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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미있는 역사를 통해 많은 것을 배운다. 시오노 나나미는 로마의 역사와 로마 멸망 이후의 지중해 세계를 기술하여 서양 문명의 발생, 성장과정을 한눈에 보여준다.

서양의 중세는 종교가 지배하고, 장원제에 바탕을 둔 경제체제다. 당시는 이슬람 세력이 더욱 강성했고, 발달한 시대다. 철학책을 통해 유럽에서는 잊혀졌던 아리스토텔레스 사상이 이슬람 세계에는 화려하게 타올랐다는 사실이다. 아랍인 이븐 시나를 통해 유럽에도 잊혀졌전 아리스토텔레스 철학이 소개되면서 다시 서유럽이 번성하게 되었다는 내용을 보았다. 물론 한 가지 이유로 이슬람 세력의 몰락과 유럽세계의 부흥을 설명할 수는 없을 것이다.

'로마 멸망 이후의 지중해 세계'는 이슬람이 강성하고 유럽 기독교가 약체였던 시절의 이야기를 알 수 있다. 지중해에 국한되어 있지만, 바로 이곳, 지중해에서 중세를 대체할 르네상스 운동이 발생하였다. 이런 과정을 보면서, 역사를 움직이는 사람들의 활동을 볼 수 있다. 시오노 나나미가 주는 역사의 교훈 중 하나는 "흥망성쇠'다. 로마인 이야기 2권에 3차 포에니 전쟁을 통해 카르타고를 멸망시킨 스키피오 아밀리아누스, 그는 승자였지만, 인간만이 아니라 도시와 국가, 그리고 제국도 언젠가는 멸망할 운명을 짊어지고 있다는 사실을 생각한다. 트로이, 아시리아, 페르시아, 그리고 20년 전의 마케도니아 왕국, 번성하는 자는 반드시 쇠퇴한다는 것을 역사는 인간에게 보여주었다. "지금 이 순간 내 가슴을 차지하는 것은 승리의 기쁨이 아니라, 언젠가는 우리 로마도 이와 똑같은 순간을 맞이할 거라는 비애감이라네"

역사를 통해 과거를 보면서, 현재와 유사한 일들이 발생함을 본다. 그 과정에 발생하는 인간 심리도 유사하다. 상황이 변했기에 발생하는 사건이 달라질 뿐. 오늘을 되돌아 보는 거울로서, 오늘을 살아가는 방향을 제시해준다는 점에서 '로마 멸망 이후의 지중해 세계'는 내게 많은 교훈을 주었다.

======내용정리=====

역사에도 강진은 일어난다. 대량 파괴와 살육을 동반하기 떄문에 엄청난 참사인 것은 분명하지만, 어느 점에 대해서는 플러스로 작용한다.

그것은 정신의 태만이나 무지로 말미암아 시대의 변화를 직시하기를 계속 거부하고 있는 사람들에게 통렬한 타격을 가하여 억지로 눈을 뜨게 하는 효용성이다.

중세 유럽인에게 이런 강진은 1453년에 일어난 콘스탄팉노플 함락이었다.

비잔티움제국의 멸망이 역사상 대사건이라는 점에는 이의가 없지만, 그것과 북아프리카에서 온 해적에게 시달려온 지중해 연안의 서민이 무슨 관계가 있는가?

그런데 아무 관계도 없는 듯이 보이는 이 양자가 사실은 깊은 관계로 묶여 있다. 게다가 이런 관계는 지난 역사에서만 볼 수 있는 현상은 아니다. 21세기인 현대에도 당장 몇 가지 예를 들 수 있을 정도다.

과거로 거슬러 올라가 징후를 수집하는 지진학자를 흉내내면, 콘스탄티노플 함락으로 결정된 비잔티움제국의 운명도 그보다 200년 전에 이미 조짐을 보이고 있었다.

중세에 지진을 일으킨 자로서 여기서도 몽골족일 인정할 수밖에 없지만, 급속한 확대와 그에 뒤이은 번영을 누리고 있던 이슬람 세계에 강진을 일으킨 것도 동방에서 쳐들어온 몽골족이다. 1248년 몽골군의 맹렬한 공격으로 바그다드가 함락되었다. (바그다드는 신이 주신 도읍이라는 뜻)

이슬람 세계의 중심은 아랍인의 종교와 페르시아인의 문명 사이에 이루어진 행복한 결혼의 성과를 보여주는 도시인 바그다드였다. 그런데 그 도시가 500년 뒤 몽골족 앞에 굴복했다. 1258년, 바그다드가 함락된 이후, 이슬람 세계의 중심은 몽골족이 있는 동방이 아니라 계속 서쪽으로 이동하게 된다.

셀주크투르크를 대신하여 이슬람 맹주로 된 오스만투르크는 수도를 부르사(옆에 있는 마르마라 해로 가면 콘스탄티노플에 가깝다)로 옮겼다. 14세기 후반, 오스만투르크는 유럽에 침공하여 트라키아를 정복하고, 마케도니아와 불가리아까지 제패하여, 트라키아 지방의 도시인 에디르네(하드리아폴리스)로 수도를 옮긴다. 로마 제국 전성기의 황제였던 하드리아누스 황제가 건설한 도시.

콘스탄티누스의 도읍이라 불린 콘스탄티노스. 콘트탄티노폴리스. 이스탄불로 됨.

1402. 소아시아 중앙부까지 들어온 몽골군. 용장 티무르의 지휘를 받았고, 이슬람교도는 몽골군을 악마처럼 두려워했다. 투르크의 10만 대군이 술탄의 지휘하에 콘스탄티노플을 지나 앙카라 근처의 평원에서 싸웠따. 결과는 투루크의 완패. 술탄까지 포라가 되었고, 태반은 그 자리에서 살해되었다. 투르크 병사의 잔학함도 유명했지만, 몽골 병사의 잔학함은 그것을 훨씬 뛰어넘었다.

술탄을 잃고, 오스만투루크로 결속한 이래 처음 경험한 괴멸적인 패배에 당황한 투르크 궁정은 당장 내분 상태에 빠졌다. 패배한 군대의 재건은 물론 나라 자체가 붕괴되기 직전이었다.

오리엔트에서 패권이란 군사적으로 강력한 한 나라가 주변 국가들에게 고액의 연공을 강요하고 전쟁을 할 때 병력 제공을 강제하는 것으로 성립된다.

