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넷서점 인터파크도서

화랑세기를 바탕으로 세상을 사는데 사람과 사람 사이의 관계에 대해 교훈적인 내용, 가슴에 세겨둬야 할 내용을 소설의 양식으로 쉽게 풀어 쓴 책이다.
읽으면서, 어떻게하면 이렇게 쓸 수있을까... 라는 생각을 했다.
풍류가 무엇인지 몰랐지만, 이 책을 통해 풍류가 무엇인지도 알게 되었다.
역사를 공부하면서 느끼는 바지만, 과거 사냥을 위해 돌도끼를 들고 다니던 시절과 현재 핸드폰을 들고 다니는 사람의 차이는 과연 무엇인지...
박경철 선생이 말한 대로 인류의 발전의 측면에서 정신의 발전은 과연 무엇이라고 해야할지..
최근 읽은 철학책에서 기존의 이론에 대한 반론에서 새로운 이론이 나오고, 또다른 반론이 나오는 과정을 통해서 발전하는 경우도 확인했다.
하지만 인류의 발전에서 정신적인 면은 고대의 사람들에 비해 더 낫다고 하기는 어려울 것 같다.

화엄의 나날
앞사람의 흔적과 자취는 하찮은 꿈 한 자락, 머리 모양과 옷매무새 하나까지도 뒷 사람에겐 그대로 생멸이 되고, 운명이 되며, 이런 것들이 모여서 윤회의 수레바퀴를 돌리는 천지 만법과 역사가 된다.
뒷 사람의 처지에서 보면 선대의 어느 것 하나도, 하다못해 바람이 불고 비가 오는 것까지 그냥 우연히 일어나는 일은 하나도 없다.
그러므로 행복하든 불행하든, 지위가 높든 낮든 자신이 지금 이 자리에 있음을 가벼이 생각해서는 절대로 안된다.
우리가 오늘 여기에 있기 위해서는 선대의 어느 일 하나도 기적 아닌 것이 없습니다.(이 부분을 읽을 땐 3호선 수서역이었다. 그러면서 내가 지금 이시간에 왜 이곳에 있는지 생각해 본다..)
이를 일컬어 화엄이라고 한다. 누가 저 장엄하고 도도한 화엄의 법칙을 감히 짐작이나 하겠느냐.
우리는 오늘 하루도, 지금 이 순간에도 그저 깊고 오묘한 화엄의 나날을 기적처럼 살아갈 따름이다.

세상은 큰 놀이터다.
젊어서는 머리와 가슴에 횃불을 밝히려고 힘쓰고, 늙은 뒤로는 밝힌 횃불을 꺼뜨리지 않도록 조심해라. 머리와 가슴에 횃불이 없는 자는 죽은 사람과 같다. 사는 동안에는 횃불을 절대 꺼뜨려서는 안된다.
아무리 몸이 고단하고 아파서 사경을 헤매더라도 그 횃불만은 꺼뜨리지 말아라. 그럼 그 횃불이 언젠가는 달처럼, 별처럼, 해처럼 너희를 환히 빛나게 만들 때가 있을 것이다.
천하를 살다간 모래알처럼 많은 사람 가운데 이름이라도 남긴 사람이 과연 몇이더냐.. 내 말을 명심하고 또 명심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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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엇이든 지나친 것은 좋지 않다
세상에서 제 아무리 좋은 것이라도 지나치면 위험하다. 사랑도 예외가 아니다. 황제의 잘못은 선혜후를 지나치게 총애한 점이다.
사람들은 일찍이 황상부처의 지고지순한 사랑을 아름답다고 찬탄하였으나, 세월은 절대로 과한 일을 그냥 놓아두지 않는다.

젊어서는 자식 없이 사는 게 그다지 큰 문제가 아니었다. 자식보다는 사랑이 더 중요한 가치였다. 황후는 새삼스럽게 아이를 갖고 싶은 강렬한 욕망에 사로잡혔다. 여자로서 피붙이 하나 남기지 못한다는 사실에 가슴이 통째로 와르르 무너졌다.
색사를 등안히 하고도 금실이 좋기를 바란다면 이는 아무 일도 하지 않고 저절로 부자가 되기를 바라는 것과 무엇이 다른가..
황제는 날짜를 꼽아 보고 혼자 고개를 갸웃거렸다. 그러나 황후에게는 아무것도 묻지 않았다.(황후가 묘심과 통하여 아이를 임신한 것을 알고도 모른체 했던 황제)
당시 사람들 중에는 선혜후와 묘심이 총애를 배신하여 당연한 처벌을 받았다는 축과 아무리 그렇더라도 황제의 처사가 지나쳤다는 축으로 나뉘었다.
믿음이 크면 배신감도 크고, 사랑이 깊으면 미움도 깊다더니..
실수는 누구나 할 수 있다. 그러나 실수에는 반드시 뒤에 뉘우침이 있어야 한다.
스스로 불편한 마음을 없애려고 고변하는 바람에 황제께 고통과 괴로움을 모조리 전가한 것이 잘못.

이는 자신만 위할 줄 알아았지 그 말을 듣는 상대의 마음을 전혀 헤아리지 못한 가볍고 경솔한 처사다.

무엇이든 지나친 것은 좋지 않다
세상에서 제 아무리 좋은 것이라도 지나치면 위험하다. 사랑도 예외가 아니다. 황제의 잘못은 선혜후를 지나치게 총애한 점이다. 사람들은 일찍이 황상부처의 지고지순한 사랑을 아름답다고 찬탄하였으나, 세월은 절대로 과한 일을 그냥 놓아두지 않는다.
그래서 공자는 지나친 것은 모자란 것과 마찬가지라고 했다.
내 삶에서도 마찬가지다. 계속된 좋은 이야기는 결국 나쁜 이야기로 되었고, 넘치면 결국 나쁜 결과를 초래했다.

*인생은 두 번 살 수 없다
이렇게 산 사람은 저렇게 살아 보기를 원하고, 저렇게 산 사람은 또 이렇게 살아 보기를 바라는 게 아닐지요.
이는 마치 여러 가래 길 가운데 어느 한 길을 택해 걸어간 나그네가 목적지에 이르러 자신이 모르는 다른 길을 궁금해하는 것과 같은 이칩니다.

돌이켜보면 모든 일은 숨 한 번 쉴 동안에 판가름이 났다.
사흘을 굶으면 십 리 밖의 밥 짓는 냄새가 코에 닿습니다.

그러나 음식을 배불리 먹은 뒤에는 옆집에서 고기를 구워도 잘 알지 못하는 게 사람의 오감입니다.
어려서는 효행으로, 젊어서는 학문과 교우에 매진하느라, 보위에 오른 뒤 백관의 신망과 존경을 잃지 않으려 근신하였고, 재난과 전란 앞에서 먹고 입는 것조차 삼가고 가릴만큼 수신에도 엄격했다. 덕망 높은 임금과 성인군자의 길만을 걸어온 칠십 평생이었기에 누구 앞에서든 떳떳하고 당당했던 비처제였다. 그런데 어느 날부터인가 회의가 일기 시작했다. 왜 그렇게만 살아왔던가.
어느날 눈을 떠보니 남은 거라곤 늙고 쪼그라든 육신과 성군이라는 허울 뿐이었다. 왜 그렇게만 살았던가..
학문도 좋고 벼슬도 좋지만, 너희는 부디 나이에 걸맞게 살아라.

지내놓고 보니 젊어서 노성한 것과 철없는 것이 모두 꼴불견이더라.
한 번뿐인 인생을 왜 그토록 남의 눈치나 보면서 스스로에게 엄격함과 불편함만을 강요했더란 말인가..
황궁에서도, 저자에서도 세월은 똑같이 흐르고 사람이 살아가는 이치도 매일반이올시다.

이렇게 산 사람은 저렇게 살아 보기를 원하고, 저렇게 산 사람은 또 이렇게 살아 보기를 바라는 게 아닐지요.
이는 마치 여러 가래 길 가운데 어느 한 길을 택해 걸어간 나그네가 목적지에 이르러 자신이 모르는 다른 길을 궁금해하는 것과 같은 이칩니다
세상에 살아 있는 동안에는 어떤 일도 늦은 게 없습니다. 그러나 더 미루다가는 정말로 늦어 버리고 말 것입니다.
부자 사전에 이런 내용이 있다.
물은 늘 차갑다. 준비된 자는 항상 먼저 뛰어들고, 그것을 견디어 낸다. 항상 겨울만 있는 것이 아니기에(자연의 이치) 언젠가는 봄이 올 것을 안다고 했다.

*사람의 근본을 바꾸는 일은 불가능하다
대저 하늘로부터 받아 나온 사람의 근본을 바꾸는 일은 거의 불가능하다.
황상은 다시 태어나도 지금과 똑같이 살아갈 사람이다.
그는 선혜후에게 빠져 살았던 것을 후회하지만, 이번에 새로 맞아들인 벽화후에게 다시 또 빠지고 말 것이다.
(30이 넘어서면 사람은 잘 변하지 않는다. 자신의 살아온 것이 있고, 자립심이 있어서다. 이런 것이 없는 사람은 정신분열증 환자가 아닐까.. 험한 세상에 자기 나름의 무기라고 생각하는 것이라 쉽게 바뀌지 않을 것이다.
다만 나처럼 긍정적으로 변한 사람도 있을 것이다.
나는 평생 학생처럼 부지런히 배우고, 주위에 베풀며 살 것이다.)

게다가 살을 섞고 정을 나누면 자신도 금방 덩달아 젊어질 것 같은 착각에 휩싸였다.
소문에 따르면 황제는 날이군의 한 처자와 동침하려고 사람들의 이목을 피해 자주 이 촌구석을 드나든다고 합니다. 이는 비유하자면 용이 고기의 탈을 쓰고 물가에서 놀다가 어부한테 잡히는 격이지요.

