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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계를 맺는다는 것은 타인에 대한 배려를 전제로 한다.. ★★★★

대략 8~9년 전에 봤던 영화를 다시 보게 됐다. 나는 아무리 좋은 영화, 감동적인 영화라 하더라도 본 영화를 극장에서 바로 또 보지는 않는다. 바로라 함은 대략 6개월에서 일 년 정도. 극장에서 두 번 볼만큼 경제사정이 넉넉한 것도 아니고. 시간이 그 이상 흘러서 이제 그 영화에 대해 전체적인 윤곽만 남았을 때에라야 다시 보고 싶은 마음이 들지만, 극장에서 다시 본다는 건 쉬운 게 아니다. 암튼 최근 들어와 예전에 상영했던 영화들 중에서 좋은 영화를 선정, 극장에서 재관람 기회를 제공하는 건 어쨌거나 다양성 차원에서 좋은 기획이란 생각이다.

결론적으로 <타인의 취향>이 말하고자 하는 바는 사회를 살아간다는 것은 관계를 맺는다는 걸 의미하고, 그것은 타인에 대한 배려를 전제로 한다는 것이다. 물론 서로 다른 ‘취향’은 많은 오해와 갈등을 야기하는 요소로 작용하기도 하며, 아무리 취향이라고 해도 타인의 눈살(=나의 눈살)을 찌푸리게 하는 취향도 존재한다. 당연하게 그 취향이 불법이 아닌 이상 취향을 누릴 권리를 동의하지만, 나의 눈살을 찌푸리는 걸 또는 나와는 맞지 않는 걸 취향으로 하는 사람과 가깝게 지내지 않을 권리도 나에겐 있다. 그러니깐 타인의 취향은 인정하고 동의하지만 내가 타인의 취향을 강요 받거나 또는 나의 취향을 타인에게 강요하는 건 절대 반대라는 말이다.

아무튼 영화는 크게 세 명의 남자와 세 명의 여자를 중심으로 이야기가 전개되며, 이들은 타인의 취향에 대해 크든 작든 무시하고 배려하지 않는 태도를 보이곤 한다. 또 반대로 어느 정도는 타인의 취향을 배려하기도 한다. 이들은 타인을 자기중심적으로 관찰하기도 하고, 하나의 모습을 가지고 그 사람의 다른 부분까지 재단하려 들기도 한다. 앙젤리끄(크리스티안 밀레)는 자신이 사는 집을 포함해서 시누이가 살 아파트의 인테리어를 전문가라는 지위를 활용, 자신의 취향대로 꾸미고, 끌라라(안느 알바로)는 가스텔라(장 피에르 바크리)가 미술품을 사는 이유는 단지 자신에게 호감을 보이기 위해서 라고 생각한다. 그녀에게 가스텔라는 미술품을 볼 안목도 그럴만한 지식도 없는 사람이기 때문이다. 마니(아녜스 자우이)는 남녀 사이에 사랑이란 감정은 거추장스러운 것이라는 가치관을 가지고 있지만 프랑크(제라르 랑뱅)에게 끌리는 마음을 숨기지는 못한다. 프랑크와 관계를 가지면서도 그녀는 여전히 자신만의 삶의 가치를 온전히 지키려 한다.

영화를 보면서 좀 의아했던 것은 감독이 여성(마니 역을 맡은 아녜스 자우이)인 영화에서 타인의 취향에 대해 배려하지 않는 역이 주로 여성들이고, 남성들이 그로 인해 상처 입는 입장에 서 있다는 것이다. 이건 아마도 여성으로서 여성의 모습을 더 세밀하게 표현할 수 있기 때문은 아니었나 싶다.

아무튼 타인과의 관계에 있어서 배려가 필요함을 말하는 한편으로 영화는 어느 정도는 자신의 독자적 입장이 필요함도 또한 말하고 있다. 가스텔라는 끌라라에게 잘 보이기 위해 콧수염까지 자르고 나타나건만 아무도 그 사실을 알아주지 못한다는 사실에 절망한다. 심지어 부인조차 첫눈에 알아채지 못한다. 타인의 취향을 고려한 선택이었건만 정작 타인에게 아무런 변화를 일으키지 못하는 배려가 있을 수도 있다. 이건 어떻게 보면 결국 타인에 대한 배려는 그 전에 관심이라는 조건이 충족되어야 하다는 냉혹한 지적 같기도 하고.

<타인의 취향>이 단지 여섯 인물들의 관계와 갈등만을 다뤘다면 그렇고 그런 로맨틱 코미디로 그쳤을지도 모른다. <타인의 취향>은 거기에서 한 발 더 나아가 열린 결말을 보여줌으로서 다양한 해석이 가능한 지점에서 막을 내린다. 특히 끌라라는 자신 앞에서 당당하게 나오는 가스텔라에게 미안함과 호감을 느끼게 된다. 나란히 걸어가는 둘을 비추며 막을 내리는 영화를 보며, 둘의 관계가 어떻게 진행될까 괜스레 궁금해진다. 내가 가스텔라라면 끌라라와의 교제가 그다지 내키지는 않을 것 같다.(이미 상처 받은 자존심)

출처 : ldk1968님

http://blog.naver.com/ldk1968/10127375195

취향이란 단지 그 사람의 기호를 드러내는 것에 국한되는 것은 아니다. 우리는 상대방의 취향으로 그가 가진 성격과 라이프 스타일까지도 미루어 짐작할 수 있다. 다시 말해 취향은 스스로를 표현하는 방식이기도 한 것이다.