앙카라 회전이 3년 후, 티무르가 죽었따. 이를 계기로 몽골제국은 급격히 쇠퇴하기 때문에, 비잔티움제국으로서는 투르크 대신 몽골의 우협을 두려워할 필요도 없게 되었다. 중근동은 오랜만의 소강상태를 만끽하고 있었따. 하지만 주변 국가들이 안심할 수 있었던 것은 20년에 불과하다. 군사력이 자국의 기반인 것을 알고 있는 투르크는 조금씩이지만 착실히 괴멸상태에서 제기하고 있었따.

수도와 그 주변만 남아 있는 비잔티움제국을 구태여 멸망시켜야 할 이유는 없었다. 이 상태대로 제국이 존속해도 투르크는 전혀 불편하지 않았따. 콘스탄티노플은 모든 상인에게 이상적인 자유항이었다. 그리고 투르크도 이 번영에 따른 이익을 충분히 누리고 있었다. 투르크 민족은 군사에도 행정에도 상당한 재능을 갖고 있었지만, 통상 민족은 아니었다.

무라트의 뒤를 이우 술탄이 된 메메드 2세는 1432년 태어났다. 술탄이 된 해에 겨우 열아홉 살의 젊은이였던 그는 역사상으로 극히 드물게 나타나는 인종애 속했다. 그가 존재하지 않았다면 역사는 다른 방향으로 가고 있었을까 하는 질문에 '그렇다'고 대답할 수밖에 없는 인물 가운데 하나였다.

우리가 아는 나라나 제국은 (개인을 포함) 크든 작든 베네치아형 국가가 아니었을까. 자기 중심적이고 자기네 이익을 지키는 것밖에 생각지 않는 장사꾼 국가.

술탄 메메드 균형잡힌 몸매에 키는 평균보다 큰 편. 무술에 능하고 친근감보다 위압감을 준다. 거의 웃지 않고 신중하면서도 어떤 편견에 사로잡히지 않는다. 한번 결정한 일은 반드시 실행하고, 실행할 때는 대담하다.

알렉산드로스 대왕과 같은 영광을 바라고, 날마다 로마사를 듣는다. 헤로도토스, 리비우스, 쿠리티우스 등의 역사서와 교황들의 전기, 황제들의 평전, 프랑스 왕들의 이야기를 좋아한다. 이탈리아 반도의 지리에 훤하다. 서구인에 대한 유도심문이 참으로 교묘하다.

갓 20대에 접어든 이 젊은이는 자신이 무엇을 실현하고 싶은지를 분명히 알고 있었다.

서방 침공에 사용하기로 결정한 메메드는 시간을 낭비하지 않았다. 아니, 낭비하는 것은 용납되지 않았다.

투르크군의 실태(16만 명의 절반이 전리품을 노리고 모여든 용병)는 동시에 약점이기도 하다. 대군을 계속 보유하기 위해서는 계속 이겨야 한다. 속국들은 투르크의 힘이 약해졌다고 생각되면 당장 병력을 제공하지 않는다. 전쟁을 돈벌이로 생각하는 자들도 패색이 짙어지면 당장 전쟁터를 버리고 달아난다.

그렇기에 술탄 메메드는 앞으로도 승리를 계속해야 할 숙명을 짊어지게 된다. 한번이라도 패배를 맛보면 당장 16만 병력은 6만 명으로 줄어들테니까.

또한 병사들을 놀게 할 수도 없다. 승리한 뒤 남아도는 시간을 주체하지 못하는 병사는 사회 불안의 원인이 되기 쉽다.

1456년, 보스니아도 투르크의 지배에 굴복했다. 이로써 폴란드와 헝가리가 이슬람 투르크에 대항하는 기독교 세계의 최전선에 서게 되었다. 1460년, 그리스는 북쪽에서 남쪽까지 완전히 투르크의 지배를 받게 되었다. 1461년 메메드 2세의 대군은 소아시아를 향해 다르다넬스 해협을 건넜다. 소아시아 북부, 흑해에 면한 도시 트레비존드를 공략하였고, 결국 흑해는 투르크의 바다가 되었다.

10년 전의 콘스탄티노플 함락으로 큰 손해를 본 제노바공화국에 레스보스 함락은 마지막 일격과 같았다. 제노바와 늘 경쟁관계에 있었던 베네치아에도 그것을 남의 일로만 생각할 수 없는 사태가 다가오고 있었다.

그로부터 6년 뒤, 1469. 불길한 정보가 베네치아를 불안에 빠드리기 시작했다. 소아시아에서 대량의 화약이 제조되고 있다는 것. 술탄의 명령으로 10만 병력이 징집되는 것. 조선소에서 많은 배가 건조되는 것.

다량의 도료가 팔린 것이다. 제노바 상인의 거래처가 투르크 정부라는 사실을 알아내는 것은 간단했다. 통상기지이기도 했던 레스보스 섬을 투르크에게 뺴앗긴 분노를 잊지 못한 제노바인이 여느 떄라면 밝히지 않을 일도 밝혔기 때문이다.

훗날 영국의 첩보 전분가가 '첩보'의 시작은 중세의 베네치아공화국이라 말했을 만큼 대단한 베네치아의 첩보기관은 정확한 정보를 입수했다.

계획적이고 지속적인 교역 체제가 기능을 바루히하게 하는 것이야말로 자국 경제 번영의 열쇠라고 밑었던 베네치아 공화국.

해상전투에 불리한 현실을 잘 알고 있는 메메드 2세는 베네치아와의 해전을 극력 회피하였다. 메메드 2세는 대부분 돈이 목적인 첩자들을 활용하는 데 능숙했다. 인적 피해도 배를 잃은 물적 피해도 메메드 2세의 예상 범위 안에 들어가 있었다.

전장 지휘관이라면 반드시 갖추어야 하는 임기응변 능력.

투르크 함대가 에게 해를 북상하기 시작한 뒤에도 베네치아 함대는 행동을 결정하지 못하고 있었다. 이런 경우 토의가 오래 끌면 끌수록 대세는 신중파 쪽으로 기울어지는 법이다.

통상국가이기도 한 이 나라들의 힘을 약화시키려면 그들의 통상기지를 공략하여 경제면에서 압박하는 수밖에 없다고 생각하고, 그것을 실행에 옮긴 메메드 2세의 생각은 옳았다고 말할 수밖에 없다. 과거의 예에 사로잡혀 있었던 베네치아가 틀렸다.

