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넷서점 인터파크도서

중학생때 영수 학원을 다닌 적이 있었다.
지금 생각하면 참 어렸던 시절이다.
가끔 중학생 또래의 환자를 보면서, 옛 시절이 떠오르기도 한다.

학원에서 나눠준 철제 필통 중 Rome was not bulit in a day라고 쓰여진 것이 있었다.
당시에는 무슨 말인지도 몰랐다.
나름 공부를 한다는 친구가 자기는 아는냥 자랑 스럽게 말하곤 했지만, 그 의미를 정확히 알게된 것은 지금에서라니..
(무려 20년의 공백이 있었다는 얘기다.)

책 읽기가 나의 삶에서 이렇게 큰 부분을 차지하게 되리라고는 전혀 예상치 못했다.
초등학교 5학년때 담임 선생님(이종근 선생님)이 학급 문고를 만들었고, 당시 그리스 로마 신화를 읽었던 기억은 난다.
중학생때 사랑과 영혼(ghost)가 전국적으로 히트를 쳤다.
당시 내 마음속으로 다짐한 것은 한달에 1권씩 책을 읽자고 했었고, 엄마한테 그런 이야기를 했지만, 돌아온 반응은 책값이 비싸서 곤란하다는 말이었다.
그러나 방법이 없었던 것은 아니었다.
도서관도 있었고, 내가 마음만 먹었다면, 아니 간절히 원했다면 그것을 수행할 수 있는 길은 분명히 있었을 것이다.

그때 책읽기를 제대로 하지 않았기에, 지금에 와서야 책 읽기를 시작하게 된 것 같다.
시오노 나나미의 언급대로, 역사는 미리 예정된 운명이 아니라 자신의 선택에 따라 만들어 간다는 생각에 동의한다.

하지만 어렸을 때 난 운명(숙명)같은 것이 분명히 있을 것이고, 그것이 어떻게 진행될지는 모른다고 생각했다.
이런 생각도 했었다.
내가 움직이는 것도 내 의지나 몸의 움직임이 아니라, 내 몸을 누군가가 조정하는 것(아주 작은 존재가 인간이 인지할 수 없는 시간의 간격에 내 몸을 움직이는 것이 아닐까라고...
어쩌면 내 의지가 반영된 것보다는 필연에 의해 움직이는 것으로 생각하기도 했다.
그런 생각을 할때는 약간은 우울한 기분에 잠기는 것은 어쩔 수 없었다.
마치 맨 인 블랙(men in black)에 나오는 외계인이 내 몸을 조정하는 것이 아닐까라고..
(당시에는 생각, 정신의 작용에까지는 생각이 미치지 못한 것 같다. 그런 것도 생각했다면, 나의 생각을 지배하는 무언가가 있다고 분명히 생각했을테니...)

고등학생 때도 이시형 선생님의 책(배짱으로 삽시다, 또 다른 하나는 제목이 기억나지 않지만,,)을 읽었다.
가뭄에 콩나듯이 책을 읽었던 것 같다.

이제는 그때보다 분명히 아는 것이지만, 행간에 저자의 의견이 쓰여져 있다.
그런 것들을 읽는 것도 재미가 쏠쏠하다.
나와는 다른 삶을 살아왔고 다른 경험을 가진 사람이 어떤 생각을 하는지 아는 것이란 일종의 쾌감일 수도 있다.
게다가 통찰을 얻는 경우도 있으니...

로마인 이야기는 종합 선물세트다. 온갖 통찰과 지혜가 녹아있다.
나의 책읽기의 핵심 주제는 인간이다.
그래서 심리학에서 시작해서 사회, 역사, 철학에 관심이 있다.
로마인 이야기는 역사를 다룬 책이고, 그 속에는 인간과 관계된 모든 것이 녹아들어 있다.
사람은 자신이 아는 것만 보인다고 한다. 사실이다.
나카지마 아츠시가 쓴 역사에서 걸어나온 사람들에 이런 말이 나온다.
사람은 자신에게 어울리는 일만 일어난다고...
이것도 같은 맥락이라 생각한다.
같은 일을 겪어도 그것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아는 사람에게는 그것에 대응을 할 것이고, 그렇지 못한 사람은 그냥 지나가 버린다.
감수성의 차이랄까.. 이런 작은 것들이 모여서 결국은 큰 차이를 만드는 것이 우리의 인생인것 같다.
그래서 인생게임에서 3가지를 강조한다. 자각, 자발성, 친밀감..

