의 휘하 대대장의 이름을 금방 말할수 있을 정도였다. 
고지식하다고 해도 좋은 성격을 갖고 있었던 모양이다. 
하지만 이것은 장병들로 하여금 황제가 자신들한테 신경을 쓰고 있다고 믿게끔 하는 효과가 있었다. 
진급도 전속도 공정하게 이루어지고 있다고 생각하면 사람은 쉽게 납득하는 법이다. 

율리아 마이사의 후원을 얻은 울피아누스의 지도가 주효하여, 미숙한 황제였던 알렉산데르의 통치는 사람들의 마음에 신뢰감을 불러일으키게 되었다.
엘라가발루스 황제 시대에 기세등등했던 환관이나 수상쩍은 점쟁이나 배우들은 모두 황궁에서 쫓겨났다. 

젊은 황제인데도 사생활은 수수했다. 
동년배 친구들과 한바탕 신나게 운동을 한 뒤에는 혼자 책을 읽으며 시간을 보내기를 좋아했다. 
폭넓은 독서를 했지만, 수없이 되풀이해 읽은 책은 자기와 이름이 같은 알렉산드로스 대왕의 전기였다고 한다. 
다만 이 영웅이 자주 보인 추태와 소년 시절부터 친구들에 대한 잔인한 행동에는 동의할 수 없다고 말했다니까, 반어적인 의미에서 정상적인 사람의 독후감이었다고 말할 수밖에 없다. 

알렉산데르 황제의 통치는 공정하고 온건했다. 그 자신의 성격을 반영하는 것이기도 했다. 

치안은 공정한 세제와 함께 선정의 근간이다. 
치안이 어지러워졌을 때 가장 큰 피해를 입는 것은 일반 시민이다.
팍스 로마나는 외적을 막는 데 성공했기 때문에 실현된 평화만을 의미하지는 않는다. 
내부의 적을 막아냈기 때문에 실현된 평화도 포함된다. 

답습하는 것도 쉬운 일은 아니다. 
강한 자각과 꾸준한 노력으로 그것을 지속할 필요가 있었다.

황제와 원로원이 갖고 있었던 사법상의 최종 결정권을 속주 총독에게 이양하는 법률이다. 
로마사 전문가들이 이 법률에 주목하는 것은 이 법률 때문에 기독교도를 탄압하기가 쉬워졌다는 점이다. 
법률이 제정된 지 20년 뒤부터 기독교도 탄압이 눈에 띄게 늘어났기 때문이다. 

로마법에서는 최종 판결이 나오기 전까지는 죄인이 아니다. 
로마 시민권자는 어디에서 무엇을 하든 로마법의 적용을 받는다는 이점이 있었다. 

시민권자 수가 늘어나면서 항소하는 사람의 수도 늘어났을 것이다. 
카라칼라 이전의 황제들도 밀려드는 항소를 처리하는 데 상당한 시간을 소비하고 있었다.
도나우 전선에서 마르쿠스 아우렐리우스가 낮에는 전쟁터에서 총 사령관의 임무를 수행하고 밤이 되어야 비로소 사법 관계 업무를 처리한 정경을 생각해보라.
카라칼라 황제가 시민권 잔치를 베푼 뒤 항소가 폭주하여 사법 기능이 정지했다고 해도 이상할 게 없다. 

하지만 그 후 로마인은 항소권을 잃고 말았다. 
이것도 전원에게 주어졌기 때문에 오히려 전원이 잃어버린 예였다. 

원래 로마 시민권은 기득권이 아니라, 얻으려고 생각하는 자에게는 문호가 열려 있는 취득권이라는 데 특징이 있다. 
로마는 로마가 로마인인 이유를 제 손으로 조금씩 잃어가고 있었다. 

항소권이 사실상 폐지된 책임을 알렉산데르 황제에게 돌릴 수 없는 이유는 모든 것이 카라칼라의 칙령이 낳은 당연한 귀결이었기 때문이다. 

신하의 노고를 치하할 때 그냥 고맙다고 하지 않고 항상 국가는 그대에게 감사한다고 말했다니까 웃음이 나온다. 
기분은 이해하지만, 그렇게까지 무리하지 않아도 좋은데 하는 생각이 든다. 
고지식하게 직무를 완수하려고 애쓰는 타입이었을 것이다.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다면, 즉 팍스 로마나에 얼룩 한 점 보이지 않는 시대라면천수를 누릴 수 있었을 것이다. 
하지만 운명의 여신은 그것을 허락하지 않았다. 

마이사가 악녀라 해도 현명한 여자였던 반면, 그의 딸 마메아는 악녀에다 현명하지도 않은 여자라는 점이 달랐다. 
이것은 일을 추진할 때 후원이 필요한 자에게는 일하기가 무척 어려운 환경이 되었음을 의미했다. 
율리아 마이사의 죽음이 가져온 변화로 누구보다 큰 타격을 받은 것은 제국의 재상 같은 지위에 있었던 율피아누스였을 것이다.

율리아 마메아는 황제의 배후에 모후가 버티고 있다는 것을 일반 시민이 느꼈을 때의 위험성에 무관심했다. 
그녀는 알렉산데르 황제가 최고권력자가 아니라 모후인 자기가 진정한 최고권력자라는 것을 기회있을 때마다 과시했다. 
속된 말로 중뿔나게 나서기 시작한 것이다. 

황궁 분위기가 이렇게 바뀌면, 최고의 충신이라고 해도 좋은 울피아누스에게 영향이 미치는 것도 시간 문제였다.

율리아 마이사의 후원을 받아 황제의 최고 측근으로서 권력을 휘두르고 있던 울피아누스에게는 항상 적이 있었다. 
마이사가 죽고 그 뒤를 이은 마메아가 울피아누스에게 거리를 두자, 그 적들이 고개를 쳐들기 시작했다.

울피아누스만이 아니라 알렉산데르 황제에게도 어려운 시기였다. 
저울 눈금이 오른쪽이나 왼쪽으로 조금만 움직여도 방향이 결정되어 버릴 만큼 미묘한 이 시기에 알렉산드르 황제는 18세에서 20세에 이르는 나이였다. 
알렉산드르만 결연한 태도를 보였다면 비극은 피할 수 있었을 것이다. 
하지만, 이 젊은이에게는 
----> 어려운 사태에 대처할 때 반드시 필요한 유연성이 부족했고, 필요하면 악에도 감히 손을 대는 결단력도 모자랐다. 
선량하고 책임감이 강한 것만으로는 지도자가 될 수 없다.

지도자는 좋은 시절을 최대한 오래 연장하기 위해서라도 냉철하고 세심하게 키를 잡아야 한다. 
어쨌든 변해버린 뒤에 그것을 원래 상태로 되돌리는 것은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니기 때문이다.

승자가 아무리 패자를 동화시키려 애써도 패자 쪽에 그럴 마음이 없으면 성공할 수 없다. 
로마가 강대해진 첫번째 요인은 패자를 동화시킨 것이라고 단언한 영웅전의 저자 플루타르코스.

타고난 관찰력은 이때부터 날카로워서 나중에 저술활동을 시작했을 때 되살아나게 된다. 
평판 좋은 마르쿠스 아우렐리우스 황제를 아버지로 둔 콤모두스의 불안정한 언행을 서술하는 그의 펜은 그 황제의 속마음까지 도려내는 듯하다. 

수도의 분위기는 울피아누스의 죽음을 고비로 완전히 달라져 있었다. 
황제와 함께 집정관에 취임했으면서도 디오 카시우스는 지병인 통풍이 도졌다는 구실로 나폴리 근처의 별장에 틀어박혀버렸다. 
정열적인 애국자이기는 했지만, 살해될지 모른다는 공포심은 이겨내지 못한 모양이다. 
아니면 강력한 후원자가 없는 상태에서 울피아누스 흉내를 내는 것의 비현실성을 깨닫고 냉정하게 사보타주를 한 것일까..

알렉산데르 황제의 치세가 겉으로는 상당히 좋은 상태로 진행되고 있었지만, 그 상태를 완전히 바꾸어놓은 불행은 내부가 아니라 제국 외부의 정황이 격변했기 때문에 일어났다. 

사산조 페르시아....
날마다 지도를 바라보며 시간을 보내는 동안, 나는 동방이 항상 서방에 위협이 된 이유를 비로소 납득하게 되었다.

동방과 서방의 충돌은 트로이 전쟁까지 거슬러 올라기지 않더라도 역사상 BC 5세기 페르시아와 그리스 사이에 벌어진 페르시아 전쟁이 유명하다. 
살라미스 해전과 마라톤 전투로 유명한 페르시아 전쟁은 역사의 아버지라고 불리는 헤로도토스를 통해 후세에까지 전해졌다. 
이 전쟁으로 페르시아 세력은 지중해 세계에서 패퇴했을 터인데, 그후에도 그리스 도시국가들은 유능한 군주를 배출하며 조금되 쇄퇴하지 않는 페르시아에 항상 위협을 느끼면서 지낼 수밖에 없었다.
그 위협을 말끔히 없애는 데 성공한 것이 BC 334년부터 323년까지 계속된 알렉산드로스 대왕의 동방 원정이다. 
그리스의 오랜 숙적이었던 페르시아는 왕중왕을 자처한 다리우스를 마지막으로 멸망하고, 동방은 서방의 지배에 굴복한 듯 했다. 
하지만 이런 상황도 실질적으로는 10년 밖에 지속되지 않았다. 
군사의 천재였던 젊은 정복자가 33세의 나이에 죽어버렸기 때문이다. 
그리고 알렉산드로스가 죽은 뒤 그의 영토를 물려받은 부하 장군들은 지중해와 가까운 지역에만 관심을 보였고, 유프라티스 강 동쪽은 사실상 방치되었다.

이런 상태를 활용한 것이 유목민족인 파르티아인이다. 
그들이 과거 페르시아 제국의 심장부였던 티그리스 강과 유프라테스 강이 흐르는 비옥한 메소포타미아 땅에 진출한다. 
파르티아 왕국이 탄생한 것이다. BC 247년

이 시기에 로마는 어떤 상태였을까. 
이탈리아 반도를 이제 겨우 제패했을 뿐인데, 강국 카르타고와 적대하게 되어, 20년이나 계속된 제 1차 포에니 전쟁을 치르고 있는 중이었다. 
이 전쟁에서 이긴 뒤에도 카르타고의 명장 한니발이 16년 동안이나 이탈리아에 놀러앉는 제 2차 포에니 전쟁, 그리고 카르타고의 멸망으로 끝나는 제 3차 포에니 전쟁을 치르느라 동방에는 신경을 쓰지 못한 채 100년을 보냈다. 
그 동안 페르시아 민족을 포함한 수많은 부족과 민족 위에 올라선 전제군주 국가 파르티아는 항상 동방의 부를 낳는 양대 원천이었던 농업과 교역을 통해 강대국으로 성장하고 있었다.

카르타고를 무찌르고 지중해 서부 세계의 패권을 장악한 로마는 헬레니즘 국가들을 차례로 정복하여 지중해 동부에도 세력을 확장한다. 
처음에는 마케도니아와 그리스, 다음은 시리아, 마지막으로 이집트도 로마 산하에 들어왔다. 
시대는 기원전 1세기. 술라, 루쿨루스, 폼페이우스를 비롯하여 그 시대의 로마가 낳은 유능한 장군들은 모두 동방에 원정한 경험을 갖고 있었다. 
카이사르는 암살당하는 바람에 실현하지 못했지만, 파르티아와 직접 싸워서 무찌르고 로마의 동방 방위선을 확립할 생각이었다. 

초대 황제 아우구스투스는 카이사르의 정략을 거의 다 계승했으니까, 제국 동방의 방위는 곧 파르티아에 대한 정략임을 알고 있었다. 
하지만 그는 파르티아 문제를 군사보다 외교로 해결하는 쪽을 택했다. 
카이사르가 암살된 직후부터 14년 동안이나 계속된 내란 상태를 겨우 수습할 수 있었던 시기인 만큼, 국내 질서를 회복하고 내정을 충실하게 다지는 것이 무엇보다 먼저라고 생각했을 것이다. 

아우구스투스는 카이사르처럼 전장에서 재능을 발휘하는 타입이 아니었다. 
요컨데 전투에 서툴렀다. 
전쟁터에서는 무엇이든 즉석에서 결정을 내려야 한다. 
그런데 아우구스투스는 이와는 반대로 차분히 생각하고 차분히 실행하는 사람이다. 
신들도 그것을 알았는지 카이사르한테는 2년도 주지 않았느데, 아우구스투스한테는 40년이나 주었다. 
참고로 알렉산드로스 대왕은 제패한 뒤에 통치한 기간이 전혀 없었다. 

방어의 방법. 
적의 본거지를 공격하여 적의 침략 의도를 꺾어버리는 방식이고, 또 하나는 방위체제를 확립하고 방위설비를 강화하여 적의 침략을 막는 방식이다. 

트라야누스 황제는 동방 원정에서 파르티아의 수도 크테시폰을 합락하고 티그리스 강을 따라 페르시아 만까지 진격했지만, 티그리스 강을 건너 그 동쪽까지 쳐들어가지 않은 것은 역사가들의 말마따나 그의 나이 때문이었다고 생각지는 않는다. 
파르티아라는 나라가 얼마나 깊은 배후지를 갖고 있었는지만 알아도, 패배를 모르는 트라야누스가 회군한 이유를 짐작할 수 있을 것이다. 
이 메소포타미아 지방이 광대한 배후지다. 

오늘날 이라크의 수도 바그다드는 이 지역이 이슬람호한 7세기에 건설된 도시인데, 그때까지 800년이 넘도록 수도였던 크테시폰에서 북쪽으로 40km밖에 떨어져 있지 않다. 
유프라테스 강과 티그리스 강이 가장 근접하는 지대라는 조건은 크테시폰과 바그다드가 똑같다. 
한편 현대 이란의 수도인 테헤란은 몽골의 공격을 받은 13세기에는 마을이었고, 19세기에도 읍 정도의 규모에 불과했다. 
20세기에 들어와 이 지역을 이라크와 이란으로 분할했을 당시 영국인의 의도가 어디에 있었는지는 알 수 없다. 
하지만 이라크와 이란, 거기에다 아프가니스탄과 파키스탄까지 합쳐진 상태로 내버려두었다면 어땠을까.. 
그것을 생각만 해도 이 동방에 위협을 느낀 서방 사람들의 심정을 실감할 수 있지 않을까.. 
석유 문제가 존재하지 않아도 그곳에 사는 사람들의 수만으로도 충분히 위협이 될 수 있다. 
로마 제국이 항상 의식하지 않을 수 없었던 것이 이 동방이었다.