통렬한 타격을 받고 쓰려져도 얼른 일어설 필요가 있다. 쓰러진 채 있으면 제노바가 그랬듯이 링에서 쫓겨나버리기 때문이다.

베네치아 공화국은 일어서는 것을 군사에만 의존하지는 않았다. 정보 수집을 중요시하는 나라는 외교도 중요시한다.

육상 군사력이라면 투르크에는 전통이 있다. 오합지졸이라도 통솔할 수 있는 힘을 가진 지휘관은 부족하지 않았다.

투르크에는 해운의 전통이 없다. 배를 움직이는 데 정통한 사람의 절대수가 부족하다. 그리고 이런 종류의 능력은 필요하다고 해서 생겨나는 성질의 것은 아니다.

배를 조종하는 일은 피정복민인 그리스인에게 맡길 수 있다 해도, 배 안에서의 지위는 투르크인 선장이 있다. 이래서는 군용 갤리선도 전력이 되지 않는다. 무지한 상관의 명령에 따를 사람은 없기 때문이다.

투르크 제국은 자국의 해상 전력을 해적 두목들한테 맡기기로 한 것이다. 게다가 이 방법은 간편할 뿐 아니라 값도 싸게 먹혔다. 육군보다 해군을 상비군으로 유지하는 편이 더 돈이 든다. 그것을 해적에게 맡기면 비용도 걱정할 필요가 없어진다.

투르크 제국의 후원을 받게 되자 해적 사회에도 새로운 피가 도입된다. 이슬람 해적 세계에도 중세가 끝나고 르네상스 시대에 들어섰나 하는 생각이 든다. 출신 계급 같은 울타리가 없어지고 능력만으로 승부하는 세계가 되었다는 의미에서도 그렇다. 해적 세계에서도 두목이 되는 것은 그 사람의 능력에 달려 있는 시대가 되었다.

투르크인은 아랍인과 달리 신아에서는 더 개방적이고, 기독교에서 개종한 자에 대한 차별도 적었다. 이리하여 그리스가 해적을 배출하게 되었다.

한편 유대인 해적은 적었따. 이슬람으로 개종하는 유대인이 적었다. 또한 해적도 집단으로 행동하는 이상 하나의 조직이고, 조직을 꾸려나가려면 신뢰할 수 있는 여러 명의 부하가 반드시 필요하다. 하지만 아랍인과 마찬가지로 유대인도 가족밖에는 신용하지 않는 성향이 강하다. 그래서 유대인은 해적 두목 노릇을 할 수 있는 능력을 충분히 갖추고 있어도 부하로 삼는 자의 수가 절대적으로 부족했다.

가족밖에 신용하지 않는 성향과는 가장 거리가 먼 민족이 이탈리아 인이다. 그들은 능숙하게 협력관계를 맺었다.

시대는 전진하고 있었지만, 해적은 사라지지 않았다. 대항해 시대의 막이 오르고 르네상스 문화가 화려한 꽃을 피우고 있는 한편, 지중해에 면한 기독교 국가들은 질적, 양적으로 향상된데다 대국 투르크의 후원까지 받게 된 해적들의 활약 무대가 되었다.

최악의 사태를 가정하고 온갖 대책을 세우는 경향이 있는 베네치아공화국.

질적, 양적으로 향상했어도 만만찮은 상대에게는 손을 대지 않는다는 점에서는 이슬람 해적도 전혀 달라지지 않았다.

중세의 독실한 사람들에게는 성 베드로와 성 바울이 순교했다고 전해지는 로마도 성지였다. 그리고 로마교황청도 금화가 떨어지는 소리를 좋아하는 경향은 동시대의 통상국가에 못지않았다. 그래서 생각한 것이 성년을 설치하는 것. 유럽 각지에서 독실한 기독교도들이 일제히 로마로 모여들었다.

이것을 이슬람 해적의 눈으로 보면 사냥감이 떼를 지어 사냥터로 몰려 나온다는 뜻이다.

이리하여 역사상 처음으로 교황청 해군이 설립되었다. 로마를 찾는 신도를 해적으로부터 지키는 것이 목적이지만, 성년이 끝난 뒤에도 해군이 유지된 것은 이슬람 해적의 사냥터가 되어있었던 지중해의 당시 상태를 반영한다.

아무리 시대의 요청에 따른 제도라 해도, 그 제도를 계속 유지해가려면 실적을 보여줄 필요가 있다.

베네치아는 이 기회를 활용했다. 투르크와는 쓸데없이 싸우지 않기로 결정한 베네치아지만 싸울 때는 철저했다.

해적은 만만찮아 보이는 상대에게는 손을 대지 않는다.

에스파냐도 국가적으로 해적에게 대처하지 않을 수 없게 된 것은 금과 은을 주로 하는 신대륙의 물산을 가득 실은 배가 에스파냐의 항구에 들어오게 되었기 때문이다.

종교가 개재하면 적은 단순한 적이 아니다.

투르크의 지배에 굴복하고 싶지 않다는 생각과 경제적 이익 때문에 수장은 해적에게 좀처럼 만족할 만한 대답을 해주지 않았다.(각자의 이익에 따라 행동하는 사람들. What's benefit for me?)

베네치아도 국가에 이롭지 않은 일에는 눈을 감는 국가 이기주의와 무관하지 않았다.

메디치 교황(레오 10세).

그가 사는 교황궁에는 같은 시기에 레오나르도 다 빈치가 살았고, 미켈란젤로와 라파엘로가 일을 하러 다닌 적도 있었다.

1515년을 기준으로 하면 레오나르도는 63세, 미켈란젤로는 40세, 라파엘로는 32세였다. 즉, 레오 10세는 기독교회의 가장 높은 지위에 앉아 있으면서도 계속 현세적인 세계에서 산 사람이었다.

교황 레오 10세는 투크르제국과 그 뜻을 명심하여 지키는 해적에게 이기기 위해 기도와 설교에 의지하는 것은 중대한 잘못이라고 생각했다. 그들이 가져오는 공포와 불안에서 자유로워지고 싶으면 우리도 무장하여 그 군사력을 전략적으로 활용할 수밖에 없다고 생각했다. 그리고 생각을 실행에 옮겼다.

