존재하지만 보이지 않는 존재. 사유재산으로 재편된 계층 구조, 정규직과 비정규직, 감정노동자의 설움 같은 자본주의의 폐혜에서 출산저하, 육아문제 같은 우리 문제를 며느리와 시어머니의 불편한 동거속에 응축시킨 작품

여인들과 진화하는 적들.. -김숨-

고부간의 갈등..

여인들을 둘러싼 고질적 문제들, 적들은 사회 구조적 문제, 상식이라 믿는 잘못된 것, 잘못된 지혜 등. 진화를 하면서 옥죄는 것 같다는 생각으로. 괴물이 점점 거대하게 진화하듯 

작가의 한 마디가 많은 것을 해석하는데, 적이란 글에 많은 부조리가 담겨 있다. 

필요에 의해서 함께 살게되는 두 여인. 보통 30대 아이를 둔 직장 여성의 경우 아이를 대신 키워줄 사람이 필요하다. 그래서 그 역할을 대신하는 사람으로 시어머니를 선택. 다른 대안이 없어서. 함께 살게되면서 발생하는 문제

좋아서 살아도 문제가 생기는데, 그런 감정적 동의없이 필요에 의해 살게 되므로..

며느리는 홈쇼핑 콜센터 상담원. 빠듯한 생활. 남편도 벌이가 넉넉하지 못해, 입주 도우미를 두지 못하는. 100일 갓 지난 아이를 키워야하는.

시어머니와 며느리 이름. 정순자/김미순 한 번 언급 후 시어머니는 여자, 며느리는 그녀라는 3인칭 대명사로 나온다. 

두 여자가 시소 끝에 있는 다른 사람같지만, 실제는 동일한 사람이라 생각.

같은 사람. 한 사람. 한 여자로 묶고 싶어서..

이 시대를 살아가는 여성. 아이를 키우고 일해야하고,, 일과 가정. 가정 내 며느리, 아내, 엄마, 사회인으로의 고충.

며느리가 속물로 보이기도 하고, 사실 또다른 나의 모습이기도 하다.

며느리가 자기 아들은 브랜드 아파트에서 키우려 한다. 못된 며느리처럼 보이기도 하지만, 며느리도 비정규직이고, 친절을 팔아야 하는 감정 노동자다. 스트레스에 노출되고, 좁은 빌라에 산다.

아파트를 소유해야 중산층에 속한다는 안도감을 느끼지만, 그렇지 못하다.

며느리는 자신의 마음 결을 잘 들여다보고 다듬고할 여유가 없이 살아왔다. 앞으로도 그렇게 살 것이다.

비정규직인데다 실직한 상태. 자신안에 모서리를 다듬을 여유가 없는, 안쓰러운 존재.

주변에 약아 보이는 또래 여자들 보면 원래 약아서 그런것 같지 않고 힘들고 각박한 상황에 그렇게 해야 살겠다는 생각. 주변에서도 그렇게 조언하고..

며느리가 살아온 시간은 모욕과 수치의 뒤범벅에서 살아왔고, 비교당하고 열등감 느끼고, 원망하고..

콜센터 직원은 기업이 원하는 감정만 요구하고, 같은 말만 반복하고.. 친절. 친절. 친절..

시어머니와 며느리의 문제는 서로 관심이 없다는 것. 무관심은 증오보다 무섭다.

두 여자가 한 집에서 살면서 역할이 분담되어 있다(살림과 직장) 무관심이 적절한 방법이라 선택하지 않았을까..

서로 모르는 척. 

시어머니는 속내를 보여주지 않을까.. 시어머니는 의뭉이란 단어로 설명. 시어머니의 의뭉스러움은 스스로를 지켜주는 보호색이다. 돈도 없고, 자녀의 보살핌도 없고, 그렇게 밑바닥에서 살아온 사람. 내가 원하는 것을 드러내지 않고 말하지않고, 하고 싶은 말도 하지 않고.. 자신을 보호하기 위해 의뭉스러움을 보인다.

침. 인간의 분비물인 눈물, 콧물, 땀, 모유 등... 가치 있는 것, 소중한 것으로 상징되나..

침은 모순적인 분비물 같다. 침은 분비되는 것이지만, 몸 안으로 삼켜진다. 분비되고 삼켜지고..

침을 뱉는다는 침이 주는 느낌이 다르다. 

영감은 어디서 오는가.. 일상의 장면들. 스쳐지나가는 장면, 사람에서 영감을 얻는다.

잔상이 남으면 어떻게 뼈대를 붙이는가.. 그게 잘 되면 소설이 되고, 잘 안되면 안 쓰여지고..

두 여자를 둘러싼 사회 구조적 문제는 변하지 않고 , 거대한 괴물이 되어 여자를 옥죄는데..

그래도 함께 살아야 한다면, 방법을 찾아야 한다. 그것은 서로를 들여다보는 것. 존귀한 존재를 깨닫는 것. 그런 순간 실마리가 보이지 않을까.. 두 여자를 둘러싼 구조적 문제를 변화시킬 수는 없지만.

한 집에서 살아야 한다면. 밥을 먹을 때 웃으면서 함께 먹는 것이 더 행복하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