하지만 파르티아 왕국은 많은 면에서 로마 제국이 다루기 쉬운 적이기도 했다.
유프라테스 강을 건너 로마 영토로 쳐들어올 군사력은 갖고 있었지만, 로마 제국의 동부만이라도 정복하여 계속 지배할 힘은 갖고 있지 않았다.
로마도 그것을 용납할 리가 없다. 
방위선의 중요성은 그 방위선이 뚫렸을 경우의 피해 정도로 가늠할 수 있다.
오리엔트 지방의 군주는 휘하 병력의 규모로 힘을 과시하는 경향이 강하다.
유프라테스라는 큰 하천을 사이에 두고 강대국끼리 맞서 있던 셈이다. 이것은 어떤 의미에서는 군사력이 균형 상태에 있었다는 뜻이고, 따라서 공생할 수도 있었다는 뜻이다.

두번째 이유는 로마도 파르티아도 최고 권력자의 존재가 명확했다는 점이다. 
두 나라 모두 지휘체계가 통일되어 있었다. 
그러면 정상회담에서 문제를 해결할 길도 열린다. 

양국의 지도층이 현실적 시야를 가진 사람들이었다는 점도 있다.
로마인들에게 파르티아는 그들에게 필요한 물산을 갖고 있는 적이었다. 
반대로 게르만 민족은 로마인이 원하는 물산을 갖고 있지 않은 적이었다. 

이런 사정을 뒤집으면 파르티아 쪽에도 적용된다.
값비싼 물건을 아무리 많이 갖고 있어도, 그것만으로는 이윤을 얻을 수 없다. 
그것을 수입해줄 곳이 있어야 비로소 현실적으로 번영을 누릴 수 있다. 
거기에 필요한 거대 시장이 바로 로마 제국이었다. 

두 나라에 걸친 이 시장에서 활약한 것이 동방 원정을 떠난 알렉산드로스 대왕을 뒤따라 이주해온 그리스인과 이윤이 생기는 곳이라면 어느새 정착하여 살고 있는 유대인 상인들이었다. 
뛰어난 장사 솜씨와 디아스포라(이산) 성향에서 그리스인과 유대인은 완전한 공통점을 갖고 있었다. 

이 지방의 방위선은 항상 열려 있었고, 그 상태를 유지하는 편이 피차 이롭다는 것을 로마도 파르티아도 알고 있었다. 
전쟁은 두 나라의 국내 사정도 있어서 자주 일어났다. 
하지만, 군사적 충돌이 격화하여 어느 한쪽에 치명적 타격을 주는 사태는 이들 두 강대국이 적대한 300년 동안 한번도 일어나지 않았다. 

사산조 페르시아는 알렉산드로스에게 정복당하기 전의 페르시아를 부흥하겠다고 선언한 것이다.
500년 전의 페르시아 제국이라는 까마득한 옛날 일을 들고 나온 비합리를 비난해봤자 별수 없다. 
합리를 부르짓고 있으면 사람들을 하나의 운동으로 끌어들이기가 어려운 것이 인간성의 일면이기도 하다.
유대 민족은 하드리아누스 황제에 의해 강제로 이산당했을 때부터 1800년 세월이 지났는데도 1800년 전의 자기네 땅으로 돌아가겠다고 고집했기 때문에 이스라엘 국가가 탄생할 수 있었다. 
여기에 비하면 그래도 500년은 짧은 편이다. 

현실주의자가 잘못을 저지르는 것은, 상대도 현실을 직시한다면 자기와 똑같이 생각할 테니까 어리석은 짓을 하지는 않을 거라고 믿었을 때다. 

신흥 민족은 기세를 타고 마구 돌진하는 경향이 강하다. 

인간이 다른 인간에게 통치권을 맡기는 것뿐이라면, 일부러 거창한 의식까지 치를 필요는 없다. 
아니 그런 의식을 치르면 오히려 의미가 사라져버린다. 
반면 동방에서는 위임이 아니라 수여니까, 호화로운 의식을 거행하여 일반 시민한테까지 깊은 인상을 심어줄 필요가 생긴다. 

시민의 전통이 없는 오리엔트에서는 시민관도 의미를 잃어버리기 때문이다. 
그보다는 태양이 납득시키기 쉬웠을 것이다. 
case by case는 이민족을 통치할 때의 철칙이었다.. 
로마인 황제의 관에서도 이 방침을 지켰다.

이처럼 대관식은 인간이 다른 인간에게 권력을 위임하는 것이 아니라 인간을 초월한 누군가가 권력을 주어야만 의미가 있는데, 언젠가는 죽을 운명인 인간을 초월한 누군가는 불사신밖에 없다.
따라서 대관식은 신과 밀접하게 결부되어 있다. 
그리고 이런 의미의 대관식이 서방이 아니라 동방에서 중요하게 여겨진 사실과, 모든 일신교-유대교, 기독교, 이슬람교-가 동방에서 태어난 사실은 무관하지 않다. 

신흥 국가는 국내의 반대파를 침묵시키기 위해서라도 외부에 공격적으로 나오는 경우가 많다. 

황제는 제국의 안전과 그 영토에 사는 주민들의 안전을 보장하라는 것. 즉, 필요할 때는 유능한 무인으로 변신하기를 황제한테 요구했다. 
로마에서는 황제는 군인을 겸해야 할 숙명을 지고 있었다.

알렉산데르의 행동은 재빨랐다. 
이런 상황에서는 행군 속도가 중요하다는 것을 인식했기 때문이라기보다, 허영을 부리지 않는 성격이라서 수행원 선발이나 가져갈 짐을 준비하는 데 시간을 들이지 않았기 때문이지만, 결정한 뒤의 행동은 빠를수록 좋다.

행군 중에는 황제부터 일개 병사에 이르기까지 천막을 치고 야영한다. 
로마군은 전통적으로 병참을 중시했기 때문에, 야영이라 해도 단순한 노숙은 아니다. 
야영을 하면 병참 능력이 더 잘 드러니가 때문이다. 
병사들에게 꼭 필요한 사기도 물질적인 면이 충족되어야만 올라가는 법이다.

음식은 병사들과 똑같은 것을 먹었다. 
식사하는 동안 막사의 사방을 걷어올려 황제가 무엇을 먹고 있는지 병사들이 볼 수 있게 했다. 

군율은 엄수되어야 하고, 질서있는 군대야말로 싸움터에서도 강하다는 것은 로마군의 전력이 증명해주었다. 
알렉산데르는 그것을 체험하지는 않았어도 배워서 알고 있었다. 
그렇게 믿어 의심치 않은 알렉산데르가 먼 여행 끝에 목도한 광경에 절망할 수밖에 없었던 것도 당연하다. 

역사는 디테일의 집적으로 이루어진다. 역사는 되풀이되는가 되풀이되지 않는가....
카이사르의 에피소드를 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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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쟁터에서는 충분히 병사들을 통제할 수 있었지만, 평시에는 그러지 못했다. 

10군단의 농성. 카이사르는 호위병도 없이 무장집단 앞에 나타났다. 
연단에 모습을 드러낸 카이사르는 거두절미하고 다짜고짜 말했다. 
’무엇을 바라는가?’ 
병사들은 저마다 제대시켜달라고 외쳤다. 
다음에 그들을 기다리고 있는 것이 북아프리카 전선이라는 것은 그들도 알고 있었다. 
카이사르가 북아프리카에서 싸우기 위해서는 그들이 필요하다는 것도 알고 있었다. 
따라서 제대를 요구하면, 카이사르도 일시불이나 급료 인상을 약속하여 타협으로 나올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원래 그들에게는 카이사르가 전쟁을 계속하는 한 제대할 마음은 추호도 없었다. 
그런데 카이사르한테서 돌아온 대답은 천만 뜻밖이었다. 
’제대를 허락한다’
예기치 못한 대답에 병사들이 치켜들었던 칼은 저절로 내려가고, 요란한 외침소리도 뚝 그쳤다. 
무거운 침묵이 내리덮었다. 
그런 병사들 위에 카이사르의 목소리만이 울려 퍼졌다.
’시민 여러분(퀴레테스), 여러분의 급료도 그밖의 보수도 모두 약속대로 지불하겠다. 
다만 그것은 나를 따라 와주는 다른 병사들과 함께 전투를 끝내가 개선식까지 함께 끝낸 뒤에 지불하겠다. 
여러분은 그동안 어디든 안전한 곳에서 기다리고 있으면 된다.’
카이사르의 심복 중의 심복이라 자부하는 10군단 병사들은 카이사르가 그들을 ’시민 여러분’이라고 부른 것에 이미 충격을 받았다. 이제까지 카이사르는 항상 ’전우 여러분’이라고 불렀다. 
그런데 지금은 이미 제대하여 카이사르와의 인연도 끊어진 보통 시민을 부르듯 ’시민 여러분’이라고 부른 것이다. 
카이사르는 자신들을 벌써 남으로 여기고 있다고 생각한 그들은 종군 거부도 급료 인상도 다 필요 없는 심정이 되어 있었다. 
울음을 터뜨린 병사들은 저마다 외쳤다. 
’병사로 돌아가게 해주십시오’ 
’카이사르 밑에서 싸우게 해주십시오’
여기에 대해 카이사르는 대답도 하지 않았다. 
지금까지는 카이사르의 10군단이라는 자부심으로 우쭐대던 그들도 의기소침해졌다. 
다음 집결지인 시칠리아 섬의 마르살라로 결정된 뒤에도 10군단만은 출동명령이 하달되지 않았다. 
10군단은 다른 군단을 풀죽은 개처럼 슬금슬금 뒤따라갈 수밖에 없었다. 
물론 카이사르는 보너스도 주지 않고 급료도 올려주지 않고 10군단을 참전시키는데 성공했다.
게다가 제발 참전해달라고 애원해서 참전시킨 게 아니라, 병사들이 스스로 원해서 따라온 형태로 참전시켰다. 
--> 카이사르는 단 한마디로 병사들의 기분을 역전시켰다. 
** 문장은 어휘 선택으로 결정된다.고 쓴 적이 있는 카이사르의 면모가 생생하게 드러난 에피소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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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기 232년의 에피소드.
안티오키아에 도착한 알렉산데르 황제를 맞이한 것은 대열도 흐트러지고 군장도 갖추지 않고, 게다가 결원도 많은 군단이었다. 
격분한 알렉산데르는 결석한 병사를 모조리 체포하여 감옥에 가두라고 명령했다. 
그 명령은 엄격하게 집행되었다.
그런데 이 소식이 퍼지자 다른 병사들이 동료에 대한 처벌에 항의하여 황제가 머물고 있는 속주 총독 관저를 포위했다. 
물론 무기도 들었다. 
이를 안 알렉산데르는 투옥된 병사들을 쇠사슬로 묶어서 총독 관저 앞 광장으로 끌어내라고 명령하고, 자신은 발코니로 나갔다. 
항의하러 온 병사들도 반원형으로 모여서 발코니에 선 황제를 쳐다보았다. 
그들이 지르던 분노의 외침소리는 잠잠해졌지만, 험악한 분위기는 여전했다. 
그런 가운데 황제의 목소리만 높이 울려퍼졌다.
’전우 여러분, 여러분의 항의가 여러분의 동료들에게 내려진 처벌이 지나치게 관대하다는 항의라면, 우리 조상들의 군율은 아직도 통용되고 있고, 로마 제국은 건재하다는 뜻이기도 하다. 하지만 동료들에 대한 처벌이 지나치게 가혹하다는 항의라면, 로마 제국의 미래는 매우 걱정스러워진다. 나는 용납할 수 없다. 도가 지나친 이런 방종은 제국 방위를 짊어진 병사에게는 어울리지 않는다고 밑기 때문이다. ’
병사들은 잠자코 듣고 있다가 분도를 폭발시켰다. 
24세의 알렉산데르는 병사들이 지르는 분노의 외침소리에 지지 않으려고 더욱 목청을 높였다. 
’왜 목소리를 절약하지 않는가. 큰 소리는 전쟁터에서 지르라고 말했지만, 과연 그렇게 될지도 확실치 않다는 것을 알아두기 바란다. 너희가 병사답지 않을 뿐더러 서민들도 하지 않을 법률 위반 행위를 앞으로 계속한다면 나도 퇴역을 명령할 수밖에 없으니까.
’황제가 제대를 무기 삼아 강하게 나왔다고 생각한 병사들은 더욱 험악해졌다. 
분노의 외침소리는 그치지 않고, 병사들은 손에 든 칼을 황제 쪽으로 내뻗었다.  
알렉산드르는 더욱 목청을 높였다.
’칼을 든 손을 내려라. 너희에게 전사의 혼이 남아 있다면 그 오른손은 적을 죽이기 위해 있다는 사실을 상기할 것이다. 너희의 협박 따위는 조금도 두렵지 않다.’
병사들의 분노는 그래도 가라안지 않았다. 
24세의 황제는 소리쳤다.
’시민 여러분, 무기를 놓고 떠나라!’
여기서 병사들은 외침 소리를 멈추었다. 
시민 여러분이라는 말을 듣고 후회했기 때문은 아니었다. 
무기를 놓고, 병사가 걸치는 짧은 망토도 벗어 던지고 모두 광장을 떠났다.
무기를 놓고 떠나는 것은 군단 해산을 의미한다. 
병사들이 다프네의 숙영지로 돌아가 군단이 다시 기능을 발휘하기까지는 한 달이 걸렸다.
병사들의 기분이 어디쯤에서 가라앉았는지는 기록이 남아 있지 않아서 알 수 없지만, 항의 집회를 선동한 몇명은 참수형에 처해진 모양이다. 

이 두가지 에피소드는 많은 것을 생각하게 해준다. 

문제는 인간 심리에 대한 통찰력이다. 
시민이라는 한 마디가 효과를 발휘한 것은 전우 대접에 익숙한 사람들을 상대로 그 말을 썼기 때문이다. 
카이사르와 10군단 병사들은 갈리아 전쟁 8년, 내란 5년 모두 13년을 동고동락하며 함께 싸운 동지였다. 
다시 없는 전우였다는 뜻이다. 
그런데 별안간 시민이라고 부르면서 남처럼 취급하니까 충격을 받는 것도 당연하다고 말할 수밖에 없다. 
물론 카이사르는 이 심리까지 다 읽고 연극을 한 것이다.

한편 알렉산데르 황제와 이것과 정반대다. 
병사들은 지금까지 최고 사령관의 얼굴도 본 적이 없었다. 
알렉산데르는 전선으로 날아온 헬리콥터에서 내린 최고 사령관이다. 
게다가 이제 곧 시작될 페르시아 전쟁을 앞두고 병사들을 격려하거나 호기롭게 보수를 내놓는다면 또 모르지만, 이 최고사령관이 맨 먼저 한 일은 체포와 투옥이었다. 
물론 사리에 맞는 쪽은 황제다. 
상관의 소집명령을 무시한 행위는 충분히 처벌 대상이 된다. 
하지만 사리에만 맞으면 되는 것은 아니다. 
지렁이도 밟으면 꿈틀한다는데, 1, 3군단은 상주 기지도 받지 못했다.  