범선이 대형이면 방위력은 되지만, 공격력까지는 기대할 수 없다. 적군과 아군이 멀리 떨어진 곳에서 서로 대포를 쏘아댄 트라팔가르 해전은 300년 뒤의 일이고, 16세기 지중해에서 벌어진 해전은 노를 사용하여 접근전을 벌이다 적선에 올라타고 백병전으로 승부를 결정지었다.

동시대의 에스파냐 배에서는 종종 이단재판에서 유죄판결을 받은 죄인을 노잡이로 썼다. 하지만 이런 종교적 열광에는 항상 냉정했던 이탈리아에서는 그런 죄인을 전부 모아봤자 소형 갤리선 한 척을 움직일 수도 없었다.

인간모터를 갖추면 항해 비용이 늘어난다. 베네치아는 이 문제를 단가가 비싼 상품을 싣는 방법으로 해결한다. 단가가 비싼 상품은 당시는 후추를 비롯한 향신료인데, 향신료 시장을 사실상 독점하고 있던 베네치아니까 가능한 일이었다.

제노바는 네 개의 유력 가문이 항상 두 파로 나뉘어 싸우고 있었고, 패권 다툼에서 진 쪽에 속한 사람들은 정부의 명령 따위에는 절대로 복종하지 않았다. 온 국민이 일치단결하는 베네치아에 배해 개인주의적 성향이 강한 것이 제노바인의 특질이지만, 그런 제노바니까 콜럼버스를 낳은 게 아닐까 하는 생각도 든다.

프랑스 왕과 중요한 회담을 하는 자리에 교황 레오 10세는 레오나르도 다 빈치와 미켈란제로로, 라파엘로를 데려간 적이 있다. 이들 세 사람을 소개받은 프랑스 왕은 젊은 탓도 있어 마치 대스타를 만난 팬처럼 흥분해버렸고, 덕분에 회담이 에로 10세에게 유리한 방향으로 진행된 전례도 있었다.

베네치아공화국도 술탄 메메드 2세의 요청에 따라 자국 화가인 벨리니를 투르크에 파견한 적이 있었다. 르네상스 시대에 문화를 외교에 활용한 것은 로마교황청도 다를 바 없었다.

16세기 유럽을 특징짓는 것은 프랑스와 에스파냐라는 양대 강국 사이에 벌어진 패권 다툼인데, 그 주인공이 프랑스 왕 프랑수아와 에스파냐 왕 카를로스다. 두 사람 사이에 벌어지는 파워게임에 유럽 전체가 휘말려 들고, 그것이 이슬람 세력의 공세에 대한 기독교 세계의 대항을 약화시키게 된다.

베네치아는 자국의 이익과 직접 관계가 없는 전쟁에는 끼어들지 않는 나라이기도 했다.

해적과 똑같이 행동할수록 해적과의 싸움에서 유리해질 수 있다는 것도 유감이기는 하지만 진실이었다.

외교에서는 오른손으로 떄려놓고 왼손을 내미는 짓을 자주 한다. 손을 내밀 정도라면 떄리지 않아도 좋았을 것 아닌가 하고 말하는 사람은 선의를 가졌다는 것은 인정하지만 외교가 무엇인지는 모르는 사람이라고 말할 수밖에 없다. 물론 때리지 않아도 된다면 그보다 좋은 일은 없다. 하지만 맞아야 비로소 승락하는 경우가 많은 것도 사실이다.

마키아벨리는 증오를 받기는 할망정 경멸만은 받으면 안 된다고 말했다. 또한 정치에서는 사랑보다 두려움의 대상이 되는 쪽을 택해야 한다고도 말했다.

인간은 자기를 사랑해주는 사람은 쉽게 버릴 수 있지만, 두려워하고 있는 상대한테서는 쉽사리 떠날 수 없기 때문이다.

개인간의 문제가 아니라 나라와 나라 사이의 문제를 다루는 외교에서는 얕보이거나 경멸당하는 것은 실질적인 손해를 가져오기 때문에 절대로 피해야 하는 중대사였다.

튀니스 항구에 제노바의 배가 묶여 있었다는 사실은 그 배를 빼앗아 북아프리카로 끌고 간 해적 쿠르토골리의 행동을 튀니스 당국도 인정했다는 것을 보여준다.

베네치아공화국은 남을 때리지는 않지만 남에게 얕보이는 것도 용납하지 않는 대처법을 택하고 싶은 나라에도 표본이 될지도 모른다.

에스파냐 지배자들은 실제 성과보다 대국의 위신을 지키는 것이 더 중요했는지 모른다. 대포를 설치한 것만으로 만족하고 그 다음은 어떻게 되든 모르겠다는 식이다. 그 결과 해적선은 알제 항구를 마음대로 드나들고, 알제 시내에는 쇠사슬 소리를 울리며 끌려가는 납치된 에스파냐인의 모습이 끊이지 않았다.

같은 일신교인 이슬람교와 기독교의 차이는 신앙의 대상이 다르다는 데 있는 것이 아니라, 믿는 방식이 옳으냐 그르냐에 있었다는 것을 잊어서는 안 된다.

제3자가 보면 어이없는 차이지만, 본인들은 진지하게 받아들이고 있었다.

투르크제국은 막대한 부는 있어도 해운국이었던 전통은 없다. 전통이란 모든 면에서 축적이 있다는 뜻이다. 그것이 없는 투르크가 해군이 필요해졌을 때 생각해낸 것이 해적이다. 필요할 때만 해적을 징집하여 활용한다는 착상이다.

지난해의 성공이 가드 알리를 자기과신에 빠뜨리고 있었다.

도리아는 북상하는 해적의 앞길을 가로막는 방법을 택하지 않았다. 해상 전투를 싫어하여 배의 척수에서 우세해도 적의 함대를 보면 재빨리 달아나는 해적의 습성을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도리아는 달아나는 것처럼 위장하기로 했다.

이탈리아 해양국가의 선박이 사각형 돛이 아니라 삼각형 돛을 좋아 한 것은, 사각형 돛을 달면 역풍일 때는 어찌 해볼 도리가 없지만, 삼각형 돛을 달면 지그재그라도 앞으로 전진할 수 있기 때문이다.