자각은 로마인 이야기에서도 언급된다. 11권에 나온다.(11권을 읽고나서 글 쓰는 거라 순서는 조금 당겨졌네요..)
글의 흐름과 관련된 내용이라 직접적인 연결은 덜 매끄러울 수 있다.
"전략은 현재 상황을 정확히 파악하기만 하면 세울 수 있는 것은 아니다. 과거와 현재와 미래를 모두 시야에 넣고 그것을 종합해야만 세울 수 있다. 그렇지 않으면 승리를 거두에도 그것을 유기적으로 활용할 수 없다. 전투에는 이겼지만, 전쟁에는 지기 십상이다. 자각이 중요한 까닭은 그것이 일관된 전략을 지탱하는 버팀대가 되기 때문이다. 그 버팀대가 튼튼히 서있지 않으면, 전쟁이 장기화되기 쉽다."

인생게임에서 자각은 현실에 충실하라는 의미로 쓰였다.
과거의 실수에 매이지 말고, 미래의 불안에 마음쓰지말고, 현재 하는 것에 온 정신을 집중하라는 것이다.
시오노 나나미의 의견도 우리의 인생에 대비시키면 유사하다.
과거와 현재, 미래를 모두 시야에 넣고, 즉 절저한 자각을 통해 일관된 목표를 세우기를 요구한다.
유사한 이야기는 박경철 선생도 시골의사의 부자경제학에서 했다.
오감을 깨우고 주위에서 일어나는 일에 유심히 주의를 기울이라고 했다. 이것이 자각이 아니고 무엇인가...

모든 길은 로마로 통한다고 하지만, 모든 성공의 길도 분명 공통점이 보인다.
그렇기에 나보다 먼저 삶을 산 사람들 중에서 성공이 무엇인지를 경험한 사람들이 쓴 글에 공통점이 보이는 것이다.
분명한 것은 그들도 할 수 있는 것을 나라고 못할리는 없다는 것이다.
자주 인용하는 글이지만, 다시 인용한다. 나의 영원한 스승인 공자의 말이다.
나는 태어나면서부터(세상의 도리를)안 사람이 아니라, 옛 것을 좋아하여 부지런히 그것을 추구한 사람이다.
꾸준히 노력하며 하루하루를 성실히 살아가면서 박경철 선생이 말한 것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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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숨을 걸고, 백척간두에 서서 마지막 한발을 내딛는 심정으로 피를 토하고 뼈를 깎아라.
그래서 당신이 쥔 칼날이(포정해우) 두께 없는 두께가 되어 틈새 없는 틈새를 공략하는 포정의 경지에 이르게 하라.
그러고서도 실패한다면 그제야 당신은 운을 탓하거나 운명을 원망할 수 있을 것이다.
운명에 대한 원망도 그것을 할 수 있는 경지가 따로 있는 것이다.
변화란 성실과 근면에 버금가는 중요한 덕목이다.
스스로 최선을 다했음에도 막혔다고 여겨지거든 변화하라.
막힌다면 그것의 원인을 자기 중심에서 성찰하는 것이 필요하다.
실제 자기 본업에서 성공하지 못한 사람이 재테크에서 성공을 거두기란 더더욱 어렵다.
그 방법은 오로지 변화를 읽고 스스로 변화하는 것이다.
살아남으려면 변화하라.
막히면 막힐수록, 잘나가면 잘나갈수록 더 많이 변화하라.
그리고 ‘이 세상에 가장 어리석은 자는 바로 나’라는 생각으로 죽을 만큼 정진하라.
성공을 꿈꾸면 현재에 최선을 다하고, 작은 것에 충실하고, 관계를 중시하되, 만약 인의가 어긋나고 관계를 부정하는 장면을 보면 과감하게 용기를 내어 그것과 맞서 싸우는 것이 바로 당신을 가장 인간답게 하고 가장 높은 곳으로 이끌게 될 것이다.
의심하고 또 의심하라. :
길이 있으면 그것을 지나가는 것이 상식이지만, 지나가서는 절대로 안 되는 길이 있다.
적이라면 반드시 싸워 이겨야 하지만, 쳐서는 안 될 적이 있다.
이면을 읽어라. :
모순은 바로 이치를 이야기 하는 것이다.
사물의 이치는 반드시 양면성을 가지고 있다.
부자와 빈자는 모두 양극단이지만 동시에 같은 속성을 지닌다.
나를 부정할 때 상대가 보인다.
이 세상의 가장 큰 적은 바로 자기 자신이다.
이렇게 자기 자신을 철저히 부정하고 나를 의심하면 그제야 상대가 보이게 된다.
상대는 언제나 표정으로 나를 대한다.
내가 상대방에게 보여주는 내 모습이 나의 전부가 아니듯 상대가 내게 보여주는 것도 그의 전부가 아니다.
도전하는 사람이 되라.
모든 사물의 형상에 자극받고 당신의 귀를 통해 들리는 소리들에게서 아름다움을 발견하라.
그 과정에서 당신은 세상을 푸는 지혜를 발견할 수 있다.
당신이 그것을 이해할 수 있으면 그것은 작품이지만, 당신이 지나치면 그것은 고철덩어리에 불과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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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마인 이야기 10권은 로마의 인프라에 대해 언급하고 있다.