지금까지 10년을 통치하는 동안 군단 기지도 정해주지 않은 황제에 대한 불만도 있었다. 
게다가 오늘 처음 만난 사이인데 허물없이 전우라고 불릴 이유는 없다고 생각한 것도 당연하다. 

알렉산데르는 어휘를 잘못 선택했다. 
지도자에게 중요한 자질은 설득력(언변, 수사법)이고 설득력을 발휘하려면 적절한 어휘 선택이 중요한데, 알렉산데르는 그 점에서 뒤떨어졌다고 말할 수밖에 없다. 

역사는 현상으로 되풀이되지 않는다. 
하지만 이 현상에 즈음하여 드러나는 인간 심리는 되풀이 된다.
따라서 인간 심리에 대한 깊고 날카로운 통찰력, 자기가 체험하지 않은 것을 이해하는 데 반디스 필요한 상상력과 감수성, 이 가운데 하나라도 모자라면 과거에 성공했던 선례를 그대로 따른다 해도 실패할 수 있다는 것을 이 에피소드는 가르쳐 주고 있다.

마지막은 전술적인 문제다. 
연극을 한 이상, 순간적으로 결정해버리지 않으면 안된다. 
간곡하게 설득해서는 해결할 수 없으니까 연극을 한 것이고, 이런 경우 가장 부적절한 일은 시간을 끄는 것이다. 
이런 경우 가장 부적절한 일은 시간을 끄는 것이다. 
알렉산데르는 병사들의 불만을 가라앉히는 데 한 달이나 걸렸다. 
그런데 그것으로 황제와 병사들의 관계가 좋아졌다는 보장도 없었으니까 문제 해결에 실패했다고 말할 수밖에 없다.

이런 경우 세 부대를 유기적으로 활용하기 위해서는 일관된 전략이 반드시 필요하다. 
그 전략을 생각하고 전황에 따라 명령이라는 형태로 현실화하는 것은 최고 사령관인 알렉산데르의 임무였다.

로마 쪽에도 기록이 적은 것은 이 전쟁이 시대의 변화를 구획하게 되리라는 것을 깨달은 사람이 당시 로마에 없었기 때문이 아닐까..
서술이 평면적이고 인간에 대한 통찰이 천박해서 재미가 없다.

하지만 동시대에 살았고, 현장 증인이기도 한 사람의 증언이라면 무조건 믿을 수 있는가 하면, 꼭 그렇다고는 말할 수 없다. 
사건 현장에 파견된 기자의 보도를 상기할 필요도 없이, 자기가 실제로 보고 들은 것만 진실이라고 믿어버리는 성향은 인간이라면 누구나 다소는 갖고 있다.

자신이 앞장서서 속공을 벌일 때는 항상 적의 주전력을 격파하는 것을 목표로 삼았다.

인간은 처음부터 끝까지 자기 방식을 유지할 수 있으면 가진 능력을 더욱 효과적으로 발휘할 수 있다.

적의 주전력을 궤멸시키는 방법으로 그 목적을 달성했다. 
이것은 매우 중요하다. 
실제로 사산조 페르시아는 그 후 20년 동안이나 로마 영토로 쳐들어오지 못했기 때문이다. 

잃을 것이 있는 사람은 과격해지지 않는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기 때문일 것이다.

황무지를 개척하여 사람이 살 수 있는 땅으로 바꾸려 할 정도라면 그것은 야만족이 아니다. 
야만족은 잽싸고 손쉽게 목적을 이루는 것만 생각하는 사람들이다. 

시대의 변화와 함께 야만족의 침임의 실태도 변화하고 있었다.
로마가 상대한 야만족은 로마화의 이점을 이해하고 있었던 가까운 야만족이었지만, 먼 야만족은 그들과 달랐다.
(다른 대처 방법이 필요하다는 이야기다)

하지만 15년 동안 평화가 지속된 원인은 그것만이 아니었다. 
방위선 밖에서 먼 야만족이 가까운 야만족을 제압하고 합병하는 상황이 진행되고 있었던 것도 이유로 꼽을 수 있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15년 뒤에 야만족의 침입이 재개된 것은 그 동안 부족 재편성을 끝낸 그들이 서쪽이나 남쪽으로 눈을 돌리고, 라인 강 방위선을 돌파하여 갈리아가 있는 서쪽으로 우르르 밀어닥쳤기 때문이다. 
잽싸고 손쉽게 목적을 이룬다는 것은 요컨대 약탈이다.
이리하여 3세기에도 로마 제국은 침입해오는 야만족에게 시달리게 된다. 

라인 강에 대군도 건널 수 있는 다리를 놓는다는 것은 라인 강을 건너 적지로 쳐들어간다는 뜻이었기 때문이다.

수단 방법을 가리지 않는다는 말은 윤리나 도덕을 따지지 않는다는 뜻이고, 목적 달성에 효과적인지 어떤지는 따져볼 필요가 있다는 것을 아직  인생의 수라장을 겪지 않은 26세의 황제는 알지 못했다.
이것도 그의 성격이지만, 중요한 순간에 발을 빼고 물러나버린다. 
좋게 말하면 신중하고 나쁘게 말하면 겁쟁이다. 
페르시아 전쟁에서도 패주하는 페르시아 국왕을 수도 크테시폰까지 뒤쫓아가려고 마음만 먹었다면 할 수도 있었다. 

생활 수준이 높아지면 사람은 보수적이 된다.
적이 될 수 있는 그들이 온건해지면 그것도 방위선을 강화하는 결과를 낳았기 때문이다.

안전보장 정책을 구성하는 수많은 고리가운데 하나. 
이것이 성공한 이유는 로마의 압도적인 군사력을 배경으로 한 평화적 정책이었기 때문이라는 사실도 잊어서는 안된다. 
로마 황제의 경제 원조를 받은 야만족도 그것이 로마가 겁을 먹은 증거라고는 도저히 생각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1세기 뒤에 알렉산데르 세베루스가 하려고 한 일도 겉보기에는 그것과 똑같았다. 
공문서 보관소에서 찾아낸 참고 사례를 토대로 그 방법을 생각해냈겠지만, 그 사례가 기록된 시대와 지금은 야만족의 성격이 다르다는 사실을 미처 깨닫지 못했다. 

반대로 게르만인과 대결한 경험이 풍부한 라인 강 방위선의 장병들은 야만족의 질적 변화를 알아차리고 있었다. 
경제 원조를 해도 야만족은 그것으로 땅을 개척하지 않고 다른 약소 부족을 합병하거나 무기의 질을 높이는 데 사용하리라는 것을 알고 있었다.

장병들 사이에 야만족과 교섭할 생각밖에 하지 않는 황제에 대한 불만이 고조되어 갔다. 
누가 선동한 것은 아니었다. 
누구랄 것도 없이 모든 사람의 마음에 자연히 알렉산데르 황제에 대한 경멸이 싹텄고, 그런 감정이 날이 갈수록 강해진 것이다. 

이때부터 50년 동안을 로마사에서는 군인 황제 시대라고 부른다. 
군단이 원로원의 의향 따위는 완전히 무시하고, 자기네 사령관을 황제로 추대하고, 그 때문에 나라가 방향을 잃고 헤매는 반세기가 시작되었다는 것이다.
군인 황제의 배출도 3세기라는 시대의 요청에 따른 현상의 하나가 아닐까...
군인 황제라는 이유만으로 비난하는 것은 문민 지배라는 현대의 개념으로 과거까지 재단하려 드는 일종의 알레르기가 아닐까...
현대의 개념으로 과거까지 재단해서는 역사를 배우는 의미가 없다. 
역사를 접할 때 가장 명심해야 할 태도는 안일하게 거부반응을 일으키지 않는 것이다. 

어떤 이유로든 원한을 품은 하급자가 그 기회에 상급자를 살상하는 사고가 일어나는 것을 막기 위해, 연습이나 시합에서라도 같은 계급의 병사끼리 싸우도록 군율로 정해져 있었다. 

열여섯 명을 이긴 것은 소문이 나서, 트라키아의 젊은이는 병사들에게 인기를 얻었다. 
체격이 남달리 건장했을 뿐만 아니라 성격도 소탈하고, 커다란 눈에는 음험한 데가 없이 솔직한 성격이 드러나 있어서 왠지 호감이 갔다.
병사들한테 인기가 있고, 항상 앞장서서 적진으로 뛰어들기 때문에 중대 규모 지휘관으로 가장 적합했다는 이유도 있다.

새 황제는 그렇게 인기 있는 사람을 처벌했을 경우의 파장을 우려했기 때문이다.

국경지대는 국경 안팎을 불문하고 민족이 섞이는 것이 보통이기 때문이다. 

막시미누스가 부여하는 훈련은 엄하기는 해도 결코 비인간적인 것은 아니었다.

실력과 정통성
인기도 실력에 포함되지만, 실력만으로는 지위를 정당화할 수 없다. 
지위를 정당화하려면 실력만이 아니라 정통성도 필요하다. 
세습제가 아직도 끈질기게 살아남아 있는 것은, 아직 실력은 알 수 없지만, 정통성은 있다는 것을 사람들이 쉽게 이해할 수 있기 때문이다. 
5현제 가운데 마르쿠스 아우렐리우스를 제외한 나머지 황제들은 모두 실력을 인정받은 인물을 후계자로 삼을 때 우선 양자로 받아들이지만, 그것은 후계자를 황제의 아들로 만들어 정통성을 부여하는 의미가 있었다.

로마는 일신교 세계가 아니라 다신교 세계다. 
일신교라면 신이 정통성을 인지하도록 되어 있지만, 다신교 세게에서는 인간이 인지한다. 
따라서 정통성을 가지고 출발한 사람도 실력을 가지고 있다는 것을 인간이 알 수 있는 형태로 보여줄 필요가 있다. 
실력으로 그 자리를 차지한 사람도 그후 계속해서 실적을 쌓아, 그 높은 지위를 차지할 만한 정통성을 가지고 있다는 것을 항상 증명할 필요가 있었다. 
그것을 게을리하면 전 황제의 친아들도 살해되었다. 
황제는 종신직이다. 이런 제도 아래에서 황제를 죽이는 것은 곧 황제에 대한 불신임이었다.

로마군이 오랜만에 눈부신 전과를 거두었으면 원로원은 기쁨의 환성에 휩싸여야 마땅할 텐데, 의원들은 황제의 승전보를 하나같이 씁쓸한 표정으로 듣고 있었다. 
반야만족이라고 경멸한 남자가 거둔 뜻밖의 전과를 순순히 기뻐할 수 없었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그보다는 막시미누스의 보고를 들을 때마다 그 품위 없는 문장을 참을 수 없었기 때문이다. 
우리가 저런 교양 없는 자의 아래 자리에 있는가 하는 생각에 기분이 언짢아졌을 것이다.

간결한 것은 좋다. 솔직한 것도 나쁘지 않다. 
하지만 간결하고 솔직하면서 품격도 가질 수 있다. 
품격이 더해지면, 듣는 사람은 같은 문장에서도 무게를 느끼게 된다. 
그것이 듣는 사람을 진심으로 납득시키는 힘이 된다.

막시미누스는 이 로마 제국의 북쪽 방위선을 평온화하는 데 이바지했다. 
하지만, 그에게 딴죽을 건 것은 같은 로마인이었다. 
발단은 북아프리카 속주에서 일어난 국지적인 저항 운동이었다.

당시 이곳의 강력한 경제력을 보여주고 있지만, 경제적으로 힘을 축적하면 그 힘이 사회적으로나 정치적으로나 문화적으로 적극적인 기운이 되어 나타나는 것은 당연하다.
인재를 중앙에 보낸 기반은 북아프리카의 대농장이었다.
주도 카르타고에서 세금을 징수하러 이 도시에 파견된 황제 제무관에게 농장주들이 반발한 것이 사건의 발단이었다.
세금에 대한 불만으로 시작된 항의가 공권력에 대한 봉기로 탈바꿈한다. 

하얗게 빛나는 대리석보다 색채 풍부한 대리석이 귀하게 여겨진 이유는 하얀 대리석이라면 이탈리아에서도 질 좋은 대리석을 얼마든지 채굴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뉴타운도 자연발생적으로 생긴 것은 저소득층이 사는 지역이 되기 쉽다. 

혜택받은 환경에서 태어났기 때문에 사회적 의무도 충실히 수행하여... 

트리키아 남자를 혐오하고 있던 원로원은 여기에 넘어갔다.
(트라키아 출신인 막시미누스가 전공을 세우자 미천한 출신인 그가 황제로 역할을 하는 것을 질투하던 원로원)

적은 철저히 타도해야 한다.

로마 원로원이 막시미누스 황제에게 도전장을 던진 것이다. 
원로원은 내란으로 통하는 문을 열어젖혔다.

아무리 마셔도 취한 적이 없는 사람이 그날은 만취해서 곤드라졌다.
(원로원이 막시미누스를 국가의 적으로 규정하자, 막시미누스의 행동)

도나우 강을 떠나 남하하고 있던 막시미누스도 고르디아누스 부자의 죽음을 알게 되었다. 
트라키아 남자도 처음에는 크게 만족했고, 기분도 좋았지만, 원로원이 지체없이 다른 황제 두 명을 옹립한 것을 알고는 원로원이 얼마나 자신을 증오하는지를 새삼 통감했을 것이다.
그리고 그런 원로원을 이기려면 무력을 쓸 수밖에 없다는 것도 깨닫지 않았을까. 
그와 동시에 야만족을 무찌르면 로마 황제의 책무를 다하는 것이고, 계속 이기기만 하면 제위는 안전하다고 믿었던 것이 오산이었다는 것도 깨닫지 않았을까.. 
깨달았다 해도 때는 이미 늦었지만...

트라키아 남자가 무대에서 사라지자마자 이번에는 두 황제 사이에 균열이 생겼다.(막시미누스가 살해되고 나자 정세의 변화)

일흔 살이라는 나이는 역시 지위가 바뀌었다고 해서 생활방식까지 바뀌기를 기대할 수는 없는 나이였다.

그가 좋은 가문 출신인 것은 한번 만난 사람도 알 수 있었다. 
토가를 입은 매무새에도 품위가 있고, 풍부한 말재주도 타고났기 때문에, 그가 법정에서 변호하면 보기도 좋고 듣기도 좋았다고 한다. 

이들 두 사람 사이가 험악해진 것은 그들 자신에게 책임이 있다기보다, 막시미누스라는 당면한 적을 예상보다 쉽게 타도했기 때문에 팽팽했던 긴장이 단번에 풀려버린 원로원 전체에 책임이 있다.
(두 공동 황제 중 한 명을 단독 황제로 추대하자는 움직임이 발생하였고, 이것이 두 사람의 반목을 초래하게 되었다.)
하지만 둘 다 떠받들려 황제가 된 처지인 만큼, 그들에게 어떤 식으로든 그런 사태를 수습할 능력도 기개도 없었던 것은 확실하다. 원로원 의원으로서는 거기에 상응한 능력과 책임감을 갖고 있었지만, 그러나 그 이상은 아니었다.