황제는 만승의 위엄을 갖추고도 스스로 신중하지 못하니 만일 이런 사람을 성인이라고 한다면 세상에 어느 누가 성인이 아니겠소...
그 말을 듣자 비체저는 돌연 가슴이 철렁 내려 앉았다. 세상에 비밀은 없다더니 촌구석에 사는 노파까지도 자신이 비밀리에 행한 잠행을 직접 본 듯이 알고 있었다. ’천하의 이목은 과연 무섭구나’

대저 하늘로부터 받아 나온 사람의 근본을 바꾸는 일은 거의 불가능하다.
황상은 다시 태어나도 지금과 똑같이 살아갈 사람이다.
그는 선혜후에게 빠져 살았던 것을 후회하지만, 이번에 새로 맞아들인 벽화후에게 다시 또 빠지고 말 것이다.

*영원히 변하지 않는 일이란 없다
세월 흐르고 사람 변하는 일이 새삼 무섭다. 그러고 보면 지금 나한테 기쁘고 즐거운 일도 얼마 지나지 않아 다시 변하고 바뀔테니 세상을 사는 일이 참으로 묘하다. 도데체 영원히 변하지 않는 일이 천하에 단 한 가지라도 있을지 의심스럽구나.

황후가 되기 전 벽화는 수령의 막내 아들 선흠을 사모했다.
입술에 입술이 닿고 혀와 혀가 엉키자 벽화는 순식간에 몸이 달아 오르고 숨이 가빠졌다. 벽화는 그날 선흠의 여자가 되고 싶었다. 선흠의 여자가 되고 선흠과 혼례를 올리고, 선흠의 아이를 갖고 싶었다. 그런 상상으로 벽화의 가슴은 마구 두방망이질을 쳤다. 그런데 선흠의 태도는 벽화의 예상과는 딴판이었다. 어느 순간 그는 벽화의 가슴에서 손을 떼고 풀어헤쳤던 앞섬도 다시 고이여며 주었다. 벽화가 어리둥절한 눈빛으로 선흠을 올려다보았다.
이런 너저분한 장소에서 아름다운 너를 범하고 싶지 않아.
이런 벽화에게 아버지보다 늙고 할아버지보다 더 늙은 황제에게 시집을 간다는 건 상상만으로도 온몸에 소름이 돋을 만큼 끔찍했다.
대궐에 입궁하기 전, 벽화는 오빠인 위화(이 소설의 주인공)의 도움으로 선흠과 관계를 맺게 된다. 적극적으로 요구한 것은 벽화였다. 이제 임금의 여자가 되면 다시 만날 수도, 볼 수도 없다는 벽화의 말에 선흠은 대번 눈물부터 글썽였다.
선흠은 벽화를 만나야겠다는 일념으로 열심히 학문을 닦아 벼슬길에 나섰으나 미관말직부터 시작한 벼슬아치가 대궐 근처에 이르기까지 장구한 세월이 걸렸다.
두 사람은 궁정 뒤뜰에서 스치듯 조우했지만, 벽화는 선흠을 알아보지 못했다.
그도 그럴 것이 날이군에서 헤어진 미청년은 오간데 없고, 복두를 눌러 쓴 후줄근한 차람의 관인 하나가 허리를 굽혀 인사한 뒤 유별난 시선으로 벽화를 쳐다봤을 뿐이다. 그가 선흠일 거라고는 상상조차 할 수 없었다.
궁여지책으로 선흠은 시를 지어 벽화에게 바치고, 벽화는 선흠을 알아본다.
기억 속의 선흠은 생각만해도 여전히 가슴 떨리는 사람이었다. 그러나 정작 눈앞에 나타난 선흠은 기억과는 달랐다. 날이군에서는 단연 군계일학이었지만, 조당 중신들 틈에 섞어 놓고 보니 그만한 사람은 얼마든지 있었다.
벽화는 실망과 낙담을 금치 못했다. 공연히 서글픈 느낌마저 있었다.

예전에 맛있던 오디와 설랬던 명주옷도 옛날과 지금이 다른 까닭은 무엇인가..

설마 오디가 변하고 옷이 변할리 있을까..

내 입맛이 변하고 내 마음이 변한 탓이지.

오늘 겪어보니 사람도 이와 같아서 예전에 그토록 좋아한 정인을 만나도 조금도 설레거나 반갑지 않구나.
이미 뽕나무밭이 변하여 푸른 바다가 되었으니 다시 만날 일이 없다고 전하여라.
(사기의 강태공 열전에도 비슷한 이야기가 있다. 태공을 멸시하던 늙은 아내는 온 세상 사람이 다 알게된 태공을 찾아가지만,

태공은 물을 엎지르고 다시 주워 담으라고 한다. 아내는 할 수 없다고 하자, 우리의 관계도 이와 같다고 했다.)

세월 흐르고 사람 변하는 일이 새삼 무섭다.

그러고 보면 지금 나한테 기쁘고 즐거운 일도 얼마 지나지 않아 다시 변하고 바뀔테니 세상을 사는 일이 참으로 묘하다. 도데체 영원히 변하지 않는 일이 천하에 단 한 가지라도 있을지 의심스럽구나.

*자신을 속이지 않는 사람은 남도 속이지 않는다
욕심을 버리면 누구나 무장무애할 수 있다.

탐욕은 사람을 불투명하게 만든다.

그래서 충정의 깊이를 잴 수 없고, 사랑의 크기를 가늠할 수 없다.
하지만 아무도 바라는 바가 없는 사람은 자신을 삿되게 꾸밀 필요가 없으므로 누가 보기에도 거울처럼 맑고 투명하다.
기쁘면 웃고, 슬프면 우는 것 한 가지만 평생 실천할 수 있어도 그는 반드시 보통 사람의 범주는 뛰어넘을 것이다.

시일이 흐르고 때가 오면 그들 가운데 국상도 나고, 장수도 나올 거라고 사람들은 이구동성 입을 모았다.
위화의 거침없는 행동은 줄곧 많은 사람의 입에 오르 내렸다. 대개는 버릇이 없고 무례하다는 게 총평이었다.

그러나 반드시 그렇지만도 않은 게, 평상에는 관복도 입지 않고 내전을 들락거리다가도 편전에서 문무백관들의 행사가 있는 날이면 누구보다 예복을 잘 차려 입었고, 궁중 예식에서는 황제에게 더없이 공손하고 깍듯했다.
워낙 타고난 골격과 바탕이 좋아서 같은 옷을 입어도 태가 남달랐고, 중신들과 나란히 서서 똑같이 절을 해도 멋과 품위가 두드러졌다.
위화는 누가 자신을 흉보든 칭찬하든 전혀 개의치 않았다.
내일 천하가 뒤집혀도 오늘 냇물에 가랑잎을 띄우고 한가롭게 놀 수 있는 사람이 위화였다.
그에게 중요한 건 내일이 아니라 오늘이요. 오늘 중에서도 지금 당장이 제일 중요했다.
조금도 심심하거나 지루한 것을 참지 못했으며, 오로지 매순간을 유쾌하고 즐겁게 보내는 데만 관심이 있었다.
벽화후가 대궐에 들어간 초기, 대전 문지기들이 위화를 알아보지 못해 몇 차례나 출입을 가로막았다.

다른 사람 같으면 불같이 화를 낼 만한데 위화는 오히려 자신을 막는 문지기들과 종일 대전문 앞에서 놀았다.
이런 모습을 보고 섬신(벽화와 위화의 아버지)이 체통을 생각하라며 나무라자,
저는 관인이 아니라 황제의 아우이고 황후의 형입니다.

서열도 지위도 없습니다. 무슨 체통이 있겠습니까... 왕하고도 사귀고 소하고도 사귈 수 있는 사람이 저 입니다.
마복 칠성(황제의 배다른 자녀 7명)의 우두머리 원종이 이를 괴씸이 여겼지만, 그가 먼저 하배하기로 한다.
이 사건을 두고 다른 사람은 곧 큰 일이 생길 것이라 걱정했지만, 위화는 매사에 순리를 따르려 한다.
다음에 자연스럽게 만나면 사죄하기로...
얼마 후 위화와 원종은 노상에서 대면한다. 이번에는 위화가 먼저 말에서 내려 주변에 지켜보는 사람이 많았지만 개의치 않고 땅바닥에 넙죽 엎드려 큰절을 했다.
지난번에는 큰 결례를 범했습니다. 존귀하신 분을 알아뵙지 못하고 먼저 인사를 받았으니 돌려드립니다.
또 한번 절한다.
이제 인사를 다시 드립니다. 비록 천하고 용렬한 놈이지만 국공께서 거둬 주신다면 평생을 한결같은 마음으로 받들어 섬기겠나이다.(원종은 다음 황제가 될 사람이었다.)
특별한 일은 없습니다. 다만 어리석은 촌놈이 귀인을 알아보는 데 약간의 시일이 걸렸을 뿐입니다.

누구를 만나든, 어디에서든 막힘이 없고 거리낌도 없는, 바로 무장무애(無障無碍)함이다.

알면 아는 대로, 모르면 모르는 대로 거침없이 행동한 점이 최고 덕목이다.
욕심을 버리면 누구나 무장무애할 수 있다.

탐욕은 사람을 불투명하게 만든다.

그래서 충정의 깊이를 잴 수 없고, 사랑의 크기를 가늠할 수 없다.

하지만 아무것도 바라는 바가 없는 사람은 자신을 삿되게 꾸밀 필요가 없으므로 누가 보기에도 거울처럼 맑고 투명하다. 자신을 속이지 않는 사람은 남도 속이지 않는다.
기쁘면 웃고, 슬프면 우는 것 한 가지만 평생 실천할 수 있어도 그는 반드시 보통 사람의 범주는 뛰어넘을 것이다.

*아름다움은 그저 아름다움일 뿐이다
아름다움은 본래 실체가 없는 것인데, 그걸 구태여 구분하고 나누려고 했던 게 잘못이다.
무상은 무상일진대 아름다움이라고 다르겠느냐..
세속의 잣대로 말하자면 보이는 아름다움도 보이지 않는 아름다움도 모두가 그저 아름다움일 뿐이다.

음식은 먹어봐야 할고, 사람은 겪어 봐야 안다.