10권을 보면서 당대의 높은 기술 수준을 볼 수 있었고, 가도나 다리, 수도같은 유형의 인프라, 법률, 의료, 교육 같은 무형의 인프라도 지속적인 보수와 관리가 필요함을 다시 한번 느낄 수 있었다.

인프라스트럭처만큼 그것을 이룩한 민족의 자질을 잘 나타내는 것은 없다고 믿었기 때문이다.

현대의 학문은 전문화와 그 귀결인 세분화를 특징으로 한다.

현실이 먼저 존재하고, 그 현실을 표현할 필요가 생겼을 때 낱말이 생겨나는 것이기 때문이다.
몰레스 네케사리에(moles necessarie) 사람이 사람다운 생활을 하기 위해 필요한 대사업
--> 로마인이 생각한 인프라의 개념

로마인은 후세에 기념비를 남길 목적으로 그 대사업을 벌인게 아니라, 인간다운 생활을 하기 위해 필요하니까 했을 뿐이다.
그것이 결과적으로 로마 문명의 위대한 기념비가 된 것 뿐이다.
(각자의 일에 충실한 것 혹은 하나의 완벽한 것이 결국은 다른 일에도 도움이 된다는 카이사르의 생각과도 같은 것같다)

꿈이나 여유는 10인 10색으로 사람마다 제각기 달라서, 정책화에 없어서는 안될 객관적인 기준이 존재하지 않습니다.

모든 길은 로마로 통한다는 말에서 길은 결코 도로만을 뜻하지 않는다는 것.
그리고 바로 그것이 로마인의 진정한 위대함이라는 점을 깨달을 수 있으리라는 것만은 약속할 수 있다.

BC 3세기. 우연히도 지구의 동쪽과 서쪽에서 대규모 토목사업이 시작된 시대.
동쪽에서는 만리장성, BC 3세기 진시황 시대에 건설된 것만이 아니라 16세기 명나라 시대까지 건설된 것까지 합하면 총길이는 무려 5000km에 이른다.
(남경필 선생의 인간이 알아야할 모든 것 역사에서 서양과 동야의 차이를 설명한다.
중국은 강남까지 편입한 후 북방 유목민족에 대해서는 만리장성이라는 장벽으로 경계를 명확히 했다.)
서쪽에서는 로마 가도. BC 3세기부터 AD 2세기까지 500년동안 로마인이 건설한 도로의 총길이는 간선도로만 해도 80,000km, 지선도로까지 합하면 무려 150,000km에 이르렀다.
--> 개인적인 생각은 이런 작은 차이가 양대 문명의 운명을 결정지은 것 같다.
제국을 만들때까지는 춘추전국시대를 거친 동양문명이 더 찬란했던 것 같지만, 이후에는 길을 통해 소통과 개방을 택한 서양문명이 더 화려해진 것같다는 생각이다.
18세기 서구 열강이 아편전쟁에서 청나라를 무찌르고 나서 이런 평가를 했다.
(이것만 원인이 된 것은 아니다. 가장 큰 것은 서양은 계약에 따른 황제가 시민을 지배하는 사회, 동양은 전제군주가 모든 것을 좌우하는 사회(서구보다 정체성이 심한 것)이 아닐까...)
헤겔: 중국에는 공간만 있고 시간은 없다.
마르크스 : 중국은 정체성과 부동성의 나라다. 지배자만 바뀌었지 하층은 수천 년간 그대로니까..
엥겔스 : 안일하기 그지 없는 민족이며, 동양의 숙명론으로 도전 의식이 없다.
막스 베버 : 중국인은 소심하고 둔하며, 동정심도 명예심도 없다.
중간의 역사는 생략하고 썼기에, 중국이 아무런 존재가치도 없는 것처럼 보이지만, 그렇지는 않을 것이다.
중국도 과거 2000년간의 경험이 있는 대국이며, 최근 200년간의 경험에서 무언가는 분명히 배웠을 것이기 때문이다.
역사에는 영원한 승자도 영원한 패자도 없는 것이며, 문명의 에너지가 유럽 문화의 총화인 미국을 거쳐 중국과 인도로 넘어오는 추세다.
앞으로 역사를 통해 계속 의문을 가지고 관심있게 지켜봐야 할 것이다.