혼란을 드러낸 원로원에 누구보다 먼저 정나미가 떨어진 것은 막시미누스의 수도 진군에 동행했고 막시미누스가 살해된 뒤에도 두 황제에게 충성을 맹세한 장병들이었다. 
지위는 높아도 통치 능력이 모자란 이런 원로원 의원 때문에 막시미누스가 살해되어야 했단 말인가.. 
군인이기도 한 그들은, 군인으로서는 두 황제보다 훨씬 뛰어났던 막시미누스의 죽음을 새삼 아쉬워했다. 

238년 이라는 해는 3년 전부터 황제였던 막시미누스부터 무려 5명의 황제가 나타났다 사라진 해가 되었다. 

원로원이 황제로 옹립한 사람이 줄줄이 죽음을 맞았다는 것은 원로원의 방식이 잘못되었다는 뜻이다.

위기의식을 공유하는 것이 원로원 의원을 단결시켰다.

서방 사람들은 아무리 아들이 황제가 되었다 해도 매사에 참견하는 여자를 의혹의 눈길로 바라볼 수밖에 없었다. 로 황제의 어머니 아그리피나의 비참한 죽음이 전혀 동정을 사지 못한 것도 로마인의 이런 경향을 증명하는 실례였다.

통치란 원래 수수한 행정에 속하는 일도 소홀히 하지 않는 것이다.

로마 역사상 유명한 인물들의 이름을 자기 이름에 줄줄이 붙인 사람이 오히려 신참자인 경우가 많다.

그는 어느 분야에서든 출세하려면 교양이 필요하다는 것을 아는 사람이었다.

근위대장. 역대 황제들은 이 자리에 가장 신뢰하는 인물을 앉히는 것이 보통이었다.

알력도 없고 대립도 없는 이상적인 협력 관계를 맺게 된다.

왕실 내부의 재빠른 쿠데타로 왕위에 올랐다 해도 이런 경우에 새 왕이 하는 일은 국내에서 연기를 내뿜고 있는 불만을 밖으로 돌리는 것이다. 
다시 말해 외부에 대해 공세를 취하는 것이다.

샤푸르는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서는 수단 방법을 가리지 않는 남자였다.
(뒤에 남겨두고 온 배신자의 운명 따위는 알바 아니었다. 실제로 이 배신자에게는 배신자에 어울리는 죽음이 기다리고 있었다.)

부자는 돈으로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면 주저없이 그 방법을 택하는 사람이기도 하다.

제국은 패권 밑에 있는 각 지방 사람들의 생명과 재산의 안전을 보장해야만 제국이다. 
안전을 보장해주니까 세금도 낸다.
로마인은 예로부터 신중하고 견실하다.

전쟁도 전장에서 적과 격돌하기 전에 절반은 이기고 들어가는 방식을 좋아했다.

항상 강적과 맞서 있는 병사가 최강의 정예 병력이 된다.
시대가 변해도 항상 주요 도시가 있었다는 사실이 보여주듯, 이곳은 언제나 민족과 국가의 주요 기능이 집중된 지대였다. 메소포타미아 지역

로마 적을 대하는 방식은 분리하여 통치하라.
압도적인 군사력을 등에 업고 있었기 때문이다.

로마 황제가 기독교도가 된 뒤에도 이 도식은 변하지 않는다. 
지정학적 문제는 신앙과는 무관하기 때문이다.

내가 로마군 총사령관이라면 어떻게 할까를 생각하면 대개 짐작이 간다. 
그래도 예상할 수 없는 수법을 쓰는 사람이 천재지만, 3세기의 로마 제국에는 이런 타입의 무인이 거의 없었다.

티메시테우스의 갑작스런 죽음. 무엇보다 보급체계가 기능을 발휘하지 못하게 된 것이 뼈아팠다.
(인물의 부재가 미치는 영향.. 축구를 봐도 그렇다. 뛰어난 스트라이커의 부재는 공격력의 약화를 초래한다. 단 한사람의 차이일 뿐인데 말이다.)
적지에서 이런 궁지에 빠지면 곤란한 정도가 아니라 매우 위험하다. 
그것을 알고 있는 병사들이 우선 떠들어대기 시작한다.
고르디아누스 3세는 지금이야말로 혼자서 문제를 해결할 능력이 있다는 것을 보여줄 수 있는 좋은 기회였다. 

그는 장병을 모아놓고, 로마군이 직면해 있는 궁지를 호소했다. 
솔직하고 진심을 털어놓는 것 자체는 나쁘지 않다. 
하지만 그렇게 해도 좋을 때인지 아닌지, 해도 좋은 상대인지 아닌지의 차이는 엄연히 존재한다.

언제나 그렇지만 병사들의 가슴속에 불만이 꿈틀거리기 시작하는 것은 전투기가 아니라 휴전기다. 
그리고 불만은 절대적인 결핍이 아니라 상대적인 박탈감에서 생겨나는 경우가 더 많다. 
그런 불만을 가라앉힐 수 있는 것은 최고 책임자의 단호한 태도 뿐이다. 
그리고 이런 불만은 무엇때문인지 한겨울이 아니라 겨울철 숙영을 마치고 막 전투를 시작하려는 시기에 폭발하는 법이다.

직접 민주제는 선동자에게 좌우되기 쉽다는 결점을 지니고 있었다.

출신 민족으로 차별하지 않는 로마군이니까, 문제는 로마 제국 전체의 최고 책임자라는 자각이 있느냐 없느냐 하는 것이었다. 
적어도 동시대에 살았던 로마인들이 문제삼은 것은 피가 아니라 의식이었다. 

특히 기회를 포착하면 그것을 최대한 활용하는 재능이 뛰어났다.

3세기 로마 제국의 특징 가운데 하나는 정략적인 면에서 계속성을 잃어버린 것이다. 
그 전에는 나쁜 황제로 단죄를 받은 사람이 죽은 뒤 왕위를 계승한 황제도 선제의 정책 가운데 좋은 정책으로 판단되는 것은 계속 추진했을 뿐 아니라, 그것을 더욱 발전시키는 것도 주저하지 않았다. 
기본 정책의 계속성은 이것으로 보장되었다. 
황제의 치세가 길었다는 이유만으로 계속성이 보장된 것은 아니다. 
계속하는 것이 에너지 낭비를 막는 방법이라는 것을 자각하고 인식했기 때문이다. 

철학이나 예술에서는 그리스인에게, 체력에서는 육식민족인 갈리아나 게르만인에, 기술력에서는 에트루리아인의 가르침을 받고서야 그 정도의 인프라를 구축할 수 있었고, 경제적 재능에서 카르타고인이나 유대인에게 훨씬 미치지 못한 것이 라틴 민족이었지만, 그 로마인이 이런 민족들을 모두 산하에 넣은 대제국을 세우고, 게다가 오랫동안 그 제국을 유지하는 데 성공한 것은 자기가 가진 힘을 합리적으로 철저히 활용하는 데 집착했기 때문이다. 바로 그것이 성공의 진짜 요인이었다.

계속은 힘이다라는 말은 역시 진리다. 
가진 힘을 효과적으로 활용하는 데 유리하다는 점에서도..
그리고 가진 힘을 이런 식으로 낭비하는 데 가장 민감한 사람은 힘을 발휘한 당사자, 이 경우에도 실제로 싸운 장병들이다. 

수도 로마에서 필리푸스 황제가 보낸 2년은 평온하게 지나갔다. 
정책면에서 실질적으로 아무 일도 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것도 실효성은 전혀 없었다. 
모든 것은 카라칼라 황제의 법률에서 시작되었기 때문이다. 
안토니누스 칙령에 따라 속주민은 모두 로마 시민권을 받았지만, 그 때문에 사법상의 문제를 처리할 수 없게 되었다. 

중견층에서도 로마인의 공직 기피는 시작되고 있었다. 이 점에서도 로마인은 조금씩 로마인답지 않게 되어가고 있었다.

역사에서는 드물지 않은 얄궂은 우연의 일치였다.

잃을 게 아무것도 없는 인간들이 흔히 그렇듯, 무서움을 모르는 용맹한 집단이었다.

땀이 아니라 피로 생활수준을 향상시키려는 생활방식도 여전했을 것이다. 
로마인은 원하는 것을 땀 보다는 피 로 얻으려 드는 패기 넘치는 야만족과 경계를 접하게 되었지만, 문제는 그것만이 아니었다.

이런 조치는 고트족의 습격을 막지 못해 분한 마음을 주체하지 못하고 있던 장병들을 실망시켰을 뿐만 아니라 분개시켰다.

두려움을 없애 주려면 자기가 고립되어 있지 않다는 사실을 납득시킬 필요가 있었기 때문이다. 

로마인은 자신들이 믿는 신들과는 다른 신을 믿는다는 이유로 기독교도를 탄압하지 않았다. 
로마 민족은 다신교 민족이다. 
다신교는 많은 신을 믿는다기보다 다른 신을 믿는 사람도 인정한다는 사고방식이다.

게르만족은 수적으로 우세했다. 
또한 인명 피해에도 신경질적인 반응을 보이지 않았다. 
이것은 문명도를 재는 척도 가운데 하나이기도 하다. 

부족들 사이에 합병이 이루어져 왕을 자칭하는 한 사람 밑에 여러 부족이 모이게 되면, 그 사람은 더 많은 재물을 약탈하여 우두머리로서의 능력을 과시할 필요에 쫓기게 된다. 
그래서 야만족의 습격도 봇둑이 터진 것처럼 규모가 커지고 횟수도 잦아진 것이 3세기 중엽의 특징이었다. 
하지만 습격 규모가 커져도 야만족이 어떤 식으로 나올지 예측하기 어려운 것은 마찬가지였다.

야만족을 상대하는 유효 전략은 없다. 
애당초 존재하지도 않는 전략을 무슨 수로 읽을 수 있겠는가..

명장이 명장인 까닭은 아군 병사들이 익숙한 방식으로 싸울 수 있게 해주기 때문이다. 
로마군은 평원에 지을 치고 벌이는 회전에서는 누구보다 강했다. 
규율이 서 있고 훈련도 충분히 되어 잇기 때문에, 로마 군단은 희생을 최소한으로 줄이면서 승리한다는 목적을 달성하는 데 효과적인 전투기계로 만들어져 있었다.

명장은 비록 서전에서는 적에게 선수를 빼앗겨도 되도록 빨리 전투의 주도권을 빼앗는 것을 우선한다. 
주도권만 손에 넣을 수 있으면 각 군의 연계 작전도 순조롭게 이루어지기 때문이다. 

속력에서는 단연 우위에 서 있는 야만족에게 계속 휘둘리다 보면 전체적인 전황은 우세하게 진행되고 있어도 어딘가에서 함정에 빠지게 된다. 
네 명의 사령관 가운데 가장 젊고 그래서 경험이 부족한 에트루스쿠스가 이끄는 제 2군단에 그런 사태가 일어났다. 

전선에 최고 사령관이 부재한 사태는 용납될 수 없었다.

이는 전략적 사고에서도 야만족이 계속 진보하고 있음을 보여주었다.
로마 제국의 방위선에 정면으로 부딪치면 희생도 많고 약탈이라는 목적에도 적합하지 않다는 것을 깨달은 뒤에는 군단기지와 기지 사이의 중간지대, 즉 방위선이 희박해진 지대로 침입했다.

평화는 최상의 가치지만, 거기에 지나치게 익숙해지면 평화를 잃어버리기 쉽다는 팍스 로마나의 역설적 현상이 나타나기 시작한 것은 바다만이 아니었다. 

건전한 국가와 불건전한 국가의 차이는 그 나라의 군사력이 국외를 대상으로 하고 있는지 아니면 국내를 대상으로 삼고 있는지를 보면 알 수 있는데, 로마 제국의 군단기지는 대부분 국경에 바싹 붙어 있다.

인간은 특히 혼란스러운 시대에는 이른바 귀골한테서 구원을 찾고 싶어지는 법이다. 

3세기의 로마 제국에 공동 황제가 자주 나타난 것은 이런 상황에 대처하는 방책이었다 해도 틀린 말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외적의 침입이라는 현상은 연쇄반응으로도 일어나기 때문이다.

로마인들은 기독교도에게 화가 나 있었다. 
나라가 국난을 겪고 있는 데 자기들만의 커뮤니티 안에 틀어박힌 채, 공무도 병역도 회피하면서 로마 시민권자의 의무를 다하려 하지 않는 태도를 비난했다.
로마 제국과 기독교의 대립은 서로 다른 종교 사이의 항쟁이 아니라 다른 문명의 대립이었다.

기독교도가 늘어나는 것을 막으려면 교회로 들어가는 돈을 차단하는 것이 효과적일 수 있다는 사실을..
교회 사업을 운영하기 위해 신도들이 내는 헌금의 개념을 오랫동안 이해하지 못했다.
외적을 막느라 국고는 텅 비었는데도 기독교 공동체만 풍요로운 현상을 보고 비로소 종교 사업에는 돈이 모인다는 동서고금의 만고불변의 원리에 눈을 떴을 것이다. 

물론 동서고금 만고불면의 이 원리는 당사자인 교회 내부에서 더 충분히 이해하고 있었다. 
기독교회의 특색 가운데 하나는 분파 활동이 활발하다는 것이다. 
교리 논쟁은 기독교가 탄압당한 시대에도 수그러들지 않았다. 
도데체 무엇 때문에 그런 일로 싸우는지 국외자는 이해할 수 없을 만큼 자질구레한 것까지도 논쟁거리가 되었다.
논쟁에 대해서는 자세히 논할 필요를 느끼지 않기 때문에 여기서는 생략하겠지만, 논쟁도 결국에는 어느 도시의 주교가 더 윗자리에 서느냐 하는 것으로 총괄할 수 있다. 
그것이 주된 쟁점이 되는 것은 윗자리에 서면 설수록 돈을 자기 쪽으로 더 많이 끌어들일 수 있기 때문이다.
이것은 언뜻 보기에 불순하지만, 기독교회의 오점은 아니다. 
순수한 신앙만으로는 종교가 하나의 조직으로 성립되지 않는다. 
아무리 종교를 기치로 내건다 해도, 교회가 조직인 것은 변함이 없다. 
조직으로서 기능을 발휘하기 위해서는 순수한 신앙과 냉철한 조직력이라는 두 개의 바퀴가 필요하고, 그 바퀴를 돌리려면 기름이 필요하다. 
고대 말기에 대두한 기독교회도 동서고금 만고불변의 이 원리를 정직하게 반영했을 뿐이다.

사산조 페르시아는 알렉산드로스 대왕에게 멸망하기 전의 강대국 페르시아의 부흥을 기치로 내걸고 있었다.