(논어. 많은 사람들이 미워한다 해도 반드시 잘 살펴보아야 하며,

많은 사람들이 좋아한다 해도 반드시 잘 살펴보아야 한다.)
굴러 들어온 돌이 박힌 돌을 빼낼까 잠시나마 노심초사 했던 일이...
풍류란 멋이고, 멋이 있으면 모두가 풍류입니다.

반대로 멋이 없으면 제 아무리 화조풍월 가운데 있어도 풍류가 아니지요.
멋이 있으려면 우선 남과 달라야 합니다.

모두가 술에 취해 비틀거릴 때 홀로 추연의 시 한수를 읊는 것도 풍류입니다.

아름다움이 밖에 있는 건 풍류가 아니고, 안에서 우러나는 건 풍류입니다.

미녀의 몸을 탐하는 일은 풍류가 아니지만, 마음을 뺏는 일은 풍류입니다.
그래서 풍류를 아는 사람은 만인으로부터 존경과 선망을 받는 것입니다.
위화는 이날 아무말도 하지 못했다. 충격에서 위하는 많은 생각을 하게 만들었다.
사람은 무조건 많이 배우고 알아야 한다. 알지도 못하면서 어찌 멋을 논하고 풍류를 쫓는단 말인가...
文이 없는 멋은 멋이 아니고, 學을 모르는 풍류는 천박한 풍류입니다.
틈나는 대로 글을 읽어라.

남이 하는 좋은 말은 가슴에 새겨두고 아침저녁으로 스스로를 닦는 데 힘써라.
내면의 아름다움이 비록 중하나 실제로 눈에 보이는 아름다움도 그에 못지않다.

세상에 없고 눈에 보이지도 않는 아름다움을 쫓으려고 눈앞의 아름다움을 멀리했으니...

(공자의 말씀이다. 무늬도 바탕만큼 중요하고, 바탕도 무늬만큼 중요하다.

호랑이와 표범의 털 없는 가죽은 개와 양의 털없는 가죽과 같기 때문이다.)

아름다움은 본래 실체가 없는 것인데, 그걸 구태여 구분하고 나누려고 했던 게 잘못이다.
무상은 무상일진대 아름다움이라고 다르겠느냐..
세속의 잣대로 말하자면 보이는 아름다움도 보이지 않는 아름다움도 모두가 그저 아름다움일 뿐이다.

*깊은 물이 큰 배를 띄운다
대의란 모두 맑은 바탕에서 나온다.

심성이 맑아야 뜻이 맑고, 뜻이 맑아야 인심과 천심을 두루 헤아릴 수 있다.
그것을 달리 표현한 것이 풍류다.
풍류를 아는 사람만이 시대의 대의를 깨달을 수 있고, 대의를 깨닫는 사람만이 세상을 움직였던 것은 고금의 역사가 이미 여러 차례 증명한 바 있다.

서로 바라는 바가 다른 관계는 오래 가기는 힘든 법이다.
원종과 더불어 수위를 다투던 위화의 태산 같은 지위는 하루 아침에 땅바닥으로 곤두박질 쳤다.

그도 그럴 것이 원종은 스스로가 높았으나, 위화의 지위는 누이를 총애하던 비처제로부터 나온 것이다.

그런데 비처제가 돌아갔으니, 그 위세가 온전할 리 없다.
땅에 뿌리를 박고 핀 꽃과 강물에 떠다니는 꽃의 수명이 어찌 같을 수 있으랴..
벽화후는 오직 새 황제의 처분만 바라는 지경이 되었다.
자신을 백안시 하는 조정대신들의 달라진 태도를 온몸으로 느끼고 불안해하던 터였다.
섬신(위화의 아버지)은 위화를 통해 청탁을 넣으라 하지만, 위화는 순리(가만히 두면 저절로 되는 것이 순리)를 따른다.
위화는 섬신에게 쫓겨나고...
비처제의 무덤에서 노래를 부른다.
’천하의 옛 주인은 흙을 덮고 누웠는데
모두가 제 앞가림에 속절없이 분주하다
....
무심한 세태에 마음 상한 적 몇 번이던가
끊어진 연과 실은 다시 만날 길 없어서
달은 서로, 나는 동으로 흐르네’
선제를 추모하는 위화의 풍류가 도성 민심을 휘어잡자, 원종도 그제야 돌아가신 비처제를 떠올리며,

슬프고 숙연한 느낌에 사로잡힌다.
위화는 겪을수록 참 영특한 인물이야.

평소 그와의 친분을 감안하면 벽화후의 일로 이미 내게 여려 차례 청탁을 왔어야 하는데, 어찌된 영문인지 지금까지 한 마디가 없어서 이를 궁금하게 여기던 터였네. 그런데 그는 선제의 능에 올라서 노래 한 곡을 불러 제 누이의 일을 감쪽같이 해결한 셈이네.
곤란한 청탁은 입 밖에 내지 않고 오히려 엉뚱한 쪽으로 에둘러쳐서 원하는 바를 얻은 격이니...

큰 사람은 큰 것을 말하고, 작은 사람은 작은 것을 말한다.

그러므로 큰 사람이 하는 말은 작은 사람은 알아듣지 못한다.
큰 사람의 대의로써 소통하는 법을 작은 사람들이 무슨 수로 알겠느냐.
대의란 모두 맑은 바탕에서 나온다.

심성이 맑아야 뜻이 맑고, 뜻이 맑아야 인심과 천심을 두루 헤아릴 수 있다.
그것을 달리 표현한 것이 풍류다.

사람이 죽었을 때 당장 빈소에 엎드려 통곡하는 것은 풍류라 보기 어렵지만,

시일이 오래 흐른 뒤에도 옛정을 잊지 않고 능묘를 찾아가 슬퍼하거나 그리워하는 것은 풍류다.
삶과 인간의 격을 높이는 멋있는 것들은 풍류다.
풍류를 아는 사람만이 시대의 대의를 깨달을 수 있고, 대의를 깨닫는 사람만이 세상을 움직였던 것은 고금의 역사가 이미 여러 차례 증명한 바 있다.

*쉽게 얻으면 쉽게 잃는다
사람은 같은 일을 겪고도 배우고 느끼는 바가 다 다르고, 같은 구덩이에 빠졌지만, 헤쳐 나오는 길은 제각각이다.
위화처럼 한 번 실수로 대오의 경지에 이른다면 먼저 한 냥을 잃고 열 냥을 얻은 셈이지만,

섬신처럼 똑같은 실수를 되풀이한다면 먼저 한 냥을 잃고 뒤에 다시 열냥을 잃는 격이다.

원종과 벽화후는 대궐에서 마주치는 일이 잦았다.

벽화는 비록 나이는 어리지만, 태후의 지위에 있었으므로 두 사람이 격식을 차려 인사할 때면 늘 원종이 먼저 하배했다.
어느날 원종은 야밤에 벽화가 등목하는 것을 보고, 이후에는 물 소리만 들려도 마음이 싱숭생숭해졌다.
원종과 벽화는 몇 건의 에피소드가 있었고, 그 후 원종은 벽화를 보면 웃으며 하배를 했고, 벽화 역시 살가운 눈웃음으로 화답했다.
이를 두고 섬신은 원부(비처제에게 벽화를 소개한 관리)와 계략을 짠다.
후사가 없는 한 일평생 물 위에 뜬 풀처럼 오락가락 할 뿐이라고 벽화를 설득하고..
벽화는 위화에게 고민을 털어 놓는다.
위화는 말한다.
’비록 충효와 우애가 중하긴 하지만 거기엔 큰 원칙이 있습니다.
임금을 먼저 생각하지 않는 충은 충이 아니고, 부모를 먼저 생각지 않는 효는 효가 아닙니다.
자신의 이익만을 위하여 사귀는 벗이 어찌 참다운 벗이며,

상대의 처지와 형편을 헤아리지 않는 사랑을 어찌 진정한 사랑이라 하겠습니까..
부모와 자식의 일도 이와 같습니다.
지금 태후의 일을 보면 아버지가 반드시 태후의 형편을 먼저 고려했는지 의심이 갑니다.

만일 그랬다면 아버지께서 일을 꾸미기 전에 미리 태후의 뜻을 물어보아야 옳습니다.
이는 태후의 일입니다.

그러므로 아버지의 말씀이 태후의 뜻과 어긋난다면 따르지 않아도 무방합니다.

그것을 불효라고 말하기는 어렵습니다.’
원종과 날짜는 정해졌지만, 벽화는 위화를 믿고 약속을 지키지 않았다.
이 일로 섬신은 주위에서 크게 신용을 잃게 된다. 화가 머리 끝까지 치민 섬신이 벽화를 호통치자, 벽화는 위화를 핑계삼아 위기를 모면하고, 불똥은 위화에게 튄다. 위화는 도망을 친다.

하루아침에 얻은 것은 하루아침에 잃을 수 있습니다. 그러나 어렵게 얻은 것은 잃기도 어렵다.
섬신과 위화는 같은 실수를 범했으나, 위화는 한 번 실수에 그쳤고, 섬신은 실수를 되풀이 했다.
이처럼 사람은 같은 일을 겪고도 배우고 느끼는 바가 다 다르고,

같은 구덩이에 빠졌지만, 헤쳐 나오는 길은 제각각이다.
위화처럼 한 번 실수로 대오의 경지에 이른다면 먼저 한 냥을 잃고 열 냥을 얻은 셈이지만,

섬신처럼 똑같은 실수를 되풀이한다면 먼저 한 냥을 잃고 뒤에 다시 열냥을 잃는 격이다.
평생 실수를 한 번도 하지 않은 사람은 먼저 한 냥을 잃지도 않겠지만, 뒤에 열냥을 얻을 까닭도 없다.

*남녀간의 일에는 간여하지 않는 게 원칙이다
위화가 처음에 일을 어렵게 만든 것은 원종을 누구보다 잘 알았기 때문이다.
남녀간의 일은 어떤 경우에도 간섭하거나 간여하지 않은 게 절대 원칙이다.