시오나 나나미는 이런 언급을 했다.
방벽은 사람의 왕래를 차단하지만, 가도는 사람의 왕래를 촉진한다.
국가 방위라는 가장 중요한 목적을 실현하기 위해 이민족과의 왕래를 차단할 것이냐, 아니면 자국 내의 왕래를 촉진할 것이냐..
두 민족의 이런 사고방식 차이는 결국 중국과 로마라는 고대의 두 강국의 운명까지 결정하게 된다.
(남경필 선생의 견해는 조금더 있지만, 그건 나중에 다루도록^^.)

인간은 혈관을 통해 몸 구석구석까지 피가 보내져야만 살아갈 수 있다.
마찬가지로 국가가 건강하게 살아가는 데에도 혈맥 같은 도로망이 반드시 필요하다.
도로 자체는 로마인의 발명품이 아니다.
하지만 도로를 네트워크화하고, 게다가 그 관리를 항상 잊지 않고 실행한 것은 로마인의 독창이다.
도로를 네트워크화 하면 그 기능이 비약적으로 향상한다는 데 착안한 것 자차게 로마인을 현실적이로 합리적인 민족으로 키워주었다.
인프라를 현실화하려면 막대한 경비와 많은 인력과 세월을 들여야 하는 만큼, 그것은 하드웨어 분야의 성과만으로 끝나지 않고 소프트웨어적인 분야, 즉 정신 분야에까지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다.
인프라가 어떻게 이루어지느냐에 따라 그 민족이 앞으로 나아갈 길까지 결정되어 버린다.

사람다운 생활을 하기 위해 필요한 것이라고 생각했던 인프라를 지극히 중요한 국가의 책무, 즉 公이 마땅히 담당해야 할 분야로 생각하고 있었다.

세율을 올리지 않는 것이 그들의 조세 정책이었다.
무거운 세금을 부과했다가 반란이 일어나면 군단을 파견해야 한다.
그럴 바에야 낮은 세율로 널리 세금을 거두어들이는 편이 영리한 방식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일 것이다.
권세가나 부자가 도로를 건설하여 기증하는 방식으로 부족한 국비를 보충.
이런 종류의 노블레스 오블리제가 없었다면 로마의 인프라는 이룩되지 않았을 것이다.
경제에 관한 지식이 부족했기 때문인지, 로마인은 누진과세 따위는 생각지도 않았다.
건설 국채를 발행하지 않았기에, 차입금에 대한 이자를 지불하느라 고생하는 일도 없었다.

빚을 지지 말고 예산의 범위 안에서 가능한 사업만 추진하라.

로마의 통치자들은 완고했지만, 평판이 나빴던 선임자가 시작한 사업도 좋다고 판단되면 계속 진행하는 유연성을 갖고 있었다.
사람이 로마 가도를 가는 것보다 더 빠른 속도로 목적지에 도달할 수 있게 된 것은 철도가 보급된 19세기 중엽부터라고..

길은 사람이 발로 밟아 다지기만 해도 생긴다.
따라서 인간이 사는 곳이라면 길은 반드시 존재한다.

로마 가도가 어떠해야 하는가는 본보기를 아피아 가도가 제시하고 있었다.
사람과 물산의 유통이 늘어나면, 자급자족이 주류를 이루었던 생활은 흘러간 과거가 된다.
그것은 곧 도로 주변에 사는 주민의 생활 수준이 향상되는 것을 의미했다.