로마 황제 필리푸스가 페르시아 왕 샤푸르 1세와 맺은 강화에 따라 로마 제국은 메소포타미아 속주를 잃고 철수함으로, 그 바로 북쪽에 있는 아르메니아 왕국에 페르시아 세력이 침투하는 것을 허용해 버렸다. 
그후 15년이 지났다. 
그 15년 동안 로마 제국은 영내에 깊숙이 침입한 북방 야만족에 대처하느랴 숨돌릴 틈도 없는 나날을 보냈지만, 이렇게 로마의 군사력이 제국 서방에 집중해 있는 동안 페르시아 왕은 서방으로 진격할 준비를 착착 진행하고 있었다. 

15년은 호된 꼴을 당한 페르시아군의 주전력인 중무장 기병대를 재건하기에는 충분한 세월인 동시에, 빨리 서방 진격을 시도하지 않으면 대 페르시아의 부흥이라는 기치도 효력을 잃기 시작할 미묘한 시기였다.

계몽군주 샤푸르 1세. 학문과 예술을 깊이 이해하고, 기술의 중요성도 알고 있는. 그런데 이렇게 뛰어난 정치가가 전쟁터에서는 무능한 됨됨이밖에 보여주지 않는다.

어떤 수단을 써서라도 승리를 손에 넣지 않으면 만족하지 않을 사람들. 
아우구스투스와 마르쿠스 아우렐리우스라면 더러운 수법인데다 효과도 없다고 판단하여 쓰지 않을 수단도 샤푸르는 채택할 수밖에 없었다.

샤푸르는 늙은 황제와 함께 사로잡힌 로마군 장병들을 단순히 노예로 삼는 것만으로 만족할 사람은 아니었다.
육체의 자유는 빼앗을 수 있지만, 정신의 자유까지는  빼앗을 수 없다. 
정신의 자유를 아무도 빼앗을 수없는 것은 자존심이 그 자유를 떠받치고 있는 경우다. 

가장 경탄스러운 것은 강바닥의 상태를 case by case로 활용한 것. 
강바닥을 다지기 위한 기반 공사, 교각 공사의 적확함. 물을 막거나 흘려보내는 체제의 합리성. 
1700년 동안이나 숱한 홍수에도 지지 않고 서 있었던 다리다. 

오현제는 동서 양쪽에서 동시에 전쟁을 치러야 하는 상황을 교묘히 피했다. 

다민족 국가인 로마 제국을 하나로 묶는 역할을 맡고 있던 황제가 적에게 사로잡히는 로마 역사상 초유의 불상사는 모든 면에서 영향을 미쳤다.

이 불상사는 로마 황제의 권위를 땅에 떨어뜨렸다.
무엇 때문인지, 인간 세계에서는 권위가 땅에 떨어진 뒤에 찾아오는 것은 남은 자들끼리의 단결이 아니라 분열인 경우가 압도적으로 많다. 
하나로 묶는 역할을 맡고 있던 존재가 사라지면, 그때까지 자기보다 높은 존재에 묶여 있던 사람들은 일단 뿔뿔이 흩어질 수밖에 없는지도 모른다. 

현직 황제가 적에거 사로잡힌 사태를 로마 제국 쇠퇴의 상징으로 받아들인 것은 북방 야만족도 마찬가지다. 

페르시아군은 회전에는 약해도 침입이나 침략에서는 힘을 발휘한다. 
이것은 그들의 주전력이 중무장 기병이기 때문이다. 
중무장 기병이 전투에서 주역을 맡게 되는 중세를 거쳐, 근대가 되면 창이 소총으로 바뀌고 중무장 기병은 용기병으로 바뀌었다. 
현대가 되면 그 용기병도 전차로 바뀐다. 
중무장 기병도 전차도 돌격력으로 승부하는 것은 마찬가지였기 때문이다. 

동방에서 기세를 얻은 페르시아군을 맞아 싸울 만한 군사력이 로마에 없었던 것은 아니다. 
다만 이 시기에 로마에 남아 있던 병력을 결집하여 군사력으로 통합해낼 수 있는 지도자가 부족했다.

무엇 때문인지 전염병은 항상 동방에서 서방으로 퍼져 나갔다. 
하지만 전염병의 피해는 국토가 전쟁 상태에 있을 때 더욱 심해진다.
피해가 일과성으로 끝나지 않는 것은 지진 피해도 마찬가지였다.

사람이 정착하면 살기에 적합한 여러 가지 환경도 축적되는 법이다. 
이것이야말로 로마 시대에 군단기지나 보급기지였던 곳이 긴 중세동안 황폐해졌다가도 근대에 대도시로 부활한 요인이다. 
사람이 산다는 것은 그 땅에 유형, 무형의 힘을 주게 된다. 
일시적으로 초토화해도 땅 속 깊이 묻혀 있던 씨앗은 언젠가 싹을 틔운다. 

갈리에누스. 제국의 최고 책임자인 황제가 된 이상, 그 책무를 소홀히 할 사람은 아니었다.

제방에 비유한 방위선을 바깥쪽에서 무너뜨리려 하는 것은 북방 야만족, 안쪽에서 무너뜨리려 하는 것은 황제에 출마하여 결과적으로 제방을 지키는 일을 게을리한 총독이나 군단장들이었다.

그는 허둥지동 위기 타개책을 찾기보다, 제국의 존망이 걸려 있는 이 전대미문의 위기가 더 이상 악화되지 않도록 하는 것을 무엇보다 우선하기로 했다. 
하지만 그 결과 그가 전선의 장군과 원로원 의원들한테 얻은 것은 악평뿐이었다.

발레리아누스 황제가 페르시아 왕에게 사로잡혔다는 소식이 서방에 전해진 직후 명칭만은 거창한 갈리아 제국이 창설되었다. 
결과적으로는 로마 제국에서 갈리아 속주가 독립하게 되었지만, 애초의 시작은 반란도 아니고 독립운동도 아니었다.

라인 강 방위선을 맡고 있는 두 장군이 쳐들어온 야만족을 물리치는데 성공한 뒤, 야만족한테서 도로 빼앗은 약탈품을 둘러싸고 언쟁을 벌인 것이 애초의 발단이었다. 
포스투무스는 전투에 참가한 병사들에게 분배해야 한다고 주장했고, 실바누스는 우선 국고에 넣은 다음 약탈당한 사람들에게 반환해야 한다고 주장하면서 둘 다 한 걸음도 물러서지 않았다. 
사태는 무력충돌로까지 발전한다. 
실바누스가 머물고 있던 퀄른을 포스투무스가 공격한 것이다.
그런데 이때 살해된 사람들 가운데 갈리에누스 황제가 실바누스에게 양육을 맡긴 아들이 포함되어 있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나중에 알았지만, 어쨌든 황제의 아들을 죽여버린 이상 황제의 부하 노릇을 계속할 수는 없다고 생각한 그는 로마 제국을 떠날 수밖에 없다고 결심했다.

이 갈리에 제국 창설을 로마 황제가 방치할 수 없었던 것도 당연하다. 

결과는 1승 1패, 로마 제국도 갈리아 제국도 결전을 벌일 만한 힘은 없었다는 것을 실증했을 뿐이다. 
거의 같은 규모의 로마군끼리 격돌했으니까 그것도 당연하다. 

그래서 갈리에누스는 방침을 180도 바꾸기로 했다. 포스투무스에게 이만한 힘이 있는 것은 갈리아 주민들이 그를 지지하기 때문이었다. 
갈리아인이 지지하는 이유는 지금까지 야만족이 내습할 때마나 포스투무스가 항상 선두에 서서 야만족을 격퇴해주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갈리에누스가 갈리아 제국을 방치하기로 결정하자, 전선의 장병들도 수도의 원로원도 맹렬한 불만을 터뜨렸다.

교역은 평화가 보장되어야만 활발해진다. 

오직 오데나투스만이 냉정을 잃지 않았다. 
팔미라군이 기세가 오른 페르시아군에게 주눅들지 않고 과감하게 공격했기 때문이다. 
이런 일은 페르시아군이 유프라테스 강을 건너올 때마다 으레 되풀이 되었다.
그런 상황에서 제국 동방 주민들의 지지가 오네타투스에게 모인 것은 당연했다. 
로마가 지켜주지 못하는 이상, 그들로서는 힘을 가진 자에게 방위를 기대할 수밖에 없었기 때문이다.  

같은 여성으로 매번 유감스럽게 생각하는 일이지만, 여자는 권력을 손에 넣으면 당장 넘어서는 안될 선을 넘어버린다. 
게다가 상대방이 궁지에 빠진 틈을 타서 그것을 이용한다. 
오데나투스는 갈리에누스 황제의 곤경을 이용하는 짓을 하지 않았지만, 제노비아는 달랐다. 
북쪽으로는 소아시아 동부의 카파도키아까지 세력을 넓혔고, 남쪽으로는 이집트까지 손에 넣어 버렸다.
서방 문제에 대처하는 것만으로도 힘에 겨운 갈리에누스는 제노비아의 이 폭주를 묵인할 수밖에 없었지만, 제노비아는 로마 제국이 승인했다고 믿었다. 
로마 황제가 서방에서 직면해 있는 곤경만 벗어나면 동방 재건에 나서리라고는 생각지 않았을까.. 
아니면 로마 제국은 영영 현재의 곤경에서 벗어나지 못할 거라고 판단한 것일까..  

갈리에누스가 입안하여 성립시킨 법률 중 후세의 평가가 한결같이 나쁜 것은 원로원과 군대를 완전히 분리하여 원로원 의원을 로마군 장교급에서 완전히 배제한다고 규정한 법률이었다.
곤경을 타개하려고 동분서주하는 황제에게 원로원이 협력하지 않아서 화가 났기 때문이라는 설과 일상다반사가 되어버린 야만족의 침략을 격퇴하려면 군사 전문가가 나서야 하고, 안전한 수도 로마의 원로원은 연설문 초안을 다듬는 재주밖에 없는 의원들은 전쟁터에서 쓸모가 없어졌기 때문이라는 설도 있다.
이 법률은 앞으로도 오랫동안 로마 제국의 방향을 결정해버리는 법이 되었다. 

로마 제국의 지도층을 형성한 사람들 가운데 이른바 명문대학 출신, 즉 로마 제국의 최고 학부인 그리스의 아테네나 이집트의 알렉산드리아에서 공부한 사람이 거의 없는 것은 그들이 대학에서 이론을 공부하기 보다 군단에서 실제 체험을 쌓는 데 젊은 시절을 바쳤기 때문이다.  
병사들을 이끌고 적진으로 돌격하는 중대장이라면 정치를 몰라도 훌륭하게 임무를 수행할 수 있다.
하지만 군무가 무엇인지 모르면 정치는 절대로 할 수 없다. 
군인은 정치를 이해하지 못해도 상관없지만, 정치가는 군사를 이해하지 못하면 정치를 할 수 없다.
인간성의 이런 현실을 알고 있었던 로마인은 옛날부터 군무와 정무 사이에 경계를 만들지 않고 자유롭게 왕래할 수 있게 했고, 거기에서 생겨나는 현실적인 넓은 시야를 가진 인재를 육성하는 것을 중요하게 생각했다. 

힘에 관여하지 않게 되면 통치력도 사라진다. 
제국에서는 힘이 곧 군대였으니까 그것은 옳은 말이다. 
하지만 군무와 정무의 완전 분리가 인재 형성에 미친 폐해도 그 후 로마에 큰 영향을 주었다고 믿는다. 

로마 시민권은 매력있는 것이어야 한다고 말했지만, 누구나 태어날 때부터 가질 수 있게 되면 매력 따위는 사라져버린다.
카라칼라의 칙령(모든 사람이 시민권자가 되는 것)은 일반 시민의 의욕을 억눌렀지만, 갈리에누스의 법률(군무와 정무를 분리한 것)은 지도층의 의욕을 억누르게 되었기 때문이다.

공격으로 수비한다는 전략, 공격은 최상의 방어.

사회의 안전도를 재는 바로미터는 주민의 거주구역 주위를 지키는 방벽의 유무 외에도 3가지가 있다.
주민의 거주지역이 방어하기 쉬운 고지대에 모여 있지 않고 평지에 분산되어 있다. 
이것은 토지의 효율적인 이용 정도를 반영한다.
목축보다 농경이 산업의 주축을 이루고 있다. 
가축은 여차하면 데리고 달아날 수 있으니까 사회가 불안정할 때는 목축에 주력하게 되지만, 농경이 활발하다는 것은 사회가 그만큼 평화롭다는 뜻이기도 했다.
교통수단이 정비되어 있고, 이동할 때 안전이 보장되어 있기 때문에, 인적, 물적 교류가 활발해져 주민 공동체가 폐쇄 상테에서 벗어나 다른 공동체와 개방적인 관계를 맺게 된다. 

마르쿠스 아우렐리우스 황제 시대에 방위선이 뚫힌 적은 있었지만, 로마는 쳐들어온 야만족을 곧 격퇴하는 데 성공했고, 그 후 야만족과의 싸움은 국경 밖에서 벌어졌다. 

이 현상(야만족의 빈번한 침략)을 타개하려면 평화를 퇴찾는 방법밖에 없다는 것을 갈리에누스 황제도 물론 알고 있었다. 

로마의 군제는 줄곧 로마의 사회 구성을 반영했기 때문에, 군제의 변화는 사회 구성의 변화를 수반할 수 밖에 없었다. 
시민으로 구성된 시민병이 주역의 자리에서 내려와 사회에서 소수파인 기병에게 그 자리를 넘겨주었다는 뜻이다. 
기병대는 보병을 주력으로 하는 군단보다 규모가 작다. 
수만명의 기병이 행동을 같이하는 것은 우선 불가능하고, 전술적으로도 유효하지 않다.
그래서 1만 명도 되지 않는 규모로 행동하는데, 5만 명이나 되는 병력을 지휘하는 총사령관과 그 10분의 1밖에 안되는 조직을 이끄는 리더의 경우는 요구되는 능력이 다르다. 

다양한 사람이 모이는 대규모 집단의 지도자는 다재다능한 만능인이어야 하지만, 같은 부류의 전문가를 모아놓은 소규모 집단의 지도자는 그 중에서 가장 우수한 전문가로도 충분하다.

이 변화를 가속화한 것이 원로원과 군대를 완전 분리한 갈리에누스의 정책이었다.
로마 원로원은 예로부터 다재다능한 만능인을 육성하여 국가 요직에 내보내는 역할을 맡았다. 군
단에서 잔다리를 밟아 출세한 전문가한테서도 원로원 의석을 주어 만능인으로 키웠다. 
그런데 갈리에누스의 분리 정책으로 그 일을 수행하고 있던 프로세스가 단절되었다. 
게다가 주전력이 보병에서 기병으로 바뀌었다. 
지휘관의 주력도 군단장에서 기병대장으로 바뀌었다. 
갈리에누스가 죽은 뒤 그를 계승한 로마 황제들이 거의 다 군인 출신이고 그것도 기병대장 출신인 것은 이 시기에 누가 실권을 쥐게 되었는지를 생각하면 당연한 귀결이라고 말할 수밖에 없다. 