원종과 벽화는 위화를 사이에 두고 자신의 마음을 전하려 한다. 하지만 위화는 간여하지 않았다.
이런 어정쩡한 상태는 반년 이상 지속되었다.
그 바람에 시일이 지날수록 당사자는 애가 탔다.
이쪽저쪽에서 들은 자신의 말 한마디면 당장 두 사람의 연분이 시작되었을 일을 그 뒤로도 무려 반년이나 시일을 더 보탠 것은 순전히 위화의 미적지근한 처신 때문이다.
더이상 피할 곳이 없음을 깨닳은 위화는 모든 사실을 털어놓는다.
’사람과 사람이 관계를 맺을 때 가장 중요한 것은 처음입니다.

처음에 어떻게 만나느냐가 곧 그 뒤의 관계 전체를 지배합니다.

더러 예외는 있지만,

대개는 좋은 인연으로 만난 사람이 끝까지 좋은 관계로 남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런데 너무 수월하게 얻은 것은 잃기도 쉽습니다.
사람을 얻는 일도 이와 같아서 쉽게 얻은 신하는 중한 줄을 모르고, 쉽게 얻은 자식은 귀한 줄을 모릅니다.
천하에 대저 무엇이 이 이치에서 벗어날 수 있겠습니가...
특히 남녀간의 애사는 서로 눈빛이 통하고 연정이 흐르는 시초에 모든 것이 결정된다고 봐도 크게 틀리지 않습니다.
사랑은 시작할 때 이미 그 크기와 무게가 정해지고, 애틋한 감정을 유지하는 기한 또한 그에 따라 좌우됩니다.
다만 시작할 때 일을 좀 어렵게 만들어서 뒷일에 보탬이 되려고 했을 따름입니다.
기다리다 보면 사람과 귀신이 다같이 적당한 시기라고 느낄 때가 올 것입니다. 그 때를 가려 행하는 것이 곧 순리입니다.’
그런데 일은 전혀 예기치 못한 곳에서 터졌다.
매사를 정정당당히 하라고 이르는 말이다. 법도에 따라야 비로소 부끄러운 일이 없을 것이다.

남녀간의 일은 어떤 경우에도 간섭하거나 간여하지 않은 게 절대 원칙이다.
진실로 간여하지 않으려면 그 일에서 자신의 의사를 완전히 배제했어야 옳았다.

일은 부추기거나 억지로 막는 것이 사실은 모두 간여하는 것이다.

*받을 줄도 알아야 한다
남에게 받을 줄 모르는 사람은 줄 줄도 모르는 법이다.

주는 사람도 아무한테나 주어서는 안 되겠지만, 받는 사람 역시 아무한테나 받아서는 안 된다.
주는 사람과 받는 사람이 모두 상대를 가리고 선택할 권리가 있다.
하나를 받을 줄 아는 사람은 열을 되돌려 주기도 한다.

마음과 마음이 소통하는 이런 큰 거래는, 남겨야 하는 세간의 장삿속은 철저히 배제할 수 있어야 가능하다.

생동지 사당동전. 살아서는 뜻을 함께하고 죽어서는 같은 전기에 오른다..
원종은 사람을 아는 게 아니라 이름을 알았지만, 위화는 사람 하나를 보고 알았다.

원종은 태산같은 지위로 가까이하기 어려웠으나, 위화는 누구나 마음만 먹으면 쉽게 어울릴 수 있는 사람이었다.

원종은 존경을 받았으나, 위화는 사랑을 받았다.
위화를 보면 볼수록 사람들은 가족이나 주변 인물 한둘쯤은 떠올리게 마련이었다. 그만큼 친밀감을 느낀다는 증거였다.
위화는 항상 가난한 티를 내지 않았다.

본래 골격이 좋고, 움직임에 격조가 있으니 무얼 입어도 멋이 남다른 위화였다.

얻으러 와도 고운 놈이 있다는 속담.

주러 와도 미운놈도 있다.(군에서 경험한 사실이다)

최부자는 위화에게 집을 주려하자 위화는 한사코 사양한다.

두 사람이 고집으로 일관하자, 위화는 호의를 되값겠다고 말하고,

최부자는 뒷날을 바라는 것은 아니지만, 그처럼 말씀하니 고맙다고 한다.
다음날 위화는 지난 밤의 일은 없었던 것으로 하겟다고 하고 떠난다.
손부자는 위화에게 같은 제의를 하고, 위화는 최부자와 같은 식으로 대처한다.

그러자 손부자는 보답하겠다는 위화의 말에 난감한 표정을 지으면서 슬그머니 손을 빼내며 대답했다.
’제 뜻은 그게 아닙니다. 만일 그렇게 받아들이신다면 없던 일로 하겠습니다.’
위화는 손부자가 마련해준 집에서 꽤 여러 해를 살았다.

원종이 뒤늦게 이 소식을 듣고 위화에게 큰 집을 하사했다.
위화는 이 집을 손부자에게 주었으나, 손부자는 지난 일이라하며 받지 않았다.

남에게 받을 줄 모르는 사람은 줄 줄도 모르는 법이다.

주는 사람도 아무한테나 주어서는 안 되겠지만, 받는 사람 역시 아무한테나 받아서는 안 된다.

아무한테나 신세를 지는 사람은 뒤에 반드시 후회하게 마련이다.
주는 사람과 받는 사람이 모두 상대를 가리고 선택할 권리가 있다.

하나를 받을 줄 아는 사람은 열을 되돌려 주기도 한다.

마음과 마음이 소통하는 이런 큰 거래는 남겨야 하는 세간의 장삿속은 철저히 배제할 수 있어야 가능하다.
(공자는 말한다. 자리가 바르지 않으면 앉지 않았다.)

*자신을 잘 대접할 줄 알아야 존귀해진다
돌 속에서 부처가 나왔는데, 돌은 모르고 부처는 알아보는 게 세상의 눈입니다.
부처가 만인으로부터 숭배를 받는 이유는 스스로를 존귀하게 여기기 때문입니다.

스스로 존귀하면 천하가 앞을 다투어 머리를 조아리게 마련입니다.

손부자가 뒤를 봐주자 위화는 돈을 물쓰듯 한다.
손부자는 당장 돈줄을 막는 것도 필경은 소인배의 처신 같아서 고심 끝에 그대로 내버려 두었다.

한편으론 기왕 준 돈인데 그걸로 무얼하든 자신이 관여할 바 아니라는 생각도 했다.

(로마인은 작전 지휘를 맡긴 집정관에게 일임했다.)

손부자의 큰 딸이 시집간 집은 형편이 넉넉하지 않았다.
그럴수록 딸네 집에 더 많은 재물을 원조했다.

식구들도 뒤를 다 닦고 나면 제 앞가림을 하겠지 믿어서였다.
하지만, 그렇지 않았다. 오히려 첩을 두게 된다.

만인이 다 아는 사실을 한 사람만 모른다면 그것은 눈에 헛것이 잔뜩 씌었기 때문이다.
자기 구린줄은 모르고 이일을 가지고 관청에 가서 하인에게 맞았다고 고변하려는 사람도 있다.

(하인들도 대강 돌아가는 사정을 알아 한결같이 그에게 분개하고 있었던 터였다)
사정을 들은 위화는 말한다.
’필경 따님한테도 잘못이 있으니 내가 그 잘못을 바로잡아서 같은 실수를 두 번 다시 반복하지 않도록 하겠소.’
얼마 지나지 않아 손 부자의 큰 딸은 외양부터가 완연히 달라지기 시작했다.
옛 남편을 만나서 큰 딸은 말한다.

’당신도 옛날의 당신이 아니지만, 나도 옛날의 내가 아니오.

당신이 아는 나는 지금의 내가 아니니 생면부지 간에 무슨 용서를 하고 또 받는단 말이오’

** 남을 위해 헌신하고 희생하는 일이 비록 아름답기는 하나

먼저 자기 자신을 위하고 가꾸지 않는다면 지혜롭다고 말할 수 없다.
부모를 봉양하거나 정인이나 베필을 사랑하거나, 자식을 애호하는 일이 무릇 다 마찬가지다.

자신을 돌보지 않고 무턱대고 상대만을 위하는 것은 자신의 보물을 몽땅 남의 수중에 맡기는 것과 같다.

그런데 남이 그 보물을 보물이라고 알아주면 다행이지만, 그렇지 못한 경우가 훨씬 더 많은 게 인생사의 서글픔이다.
** 아이가 태어나면 가장 먼저 가르쳐야 할 게 바로 스스로 대접하는 법이다.
먼저 자신을 대접할 줄 모르는 사람은 남으로부터도 훌륭한 대접을 받기 어려운 게 세상 이치이기 때문이다.
대접을 잘 받으면 존귀해지고 싶은 마음이 생기는 건 인지상정이다.

그래서 자신을 잘 대접하는 사람이 결국엔 존귀해진다.
돌 속에서 부처가 나왔는데, 돌은 모르고 부처는 알아보는 게 세상의 눈입니다.
부처가 만인으로부터 숭배를 받는 이유는 스스로를 존귀하게 여기기 때문입니다.

스스로 존귀하면 천하가 앞을 다투어 머리를 조아리게 마련입니다.
그래서 어려서부터 자기 자신을 잘 대접해서 스스로 존귀해지는 것이야말로 인생 전체를 다복하게 만드는 비결.
누구한테나 자기 자신보다 더 귀한 손님은 없다.
자기 스스로를 대접하기 위한 일을 게을리 하지 말라.

*너무 깊은 남의 비밀은 모르는 것이 좋다
너무 깊은 남의 비밀은 듣지 않는 것이 상책이다.

그것은 마치 그가 내민 칼끝을 입에 무는 것과 같다.

한번 비밀을 듣고 나면 내가 아무리 물리려 해도 물릴 수 없고 의심의 칼날만 입에 문채,

비밀을 말한 그가 휘두르는 대로 끌려 다닐 수밖에 없다.

위화는 누구를 만나던 진심으로 대했다.
아랫사람이라고, 신분이 낮다고 무시하는 법 없이 끝까지 이야기를 들어주었다.
그러면서 함께 울고 웃기도 했다.