패자가 승자에 대해 다시 칼을 빼드는 것은 경제적 불만에다 자치권까지 빼았겼을 경우다.
로마는 이런 잘못을 저지르지 않았다.
로마가 강대해진 요인은 승자인 로마가 패자를 동화시킨 데 있다고 주장한 것은 플루타크 영웅전의 저자인 플루타르코스다.
승자가 패자를 동화시키는 데 다시 말해 승자와 패자가 함께 참여하는 공동운명체를 형성하는 데 다른 어떤 수단보다 크게 이바지한 것이 바로 로마 가도다.

가도를 활용하여 패자를 승자와 공동운명체로 만드는 정책이 올바른 선택이었다는 것을 실증하는 가장 유명한 사례는 로마와 카르타고가 격돌한 포에니 전쟁일 것이다.
로마를 파멸시키겠다는 의욕에 불타는 한니발이 수도 로마에 대한 공격을 생각지 않았을 리는 없다.
하지만, 그는 로마 포위전을 시도조차 하지 않았다.
하지 않은 게 아니라 하지 못했다.
한 도시를 포위하여 궤멸시키려면 우선 고립무원의 상태로 만든 뒤에 공격을 되풀이 해야 한다.
카르타고 군대는 연전연승으로 사기가 크게 올라가 있었으니까 끊임없이 경격할 수는 있었겠지만, 도시 로마를 고립무원의 상태로 만드는 것은 불가능했다.
로마는 가도를 뚫고, 점령지에 남자를 이주시켜 현지 여자와 결혼하게 하는 혼혈 정책으로도 패자를 동화시켰다.
이런 상태에서는 포위전을 감행했다 하더라도 항상 배후에 신경을 써야 한다.
한니발이 제아무리 명장이라 해도, 적지에서 그런 싸움을 할 수는 없었다.
그러다가 마침내 로마가 반격에 나서서 전쟁터는 이탈리아에서 북아프리카로 옮아간다.
2차 포에니 전쟁의 승패를 결정한 것은 카르타고 영토 안에 있는 자마 평원에서 벌어진 저 유명한 자마 회전이었다.
완패한 한니발은 몇몇 기병만 거느리고 간신히 수도 카르타고로 도망쳤지만, 카르타고 의회가 수도에서 농성하면서 로마군과 끝까지 싸우자는 방침으로 기울어진 가운데, 오직 혼자서 로마와 빨리 강화를 맺자고 주자한 사람이 한니발이었다.
한니발은 16년 동안 이탈리아에서 지낸 경험으로 알고 있었다.
카르타고는 수도와 다른 두시들의 관계가 지배자와 피지배자로 확연히 구분되어 있었다.
이런 상황에서 피지배자가 자마 회전의 승자인 로마 쪽에 붙어서, 지배자가 농성하는 수도 카르타고를 고립무원의 상태로 방치할 게 뻔했다.
그래서 자마에서 승리한 로마군이 수도 카르타고로 쳐들어오기 전에 강화를 맺는 것이 카르타고가 살아남을 수 있는 길이라고 생각하여 그것을 강력하게 주장한 것이다.

3차에 걸친 포에니 전쟁에서 승패를 결정한 것은 양국의 경제력 차이나 군사력 차이가 아니라, 국가 본연의 차이였다.
북아프리카 일대에 펼쳐진 고대의 도로망은 가르타고가 통치하던 시대에 만들어진 것이 아니라, 로마의 속주가 된 뒤에 생긴 것이다.
이것은 반드시 경제력이 있다고 해서 인프라를 구축하는 것이 아니라, 인프라를 중요하게 생각하는 자세가 문제라는 것을 보여준다.

아피아 가도는 카르타고가 멸망하기 100년 전에 깔렸지만, 이 도로가 그 이후에 생긴 모든 로마 가도의 본보기가 된 세번째 이유는 가도도 항상 여러 개의 선택지를 갖는 것이 중요하다는 점을 보여주었기 때문이다.
(이것은 시사하는 바가 분명하다. 다른 선택의 여지가 있는 것은 삶을 풍요롭게 해주며, 사람들과 나은 관계, 좋은 결과를 도출할 수 있다.)
항상 여러 개의 선택지를 가져야 한다는 로마인의 사고방식은 지극히 자연스럽게 도로의 네트워크화로 이어졌을 것이다.
BC 5세기 페르시아 제국이 도로를 포장했으나, 길을 네트워크화하면 기능이 비약적으로 향상된다는 것을 깨닫고 그것을 실현한 것은 로마인이다.