안드레아 도리아도 바람이 휘몰아치는 바다에서 줄타기만큼 어려운 선박 조종술을 요구할 수 있었다. 제노바 선원이라면 순풍을 받고 달리면서도 조금씩 속도를 늦추는 것쯤은 식은 죽 먹기였다. 그리고 해적 가드 알리는 달아나는 적의 선단을 추적하는 것밖에는 염두에 없었다.

제노바 쪽은 완벽한 태세로 적을 맞아 싸운 반면, 해적 쪽은 바람에 떠밀려 전투로 들어와버린 셈이 된다.

이것이 양쪽 전사들의 전투 방식에 영향을 미치지 않을 리가 없다.

얼마 안 되는 포로들 가운데 가드 알리가 끼어 있는 것을 안 도리아는 자신의 성공이 완벽하다는 것을 깨닫는다. 안드레아 도리아는 동시대의 베네치아 해군 사령관들처럼 사로잡힌 해적을 즉석에서 활대에 매달아 사형에 처하지는 않았다.

16세기에는 모든 생각이 모든 지역에서 서로 격돌한 시대였다.

기독교 * 이슬람교

가톨릭 * 그리스정교

가톨릭 * 프로테스탄트

가톨릭의 온건파 * 이단재판파

프랑스 * 에스파냐/독일

이슬람 세계에서 투르크제국과 같은 힘을 가진 나라가 하나도 없었던 기독교 세계에서는 격돌이 더 오래 계속된다.

루터가 종교개혁 운동을 일으키고, 그 결과 프로테스탄트파에 이반당하여 기독교 세계가 양분되어도 레오(구시렁거리지 않는 남자)는 당황하지 않았다.

해적이라 해도 지도자가 없으면 기능을 발휘할 수 없는 집단인 것은 마찬가지다.

내정에서 아무리 중요한 업적을 쌓아도 '현제'라고 불릴지언정 '대제'라고 불리지 않는다. 인간이란 남과 싸워서 이겨야만 가슴이 후련해지는 동물일 것이다. 따라서 그런 인간을 통솔하지 않으면 안 되는 지도자, 특히 자신의 치세를 이제 막 시작해야 하는 지도자는 가숨이 후련해지는 무언가를 국민에게 제공하는 것이 중요하다. 그럴 수 있으면 국민은 좋은 징조라고 느끼고, 어려움에 부닥쳐도 이 사람이라면 따라가겠다는 마음을 갖게 된다. 반대로 시작부터 비틀거리면 국민이 의기소침해지기 때문에 이후의 통치가 어려워진다.

레오는 호방하고 쾌할한 성품에 사소한 일로 구시렁거리지 않았던 반면, 클레멘스는 측근들에게도 쉽게 속마음을 드러내지 않고, 빨리 결단을 내려야 할 때에도 우유부단했다. 두뇌는 명석하고 판단력도 있었지만, 매사에 뒷북만 치는 사람이었다.

역량을 갖추고 있을 것, 운이 좋을 것, 그리고 시대가 요구하는 인재일 것.

문화의 차이로 돌릴 수밖에 없는 문제지만, 만인에게 공통될 수도 있는 문명과는 달리 고유한 것이 특징인 문화는 그만큼 완고한 데가 있다.

르네상스 인에게 아직도 십자군 사상을 갖고 있는 성 요한 기사단의 방식에 위화감을 품은 것은 당연했다.

한편으론 성 요한 기사단의 사고방식을 딱 잘라 거부할 수도 없는 것이 당시의 현실이었다.

적을 이기려면 적과 똑같이 하라는 사고방식이다.

해적 세계에서도 실질적인 성과는 없어도 때로는 기독교 국가의 정규 해군과 싸워서 화려한 퍼포먼스를 전개할 필요가 있었던 모양이다.

합리적으로만 행동하면 따르는 사람들의 가슴으 뜨거워지지 않는다.

유대인 시남을 겁쟁이라고 비난한 해적은 적지 않았지만, 자기가 시남을 대신하겠다고 결심한 것은 바르바로사 뿐이었다.

도리아는 적이 누리고 있는 플러스 면을 마이너스로 바꿔버리는 두뇌가 있었다.

전쟁터에서는 목표를 명확히 한 쪽이 이긴다.

한때의 감정에 좌우되지 않는다는 점.

1500년 무렵, 두 차례에 걸쳐 대서양을 횡단하고 아메리카가 대륙이라는 것을 유럽에 전한 사람. 제노바 사람인 콜럼버스는 자기가 도달한 땅이 인도의 일부라고 계속 믿은 모양이지만, 그보다 10년 뒤에 같은 위업을 이룩한 피렌체 태생의 베스푸치는 그곳이 신대륙이라는 것을 깨달았다. 이 사람의 이름인 아메리고에서 유래했다.

1527년 5월. 역사상 로마의 약탈이라 불리는 대사건이 일어난다. 기독교 세계의 종교적 최고 지도자인 로마 교황을, 기독교 세계의 세속적 최고위자로서 교황을 지킬 의무를 누구보다 많이 지고 있는 신성로마제국 황제가 공격했으니까, 선량한 기독교도들이 말세라고 개탄한 것도 무리는 아니었다.

하지만 로마의 약탈은 유럽 각국의 세력 관계가 프랑스와 에스파냐의 길항 상태에서 에스파냐 쪽으로 크게 기울어진 것을 보여주었다. 카를로스는 에스파냐 왕인 동시에 신성로마제국 황제이고, 독일과 네덜란드, 에스파냐 뿐 아니라 이탈리아 남반부까지 지배하고 있었다.

프랑스 편이라는 것을 감추지 않은 로마 교황 클레멘스 7세를 달갑게 생각지 않은 카를로스가 무력으로 로마 교황에게 노선 변경을 강요하려고 일으킨 사건이고, 카를로스가 독일 병사를 주체로 한 황제군을 파견하고 일주일 동안 로마 시내 전체를 파괴하고 약탈했다.

로마가 이렇게 큰 피해를 입은 것은 독일 병사들 가운데 프로테스탄트가 많아서, 마르틴 루터가 타락한 도시라고 맹렬히 비난한 로마를 파괴하는 데 특히 열을 올렸기 때문이기도 했다.

프랑수아 1세는 늙은 천재에게는 편안히 살 땅을 제공하는 것이 최고의 친절이라는 레오나르도 다 빈치의 생각을 완벽하게 이해한 사람이지만, 안드레아 도리아가 무엇을 필요로 하는지는 이해하지 못한 것 같다. 바다의 용병대장인 도리아에게는 왕이 직접 수여한 생 미셸 훈장보다 계약대로 보수를 지불해주는 것이 더 중요했다.