바로 이점 때문에 사람들은 위화를 만나면 스스로도 어이없을 만큼 자신의 모든 것을 손쉽게 털어놓았다.

그래서 위화는 주변 사람들의 생각이나 고민, 남이 알아서는 곤란한 비밀까지도 본의 아니게 알게 되는 경우가 많았다.

* 기왕에 비밀로 하려면 아무도 모르게 하지, 어찌 차등을 두고 구분을 지어 이처럼 서운한 마음이 뼛속까지 골골이 스며들게 하는 것이오...(기존에 친밀한 사이에도 비밀은 이처럼 어려운 일이다.)

하소연 도중에 스스로 감정이 격해진 벽화는 말미에 하지 말았어야 할 속내 한자락을 펼쳐 보였다.
이미 모든 사정을 간파한 위화는 더 이상 아무것도 묻지 않았다.

그런데도 애실은 그 뒤로 위화면 보면 피해다녔다.

위화가 알은 채를 할라치면 고개를 숙이고 지나치고, 눈이 마주치고도 샛길로 달아났다.

피하기로는 고향 친구인 길재도 마찬가지였다.
하루는 원종이 무슨 비밀 이야기를 하려하자, 위화는 소변을 핑계로, 복통을 핑계로 그 자리를 피했다.
그래서 일부러 배탈을 핑계로 태자의 고민을 듣지 않았던 것이다.
그렇게 생각한 이유는 취중에 고민을 털어놓고 지금도 그 일로 위화를 의심한 비량.
위화는 비밀을 아무에게도 발설하지 않았지만, 비량의 의심또한 막을 길이 없었다.

앞으로 그와 같은 우는 두 번 다시 범하지 않겠다고 다짐했다.

너무 깊은 남의 비밀은 듣지 않는 것이 상책이다.

그것은 마치 그가 내민 칼끝을 입에 무는 것과 같다.

한번 비밀을 듣고 나면 내가 아무리 물리려 해도 물릴 수 없고, 의심의 칼날만 입에 문채

비밀을 말한 그가 휘두르는 대로 끌려 다닐 수밖에 없다.

*사람의 크기는 앞에서는 보이지 않는다
말을 많이 하는 것은 많이 웃는 것만 못하고, 많이 아는 것은 많이 느끼는 것만 못하다.
줄기차게 떠드는 사람은 창밖에 뜬 달을 보고 한 벗 웃는 사람보다 뒤가 허무해지는 법이다.
사람의 크기는 앞에서는 보이지 않는다. 앞에서는 그저 형체가 보이고 그가 하는 말이 귀에 들릴 뿐이다.

갈수록 반감되는 미색이 있는가 하면 볼수록 돋보이는 미색도 있다.

단아하면서도 화려하고 화려하면서도 고상한 절묘한 아름다움.
참으로 알지 못할 것이 사람의 마음이었다.

오도는 날이 갈수록 위화에게 이끌렸다.
위화의 훤칠한 용모와 수럭수럭한 말투, 다정하고 따뜻한 눈빛에 차츰 매료되기 시작했다.
사람이 좋으면 차고 다니는 요대도 남다르게 보이는 게 인지상정인데, 자신이 염두에 둔 사람을 남들도 한결같이 좋아하니, 오도의 마음속에서 위화는 점점 광채가 났다.
늘 그렇듯이 좌중을 주도한 것은 태자 원종의 호방한 언변이었다. 간간히 그날의 주인공인 태종도 늠름한 풍모에 어울리게 호쾌한 무용담을 자랑했다.
실제 위화는 별 말을 하지 않았지만, 오도는 위화를 이렇게 평한다.

춤, 노래, 좌중을 휘어잡는 말솜씨.. 위화는 웃기만 했을 뿐 별 말을 하지 않았다.
위화는 특별한 얘기를 하지 않아도 사람들은 돌아가 대부분 위화의 비중을 제일 크게 기억했다.
군중들이 운집한 법회에서 말을 많이 한다고 반드시 수양이 높은 중은 아니다.

진실로 크게 닦은 고승은 벼락처럼 내리치는 한마디로 사부대중의 어리석음을 일거에 날려 버릴 수 있다.

말을 많이 하는 것은 많이 웃는 것만 못하고, 많이 아는 것은 많이 느끼는 것만 못하다.
줄기차게 떠드는 사람은 창밖에 뜬 달을 보고 한 번 웃는 사람보다 뒤가 허무해지는 법이다.
사람의 크기는 앞에서는 보이지 않는다. 앞에서는 그저 형체가 보이고 그가 하는 말이 귀에 들릴 뿐이다.

*산을 마주하면 산이 보이고 물을 마주하면 자신이 보인다
세상에는 크게 나누어 산과 같은 이가 있고, 물과 같은 사람이 있다.

산 앞에 서면 산이 보일 뿐이지만, 물을 마주하면 자신이 보인다.
원종의 사업은 당대에는 크게 빛났고, 위화가 벌인 사업은 여러 대를 흘러가며 사직과 민간에 속속들이 지대한 영향을 끼쳤다.
원종이 남긴 법제보다도 위화가 남긴 풍류가 더 크고 위대하다.

자신의 옛날 경험에 비추어 정사가 자칫 민심과 다른 방향으로 흐르는 일을 경계하려는 뜻.

되도록 많이 만나 그들이 하는 말을 열심히 경청했다.
원종은 신하들 앞에서는 당당했지만, 백성들 앞에서는 쩔쩔맸다.

* 백성들이야 내가 어떤 사람인지 무슨 수로 알겠느냐..

그러니 오늘 같은 날 만일 내가 취중에 흥이 나서 노래를 부르면 백성들은 태자가 늘 술에 취해 노래나 부르는 사람으로 알 테고,

큰 소리로 남을 흉보거나 질책하면 나의 인품이 만인으로부터 의심을 살 것이다.

국사를 근심하면 그 말이 금방 열 사람, 백 사람에게 퍼져 오래지 않아 천하가 수심에 잠길지도 모른다.

* 오늘 먹을 찍으면 평생 먹이 되고, 한번 뱉은 말은 일파만파로 퍼져나가 영원히 주워담을 방도가 없는데,

이보다 더 무서운 일이 세상에 어디 있겠는가...

호의적인 평가가 대세를 이루었다. 하지만 나쁘게 말하는 사람도 적지 않았다.
호의를 베풀었다가 무안을 당한 최부자 같은 사람들은 그 뒤로 건방지고 무례한 놈이라 하고 칡 씹듯이 씹고 다녀서...
세인의 평가만 가지고는 도무지 종잡을 수 없는 사람이 위화였다.

무슨 일로 태자와 의논하면 두어 마디만 듣고 금방 답을 준 뒤 다시는 그 이야기를 꺼내지 못하게 하고

이튿날 아무렇지 않은 표정으로 다시 오지만,

위화는 이유도 묻지 않고 밤새 다독거려 줄 뿐 아니라 오래 뒤에 만나도 그날의 일을 잊지 않고 기억해 준다.

태자 앞에는 꼭 해야 할 말만 하지만, 위화앞에는 아무 말이나 해도 되는 편한 상대다.

태자는 존경하지만, 위화는 한없이 사랑스럽다.

태자를 알고 지닐 때 천하가 두렵지 않았으나, 위화랑과 같이 있을 때는 인생의 근심을 말끔히 잊을 수 있었다.

태자가 오래 보이지 않으면 까닭없이 불안해졌지만, 위화랑을 오래 만나지 못하면 보고 싶어 눈물이 났다.

스스로 주관이 뚜렷하다면 세인의 평가 따위는 겁을 낼 필요는 없다.

성인에게도 적은 있다.

누구나 마찬가지지만 야밤에 제 집 담벼락 위에서 맞닥뜨린 도적과 조당에서 사귄 정승을 똑같이 대할 수 있느냐..
사람에게도 본시 여러 모습이 있고, 또 그 여러 모습이 대인관계를 통해 수백, 수천 가지 다른 형상을 만들어내기도 한다.

원종(태조)의 크기는 눈에 보이는 크기고, 위화의 크기는 볼 줄 아는 사람한테만 보인다.
원종은 산과 같아 산 앞에 서면 산이 보일 뿐이지만, 위화는 물과 같아서 물을 마주하면 자신이 보인다.
위화처럼 꾸밈없는 맑은 바탕으로 수많은 사람을 가리지 않고 사귀는 활달한 사람은 명경지수와 같다.
세간에서 위화를 일컬어 하는 여러 가지 말들이 사실은 바로 그 말을 하는 자기 자신의 모습임을 사람들은 알지 못한다.

세상에는 크게 나누어 산과 같은 이가 있고, 물과 같은 사람이 있다.

산 앞에 서면 산이 보일 뿐이지만, 물을 마주하면 자신이 보인다.
원종의 사업은 당대에는 크게 빛났고, 위화가 벌인 사업은 여러 대를 흘러가며 사직과 민간에 속속들이 지대한 영향을 끼쳤다. 원종이 남긴 법제보다도 위화가 남긴 풍류가 더 크고 위대하다.

*허상의 백만군대보다 눈앞의 벌 한 마리가 더 두렵다
세상은 비록 넓고 크지만 허상이요. 여인은 비록 작으나 실제로 보고 만질 수 있는 실상이다.
허상의 백만 군대는 두렵지 않지만, 눈 앞에서 침을 쏘는 벌 한 마리는 두려운 것과 같은 이치다.
그래서 예로부터 천하를 움직인 큰 영웅들도 작고 사소한 일에 무너진 경우가 허다하다.

원종은 매사에 너그럽고 대범했다.

