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실된 맛은 처음에 잘 못 느낀다. 사람도 마찬가지다. 진국은 겪어봐야 알 수 있다.

박찬일. 이탈리아에서 요리 공부하고, 레스토랑 쉐프로 일한 사람.

이탈리아 사람의 여름 보양식은 젤라또를 먹는다. 차가운 아이스크림. 빵에 끼워, 아이스크림에 영양분이 많다. 우유, 견과류, 생과일 넣고 갈아서 만든다.

사우나, 찜질방은 한국에만 있다. 이열치열.

문예창작을 공부한 사람. 요리사와 관련없는 잡지사 기자. 우연히 요리사의 길로 들어섰다. 알수 없는 인간의 운명. 벼락 치듯. 갑자기 요리사가 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벼락이 치려면 먹구름이 몰려와야 하듯. 박찬일도 요리사가 될 운명이 있었다.

음식에 까칠한 소비자였다. 어떤 분야에 불만을 가지면 내가 한 번 해볼께. 그런 만용으로 요리사가 된 것은 아닐까..

기자 생활을 하다 1년 가량 준비하다 요리사가 되었다.

책을 통한 간접경험으로 요리 세계를 경험했다. 책과 미디어. 어떤 요리, 문화가 있는지.

요리사가 된 순간 책을 볼 시간은 적었다. 요리사로 소양을 다지는 기간이었다. 

계란을 만드는 요리. 달걀. 에그.  200가지 요리. 계란이 존재함으로 서양요리가 발전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간단하면서 충분한 영양. 

계란을 튀기는 요리. 흰자는 바삭해지고, 노른자는 응축한다. 기름 온도가 중요한데, 센 온도에 튀기면 크러스트가 생기고, 입안에 들어가면 날이 서서 혀를 건들인다. 흰자가 놀라운 물리적 변화가 생긴다.

맛은 화학적인데, 물리적 맛과 합쳐지면 풍성해진다. 

계란이 재미있는 요리다. 껍질 안에 어린 병아리의 전신과 병아리의 먹이가 같이 들어있다. 서로 친구가 아니다.

흰자는 병아리가 되고, 노른자는 병아리의 먹이.

흰자는 단백질, 노른자에 영양이 많다.

생명의 신비가 있다.

우리는 병아리의 전신과 병아리의 먹이를 섞어 버린다.

사람이 먹어야 산다는 것은 가혹한 운명이다. 

수박. 수박 화채. 

내가 사간 얼음은 가장 큰 바늘과 망치를 이용해 동원해 잘게 쪼갰다. 부정형의 얼음이 화채의 맛을 돋는다. 얼음은 화채의 보조가 아니라 주인공이었다. 빙산의 날카로운 일각처럼 부서진 얼음 조각은 수박의 사각거리는 맛과 어울려 더위를 지긋이 눌렀다. 입안에서 통렬한 서늘함이 몰려왔던 것이다. 나는 지금도 아이스커피나 얼음을 쓸때 얼음에 신경을 집중한다. 구석기시대 타제 석기처럼 날카로운 예각의 얼음이 비수같은 날이 들어 있어야 제맛이 난다고 믿기 때문이다. 누른다고 다 떡이 아니고, 안친다고 다 밥이 아니다. 날카로운 얼음 비수를 가져야 진짜 얼음의 맛이 난다.

매운 맛.

가장 극적인 맛이 매운 맛이다. 사람이 죽을 수도 있는 맛. 

매운 맛을 좋아하는데, 매운 것은 통각이다. 맛의 단계다. 육계장이 맵지 않으면 무슨 육개장인가.

매운 맛의 터치를 줘 음식이 다른 맛으로 변모하는 짜릿한 경험.

매운 고추를 넣은 파스타. 이탈리아 고추. 빨갛고 조그마한. 매운 맛만 가진 고추.

(한국인의 매운맛은 단맛과 짠맛의 조화. 우리의 고추는 이렇게 개량된다.)

고추를 부스러뜨려 오일에 매운 맛이 우러나게 열처리 한다. 팬에 넣고 기름을 볶다 고추를 넣는다. 국수를 넣고 비빈다.

국수를 넘길 때 매운 맛이 베어든다. 매운 것이 스트레스를 푸는데 효과적이다. 

미워했던 사람, 독촉장을 잠시나마 잊게 된다.

재료로 음식을 만드는 것 이상의 것이 있다. 그것만이 아닌 음식.

우리는 음식을 기억할 때 누구와 먹었는가, 누가 했는가, 어떤 기분에서 먹었는가... 그것이 음식의 본질 아닌가.

거친 음식을 먹고도 좋을 수 있고.. 음식이 인생에서 차지하는 열쇄말이 아닐까..

가장 행복할 때, 누구도 의식하지 않고.. 친한 친구와 번개해서 먹고 싶은 것은..

짜장면.. 간편 음식. 

소울 푸드 중 상당수가 떡뽁이, 어묵. 사람들의 소박한 음식.

육식이 숙명이라면 건강하게 먹어야겠다.

윤리, 생명의 문제..

민어. (박완서.)

살을 발라내고 남은 뼈와 살까지 합치니 큰 냄비 하나 가득했다. 곰국을 끓일 때나 쓰는 큰 솥에 애호박 썰어 넣고 고추장 풀고 끓인 민어찌게 맛은 준치국과는 또다른 달고 깊은 맛이 있었다. 민어 찌게는 보리 고추장 써야하고, 회먹을 때 쓰는 고추장은 찹쌀 고추장으로 만들어야 하고, 민어 구이는 연탄불 대신 숯불을 피워 양념장 발라가며 바짝바짝 윤기나게 구워야 한다.

민어 회. 다른 회와 다른 식감. 광어와 넙치는 쫄깃한 맛. 민어는 쫄깃하지 않다. 넉넉하게 씹는 맛. 입안에 2점 넣으면 꽉 찬다. 두툼하게 썰어, 섬세한 간장 맛은 아니다. 꽉 차는 맛이라 생각한다.

하늘하늘 하고 세밀한 맛이 아닌 넉넉하고 넘치는 맛.

민어 회는 막걸리가 어울린다. 친구와 넉넉하게 나누는 맛.

민어는 크다. 잡으면 8~10kg. 한 번 잡으면 다수가 먹는다. 민어 추렴하자. 이런 느낌이 강하다.

음식이 주는 위대함.

나눔...

혼자 먹는 밥처럼 쓸쓸한 것이 없다. 남을위해 베풀 수 있는 것이 음식. 누군가를 기다리며 만드는 음식. 

음식을 준비하는 설레임, 먹는 즐거움. 

음식은 인류고 사람이다. 먹기위해 사나, 살기위해 먹나..

이태리 사람이 수출한 것은 파스타가 아니라 고독이다. 

혼자서도 먹을 수 있는 파스타.

고독을 맛보기도 하지만, 나눠먹는 것이 음식의 본질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