카라칼라 황제의 칙령으로 속주민도 로마 시민권을 갖게 되었기 때문에, 수입의 10%로 정해져 있었던 속주세도 징수할 수 없는 시대였다. 
그래서 전시 특별세라고 이름 붙인 임시세로 그럭저럭 꾸려가는 방법을 생각한다. 
하지만 이것도 잠정적이어야 할 세금이 너무 자주 부과되어 상설세나 마찬가지가 되었기 때문에 평판이 나빠서 남발하면 주민 봉기가 일어날 게 뻔하다.
결국 황제들은 은화의 순은 함량을 줄이는 방법으로 곤경을 타개하려 했다. 
하지만 이를 방치해두면 액면가치와 소개가치의 격차가 커질 뿐이다. 
그것은 곧 인플레이션의 진행을 방치하는 결과가 된다. 제국 통치의 최고 책임자인 황제에게는 용서받지 못할 태만이다. 
3세기 로마 제국의 인플레이션이 얼마나 심각했는지를 쉽게 짐작할 수 있을 것이다.  
팍스 로마나의 파탄은 이처럼 로마 사회의 모든 면에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었다. 

은화가 순은이었을 때는 인도뿐 아니라 그보다 더 먼 중국에서도 기꺼이 받아들여졌지만, 은도금한 은화도 크기에서는그 시대와 다름없는 형태를 유지하려 한 것이 애처롭게 느껴진다. 
더 크게 만들려고 애쓴 나머지 두께를 희생했다.
당시는 디플레이션도 같이 일어났다.
 3세기 후반에 금리가 내려가는 현상이 일어났기 때문이다. 
이것도 투자 의욕이 줄어드는 경향을 반영한 게 아닐까..

로마 동전 시장에 나오는 로마 시대의 데나리우스 은화가 로마 시대 유적을 발굴할 때 한두 개씩 발견되었다면, 2천 년 뒤에도 시장이 성립될 만큼 물량이 많을 리가 없다. 
그렇게 물량이 많은 것은 항아리 같은 것에 가득 들어 있는 형태로 대량 발굴되기 때문일 것이다. 

3세기 후반에는 시장에 모습을 감추었다는 데나리우스 은화, 게다가 순은이나 순은에 가까워 액면가치와 소개가치가 일치한 1세기, 2세기의 양화가 2천 년 뒤인 지금도 시장에 나돌 만큼 많이 남아 있는 이유는 무엇일까..
이런 의문에 빛을 던져준 것은 아우렐리우스 황제의 통화정책이었다. 
정책이라기보다는 과거의 데나리우스 은화를 가져오면 그 값어치에 해당하는 안토니누승 은화(은 함유율 5%)를 교환해 준다는 정부 발표였다.
하지만 이 정책은 실패했다. 
데나리우스 은화와 안토니누스 은화를 교환한 사람이 거의 없었기 때문이다.
아무리 황제의 명령이라지만,거기에 응하지 않은 당시 로마인의 심정도 이해할 만하지 않은가. 
그래서 장롱 저금은 여전히 계속되고, 그것이 쳐들어온 야만족에게도 발견되지 않은 채 땅 속에서 살아 남아 오늘날 박물관에 진열되었을 뿐만 아니라 옛날 화폐 시장에까지 나돌고 있는 것으로 추정한다.(시오노 나나미)

갈리에누스를 살해한 기병대장들이 황제를 배신하고 동료인 아우레롤루스 쪽에 붙은 것은 아니다. 
그들은 군사 전문가다. 
전문가의 관점에서 최고사령관 갈리에누스의 군사적 능력에 실망한 것이다.
로마 황제는 종신제였다. 
종신 최고 권력자를 불신임하고 싶으면 로마 제국에서는 죽일 수밖에 없었다. 

정치는 가능성의 기술이다. 
8년 동안이나 결과가 나오지 않으면 변호할 도리가 없다. 
로마의 전형적인 엘리트인 갈리에누스 황제의 통치는 로마 제국 상층부에 속하는 사람들의 통치 능력 쇠퇴를 보여주는 증거이기도 했다. 
그 후 상층부에 속하지 않는 사람들이 제국 상층부로 진출하기 시작하는데, 하극상이라 불리는 이런 현상은 사람들이 종래의 엘리트를 더는 신용하지 않게 된 결과이기도 하다. 
권력의 붕괴는 은화에만 한정된 현상이 아니었다.

일리리아 지방. 
산이 많고 그만큼 천연의 양항이 많은 남부는 일찍부터 로마화하여 도시화가 진행되었지만, 산맥을 사이에 두고 이 남부와 등을 맞다고 있는 느낌을 주는 북부는 남부보다 평야가 많은데도 로마의 방위선에 면해 있는 탓도 있어서 로마화가 진행되지 않은 후진 지역에 속했다. 
그런데 이 일리리아 지방에 보병에서 기병으로 주축이 바뀐 로마군의 지도층을 키우는 온상이 된다. 
그 후에도 반세기 동안은 그런 현상이 계속되었다.

군의 주력이 중마중 보병에서 기병으로 바뀌자, 주전력이 주둔하는 기지도 이동하지 않을 수 없었다. 
상대는 방위선의 어디에서 쳐들어올지 예측할 수 없는 야만족이다. 

이것은 군의 주력을 기병으로 바꾸었어도 로마 제국의 방위전략이 적이 쳐들어오면 맞아 싸우는 요격 작전으로 정착해버린 상황을 반영하고 있다. 
이제 전투는 국경 안에서만 벌어지게 되어버렸다. 
이래서는 기병대가 아무리 용감하게 싸워도 전쟁터가 된 땅의 황폐화와 인구 감소 현상이 개선되기를 바랄 수는 없었다.

고트족과 싸운 뒤 클라우디으스 황제가 패배한 고트족에 대해 취한 정책은 색달랐다. 
황제는 패배한 고트족 가운데 젊고 건장한 사내는 로마군에 편입시키고, 나머지 사내들에게는 무기를 버린다는 조건으로 모이시아 속주에서 농사를 지으라고 권했다. 
정복한 곳에 고트족을 정착시켜 토지 황폐화와 인구 감소를 막으려고 한 것이다. 
그리고 놀랍게도 이 정책은 성공을 거두었다. 
로마군에 편입된 고트족은 동포인 고트족이 쳐들어오면 그들과 맞서 용감하게 싸웠고, 농민이 된 고트족도 이주한 땅에 순응하여 정착했다.

로마 제국에서 후기로 갈수록 전염병 유행이 잦아지는데. 그것은 전란으로 피난민이 발생하고, 게다가 갈수록 피난민이 늘어났기 때문이다. 

제국의 현재 상태로 보아 유능한 무장이 아니면 로마군 통수권자이기도 한 황제를 도저히 맡을 수 없다는 장병들의 생각은 옳았다. 군대와 원로원을 분리시킨 갈리에누스 황제의 법률이 벌써 폐해를 낳기 시작한 것이다. 

과거의 군인 황제는 군단장 출신이 보통이었지만, 이제는 기병대장에서 황제가 되는 것이 상례가 되었다.
또한 출신 지방도 출신 계급도 과거의 예외가 이제는 상례가 되어가고 있었다. 
그것은 사회 변화가 격렬해지고 있다는 증거이기도 했다.
도나우 강 일대 출신이며, 계급이 하층에 속하는 것도 공통점이다. 
하극상이 일시적인 현상이 아니라 상례로 변했다.

많은 인재를 군대의 중추에 발탁한 발레리아누스 황제는 그들을 단순히 요직에 등용하기만 한 것은 아니었다. 
군대 내부에서 승진을 거듭하면서도 재산을 모으는 일에는 무관심한 사람에게는 경제적인 배려를 잊지 않았다. 

발탁한 인재를 이처럼 세심히 배려해주는 것도 효과적이지만, 발탁된 사람에게 가장 기쁜 것은 역시 자기를 제일선에서 활용해주는 것이다. 

대대장 자리를 유지하고 싶으면, 아니 자신의 전사를 면하고 싶으면 가장 명심해야 할 일은 휘하 병사들을 완전히 통제하는 것이다. 

병사에게 강탈당하면 민간인의 생활을 뒷받침해주는 물산이 없어져버린다. 
로마 병사는 야만족을 격파하고 얻은 전리품으로 유복해져야지, 속주민의 눈물로 유복해져서는 안 된다.

로마 병사니까 금 붙이를 몸에 지니고 싸우는 것도 허락한다는 뜻은 아니다. 
본심은 금붙이를 몸에 지니고 있으면 그것을 적에게 빼앗기고 싶지 않아서 더 용감히 싸우게 된다는 데 있었다.

군대에서는 장교와 일반 병사들의 말이나 행동에 차이가 생기는 것은 당연하다. 
하지만 그것은 군대 내부의 규율을 유지할 필요가 있기 때문이지, 장병 개개인의 인격까지 차이가 나는 것은 결코 아니다. 
어떤 장교도 휘하 병사를 노예처럼 다루어서는 안되고, 어떤 병사도 장교를 하인처럼 섬길 의무는 없다. 
장교도 병사도 군대라는 조직의 일원이라는 점에서는 다름이 없기 때문이다.

아우렐리아누스는 입으로만 말한 것이 아니라 실제로도 엄격하게 처벌을 시행했다.
그는 3세기 로마 황제들 중에서 드물게 취임 당시부터 명확한 생각을 갖고 있었던 황제였다. 
웅대한 계획만이 아니라 그것을 실시하는 데 필요한 냉철함도 갖고 있었다. 
그는 로마인들이 불상사로 치부하여 잊고 싶어한 발레리아누스 황제가 자신에게는 은인님을 감추지 않았지만, 그 은인의 아들인 갈리에누스 황제를 불신임하여 죽이는 것을 망설이지 않은 인물이기도 하다. 
이런 아우렐리아누스를 두고 동시대 역사가들은 오랫만에 로마인의 혼을 가진 황제가 등장했다고 찬양하게 되다. 

그는 우선 사항을 명확히 한 뒤 시간을 낭비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저간의 사정은 화폐에 잘 반영되어 있다. 
아우렐리아누스 황제의 즉위와 함께 그의 옆얼굴을 새긴 은화가 주조되었지만, 제노비아가 지배하는 제국 동방에서는 아우렐리아누스의 옆얼굴이 은화 뒷면으로 밀려나고 앞면에는 제노비아의 아들인 팔미라 왕 바발라투스의 옆얼굴이 새겨졌다.

결국 최우선 사항이 된 것은 북쪽 방위, 즉 야만족에 대한 대책이었다. 
이미 손을 댄 문제였다. 
아니 손을 댔을 뿐만 아니라 상당히 순조롭게 진행되고 있었다. 
이런 경우에는 지금까지의 방식을 계속 밀고 나가는 것이 최선의 방책이다. 
그러면 지금까지 거둔 성과를 발판으로 삼을 수 있기 때문이다.

그해에 침입한 야만족은 반달족이었는데, 로마군의 이 매복작전을 어떤 방법으로든 미리 알았던 모양이다. 
그래서 약탈한 재물과 사람을 북부 이탈리아 어딘가에 모아놓고 그것을 지킬 병력을 일부 남겨놓은 뒤 나머지는 이탈리아 반도 남쪽으로 계속 밀고 내려가는 작전을 강행했다.(적도 나와 함께 진화한다.)

갈리에누스 황제의 정책으로 군무에서 배제된 원로원 의원들이 군인 출신 황제들에게 보인 굴절된 태도는 이때부터 시작되어 오랫동안 꼬리를 끌게 된다. 
군사에 관여할 수 없게 된 그들은 한편으로 쾌적한 생활을 할 수 있는 것을 환영하면서도 또 한편으로는 실권을 빼았긴 자가 실권을 쥔 자에게 품는 굴절된 감정을 버리지 못했다. 
원로원은 실권을 휘두를 수 있는 처지에서 밀려나 비평가가 되었다. 
그리고 이 비평가들은 황제를 자신들이 고용한 용병대장처럼 생각하게 되었다. 
이렇게 되면 당연한 귀결이지만 원로원에 대한 군인황제들의 태도도 강경해질 수밖에 없다. 

아우렐리아누스는 야만족을 격파한 데 성공한 황제의 자격으로 처음으로 수도에 귀환했을 때 2가지 정책을 강행한다. 
통화 개혁과 수도 로마를 둘러싸는 성벽을 건설하는 것. 
통화를 둘러싼 부정행위를 적발하는 과정에서 시작됨.
조폐 기술자의 부정을 적발. 금화의 무게가 조금이나마 줄어들고, 은화의 은 함유율이 5%까지 떨어진 것은 조폐 관계자들의 부정에 원인이 있다고 황제는 규탄했다. 
조폐 과정에서 금이나 은을 뺴내는 짓을 사회적 지위가 낮은 이들이 독단으로 할 수 있을 리가 없다. 
황제의 규탄은 조폐 기술자들의 배후에 있을 게 분명한 원로원을 은근히 겨냥하고 있었다. 
하지만 증거가 없다. 
그래서 적발은 조폐소 소장과 기술자들을 대상으로 할 수밖에 없었다. 

은 함유율을 과거의 100%로 돌려놓을 수 있는 유일한 길은 로마 제국의 경작지에 인구가 줄어드는 현상을 해소하는 것이고, 그것을 실현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은 야만족을 국경 밖으로 완전히 격퇴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아우렐리아누스는 자신에게도 엄격하지만 남에게도 엄격한 타입의 통치자였다.(결국 이 문제로 노예의 계략으로 살해된다)

아우렐리아누스의 통화 개혁. 금화의 중량을 260년 이전인 6.5g으로 환원. 은화의 은 함유량은 5%로 유지하지만, 중량은 초대 황제 아우구스투스와 같은 3.9g으로 한다. 
은화의 가치가 떨어진 이상 동화(세스테르티우스)의 발행을 중단한다.
이것은 금융면에서 보완책이지만 올바른 선택이었을 것이다. 
은 함유율이 5%로 떨어지면, 금화 한 닢에 은화 25닢의 관계를 유지하는 것은 불가능했다.

그러나 아우렐리아누스의 이 보완책이 금융면에서는 당시 택할 수 있었던 유일한 대책일지 모르지만, 정치적으로는 그렇게 간단한 문제가 아니었다. 
세스테리티우스(동화) 앞연에도 황제의 옆 얼굴이 새겨지는 경우가 많고, 뒷면에는 그 황제가 이룩한 기념할 만한 사업이나 행사를 새긴다. 
하지만 그 옆에는 S와 C라는 글자도 새겨져 있었다. 
그것은 Senatus Consulto의 약자로 원로원 발행이라는 뜻이다. 
로마에서는 아테네 같은 도시에서 통화 발행권을 인정했다. 
자기네 고유의 통화를 계속 갖는 것은 민족의 긍지를 계속 유지하는 것이기도 했기 때문이다. 
그런 화폐는 그대로 남겨놓고 기축통화인 로마 화폐의 가치를 안정시키는 것이었다.