토목기사의 좌우명, 바위는 우리편, 물은 적..
지형이 허락하는 한 일직선으로 뻗어 있다.
길과 같은 높이로 다리를 만든다.
로마인이 이렇게까지 곧고 평탄한 길에 집착한 것은 길을 되도록 빨리 목적지에 도착하기 위한 수단으로 생각했기 떄문이다.
로마에는 길가에 묘비를 세우거나 무덤을 마련하는 관습이 있는데, 이런 관례를 만든 것은 아피우스였다.
아피우스는 아피아 가도 옆에 자신의 무덤을 만들어달라는 유언을 남기고 죽었다고 한다.

국가가 제대로 기능을 발휘하지 못하면, 개인도 영향을 받지 않을 수 없다는 사실도 깨닫게 될 것이다.

처음 상태를 유지하고 싶으면 끊임없는 관리가 반드시 필요했다.

두번이나 패배를 당하자 로마의 지도자들도 기가 꺾였는지, 원로원의 분위기는 피로스가 제의한 강화를 받아들이는 쪽으로 기울기 시작했다.
이것을 알고 격분한 것이 노령 때문에 은퇴해 있던 아피우스 클라우디우스다.
그는 아피아 가도를 건설하여 정략적 의미를 가진 로마식 가도 건설의 서막을 연 인물이다.
거동조차 불편해진 아피우스는 남의 팔에 의지하여 오랜만에 원로원에 나타났다.
그가 원로원 의원들 앞에서 연설했다.
그것은 연설이라기보다 호된 꾸지람이었다.
피로스가 이탈리아를 떠나는 것이 강화의 전제 조건이고, 우리 집 안마당에 밀고 들어와 눌러앉아 있는 적은 강화든 뭐든 교섭 상대가 될 수 없다고 그는 말했다.
이 말이 원로원의 분위기를 바꾸어버렸다.
--> 로마인에게 이 일화가 한때의 에피소드로 끝나지 않았다.
패배했을 때는 절대 강화를 맺지 않고, 승리한 뒤에야 비로소 패자와 강화를 맺는 것이 로마의 전통인데, 아피우스의 이 일화가 그 전통의 이정표가 되었기 때문이다.
대국 카르타고를 상대로 사투를 벌인 포에니 전쟁 때도 로마는 한니발이 제의한 강화를 이를 악물고 거부했다.

2천 년 전의 로마 가도를 아스팔트로 포장만 해서 거의 그대로 사용하고 있는 것이 이탈리아의 국도다.
이처럼 현대 문명의 산물인 고속도로보다 고대의 로마 가도를 개량한 국도가 수적으로 우세한 것은 현대 이탈리아인이 게을러서가 아니라, 고대 로마인이 만든 길이 2천 년 세월도 견딜 수 있을 만큼 잘 되어 있었기 때문이다.

모든 길은 로마로 통한다기보다 모든 길은 로마에서 출발한다고 말하는 편이 적절하지 않을까 싶을 정도지만, 그것은 로마가 제국의 심장이었기 때문이다.
그리고 심장에서 몸 구석구석까지 피를 보내는 동맥이 바로 로마 가도였다.
이 모든 길의 선두 주자가 바로 아피아 가도였다.

아피아 가도가 패자를 동화시키는 정책 수단의 하나였다는 것.

타란토가 불러들인 에페이로스의 왕 피로스를 상대로 간신히 승리한 BC 270년, 테베레 강 연안의 한 촌락에서 시작된 로마는 마침내 루비콘 강 이남의 이탈리아 반도를 지배하는 패권자가 되었다.

1차 포에니 전쟁은 두 나라 모두 기력이 떨어져서 자주 싸움을 중단하고 호흡을 가다듬느라 23년 동안이나 결말이 나지 않았다.
로마는 새로운 가도를 하나도 착공하지 않았다.
도로 공사에 필요한 인력과 자금과 정력을 모두 카르타고와의 전쟁에 쏟아부었기 때문일 것이다.

로마는 이렇게 정교하고 질좋은 금화를 사용하고 있던 나라와 전쟁을 했구나 하는 감개가 든다.(시오노 나나미)
두 나라의 경제력에는 그만한 격차가 있었다.
하지만 아피아 가도를 만들 당시의 로마인은 은화조차도 주조하지 못했다.
그런데도 많은 인력과 돈을 쏟아부어야 하는 본격적인 공공 공사를 시작했다.
인프라는 경제력이 향상되었기 때문에 구축하는 것이 아니라, 경제력을 향상시키기 위해 구축하는 것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일까..