교황의 해군 사령관이었던 사람이 교황을 공격한 황제 쪽으로 돌아섰다는 것만으로도 스캔들인데, 프랑스 왕과의 계약 기간도 끝나기 전에 그 프랑스 왕과 적대관계에 있는 에스파냐 왕에게 붙었다니까 그 이상의 스캔들은 없었다.

한 나라의 군주에게 그런 일로 불만을 품는 것은 용납되지 않는다는 것이 당시의 일반적인 생각이었다.

하지만 도라이는 그런 평판 따위는 아랑곳하지 않았다. 그리고 카를로스는 이 바반에 최고의 예로 보답헀다.

지중해 세계는 바다를 가운데 놓고 800년 동안이나 아랍인이 주도하는 이슬람 세계와 기독교 세계로 나뉘어 대결해온 긴 역사를 갖는다. 하지만 투르크가 주도하는 이슬람 세계와 기독교를 믿는 유럽 각국의 대결이 된다. 이슬람과 기독교의 대결은 마찬가지. 이슬람쪽도 초록색 바탕에 하얀 반달이었던 것이 붉은색 바탕에 하얀 반달로 바뀌었을 뿐이니까.

강대국의 최고권력자 가운데 영토 확장의 매력에 저항할 수 있었던 사람은 거의 없다. 유일한 예외가 있다면 율리우스 카이사르, 아우구스투스, 티베리우스로 이어진 고대 로마 제국일 것이다.

정복은 이것으로 끝내고 앞으로는 제국 내부를 충실히 다지자는 생각은 너무 건전한 생각이기 때문인지, 모든 권력이 집중하는 단 한사람에게는 너무 매력이 없는지도 모른다. 법의 사람으로 평가받기를 좋아한 술레이만도 그 법을 정하는 것은 그 자신이어야 했다.

군대를 통솔하게 된 경우에 자주 일어나는 현상이지만, 필요 이상으로 강경해지거나 필요 이상으로 나약해지기 쉽다.

절망한 적은 언제 철수를 멈추고 공격할지 모른다.

수비대 병사들도 곧 원군이 온다는 것을 알면 용기를 내어 수비에 힘을 쓸 것이기 때문이다.

희망을 갖게 하는 것도 사령관의 중요한 의무다.

비록 해적업이라도, 그 세계에서 대성한 사람은 조직력도 뛰어난 모양이다. 그리고 바르바로사는 자신을 등용하기로 결정한 술레이만의 의도를 완벽하게 이해하고 있었다.

해적을 궤멸시키고 싶으면 해적의 본거지를 궤멸해야 한다. 이것은 해적이 날뛰고 있던 기원전 1세기에 폼페이우스가 생각하고 실행한 전략이었다.

같은 이탈리아 사람이지만, 개인의 돌출을 인정하는 제노바 사람에게 항상 거국일치로 행동하는 베네치아 사람은 기질이 다른 인종으로 보였을지도 모른다.

베네치아는 해운국이자 통상대국이며, 국내 안정이라는 어려운 일까지 이룩하여 정치적으로 성숙했고, 그결과 외교대국이자 문화대국이 되었다.

일단 시작한 이상 단숨에 간다는 것이 안드레아 도리가아 늘 쓰는 방법이었다.

단순한 정찰로는 부족하다. 전투란 어떤 것인지를 잘 알고 있는 사람이 직접 자구 눈으로 볼 필요가 있었다.

황제까지 함꼐 고생하고 있는 것을 보면 병졸들의 사기도 올라간다.

양쪽 모두 올바른 신앙의 소유자가 그릇된 신앙의 소유자와 싸운다고 생각한 점에서는 같았지만, 자기가 옳고 상대가 그리다고 생각한 것은 양쪽이 모두 일신교도였기 때문이다.

사람을 모으는 데는 대의보다 눈앞의 이익이 더 효과적이다.

전통적인 경제 기반이었던 토지를 가진 봉건영주로 태어나지는 않았지만 두뇌와 손을 사용한 지능이라면 자신있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모여 생긴 것이 도시국가다. 따라서 피렌체, 베네치아 등의 이탈리아 도시 국가의 생산성은 매우 높아서, 인구는 10만이지만, 1천만 명 안팎의 인구를 가진 프랑스나 에스파냐나 투르크에 필적하는 경제력을 가지게 되었다.

피렌체 은행에서 융자를 받지 않으면 프랑스 왕도 영국 왕도 전쟁을 치를 수 없었고, 베네치아나 제노바의 해상 수송력이 없으면 십자군이 팔레스타인에 세운 나라도 200년이나 버티지는 못했을 것이다.

동시대의 역사가 구아치르티니도 말했듯이 1494년에 프랑스 왕이 이탈리아를 침공함으로 이 시대도 끝났다. 도시국가의 시대는 가고 영토국가의 시대가 된 것이다. 개개인의 능력은 떨어지고 생산성이 낮아져도 인구가 많은 쪽이 이기는 시대가 되었다. 근세는 양의 시대다. 이것이 16세기에 접어든 이후의 프랑스이고 에스파냐이며 투르크이고 영국이다.

독일은 신성로마제국으로 통합되지 않는 한 왕이 아니라 영주인 각 제후들로 분열되어 있었기 때문에, 중앙집권국가로서는 출발이 늦었다. 하지만 군사력으로는 란츠크네흐트라고 불리는 프로테스탄트파 농민병이 스위스인 보병과 함께 유럽에서 벌어지는 전투를 결정하는 전력의 주축이 되어가고 있었다. 이것도 인구가 많은 영토형 국가가 유럽의 운명을 결정하게 된 시대의 변화를 보여주고 있었다.

이 시대에 이탈리아는 도시국가였기 때문에 각 시민의 능력이 최고도로 발휘되고, 그 결과 경제부터 문화에 이르기까지 모든 면에서 번영을 누리고 있었던 만큼, 양으로 승부하는 영토형 중앙집권국가라는 시대의 물결을 타지 못했다.

이에 대한 위기의식이 도시국가의 전형이었던 피렌체공화국에서 태어난 마키아벨리에게 군주론을 비롯한 경세의 걸작을 쓰게 했다.

