벤자민 프랭클린 "타인에 대한 배려는 자기 자신의 고민에서 스스로 구출할 뿐 아니라, 많은 친구를 만들게 한다."

데일 카네기 "짐꾼과 악수를 한다던가, 찜통 같은 주방에서 일을 하는 요리사에게 동정을 표하고, 개를 칭찬할 수 있는 사람이 번민 때문에 정신과 전문의를 찾는 일이 있을까.. 그런 일은 있을 수 없다. 단연코 그렇다"  
누구나 인생의 짐을 짊어지고, 그럼에도 열심히 살아가는 모습을 보신다면, 분명 텅비고 공허한 마음을 채울 수 있습니다.

 

누군가 내게 고민을 얘기했을 때, 그에게 들려줬던 얘기다. 누구나 자신의 문제에만 골몰한다면 자기 연민의 늪에 빠질 수 있다. 그럴 때 주위를 둘러보면 자신을 되돌아볼 수 있고, 여유도 생긴다. 이런 교훈을 벤자민 프랭클린과 데일 카네기가 알려주었다. 좋은 교훈을 배웠지만 현실에선 잊어버리는 경우도 있다. 내가 그랬다. 어릴적 친구들을 만나 그들의 살아온 삶을 들어보면서 '그들도 각자 인생의 무게를 짊어지고 있구나. 그들도 열심히 살아가는구나. 나만 힘들다고 징징댈 필요는 없구나'라고 생각했다.

 

때마침 황현진님의 '죽을 만크 아프진 않아'를 읽었다. 서울특별시 용산구 한강로 101-9번지에 사는 용화공고 3학년 ‘태만생’. 가진 것 없는 부모와 열악한 환경. 우리 주위에 흔하지만, 누구도 눈여겨보지 않는 일상을 살아가는 공고생. 만생이는 자기 연민에 빠지지 않았다. 어쩌면 억지로 감추려 했을지 모른다. 아니 주위에 자신과 비슷한 사람들이 많았기에, 자기 연민에 빠질 필요도 이유도 없었을지 모른다.

 

어느날 부모는 미국으로 간다고 한다. 지구본으로 보면 두 발자국 거리에 떨어진 아메리카. 서울에 홀로 남겨진 태만생의 삶을 통해 부모라는 울타리가 없는 사춘기 소년의 삶을 보면서 '나는 가진 것이 많구나'라고 생각했다. 소설의 마지막에 나오는 동해에서 발견된 가방속의 두 남녀의 사체. 혹시 만생의 부모가 아닐까 생각해본다. 작가는 밝히지 않았지만, 충분히 그럴만한 가능성은 있다. 이태원의 사람들을 통해서도 다양한 사람들의 삶을 엿볼 수 있었다.

 

'완득이'라는 영화도 유사한 구조였다. 곱추 아버지, 필리핀 어머니(그녀는 출산 후 완득이를 떠났다), 착하지만 학교 생활에 적응하지 못하는 완득이. 한국 여자와 결혼하지 못해 국제 결혼을 하는 사람이 많고, 그들의 자녀는 자신의 정체성에 혼란을 겪을 수 밖에 없다. 이 문제는 지금은 잠잠하지만 조금 시간이 지나면 흔히 겪을 수 있는 문제가 될 것이다. 소설가 김영하 작가는 혼혈 가정에서 태어난 사람이 한국 문학에 큰 여향을 끼칠 것이라 말했지만, 우리 사회가 그들을 수용하지 못한다면 다른 문제가 생길 수밖에 없다.

 

영화를 보고나서 완득이와 죽을 만큼 아프진 않아를 연계해 글을 쓰고 싶었다. 내가 경험해보지 못한 삶을 보았고, 나는 그들보다 축복받은 존재라는 것을 확인했기 때문이다. 나도 나의 한정된 삶에만 국한되어 좁은 시야를 가지고 끙끙대지 말고 내가 가진 것을 보면서 만족할 것과, 문제보다는 해결책을 바라보며 살아가는 자세를 가져야겠다. 힘든 현실을 견디게 해주는 것은 오늘보다는 나은 내일이 있을 것이라는 희망 덕분일 것이다.

 

	슬플수록 농담을 하라. 엄마의 말이다. 기쁠수록 열심히 춤을 춰라. 아버지의 말이다. 당분간 춤을 출 일은 없을 것 같고, 별의별 농담을 쏟아내야 할 날들이 이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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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프다, 라는 말은 참 발음하기 쉬운 낱말이다. 받침도 하나 없고 된소리도 없다. 그저 입을 벌려 숨만 내쉬어도 아, 파, 라는 소리는 저절로 나오게 되어 있다. 세종대왕은 아무래도 큰병을 앓은 적이 있는 사람임에 틀림없다. 얼마나? 왜 어디가 아프냐고 묻지 않고, 얼마나 아프냐고 물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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