좋은 물건이 생기면 아우들부터 먼저 챙겼고, 궂은 일은 솔선하여 행하였고, 비록 화를 내도 뒤끝이 없고, 아랫사람이 중대한 실수를 저질러도 근본을 해친 일이 아니면 쾌히 용서해 주었다. 그래서 백관의 우두머리가 될 수 있었고, 만조의 신하들을 능히 통솔할 자격과 자질을 고루 갖추었다. 태자가 되어 대궐에 들어간 뒤에도 달에 한두 번은 꼭 아우들을 불러 예전처럼 대접했으며, 중요한 결정을 앞두고는 반드시 그들로부터 의견을 물어 중지에 따랐다.
남녀간의 애정 문제에도 항상 초연한 태도로 일관했다.
어떤 경우에도 황제가 자신의 한계를 드러내 보이는 일은 바람직하지 않다.
세상이 전부 위화를 칭송할 때도 줄곧 태연하고 대범했던 원종이 고작 한 여인의 변심(원종이 사랑한 오도가 위화를 좋하하고, 위화도 그것을 받아들이자) 앞에서 그토록 자제력을 잃고 무너진 까닭은 무엇입니까..
세상은 비록 넓고 크지만 허상이요. 여인은 비록 작으나 실제로 보고 만질 수 있는 실상이다.
허상의 백만 군대는 두렵지 않지만, 눈 앞에서 침을 쏘는 벌 한 마리는 두려운 것과 같은 이치다.
그래서 예로부터 천하를 움직인 큰 영웅들도 작고 사소한 일에 무너진 경우가 허다하다.
그렇다면 원종과 위화 가운데 누구의 잘못이 더 크다고 생각하십니까..
원종이 화를 냈으니 위하가 잘못이 크다. 그러나 만일 원종이 화를 내지 않았다면 위화가 크게 잘못한 것도 없으니...

*어려움에 처하면 사람을 얻는다
한평생 어려움이 없다면 그는 죽을때까지 주변의 옥석을 가리지 못할 것이며,

인연과 정리의 참과 거짓 또한 분간하기 어려울 것이다.

일생을 거짓된 친분과 꾸며낸 호의에 파묻혀 사는 것만큼 불행한 일이 또 어디 있을까..
흔히 태산같은 권력자나 장안의 이름난 부자가 죽은 뒤에 그 후손들 간에 만인의 눈살을 찌푸리게 하는 다툼이 이는 까닭도 바로 그 때문이다.

그런 점에서 인생의 질곡은 오히려 축복이다.

사람이 평생을 사는 동안에 어찌 반드시 맑은 날만 있겠나.

소나기를 만나 잠시 피해 간다고 생각하라. 참고 견디면 뒤에 좋은 날이 또 오리라.
아버지는 제게 훌륭한 스승입니다.

크고 작은 결정을 할 때 아버지라면 어떻게 했을까를 먼저 생각하고 그와 반대로 하면 대부분 사리에 맞습니다.
위화는 어렵고 고단할수록 스스로 몸을 더욱 낮추었다.

한평생 어려움이 없다면 그는 죽을때까지 주변의 옥석을 가리지 못할 것이며, 인연과 정리의 참과 거짓 또한 분간하기 어려울 것이다. 사람이 일생을 거짓된 친분과 꾸며낸 호의에 파묻혀 사는 것만큼 불행한 일이 또 어디 있을까..
그런 점에서 인생의 질곡은 오히려 축복이다.(이는 SK에너지 주성환님의 글에서 본 것처럼 현실에서 지옥을 경험한 사람이 천국에 가까울 수 있다는 것과 같은 의미다)
범에게 물려가도 정신만 똑바로 차리면 죽음을 면하고 오히려 그 범까지 잡아올 수 있다.

*생각과 처신이 다르면 인생 전체가 달라진다
사람의 일생은 결국 어떻게 생각하고 처신하느냐에 따라 달라진다.
오도는 막연히 위화가 성공하기를 바랐고, 또 성공하라고 재촉했지만, 자신은 아무것도 하지 않았다.
이와는 달리 준실은 위화가 성공할 수 있도록 스스로 방법을 찾고 정성을 다해 곁에서 도왔다.
오도의 사랑은 처 음에는 강렬했으나 오래가지 못했고, 준실의 사랑은 처음에는 미약했지만, 갈수록 빛이 났던 까닭은 두 여인의 사랑하는 방식이 서로 달랐기 때문이다.

오도는 위화와 함께 사는 기쁨과 벅참이 일상사가 된 후에, 불편하고 궁핍한 사정이 끝없이 계속되자

갈수록 화가 치밀고 입만 열면 신세 한탄이 저절로 흘러 나왔다.
긴 세월을 놓고 볼 때 희노애락의 감정은 잠깐이고 나머지는 모두 무심한 일상이었다.

무심한 일상에서 자꾸만 불만이 터져 나오는 데 감정이 처음처럼 유지될 리 없었다.
아시가 아무리 잘해도 그와는 상관없이 군식구로서 받는 더부살이의 설움과 마음의 짐이 컸다.

그런 불만을 하소연할 데가 위화말고 또 누가 있으랴..
위화는 그럴 때마다 잠자코 오도를 안아주었다. 그러면서 그도 점점 괴로워졌다.
논바닥과 볕에 바랜 누런 나락 틈에서 고통스러워하며 죽어 가는 미꾸라지들을 보았다.
달고 향기로운 인연의 물줄기를 타고 정처없이 흘러왔으나

어느날 눈을 떠보니 땅바닥은 갈라지고 사방은 둑으로 꽉 막혀 빠져나갈 길조차 없는 그 모습이 마치 자신과 같았다.
내가 오고 내가 못가니 누구를 탓하고 무엇을 원망하랴.. 돌아가지 못함이 천추의 유한이다.

이런 날이 올 줄 미리 알았다면 처음에 그 웃음은 눈을 질끈 감고 모른 체 지나쳤을 텐데..
어제는 봄꽃이 피어나 웃을 일도 많더니
오늘은 가을 꽃이 지고 천지에 슬픔뿐이로다.
아이야, 봄꽃이 곱다고 함부로 꺽지 마라
내일 일을 안다면 꽃밭 근처엔 가지도 않으리라
준실은 정숙하고 조용한 성품에 말수는 적었지만, 남달리 영특하여 무엇을 물어보아도 막힘이 없고,

특히 문장력이 뛰어나 미색이 더욱 돋보였다.
준실을 위로하려던 위화가 되레 준실로부터 큰 위로를 받은 격이었다.

같은 처지에서도 오도와 준실의 생각은 달랐다.

** 생각이 다르니 처신이 다르고, 처신이 다르니 인생 전체가 다를 수밖에 없다.
사람의 일생은 결국 어떻게 생각하고 어떻게 처신하느냐에 따라 달라진다.
오도는 막연히 위화가 성공하기를 바랐고, 또 성공하라고 재촉했지만, 자신은 아무것도 하지 않았다.
이와는 달리 준실은 위화가 성공할 수 있도록 스스로 방법을 찾고 정성을 다해 곁에서 도왔다.
오도의 사랑은 처음에는 강렬했으나 오래가지 못했고, 준실의 사랑은 처음에는 미약했지만, 갈수록 빛이 났던 까닭은 두 여인의 사랑하는 방식이 서로 달랐기 때문이다.

*세상에서 별을 줍다
젊어서 사이가 좋던 부부들이 흔히 어려운 시절을 함께 겪다가 뒤에 조금 살 만해지면 헤어지는 이유는 좋은 추억보다 안 좋은 추억들이 많기 때문입니다.
추억이란 인생과 세월의 밤하늘에 빛나는 별과 같습니다.
위공과 저는 날마다 세상을 돌아다니며 별을 줍고 있습니다.
사람이 고작 열 냥을 모으는 일에 일희일비한다면 그는 열 냥짜리 사람입니다.

마음을 풍요롭게 만드는 일은 누구나 마음만 먹으면 할 수 있습니다.

*같은 세상에 오고도 다른 인생을 살다 간다
똑같은 장소를 다녀오고도 누구는 바다를 보고 누구는 산을 본다.
산을 본 사람은 산을 기억하고, 바다를 본 사람은 바다를 기억할 뿐이다.
같은 사람이라도 그 사람에 대한 기억이나 평가, 사람 사이의 관계까지 모두 같은 것은 아니다.
베필을 정하거나 벗을 구할 때 이 말을 참고로 삼는다면 남의 말만 듣고 사람을 함부로 판단하는 우는 범하지 않을 것이다.

위화와 준실은 같이 여행을 다녀온다. 위화가 옆에서 들어보니 준실이 꼽는 대부분은 자신의 기억과 사뭇 달랐다.
잔칫날 먹자고 평소에 굶는 놈이 제일 어리석은 놈이다.그런 놈은 정작 잔칫상 앞에 가서도 잘 먹지 못한다.

내가 이런 이치를 조금만 일찍 깨쳤다면 동시에 포목전을 십 년 늦게 열더라도 죽은 마누라에게 틈틈히 호강도 시켜주고,

아파하던 팔 다리도 원없이 주물러 줬을 것이다.
이래 걸으나 저래 걸으나 가는 데는 한가지다.

사람은 똑같은 세상에 왔다가 가지만 사실은 모두 다른 세상을 살고 가는 것이다.
세상으로부터 얻어 가는 것이 사람마다 다 다른 이치가 위화의 말 가운데 있다.

*옛일을 그리워하는 것은 실제로 돌아갈 수 없기 때문이다
추억과 실제는 다르다.

옛일 가운데 좋은 것만 있는 게 아닌데, 흔히 사람들은 나쁜 일은 세월에 묻어 버리고,

좋은 기억만을 취하여 마음속에 간직한다. 그것이 추억이다.
고향은 땅에 있는 것이 아니라 마음에 있고, 추억은 지금에 있지않고 오직 과거 그 시절에만 있었던 것임을...

호시절이 다 지나고 두 번 다시 오지 않는다는 걸 알 때에 가서야 비로소 다들 무릎을 치며 아하, 그렇구나 하지.
위화는 섬신이 죽자 처음에는 슬프지 않았다. 나중에 슬픔에 북받쳐 고향으로 가지만, 고향은 추억의 장소가 아니었다.

나도 그렇지 않았던가..
국가고시를 칠때, 시간을 되돌릴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라고 항상 생각했었지만, 막상 현실에서는 98년도의 상황이 떠올랐다.
추억은 추억일 때가 아름다운 법이다.(그렇지 않은 사람들도 있겠지만...)