부하들한테 납득시키기 위해서라도 해적질만 했을 떄와 다름없는 수입을 보장해주어야 했다. 아니 수입을 보장해주지 않으면 부하들도 모이지 않았다.

도리아는 전술을 바꾸면 싸울 수 있다고 생각한 모양이다. 더 이상 적에게 시간을 주기보다는 그 편이 낫다.

뛰어난 장수는 무엇보다 지리에 밝아야 한다. 도리아나느 카스트로 자체를 공격하여 탈환하기보다 카스트로에 대한 보급을 끊기로 했다.

도리아에게 행운이었던 것은 적이 도리아의 예측대로 행동해준데다 빨리 행동해주었다는 것이다.

의지할 부모도 없이 자라면 자연히 의지할 수 있는 유일한 사람인 술탄에게 충성을 맹세하게 된다.

중세의 로마 교황에게는 파문이라는 최강의 무기가 있었지만, 르네상스를 거친 이 시대의 왕이나 제후에게는 파문도 효과가 없어졌다.

가치관의 차이지만, 이런 경우 승부를 결정하는 것은 이치가 아니라 힘이다.

연합군. 각자의 역할과 책임, 수익을 미리 정하지 않으면 일이 추진되기 어렵다.

용병은 위험에 노출되지 않는 방식으로 일을 해내려 한다. 화려하게 싸우면서도 전사자는커녕 부상자도 없는 용병끼리의 전투. '예술가로서의 전투'는 되지만, 용병을 고용하는 쪽에서는 빨리 결말을 내고 싶어서 시작한 전투인데, 결말은 나지 않고 그저 돈만 계속 나갈 뿐이다. 용병은 맡겨진 임무를 100% 수행하면 스스로 일자리를 잃을 수 있다.

인간을 종교의 멍에로부터 해방한 르네상스 운동은 로마 교황의 권위를 떨어뜨리고 있었다.

베드로는 초대 교황이고, 역대 교황은 베드로의 후계자로 되어 있다.

만사는 플러스 면과 마이너스 면을 함께 갖는 법이다.

젊은이답게 솔직한 페란테의 이야기는 프랑스 궁정에 주재하는 베네치아 대사가 카펠로에게 이미 전달한 정보와 완전히 일치했다.

하지만 카펠로는 알지 못했다. 카를로스가 도리아를 늦게나마 출발시키면서, 베네치아에 이익이 될 전투는 하지 말라고 잘 알아듣게 말한 것까지는.

여섯 달이나 기다린 카펠로도, 석 달 동안 기다린 그리마니도 기가 막힌 표정으로 도리아를 바라볼 수밖에 없었다.

양식이란 수세에 몰린 쪽이 하는 말이고, 행동의 주도권을 쥔 쪽은 항상 비양식적으로 행동하는 법이다.

프레베자의 패배에 따른 영향은 이듬헤인 1539년에 벌써 분명해진다.

단순한 배짱만으로는 몰살로 끝날 게 뻔했다. 대담하고도 교활한 전술을 짤 필요가 있었다. 그렇기는 하지만 유인이 성공하는 것은 속공을 할 수 있느냐 없느냐에 달려 있다.

16세기에는 대포의 파괴력과 명중률도 훨씬 진보했다.

후퇴하는 것도 쉬운 일이 아니었다. 퇴각으로 보이지 않도록 질서정연하게 대오를 짜서 상륙지점까지 돌아가는데, 전혀 좋아지지 않는 악천후에다 이슬람교도의 게릴라 공격까지 각오해야 했다.

아무리 퇴각으로 보이지 않게 해도 적은 속지 않는다.

에스파냐인에게 용기나 적극성이 부족했던 것은 아니다. 그들에게 부족한 것은 일을 실천할 때의 감각이었다.

정보를 모으는 것만으로는 어중간하고, 그것을 어떻게 활용하느냐가 중요하다.

자력으로 권력을 획득할 수 없는 자는 항상 다른 나라나 다른 사람의 도움을 빌려서 그것을 이루려 한다.

왕은 세간의 비난 따위는 신경쓰지 않는다는 생각이 전부 다 옳은 것은 아니다. 민중 쪽에서 일어난 비난은 종종 반대파에 대의 명분을 주게 된다. 전제군주라 해도 여론을 계속 무시하는 것은 자기 몸을 베는 칼날이 될 수도 있다.

반역은 프릉스 왕의 발밑에서도 일어나고 있었다.

똑같은 일도 나라에 따라 전혀 다르게 받아들인 예는 역사에 수 없이 많다.

베네치아인은 장사란 정확한 장부가 있어야 성립된다고 생각하기에 모든 것을 기록했다.

알렉산드로스 대왕은 전쟁이란 어느 쪽이 먼저 주도권을 잡느냐에 달려 있다고 했다. 주도권만 잡으면 그 후의 싸움도 유리하게 진행할 수 있다. 반대로 주도권을 빼앗기면, 애를 써도 계속 뒷북만 치게 되고, 이래서는 결과가 뻔하다고 체념해서 가진 힘을 모두 투입하여 승부를 걸어보아도 그것조차 결정타가 되지 못한다.

유능하고 강력한 지도자가 없었기 때문에, 벽에 부딪혀도 도전을 거듭하면 언젠가는 길이 열릴 거라고 믿고, 길을 돌아가는 것도 타개책이 될 수 있다는 것을 알지 못했다. 그 결과 시간만 헛되이 지니갔고, 그것이 투르구트에게 방위체제를 강호할 시간을 주게 되었다.

에스퍄냐 왕의 대리인 자기가 20대 젊은이의 의견을 그대로 받아들이면 체면이 깎인다. 우두머리보다 우두머리의 대리 가운데 체면을 중시하는 사람이 많다.

사람은 자신감이 생기면 자기가 가진 자질 이상의 능력을 발휘하는 경우가 있다.

해적질을 게쏙할 수 있는 것은 핵 주변에 동조자나 이해관계가 일치하는 사람이 많기 때문이다.

어떤 상태도 참고 견딜 수 있는 정신과 육체의 소유자.

비범한 두 장수보다 평범한 한 장수가 낫다는 말도 있지만, 두 사령관에게 각기 다른 임무를 맡길 경우에는 임명할 때 최종 결정권이 어느 쪽에 있는가를 분명히 해두어야 한다.