요컨대 통화 발행권은 단순한 금융 문제가 아니라, 그 이상의 문제였다. 
아우렐리아누스는 동화를 완전히 폐지하여, 아우구스투스 황제 이후 300년 동안이나 가졌던 동화 발행권을 빼앗은 셈이 되었다. 
S와 C가 새겨진 화폐는 그후 모습을 감춘다. 
원로원 의원들은 무슨 생각으로 이 법률에 찬성표를 던졌을까..

두번째는 수도를 둘러싸는 성벽을 건설한 것. 
이것을 보는 사람은 누구나 시대가 달라진 것을 절감하게 되었다. 
로마 도시를 500년 동안 지킨 방벽은 6대 왕 세르비우스가 건설한 세르비우스 성벽이다. 
하지만 이 성벽은 500년이 지난 BC 1세기 중엽 율리우스 카이사르가 허물었다. 
허문 이유는 카이사르가 계획하고 있던 도심부 확장공사에 방해가 되었기 때문이지만, 500년 동안이나 사람들에게 익숙해진 것을 철거하는 데에는 좀더 훌륭한 이유가 필요하다. 
그래서 카이사르는 수도 로마의 방위도 국가 로마의 방위선에서 맡고 있는 이상 수도를 둘러싸는 성벽은 필요없다고 주장한 뒤 성벽 철거를 결행했다. 
카이사르는 세르비우스 성벽을 완전히 파괴한 것은 아니다. 
허물 필요가 있는 곳만 파괴했지만, 곳곳이 끊긴 성벽은 더 이상 방벽이 아니다. 

하지만 제국의 다른 도시가 방벽을 둘러치는 시대가 되자, 수도 로마도 예외가 허락되지 않았다. 
271년에 착공하여 6년 뒤에 완공된 성벽은 아우렐리아누스 성벽으로 불린다. 
그 후에도 성벽 없이 살 수 없는 시대가 오래 계속되었기 때문에, 보수도 게을리할 수 없었고, 덕분에 1700년 뒤인 오늘날에도 이 성벽은 대부분 사적으로 남아 있다. 

지리적으로 제국 중앙에 자리잡고 있는 수도 로마에서도 안심하고 잠잘 수 있는 시대는 옛날 이야기가 되어 버렸다.

외적인 변화는 내적인 마음도 변화시킬 수밖에 없다. 
벽 앞에서 벽을 의식하지 않을 사람은 아무도 없다. 
자유롭게 바깥쪽으로 퍼져갔던 로마 시의 거주구역도 아우렐리아누스 성벽의 안과 밖으로 나뉘게 되었다. 
로마 교외에 흩어져 있던 부자들의 별장도 전처럼 개방적인 구조는 허용되지 않았고, 이제 스스로 방위 대책을 세워야 했다. 
그럴 만한 경제적 여유가 없는 사람은 시내로 이사하는 쪽을 택하게 되었다. 
야만족이 쳐들어올 위험이 수도 로마보다 훨씬 높은 속주 도시에서는 이미 오래 전부터 이런 현상이 일어나고 있었다. 
농민들조차 방벽을 둘러친 시내에 살면서, 아침에 시내 밖으로 나가 농사를 짓고 저녁 때 돌아오는 생활을 하게 되었다. 
이렇게 팍스 로마나가 과거의 것이 되어가고 있던 로마 제국 전역에서는 교외 인구가 줄어들고 도시가 과밀화되는 현상이 계속 진행되었다. 
그리고 이것은 기독교 세력 확장의 온상이 되었다.

하지만 아우렐리아누스 황제는 현재 상황에 맞는 정책을 실시했을 뿐이라고 생각한 게 분명하다. 
그리고 그는 원로원에서 들끓는 비판의 목소리에는 귀를 기울이지 않았다. 

아우렐리아누스 황제와 3세기의 로마 제국을 통치한 다른 황제의 가장 큰 차이점은 아우렐리아누스가 나라 안팎에서 속공을 폈다는 것이다. 
국내 정치 기반 굳히기도 271년 봄이 올때까지 두 달도 채 안되는 기간에 해치웠고, 도나우 방위선도 271년 전반기에 완료한다. 
우선 적극전법으로 쳐들어가 야만족을 호되게 공격한다. 
그런 다음 열세에 빠진 야만족이 강화를 제의해오기를 기다린다.
강화를 제의해온 부족장들을 어마어마한 무대 장치에서 맞이한다. 
상대의 기를 꺽는 무대에서 부족장을 맞이해 유리하게 강화를 맺는다. 
하지만 아우렐리아누스는 또 한편으로 야만족의 체면을 세워주는 것도 잊지 않았다. 
그것은 로마인이 장기로 삼아온 이기고 양보한다는 정략이다. 

다키아 속주를 포기한다. 
게르만 지역에 돌출한 반도가 다키아 속주다. 
여기에 주둔한 2개 군단으로는 방위가 불가능한 것은 3세기 중엽에 분명해졌지만, 속주 포기는 자칫하면 황제의 목이 날아갈 만큼 시민에게 인기가 없다. 
그래서 지금까지 황제는 결단을 내리지 못한 것이다. 
어쨌든 로마 당국을 대신하여 다키아를 통치하게 될 고트적은 통치의 노하우가 없어서, 통치에 익숙한 사람은 고트족에게도 귀중한 존재였기 때문이다. 
--> 200년 뒤 로마 제국을 멸망키시키게 되는 야만족의 대공세 시대에 유독 다키아에서 남하한 야만족은 없었다.

제노비아 여왕 공격. 
아우렐리아누스는 망설이지 않았다. 
포위 공격이 시작되었다. 
지방 소도시에 불과한 티아나에 팔미라는 원군도 보내지 않았다. 
며칠도 지나기 전에 주민들은 후회하고 성문을 열었다. 
하지만 그들이 각오한 승리자의 약탈과 파괴는 일어나지 않았고, 주민들에게는 아무 벌도 내리지 않았다. 
이것은 아우렐리아누스가 팔미라를 따라 로마 제국에 등을 돌린 시리아와 이집트로 진격하기 전에 그곳 주민들에게 보내는 메시지였다. 
실제로 티아나에 대한 관대한 조치는 로마군보다 먼저 타우르스 산맥을 넘어 10년 동안 팔미라의 지배를 받은 제국 동방에 널리 퍼졌다. 
제노비아는 이 시점에서 전략을 바꾸어야 했는데, 그녀만은 이 메시지의 의미를 이해하지 못했다.

진격해오는 아우렐리아누스 황제를 얕본 것은 경제력에서 제노비아가 더 우세했기 때문이다. 
제노비아는 병사도 돈으로 살 수 있다고 믿었다. 
제노비아의 자신감도 전혀 근거가 없엇던 것은 아니다. 
페르시아군 못징않은 중무장 기병대는 팔미라군의 주력이었고, 돈을 듬뿍 들인 화려한 군장은 그것만으로도 적을 압도했다.
(제노비아는 거의 모든 면에서 남성적이었다. 말을 타고 사냥에 열중한 것, 갑옷을 걸치고 전쟁터에 나간 것, 정치 현장에 참석 등. 보석 장신구에 대한 열정만은 여성적이고 오리엔트적이었지만, 그밖에는 언제나 남자 군주와 똑같이 행동했다.)

아우렐리아누스는 항복을 권하는 서한을 보내지만, 제노비아는 명예를 더립히기보다 죽음을 택한 클레오파트라의 고사를 이야기하며 항전의사를 밝힌다.

안티오기아에 틀어박혀 싸우기보다 교외의 평원에 진을 치고 양군이 격돌하는 회전 방식을 택했다. 
어떤 의미에서는 강요된 선택이었다. 
아우렐리아누스가 티아나 주민을 관대하게 처우한 것을 안 안티오키아 주민은 지난 10년 동안 자신들이 팔미라의 지배를 허용한 것을 후회하고 있었다. 
제노비아와 팔미라 군대를 바라보는 주민들의 눈도 차갑게 변해 있었다. 
이런 안티오키아를 제노비아도 이제는 믿을 수 없었다. 
게다가 페르시아 원군은 아무리 기다려도 모습을 나타내지 않았다. 
배두인족 남자들도 한번 로마군을 습격했다가 격파당한 뒤로는 로마쪽에 붙어버렸다. 

발레리아누스 황제를 사로잡은 페르시아 왕 샤푸르 1세는 이 무렵 병상에서 죽어가고 있었다. 
아우렐리아누스도 알고 있었던 이 정보를 제노비아가 몰랐다면, 이 오리엔트 여왕은 성미는 강할지 몰라도 전투의 승패는 정보로도 결정된다는 사실을 몰랐을 것이다. 

원군이 도착하지 않으니까 제노비아도 안티오키아 밖에서 승부를 결정할 수밖에 없었고, 그것도 중무장 기병대에 의존할 수밖에 없었다.

양군은 오론테스 강을 사이에 두고 진을 쳤다. 
전투는 로마 기병이 강으로 들어가는 것과 동시에 시작되었다. 
하지만 강에 들어간 것은 10여 기에 불과했다. 
적이 공세로 나왔다고 믿은 팔미라 기병대가 강으로 우르를 쏟아져 들어온 것을 보자마자, 이 10여기는 재빨리 방향을 돌려 강변으로 올라와 있었다. 
그리고 강을 다 건너 강변에 모습을 드러낸 팔미라 기병대의 위용에 압도당한 것처럼 달아나기 시작했다.
도주하는 로마 기병과 그 뒤를 추격하는 팔미라 기병. 총지휘를 맡은 아우렐리아누스 황제는 전기가 언제 무르익는지를 확인해야 한다. 
그것이 승패를 결정한다. 
무거운 군장을 갖춘 팔미라 기병이 가벼운 군장을 한 로마 기병을 뒤쫓다가 사람과 말이 모두 치졌을 때가 바로 로마군의 기회였다.

기회가 무르익자, 비로소 로마 기병대는 그때까지 줄기치게 쫓아온 팔미라 기병대 쪽으로 돌아섰다. 
그와 동시에 이제까저 언덕 너머에서 기다리고 있던 로마 보명들이 팔미라 기병대의 좌우에서 모습을 나타냈다. 
팔미라 기병은 수를 헤아리는 것보다 더 빠른 속도로 쓰러져갔다.
전멸시키지는 못했지만, 로마군의 승리는 분명했다.

황제는 지난 12년 동안 안티오키아가 사실상 로마 제국을 배신한 것은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다면서 형식적으로도 죄를 묻지 않았다. 

안티오키아의 기독교 재판. 
기독교도는 자신을 통합하는 조직인 교회에 아주 열심히 기부한다는 점에서 다른 종교를 믿는 사람들과는 분명하게 구별되었다. 
따라서 어느 주교가 조직의 맨 윗자리에 서느냐는 곧 기부로 모인 자산의 분배를 어느 주교가 결정하느냐 하는 문제이기도 했다. 
이 문제는 그 후로도 오랫동안 기독교회 내부의 중요한 쟁점이 되지만, 로마 주교가 안티오키아나 알렉산드리아, 카르타고 주교보다 윗자리에 선다는 최초의 판결이 되었다. 

이런 판결이 기독교도가 아니라 이교도의 결정이었다는 사실이 흥미롭다. (
로마 교황은 오늘날에도 무엇보다 먼저 로마라는 도시의 주교다)

개인적으로 무엇을 믿는 그 사람의 자유이고, 따라서 남이 믿는 신도 허용하는 것이 종교에 대한 올바른 태도라고 생각한 고대인..

하지만 아우렐리아누스 진영은 같은 전법을 두 번 쓰지 않고 이번에는 로마 보병대를 내세워 중무장한 팔미라 기병대와 대결시켰다.
로마군 보병들은 황제가 명령한 대로 적의 기병이 가까운 거리까지 다가오기를 기다렸다가, 그리고 기회가 왔다가 판단한 부대장들의 병령이 떨어지기가 무섭게 말의 다리를 곤봉으로 힘껏 후려쳤다. 
말만 쓰러지면, 사람도 말도 중무장인 만큼 일어나기가 어렵다.
로마군의 완승이었다. 

제노비아는 팔미라에서 농성전을 원한다. 
팔미라를 포위 공격할 로마군의 병참을 안티오키아가 맡는 이상, 보급선이 길어질 수밖에 없다. 
보급선은 길어질수록 기능이 떨어진다. 
그 결과 충분한 보급을 받지 못한 로마군은 포위를 풀고 철수할 수밖에 없다. 
문제는 팔미라가 농성전을 얼마나 오래 견딜 수 있느냐 하는 것이다. 

팔미라를 공격하려는 아우렐리아누스도 안티오키아의 후방 지원 대책에 전념하고 있었다. 

아우렐리아누스가 보낸 편지. 
이런 경우에는 지휘관이 남자가 아니라 여자인 쪽이 제 삼자에 미치는 영향은 훨씬 크다. 
여자와 남자가 싸운다는 말을 들으면 대다수 사람들은 여자를 동정하기 때문이다. 
속으로는 여자답게 두려움에 떨고 있을지 모르나, 진두지휘하는 그 모습은 남자보다도 더 남자답다. 

아우렐리아누스는 신들만 믿고 있으면 일이 해결된다고는 생각지 않았다. 
그래서 그는 팔미라 포위 공격에 착수하기 전에 벌써 보급기지를 분산해 두었다. 
이점에서도 제노비아의 예상은 완전히 빗나가고 말았다. 

원래 통상민족인 그들은 현실적인 성향이 강하다. 
제노비아에 대한 시민들의 지지는 하루가 다르게 떨어졌다. 
제노비아는 중신들만 데리고 몰래 달아나다 잡혔다.
여기서 제노비아는 클레오파트라가 아니라는 사실을 입증했다. 
반국가 행위의 책임을 중신들에게 떠넘긴 것이다. 
자기는 중신들에게 속았다면서.. 
제노비아의 이런 변명을 아우렐리아누스가 믿은 것은 아니다. 
다만 로마에서는 예로부터 비상한 능력을 갖고 있어서 살려두면 로마에 위험한 존재가 된다고 판단된 인물이 아니면 적국의 군주라도 사형에 처하지 않는다.
 이때도 사형에 처해진 것은 중신들뿐이었고, 제노비아는 이탈리아로 호송하기로 결정되었다.