추억과 실제는 다르다.

옛일 가운데 좋은 것만 있는 게 아닌데, 흔히 사람들은 나쁜 일은 세월에 묻어 버리고 좋은 기억만 취하여 마음속에 간직한다.
누구나 어리고 미숙한 시절보다 더 큰 허물이 어디 있겠는가.. 그렇지만 사람들이 옛 일을 그리워하는 것은 실제로 돌아갈 수 없기 때문. 실제로 돌아가지 못하기에 마음에 담아두고 그리워하는 것.
만일 정말 과거로 돌아간다면 쾌히 응할자가 몇이나 되겠는가..

추억은 이미 우리가 지나온 길인데. 그 뻔한 길을 다시 가려고 하겠는가.
고향은 땅에 있는 것이 아니라 마음에 있고, 추억은 지금에 있지않고 오직 과거 그 시절에만 있었던 것이다.

*옳은 인생도 없고 그른 인생도 없다
인생은 옳고 그름의 문제가 아니다.

보름달이 옳은 사람은 초승달이 너무 비어서 그르다고 하고, 초승달이 옳은 사람은 보름달이 꽉 차서 그르다고 하지만,

보름달이든 초승달이든 동에서 떠서 세상을 비추다 서로 지는 것은 매한가지다.
다만 보름달 아래서 사람은 춤을 추고, 초승달 밑에서는 고요히 낚시를 드리울 뿐이다.
정말로 그것 뿐이다.

원종은 한때의 질투와 분노를 다스리지 못해 스스로의 행동에 비로소 부끄러움을 느꼈다.

바로 아시의 묵언 수행과도 같은 오랜 신의가 빚어낸 일이었다.

(아시는 오도를 받았지만, 그녀를 범하지 않고, 위화에게 양보하였으며, 오도를 객식구로 받았다)
아시의 고매한 인품은 이미 오랜 세월에 걸쳐 여러 사람에게 증명된 터였다.
용이 용을 낳고, 봉이 봉을 낳았다고 사람들은 말한다.
한 눈 한 번 팔아서 논두렁에 빠져 버린 미꾸라지가 가뭄을 탓하며 죽어 갈 수야 없지 않은가..
같은 부모 밑에 나도 두 딸의 시각은 천양지차였다.

인생은 옳고 그름의 문제가 아니기 때문이다.
보름달이 옳은 사람은 초승달이 너무 비어서 그르다고 하고, 초승달이 옳은 사람은 보름달이 꽉 차서 그르다고 하지만, 보름달이든 초승달이든 동에서 떠서 세상을 비추다 서로 지는 것은 매한가지다.
다만 보름달 아래서 사람은 춤을 추고, 초승달 밑에서는 고요히 낚시를 드리울 뿐이다.
정말로 그것 뿐이다.

*먼저 겪은 일은 뒷일에 편견이 되기 쉽다
물가에서 호시절을 보낸 이는 물만보면 기뻐하고, 산에 갔다가 범에게 물려 죽을 뻔한 이는 산 그림자만 보고도 돌아 앉는다.
사람의 일도 이와 같아서 설씨 여자와 행복했던 사람은 설씨 여자에게 호감을 가지고, 박씨 여자와 불행했던 자는 박씨라면 무조건 고개를 흔들고 이를 간다.
하지만 결국엔 이 모두가 허상이다.

앞과 뒤는 분명히 제각각인데 단지 비슷하다는 이유로 같은 취급을 해버리는 오류를 범하지 말라.

사랑은 받은 만큼 되돌려주는 속성이 있다.

그래서 부모의 사랑을 많이 받은 아이는 커서 자식들을 그만큼 사랑하고, 집안에 사랑이 가득 차면 이웃과 세상에까지 그 훈훈한 여파가 미치는 것인지 모른다.
황제로서도 어쩔 수 없는 것이 사람이요, 사람 사이의 일이었다.

일찍이 그 사실을 입증해 준 이가 오도와 위화가 아니었던가.
원종은 위화를 오랫동안 용서를 하지 않은 일을 비로소 크게 뉘우쳤다.
덕을 베풀면 복이 되어 돌아오고, 악을 지으면 화로 간다더니.. 당하고 보니 틀림없는 명언이다.
만질 수 없는 아름다움은 괴로움이요, 취할 수 없는 사랑은 고통이었다.

선과 후에는 반드시 경계가 있어야 한다.

사람들은 흔히 먼저 겪은 일에 얽매여 뒷일을 인식하는 편견에 사로잡히기 쉽다.
그러나 다만 흡사해 보일 뿐, 실제로 앞의 일과 뒷일은 전혀 별개인 경우가 많다.
결국엔 이 모두가 허상이다. 앞과 뒤는 분명히 제각각인데, 단지 비슷하다는 이유로 같은 취급을 해버리는 오류를 범하지 말라.

이를 명확히 알고 행하는 일도 필경은 풍류다.

*새옹지마
사람이라면 누구나 인품과 성정에 좋은 점과 나쁜 점을 고루 가지고 있다.

좋은 사람, 나쁜 사람이 미리부터 정해진 것은 아니다.

좋은 점이 많으면 좋은 사람이요, 나쁜 점이 많으면 나쁜 사람인데,

좋은 사람에게도 나쁜 점은 있고, 나쁜 사람에게도 좋은 점은 있다.
처음에 좋은 사람이 스스로 나쁜 점을 고치지 않으면 뒤에 나쁜 사람이 되고,

처음에 나쁜 사람도 좋은 점을 자꾸 배우면 나중에는 좋은 사람이 되는 것은 누구한테나 해당되는 불변의 이치다.

** 서로를 알면 알수록 좋아지는 관계가 있는 반면, 깊이 알수록 나빠지는 관계도 있다.

누가 옳고 누가 그르다기보다는 서로가 맞지 않아서 생기는 문제들이었다.
따라서 불상득의 원인과 책임은 두 사람 모두에게 있었다.

황제가 자신을 좋아하는 줄은 여자의 본능으로 진작 알아차린 그였다.

반드시 많은 말이 오가야 상대의 뜻을 알 수 있는 게 아니다.

말보다는 오히려 눈빛 한 번, 표정 하나가 더욱 정확하고 많은 정보를 전달하기도 한다.

논리와 지식은 말에 있지만, 감정과 느낌은 태도에서 읽는 것이 사람사이의 소통이다.
예민한 사람은 상대의 진심을 한 순간에 파악하고, 더러 속내를 교묘히 감춘 표리부동까지도 단번에 알아차릴 수 있는 법이다.

사람이 대게 그렇듯 머리로 생각한 일과 실제로 마주치는 현실 사이엔 항상 일정한 괴리가 있게 마련이었다.

스스로를 귀하겨 여기는 길이 아니면 가지 마라. 천하에서 제일 귀한 사람이 바로 너 자신이다.

옥좌도 네가 원하지 않거든 앉지 말고, 재물도 네 스스로 흔쾌하지 않거든 갖지 말아라.

그것이 자신의 존귀함을 끝까지 지켜내는 길이다.

사랑은 사람과 사람이 만나 피우는 꽃과 같다.

남여간의 사랑은 더욱 더 그렇다.

수목도 꽃이 피기까지는 얼마나 많은 준비와 얼마나 많은 보이지 않는 행운이 뒤따라야 하는지..

꽃 한 송이를 피우기 위해 뿌리와 줄기와 잎사귀가 하는 일이 저마다 다르고,

땅과 하늘과 비바람 또한 적찮은 영향을 준다.

그 가운데 어느 하나라도 준비가 되지 않았거나, 제 몫을 하지 못한다면 꽃은 피지도 않고, 필 수도 없다.
그런 까닭에 사랑하는 정인은 삼라의 그 무엇보다 소중하고, 자기 자신보다도 더 존귀한 존재가 되는 것이다.
무엇이든 제멋대로 하려는 태도는 색사라고 다르지 않습니다.

사람이라면 누구나 인품과 성정에 좋은 점과 나쁜 점을 고루 가지고 있다.

좋은 사람, 나쁜 사람이 미리부터 정해진 것은 아니다.

좋은 점이 많으면 좋은 사람이요, 나쁜 점이 많으면 나쁜 사람인데,

좋은 사람에게도 나쁜 점은 있고, 나쁜 사람에게도 좋은 점은 있다.
처음에 좋은 사람이 스스로 나쁜 점을 고치지 않으면 뒤에 나쁜 사람이 되고, 처음에 나쁜 사람도 좋은 점을 자꾸 배우면 나중에는 좋은 사람이 되는 것은 누구한테나 해당되는 불변의 이치다.

** 그런데 젊어서 꽃다운 청춘과 방장한 혈기 덕분에 좋은 점과 나쁜 점이 명확하게 드러나지 않지만,

사람이 나이를 먹어 갈수록 좋은 점보다 나쁜 점이 불거지게 마련이다.

그래서 나쁜 점은 반드시 ？？었을 때 고쳐야 한다.
고요히 생각해보면 젊은 시절의 무한한 시간은 나쁜 점을 고치라고 있는 것인지도 모른다.
만일 젊어서 자신의 나쁜 점을 깨달아 고치지 않는다면 나이가 든 뒤에는 바로 그 나쁜 점이 사람을 송두리째 망칠 공산이 크다.

** 부부간의 일이라도 어찌 다르겠는가..

서로에게 불만이 있고, 고칠 부분이 있다면 초기에 최선을 다해 바로잡아야지,

나중에 가서 고치려고 들면 일이 갑절로 더 어렵다.
이런 이치를 젊을 때는 알지 못했다.

그저 관대하게 대하면 뒤가 좋은 줄로만 믿고 살았다.

나중에 후회를 해도 시기를 놓쳐서 내 힘으로는 고치기 어렵게 된다.
같은 일을 두고 사람마다 깨치고 얻는 바가 다른 것은 서로 처한 형편이 다르기 때문이다.