연장자에다 경험도 풍부한 무장. 참모본부의 엘리트. 이들의 관계는 야전에서 온갖 고초를 겪으며 사령관에 올라간 사람과 엘리트 중에서, 고자세로 딱딱거리는 것은 항상 후자 쪽이다.

최고 사령관의 능력이 중요하다. 아랫 사람은 그의 의향을 재빨리 파악하고, 일의 흐름을 바꾸어 버린다.

군장도 문화니까 전투하는 지역에 ㄸ라 다르게 만들 수는 없다. 로마제국의 군단병은 추운 북유럽에서도 팔과 다리를 드러낸 그 군장으로 싸웠다. 투르크군 병사들은 식량이 부족하지는 않았다. 하지만 풍부했던 것이 줄어드는 것을 보면,그것만으로도 인간은 결핍감을 느끼게 된다.

역사도 정치, 군사, 경제도 그 뒤에 학이 붙으면 당장 인간의 심정에 대한 배려가 줄어드는 것 같다. 형태도 없고, 숫자로 나타낼 수도 없는 인간의 심정을 배려하는 것은 엄밀해야 하는 학문에 어울리지 않기 때문일까.

아무 대책도 세우지 않고 정신주의만 제창하는 것은 어리석다. 하지만 대책을 세울 수 있는 힘이 있는데도 체념하고 무슨 짓을 해도 헛수고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에게 절대 헛수고가 아니라는 것을 깨우쳐주는 데 도움이 된다면, 정신주의도 쓸데없는 것은 아니다.

마음만 먹으면 이길 수 있다는 것을 알면, 인간은 적을 맞아 싸울 체제를 강화하는 데에도 진지해진다.

유럽 역사 전체로 보면, 몰타 공방전은 지방의 한 사건에 불가ㅗ했다. 하지만 지중해 세계에 사는 살마에게는 프랑스에서 일어난 신교도와 구교도의 골육상잔이나 에스파냐군을 고전시킨 네덜란드인의 저항, 엘리자베스 여왕 치하에서 영국이 두드러지게 대두한 것보다도 몰타의 승리가 훨씬 중대한 영향을 미쳤다.

오랜 세월에 걸쳐 친숙해진 유능한 군주의 통치까 끝난 직후에는 어느 나라나 어느 민적도 정체기에 들어간다.

현실주의자가 잘못을 저지라는 것은, 상대도 자기와 똑같이 생각할 테니까 미련한 짓만은 하지 않을 거라고 생각했을 때다.

베네치아인은 단판 승부 타입의 거래에서는 경쟁자들에게 뒤질 떄가 많았다. 하지만 베네체아공화국의 경제정책은 언제나 상대도 이익을 보게 해주는 것과 약속을 지키는 것, 이 두가지를 통해 계속성을 중시하는 것으로 일관해왔다.

로마인의 관용. 를레멘티아. 공생해야 하는 상대가 잘하는 분야에서 능력을 발휘하게 함으로, 그 사람의 존재이유를 확인시키고, 그것을 기반으로 하여 운명공동체로 만들어가려는 냉철한 지배 철학이었다.

상대의 말을 전적으로 믿으면 국익을 짊어진 외교관이 될 수 없다. 베네치아 대사는 술탄의 언행에는 특별한 주의를 기울일 필요가 있다는 것을 보고했다. 베네치아 대사를 대하는 태도가 미묘하게 달라진 것은 큰 위험의 전조였따.

확대나 개혁이 이루어진 뒤에는 그것을 정착시키는 과정이 반드시 필요하다.

베네치아는 종교와 언론의 자유를 보장하는 나라여서, 이단재판소의 감옥에서 용케 탈출한 사람들에게 도움의 손길을 뻗은 사람은 누구나 베네치아로 도망치라고 말했을 정도였다.

최고 지위에 있는 사람은 움직이지 말라고 명확하게 명령할 필요는 없다. 상대가 움직이지 않기를 바란다면, 애매한 태도를 취하기만 하면 된다. 신하는 그런 군주를 보고, 지금은 움직이지 않는 편이 좋겠다고 스스로 판단한다.

펠리페 2세는 비난의 이유가 될 만한 위험이 있는 증거는 문서든 말이든 일절 남기지 않는 군주이기도 했다.

명확한 계약은 떄로 인간의 마음을 되돌리는 역할도 하는데, 그런 계약을 맺지 않았던 것이 중요한 원인이었다.

승리는 사람드을 기분좋게 도취시킨다. 하지만 승리에 도취한 사람은 종종 본래의 목적을 잊어버리게 된다. 레판토가 결승점이 아니라 출발점이 될 수 있다는 것을 알고 있었던 나라는 베네치아 공화국뿐이었다.

인간은 달아나지 않고 맞섰을 때의 효과를 보면 그후에는 도망치지 않게 된다.

투르크 함대도 해전을 벌이지 않는 동안에만 오스만제국의 뒤대한 해군이었듯이, 에스파냐의 무적함대도 베네치아의 참가 없이 그들 끼리만 싸운다면, 해전을 벌이지 않는 동안에만 무적이었을 것이다.

통치자는 지금 현재 눈앞에서 벌어지고 있는 사태에 대한 대책을 게을리 할 수 없다.

인간 세계를 생각하면 유감스러운 일이지만, 전쟁의 열기를 식히는 것은 평화를 바라는 사람의 목소리보다, 노골적인 표현으로 돈의 흐름이 막혔을 때가 아닐까.

사람이 평화를 바라는 것도 간접적 효력은 있지만, 전쟁에 대한 염증이 생겨나는 것은 패배한 뒤인 경우가 압도적으로 많은 것도 사실이다. 인간은 패배하면 자신을 반성하게 된다.

인류는 온갖 정치체제를 생각해냈다. 왕정, 귀족정(과두정), 민주정, 공산주의. 하지만 지도자가 없는 정치체제만은 생각해내지 못했다. 지금도 요인 암살에 대한 대책은 계속되고 있다. 그것은 개개인의 생각이 국가의 방향을 결정할지도 모른다고 사람들이 생각하기 때문이 아닐까.

정의를 이룬다고 믿는 사람 특유의 잔인한 고문이 저질러져 지각있는 사람들에게 지탄을 받고 있었다.

충돌은 양쪽 당사자가 모두 관심이 있으니까 일어나는 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