영화 <타인의 취향>은 제목 그대로 다른 이의 취향을 뜻한다. 이 영화는 한 인물을 중점적으로 다루기보다는 서로 얽힌 여러 인물들이 나오는데 이는 현실에서 나타나는 다양한 성향을 반영하기 위함이라 보여진다. 등장인물들은 크게 두 부류로 나누어 볼 수 있는데, 자신의 삶이 불만족스럽지만 그냥 체념하고 살아가는 이들이 있는가하면 역시 만족스럽지 못한 자기 자신을 원하는 방향으로 이끌어나가는 이들이 있다. 당연히 영화가 말하고자 하는 것은 후자일 것이다. 아이러니하게도 후자의 대표인 카스텔라는 전자의 대표격인 클라라의 취향을 모방하고자 한다. 이는 “사랑”이라는 매개체를 통해 전개되어진다.

그러나 여기서 끝나면 영화는 단순히 중년 남성의 짝사랑에 그치고 말았을 것이다. 이 작품은 더 나아가 카스텔라의 자아 찾기를 나타낸다. 그는 아내의 꽃무늬에서 벗어나 수염 속에 가려졌던 자기 자신을 찾는다. 여기서 주목할 점은 그가 “사랑”이 아닌 “취향”을 변화시킴으로써 “스스로”를 발견해낸다는 것이다. 즉, 타인의 취향에 맞춰 콧수염을 민 것이 그의 변화 요인이 아니라, 그 자신의 선택으로 벽화를 고른 것이 내면의 자아표출이 된 것이다. 이런 과정은 그의 여동생에게도 나타난다. 비록 처한 상황은 우울하기 짝이 없지만 그녀는 자신이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알며 그렇게 되도록 행한다. 그녀 취향으로 꾸며진 집안에서 인물간의 갈등은 해소되며 이로써 감독은 정말 중요한 것은 전문가나 남이 아닌, 본인의 눈이라는 것을 일깨워준다.

재미있는 점은, 앞서 말한 두 인물의 취향을 자신이 선호하는 것으로 덮어두고 있었던 앙젤리끄는 정작 인생에 있어서 중요한 것을 끝내 찾지 못했다는 것이다. 다른 이의 감정을 배려하지 못하는 그녀의 성격을 고려해 보았을 때 이 영화의 제목은, 자신의 취향을 찾으라는 의미 외에도, 보이는 그대로, 타인의 취향 또한 존중해야 한다는 이중적 의미 또한 내포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작품이 사람의 내면 변화를 간접적으로 보여주다 보니 그에 따른 카메라 기법이 상당히 독특하다. 기존에 봐왔던 영화들과는 달리 철저히 인물 중심이다. 미디엄 쇼트나 클로즈업이 영화 장면의 대부분을 구성하며, 이는 보는 이로 하여금 현장감을 주어 극의 전개에 더욱 몰입하게 한다. 영화 속에서 배경이 강조된 때는, 카스텔라가 앙젤리끄가 꾸민 꽃무늬의 실내장식 속에서 그녀에게 안겨 괴로워하는 장면뿐이었다. 이는 배경과 인물의 대조가 극명하게 드러나며 그 속에서 카스텔라의 내적 갈등은 더욱 침체되어 보인다.

이 작품은 드라마적인 요소가 많다고 생각된다. 많은 등장인물들의 복잡하게 얽힌 관계가 그 이유인데, 영화의 또다른 주인공이라고 할만한 비중의 프랭크는 그 중 가장 현실적 존재라고 할 수 있다. 권력의 억압에 밀려 자신의 의지를 꺾으며 그저 뒤에서 부패한 사회를 욕할 뿐이다. 또 사랑에 있어서도 배신의 경험을 극복하지 못하고 다가온 기회를 놓친다. 마니가 파는 마약보다 더 사람을 병들게 하는, 고질적인 삶의 답습에 빠져있는 것이다. 이와는 반대로 사랑하는 여자를 만난 프랭크와 대비되어 약혼녀의 배신에 크게 상처받은 브루노는 자신의 처지를 음악으로 극복해낸다. 장면의 사이마다 나오는 그의 연습 장면은 외부로부터 받은 고통을 내부로 끌어들여 음악적 요소로 승화시키는 과정이라 할 수 있다. 따라서 모두가 함께 어우러진 마지막 장면은 조화라는 단어를 떠올리게 하며 복잡했던 스토리의 결말을 자연스럽게 이끌어낸다.

나름대로 해피엔딩으로 끝난 이 작품은, 사회 속을 살아가며 나는 내 자신의 취향에 얼마나 충실한가 또 남에 대한 배려가 나에게 있었는가 하는 점을 되짚어보게 했다. 자신의 취향을 찾아냄으로 해서 스스로에 대한 자신감과 사랑을 얻은 카스텔라는 이 시대의 진정한 주인공이다.

출처 : 블로그 > Nec tecum nec sine t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