*사람의 마음을 읽는 데는 역지사지만 한 비결이 없다
풍류의 기초는 사람의 마음을 읽는 것이다.
남의 마음을 읽는 데는 이편과 저편의 처지를 뒤바꿔서 생각해보는 역지사지만한 비결이 없다.

덕은 사람을 끄는 힘이 있지만, 위엄은 그렇지 못했다.
뻔한 일에는 삼척동자도 싫증을 내게 마련이다.
사랑을 하여 무엇을 잃는 것은 결코 좋은 사랑이라고 말할 수 없다.

진실로 아름다운 사랑은 대가로 무엇을 잃는 게 아니라 오히려 온 우주를 얻는 것이다.

먼저 병을 앓은 이가 의원이라고..

사람의 마음이란 참으로 묘해서 쉽게 얻은 것은 쉽게만 여길 뿐 중한 줄을 모릅니다.

사람과 사람이 관계를 맺는 일도 마찬가지여서 적당한 금기와 장애가 있어야 사이가 더욱 돈독해 진다.

사랑을 베푸는 사람에게는 그 사랑을 받아주는 것만이 최선의 보답이다.

남의 마음을 읽는 데는 이편과 저편의 처지를 뒤바꿔서 생각해보는 역지사지만한 비결이 없다.

불을 보고 날아온 나방이 불에 타서 죽는 이유는 스스로 절제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애를 써서 만드는 그만큼의 거리가 이 다음에 내가 피할 수 있는 거리라고 생각하면 된다.

*화엄의 나날
앞사람의 흔적과 자취는 하찮은 꿈 한 자락, 머리 모양과 옷매무새 하나까지도 뒷 사람에겐 그대로 생멸이 되고, 운명이 되며, 이런 것들이 모여서 윤회의 수레바퀴를 돌리는 천지 만법과 역사가 된다.
뒷 사람의 처지에서 보면 선대의 어느 것 하나도, 하다못해 바람이 불고 비가 오는 것까지 그냥 우연히 일어나는 일은 하나도 없다.
그러므로 행복하든 불행하든, 지위가 높든 낮든 자신이 지금 이 자리에 있음을 가벼이 생각해서는 절대로 안된다.

우리가 오늘 여기에 있기 위해서는 선대의 어느 일 하나도 기적 아닌 것이 없습니다.(이 부분을 읽을 땐 3호선 수서역이었다. 그러면서 내가 지금 이시간에 왜 이곳에 있는지 생각해 본다..)
이를 일컬어 화엄이라고 한다. 누가 저 장엄하고 도도한 화엄의 법칙을 감히 짐작이나 하겠느냐.

우리는 오늘 하루도, 지금 이 순간에도 그저 깊고 오묘한 화엄의 나날을 기적처럼 살아갈 따름이다.
그러므로 행복하든 불행하든, 지위가 높든 낮든, 자신이 지금 이 자리에 있음을 가벼이 생각해서는 절대로 안 된다.

우주 만물이 자로 잰 듯이 순행하고 천지 만법이 한치도 어긋나지 않게 흘러와서 오늘 여기에 우리가 있는 것입니다.
우리가 여기 있기 위해서는 선대의 어느 일 하나도 기적 아닌 것이 없습니다.
오늘 하루도, 지금 이 순간에도 그저 깊고 오묘한 화엄의 나날을 기적처럼 살아갈 따름입니다.

서로 사랑하는 관계에선 조금이라도 더 사랑하는 쪽이 항상 열세이게 마련이다.
참으로 알지 못할 게 사랑이요 남녀간의 일이다.

*세상은 큰 놀이터다
젊어서는 머리와 가슴에 횃불을 밝히려고 힘쓰고 늙은 뒤로는 밝힌 횃불을 꺼뜨리지 않도록 조심해라. 머리와 가슴에 횃불이 없는 자는 죽은 사람과 같다. 사는 동안에는 횃불을 절대 꺼뜨려서는 안된다.
아무리 몸이 고단하고 아파서 사경을 헤매더라도 그 횃불만은 꺼뜨리지 말아라. 그럼 그 횃불이 언젠가는 달처럼, 별처럼, 해처럼 너희를 환히 빛나게 만들 때가 있을 것이다.
천하를 살다간 모래알처럼 많은 사람 가운데 이름이라도 남긴 사람이 과연 몇이더냐.. 내 말을 명심하고 또 명심하라.

한 번이라도 신세를 입은 사람은 잊지 않고 늘 고맙게 여겼지만, 잘못한 일이 있을 때는 결코 그냥 넘어가는 법이 없었다.
조목조목 이유를 묻고 사정을 캐어 스스로 이해하면 큰 잘못이라도 용서해 주었으나, 잘못을 감추려 들거나 솔직히 시인하지 않을 경우엔 아무리 작은 일도 끝장을 볼 때까지 파헤쳤다.

한 번 화를 내면 주위가 온통 두려움에 떨며 숨을 죽였지만, 이유 없이 화를 낸 적은 없었고,

잘못을 꾸짖고 나무랄 때는 고하의 구분을 두지 않았다.

더구나 자기 스스로 생활에 절도가 있고, 생각과 지혜가 비상하며,

처신과 언행에 허점이 없었기 때문에 아무도 불만스럽게 여기지 못했다.

무슨 일이든 짓고 만드는 데는 오랜 공역이 필요하지만, 망치고 무너뜨리는 일은 한순간입니다.

충신의 죽음을 예우하는 일은 더 많은 충신을 만드는 일이다.

한 세대가 가면 또 한 세대가 오는 것은 자연의 섭리였다.

분수를 깨달아 사리사욕에서 벗어나게 만드는 것은 윗사람으로서 행할 당연한 도리입니다.

** 복잡하고 어려운 일일수록 순리에 따르시는 게 제일 좋습니다.

순리는 가만히 놓아두면 저절로 되는 것이 곧 순리입니다.

지위가 높은 것과 평생을 행복하게 사는 것은 별개의 문제다.

반드시 지위가 높아야 행복한 자가 있는가 하면, 지위가 높기 때문에 매사가 불편하고 한가할 틈이 없어서 불행해지는 이도 있다.

그런데 지위가 높아야 행복한 자는 사실은 행복을 모르는 경우가 태반이다.
사람은 지위가 높고 낮음에 상관없이 행복하게 살 줄 알아야한다.

멋은 한 사람한테서도 나오지만 풍류는 여러 사람이 어울리는 곳에서 나온다.

혼자 놓고 보면 멋있는 사람도 무리에 섞어 놓으면 초라해질 수 있고,

둘이 만났을 때는 보이지 않는 장단점도 많은 무리에 어울리는 순간이면 확연해진다.
여러 사람이 어울리는 곳에서는 마치 햇빛 아래 만물이 제 색깔을 발하듯

사람의 진색과 진가가 가감없이 드러나는 법이다.
그래서 진실로 흑백과 옥석을 구분하려면 여러 사람이 어울리는 기회를 많이 만들어 주는 것이 옳다.

국가를 경영하는 일은 사람을 경영하는 일이다.

사람을 경영하는 일은 곧 사람 사이의 관계와 소통을 원활히 하는 것이다.

풍류. 하나같이 인생의 질을 높이고 인간의 격을 높이는 구실.

제상 하나가 만 권의 글을 읽는 것보다 백성 만 사람이 한 권의 책을 읽는 편이 훨씬 더 낫다.

호색이 반드시 나쁜 것도 아니요,

절색, 금색이 반드시 좋다고 말할 수도 없다.

색은 그저 색일 뿐.

젊어서는 자신을 이끌어주고 가르쳐줄 만한 상대를 따르다가 나이가 얼마만큼 들고 나면 자신이 이끌고 가르칠 만한 상대를 찾는 것은 남녀가 다 마찬가지입니다. 사람은 일생을 알게 모르게 부단히 師表를 구합니다. 그 가운데 특히 스스로 깊이 번민하고 고뇌하여 마침내 일가를 이룬 사람일수록 나이가 들면 바탕이 맑은 어린 사람에게 애정을 쏟는 수가 많습니다.
호색은 활달할 사람에게 많습니다. 다만 색을 스스로 다룰 줄아느냐, 아니면 색에 함몰되어 관계와 소통을 망치느냐의 문제다.
한 가지 일을 평생 계속하면 그 속에 마지막으로 들어가는 것은 바로 자기 자신이다.

젊어서는 머리와 가슴에 횃불을 밝히려고 힘쓰고 늙은 뒤로는 밝힌 횃불을 꺼뜨리지 않도록 조심해라. 머리와 가슴에 횃불이 없는 자는 죽은 사람과 같다. 사는 동안에는 횃불을 절대 꺼뜨려서는 안된다.
아무리 몸이 고단하고 아파서 사경을 헤매더라도 그 횃불만은 꺼뜨리지 말아라. 그럼 그 횃불이 언젠가는 달처럼, 별처럼, 해처럼 너희를 환히 빛나게 만들 때가 있을 것이다.
천하를 살다간 모래알처럼 많은 사람 가운데 이름이라도 남긴 사람이 과연 몇이더냐.. 내 말을 명심하고 또 명심하라.

세상사는 전부 하루에 일어난다.

삶을 얻는 것도 하루요, 잃는 것도 하루다.

아무리 괴로운 일도 하루만 참으면 어제 일이 된다.

그러니 슬퍼도 하루 이상은 울지 말고, 좋은 일이든 궂은 일이든 어제 일은 말끔히 잊는 게 좋다.

그래야 아침마다 참된 새 날을 맞이할 수 있다.

생로병사와 오욕칠정이 모조리 다 하루 속에 있다.
대신 하루만에 모든 게 끝나야한다.

하루를 넘어가는 일은 이승의 일이 아니다.

한 번 잃으면 한 번 얻고
어제 울었으니 오늘은 웃는다.
부귀영화도 물 위에 띄운 술잔처럼
내 앞에 이르면 돌고 돌더라
해도 둥글고 달도 둥그데
위화가 어디 있느냐고 묻지 마라
천년 만년이 지난 뒤에도
보름달이 뜨면 나는 사랑을 노래하리라

위화는 가고 화랑은 남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