10년 만에 팔미라 문제를 해결한 아우렐리아누스는 그것을 다른 방면에서도 활용할 작정이었기 때문에 시간을 낭비하고 싶지 않았다. 
재빨리 이집트 통치권을 되찾은 그는 제국 동방의 방위를 부장인 프로부스에게 맡기고, 자신은 군대를 이끌고 서방으로 떠났다. 
팔미라 주민들한테도 전혀 벌을 주지 않고, 수비대 명목으로 600명의 병사만 주둔시켰을 뿐이다.

그런데 팔미라 사람들은 아우렐리아의 이런 관대한 조치를 잘못해석했다. 
600명의 주둔군을 죽이고 로마 제국으로부터 독립을 선언했다. 
타우루스 산맥을 넘으려던 아우렐리아누스는 그 소식을 듣자마자 밤낮을 가리지 않고 강행군하여 팔미라로 돌아왔다. 
로마인은 신의를 무엇보다 소중히 여긴다. 신의(피데스)를 신격화하여 신전에 바쳤을 정도다. 

동방에서 아우렐리아누스가 시간을 낭비하고 싶지 않았던 것은 팔미라 문제를 해결하여 동방을 되찾은 여세를 몰아 서방도 단숨에 되찾을 생각이었기 때문이다. 
서쪽으로 가는 그의 행군 속도는 속공의 아우렐리아누스라는 이름에 부끄럽지 않은 것이었다. 
야만족이 불온한 움직임을 보이면, 주저없이 군대를 투입했다. 
승리를 맛본 장병은 그만큼 강해진다. 
그것을 더욱 강화하고 자신감을 갖게 하려면 계속 이기는 것이 상책이다. 
도나우 방위선의 눈금은 안전을 보장하는 초록선에 점점 가까이 다가가고 있었다. 

시간을 낭비하지 않으면서도 일단 시작한 일은 끝까지 해내는 아우렐리아누스가 도나우 강 하루에서 상류 쪽으로 올라가는 것과 그 눈금의 움직임은 비례하고 있었다.

이런 아우렐리아누스를 누구보다 민감하게 의식하고 있었던 사람은 갈리아 제국의 황제 테트리쿠스다. 
그는 조상 대대로 원로원 계급에 속해 있었기 때문에, 로마 원로원의석도 가지고 있었다. 
아우렐리아누스 황제의 다음 표적이 갈리아 제국으로 좁혀진 것을 그는 뼈저리게 느끼고 있었던 모양이다. 
동시에 갈리아 제국의 존재 이유에도 의문을 품고 있었다. 
갈리아 제국은 로마에서 분리 독립하로 싶다는 명확한 의지에서 탄생한 것도 아니다. 
그것은 사건의 연속선상일 뿐이다. 
전투 전날 아우렐리아누스의 막사를 테트리쿠스가 남몰래 찾아갔다. 
방문은 미리 예고되어 있었던 모양이지만, 둘 다 비밀을 지켰다. 
다음날 예정대로 양 군은 마주보며 진을 쳤지만, 양군 사이를 날아다니는 것은 화살이나 창이 아니라 병사들이 지르는 환호성이었다. 
생각해보면 같은 로마군 병사드이다. 이리하여 14년 동안 존속한 갈리아 제국은 소멸했다. 

아우렐리아누스는 제국을 회복한 자. 
정치 세계는 심포지움이 아니다. 
유권자에게는 구체적으로 보고 느낄 수 있는 사실로서 보여져야 한다. 
황제가 4년에 걸쳐 제국을 재통합한 것은 단순한 영토 회복이 아니라 제국 기능의 회복이라고 생각해야 한다. 
로마 제국은 좋든 나쁘든 강대하지 않으면 힘을 발휘할 수 없도록 만들어진 거대한 주민공동체였다. 
제국 전역에 빈틈없이 깔린 도로망이 각지에서 절단된 상태를 상상해보라. 

로마 제국의 본질을 꿰뚫어보고 있었다는 점에서, 그리고 그 본질을 구체화하는 데 시간을 낭비하지 않았다는 점에서 진정한 로마인이었다.

사산조 페르시아 원정을 계획하고 실행한다. 
페린투스의 숙소에서 아우렐리아누스가 무슨 일로 비서인 에로스를 꾸짖은 모양이다. 
아우렐리아누스는 자신에게도 엄격하지만 남에게도 엄격한 것으로 유명했다. 
호된 질책을 받은 에로스는 무서워서 부들부들 떨었다. 
그는 공문서를 위조하여 장교들이 사형에 처해진다고 믿게 만들었다. 겁이나서 부들부들 떤 것은 장교들도 마찬가지였다. 
공포로 제정신을 잃은 그들은 그 사실을 확인하는 것도 잊어버렸다. 
아우렐리아누스 시대의 제국은 행복했다. 시민들은 그를 사랑하고, 병사들은 그를 존경하고, 적들은 그를 두려워했다고 기록한 사람이 정말 어이없이 생애를 마쳤다. 

그러나 암살은 곧 들통이 났다. 
하인 하나가 그들 속에서 모두 보고 있었기 때문이다. 체포된 장교들은 비서 에로스의 계략에 걸려든 것을 안 뒤에는 자책감에 시달렸고, 개중에는 스스로 목숨을 끊은 사람도 있었다. 

군에서는 원로원에 다음 황제 추천권을 넘겼다. 
원로원 계급으로서는 통치 능력을 과시하여 국정의 주도권을 되찾을 수 있는 절호의 기회였다. 
원로원이 장병들의 기대에 부응할 수 있는 유능한 인물을 골라 황제에 앉히기만 하면 로마군도 원로원의 통치 능력을 재인식하게 된다. 

황제의 두려움은 황제의 경호를 맡은 병사들에게 전염되었다. 

프로부스. 행동이 과감하다는 점에서 다른 동료를 능가한다. 
또한 대대장쯤 되면 봉급을 다 써버린 부하들을 도와줄 용돈도 필요하다. 
스무서너 살밖에 안된 프로부스가 분발한 것도 당연하다.  
일단 맡은 이상 전력을 다해야 한다는 책임감은 충분히 갖고 있었다. 

제위에 오르자마자 이름을 바꾸는 사람과 바꾸지 않는 사람으로 나뉘는데, 이것은 인간성의 측면에서도 흥미로운 현상이다. 
이름을 바꾸는 사람은 자신이 하는 일에는 본보기가 있다고 생각하는 사람이고, 이름을 바꾸지 않는 사람은 본보기 따위는 없다면서 대담하게 나오는 것 같다. 
하지만 선조를 본보기로 삼을 정도니까 프로부스는 붙임성 있는 지도자였다. 

뛰어난 장군만 있으면 로마군은 역시 강하다. 

군사행동으로 얻은 성과를 민사 면에서도 당장 활용하는 것이 황제가 된 프로부스의 방식이기도 했다. 
프로부스는 적극전법을 펼쳤다. 
참으로 오랜만에 격파하는 전법으로 돌아간 것이다. 
하지만 프로부스 황제는 적을 격파하고 마구 죽인 뒤 철수하는 것만으로는 만족하지 않았다. 
로마가 강대해진 요인이자 오랫동안 패권을 유지할 수 있었던 최대 요인이기도 한 이기고 양보하는 방식을 이시대에도 답습하려 한 것이다. 

반란을 일으켰다가 결국 실패한 예를 살펴보면 몇 가지 공통점이 있다. 
반란을 일을킬 때 휘하 장병들의 지지를 확보하려는 노력을 별로 기울이지 않았다. 
그 결과 반란을 진압하기 위해 파견된 황제군에 살해되기보다는 변심한 부하 병사들에게 살해된 경우가 많았다.
아내나 측근의 부추김에 넘어간 경우가 뜻밖에 많다. 
이런 경우 결과는 도중하차다. 
반기를 들기는 했지만, 그것이 철저하지 않기 때문에 군사행동도 어중간하게 끝난다.
황제에게 반기를 드는 것이니까 그에 상응하는 결의가 없으면 성공하기 어려울 것이다. 
그런데 자신의 의지가 아니라 별 생각없이 남에게 떠밀려서 큰일을 저질러버리는 사람이 늘어나는 것도 국가의 쇠퇴기에 나타나는 특징이다. 
이런 쓸데없는 일에 시간과 노력을 낭비하는 일이 거듭되는 것도 쇠퇴의 증거였다. 

야만족은 아침에는 약속하고 저녁에는 그 약속을 깬다. 
로마와 맺은 약속을 지킨 것은 로마의 군사력이 압도적으로 강했기 때문이다. 
3세기의 로마는 상대가 약속을 지키지 않을 수 없게할 만한 힘을 갖고 있지 않았다.

아우렐리아누스 황제의 죽음과 프로부스 황제의 죽음은 이 시기에 통치하는 자와 통치받는 자의 거리가 한도를 넘어 지나치게 단축되었음을 보여준다. 
군인 출신 황제들은 말하자만 실력 중시 정책의 성과였다. 
태생도 성장 배경도 비엘리트 계층에 속하는 그들이 제위에까지 오를 수 있었던 것은 기득권층에 절망한 사람들이 실력있는 자의 등장을 요구했기 때문이다.
그런데 실력 중시 노선이 정당한 것은 분명하지만, 세상 만사가 다 그렇듯이 장점이 있으면 결점도 있게 마련이다. 
실력주의는 어제까지만 해도 나와 동격이었던 사람이 오늘부터 나한테 명령을 내리는 지위에 오를 수 있다는 뜻이다. 
이런 현실을 납득하고 받아들이라면 상당한 사려분별이 요구되지만, 그런 합리적 정신을 가진 사람은 별로 없다. 
태생도 성장 배경도 자기와는 동떨어진 이른바 귀골에게 하층민이 설명할 수 없는 경외감을 느끼는 것은 그것이 비합리이기 때문이다. 
많은 사람의 가슴에 더 순순히 들어오는 것은 합리적인 이성보다 비합리적인 감성이다.

하지만 실력으로 지위를 얻은 사람이 비합리적인 것에 더 익숙한 일반 대중의 존경을 받을 수 있는 방법이 하나 있다. 그
것은 좋은 의미에서 대중과 거리를 두는 것인데, 거기에는 시간이 필수불가결한 조건이다. 
아우렐리아누스에게 주어진 시간은 5년도 채 되지 않았고, 프로부스에게 주어진 시간은 6년 뿐이었다. 

감성에 좌우되기 쉬운 인간을 상대로 계속 지도자의 지위를 유지하기는 어렵다. 
친근감을 갖게 하면서 거리감도 품게 할 필요가 있으니까...

병사들의 불만을 피하는 것도 전쟁의 목적인 이상, 전쟁터로 가는 것은 빠를수록 좋다.

디오클레스라는 사내는 루비콘 강을 일단 건넌 뒤에는 힘차게 달릴 수밖에 없다는 것도 알고 있었다.

지난 1년 동안 카리누스가 인망을 얻지 못한 것이 승부를 결정지었다.

종교를 인간 현상, 사회 현상 그리고 역사 현상으로 생각하는 시오노 나나미. 
로마 대화제로 네로에게 쏠린 분노를 기독교도에게 떠넘긴다. 
이런 경우 희생양은 수도 로마 사회에서 고립되어 있고, 일반 시민에게 불신당하고 있는 사람이어야 한다. 
다만 이 조건에 맞더라도 수가 너무 많으면 희생양으로 바치기에는 부적당하다. 

증언은 모든 사람에 정통한 동시대인에 대해 이루어진다. 
따라서 후세 사람들이 그 증언을 읽는 경우에는 동시대인에게는 필요하지 않았던 해설을 빠드릴 수 없다. 

인간 세계에서는 논리적으로나 법적으로나 네모반듯해서는 기능을 발휘하지 못하는 성질을 갖는다. 
온갖 다양한 인간이 모여 사는 데 필요한 규칙으로 로마인은 법을 만들었다. 
하지만 법률은 말하자면 톱니바퀴다. 
따라서 다소 애매한 법률 적용은 많은 톱니바퀴가 동시에 계속해서 움직이도록 돕는 윤활유다. 
복잡하고 다양한 인간 세상을 신이 준 법률로만 다스리게 되면 과연 신앙의 자유를 지킬수 있을까.. 
로마 제국과 기독교라는 문제는 양쪽의 사고방식 차이, 즉 문명의 차이로 말미암은 것인 만큼 고발이나 수사로 해결할 수 있는 문제는 아니었다.

기독교회가 3세기 로마인에게 준 것은 소속감이었다. 
사람을 괴롭히는 것은 자기가 어디에도 소속되어 있지 않다는 고립감이다. 
기독교 공동체에 들어와 인간다운 따뜻함을 얻을 수 있었다. 
누군가가 자기를 현세에서도 내세에서도 걱정해준다고 생각할 수 있었다.

예수의 생애는 비기독교도가 읽어도 매력적인데, 거기에 기적이 묘사되어 있지 않다면 기독교도만의 성서로 끝났을 것이다.
나는 기적을 전혀 믿지 않지만, 이른바 기적이라고 일컫는 것이 사람들의 마음에 가져다주는 따스함과 희망은 이해할 수 있다. 
그리고 21세기가 된 지금도 많은 사람들이 기적을 좋아한다.

흔히 인간은 어떤 사람의 생각 자체보다 올바른 행동이나 훌륭한 인격을 보고 그 사람의 생각에 공감하게 된다. 
저렇게 인품이 고결하고 훌륭한 사람의 말이라면 틀림없이 옳을 거라고 생각해버린다. 어떤 사상이 얼마나 널리 피지는가는 뜻밖에도 사상 자체의 내용보다 그 사상을 이야기하는 사람에 따라 결정된다. 

불안의 시대에는 오히려 불관용적인 가르침이 든든해 보인다면, 유대교도 다른 신을 일절 인정하지 않는 일신교였다. 

인간사회는 윗자리에 서는 사람이 없으면 제대로 기능을 발휘하지 못하는 것이 현실이다. 

피를 입교 의식에 사용한 용맹스러움이 미트라교가 특히 병사들 사이에 널리 퍼진 요인이었을 것이다. 
하지만 여자나 아이들한테까지 퍼지기에는 이 용맹스러움이 오히려 장애가 되었을지도 모른다.
기독교 입교 의식으로 세례 의식을 생각해낸 사람은 천재였다고 생각한다.

표면에 나타난 숫자와 활력의 강약은 동의어가 아니다. 문제는 수가 아니었다. 

변화에 대한 알레르기를 일으키지 않게 할 것. 
변한다 해도 대단한 변화는 아니라고 생각하게 할 것.

기독교가 승리한 요인은 실제로는 로마가 약해지고 피폐했기 때문이다. 
로마 제국은 활력을 유지하는 데 가장 중요한 요소인 자신감과 자긍심마저 잃어버렸다.

기독교의 신은 인간에게 살아갈 길을 지시하는 신이다. 
반면 로마의 신들은 살아갈 길을 스스로 찾아내는 인간을 옆에서 도와주는 존재다. 

고통은 인간을 정화한다고 여겨졌다. 
이 생각이 엉뚱한 방향으로 내달리면 아우슈비츠가 되어버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