복선화는 둘 이상의 선택지를 갖는 것인데, 그 효과는 주도 두 가지 면에서 발휘되었다.
첫째는 자연재해에 대한 대책이다.
홍수나 산사태로 일시적이나마 길이 막힌 경우, 달리 택할 수 있는 길이 없으면 공동체의 기능이 막대한 지장을 받는다.
둘째는 국방 대책이다.
적이 하나를 장악해도 다른 길을 이용할 수 있다면, 독 안에 든 쥐 신세를 면할 수 있다.
국토 방위가 맨 앞에 온다는 것은 로마인들에게는 상식이었을 것이다.

굳이 산허리를 누비는 쪽을 택한 것은 물이 불어나는 계절에 골짜기에 밀어닥치는 홍수로 길이 떠내려가는 것을 피하기 위해서였다.

아피아 가도를 달릴 때는 끝없이 일직선으로 이어지는 길에 감탄했지만, 플라미니아 가도를 달릴 때는 복잡한 자연 환경을 극복하고 길을 뚫은 데 그저 놀랄 수밖에 없었다.

한니발의 공격을 막아내지 못한 이탈리아 북부의 방비를 강화하기 위해서였는데, 로마인은 고집스럽게도 방벽을 쌓는 안전보장책보다 도로망을 까는 안전보장책을 택했다.
그리고 그 후에도 느리기는 하지만 착실하게 이탈리아 반도를 가도로 그물처럼 연결하는 작업을 계속해 나간다.

로마인이 가도를 건설할 때 본국과 속주를 차별하지 않은 것을 보고 놀란다면, 그것은 로마인을 이해하지 못했다는 증거다.
가도를 건설하는 목적 가운데 하나가 패자를 동화시키는 것, 어제까지의 적을 로마와 공동운명체로 만드는 것이었다는 점을 잊어서는 안된다.
정복하자마자 그곳까지 가도를 놓은 것은 로마인의 일관된 방식이었다.
차이는 자재뿐이었다.
현지에서 구하기 쉬운 자재를 사용했기 떄문이다.
로마인이 좋아한 케이스 바이 케이스가 가도 공사에도 충분히 발휘된 것이다.

피라미드를 쌓은 이집트인과 도로망을 깐 로마인과의 차이는 무엇일까..
이집트인인 필요하다고 생각하는 자재가 있으면 멀리서도 가져다 사용한 반면, 로마인은 현지에서 구할 수 있는 자재를 사용했다는 점.
그리고 피라미드는 단 한 사람의 내세를 위한 공사였지만, 가도는 많은 사람의 현세를 위한 공사였다는 것도 중요한 차이점이다.

로마인의 건설. 견고함, 편리함, 아름다움.

대 플리니우스 "피라미드는 쓸모없고 어리석은 권력 과시에 불과하다.",
프론티누스 "그리스의 미술품은 아름답기로 유명하지만, 일상 생활에서는 전혀 쓸모가 없다고 말할 수밖에 없다"

그리스에서는 전성기의 아테네조차도 인프라에 관심을 갖지 않았는데, 로마인은 가도와 상수도와 하수도라는 세 가지 걸작을 창조했다고.
이것은 민족마다 장기로 삼는 분야가 다르다는 것을 보여주는 좋은 예이기도 하다.

이 젊은이는 깨닳은 것만으로 끝내지 않았다.
변호사 일도 그만두고 프랑스에 남아 있는 로마 가도를 연구하는 데 평생을 바친 것이다.

2차 세계대전이 끝난 뒤 패전국의 두뇌를 유치하는 데 열심이었던 미국의 원조로 로마 가도에 대한 조사를 시작한 모양이다.
길이란 그 사회를 나타내고 문명을 나타낸다고 생각한 사람이다.

토인비는 불완전의 위험을 무릅쓰더라도 통사는 한 사람이 써야 한다고 말했다.
동일인의 시점으로 모든 것을 보아야 한다는 뜻이다.

===== 다리 =====
인간이 물 근처에 사는 습성이 있는 이상, 누구나 가까이 흐르는 강을 건너기 위해 다리를 놓을 생각을 하게 된다.
로마 민족은 case by case의 달인이다.

카이사르. 라인강에 말뚝을 박에 만든 나무다리.
큰 하천인 라인 강을 불과 열흘 남짓 만에 연결해버렸으니까.
로마인의 높은 기술 수준에 게르만족이 겁을 먹고 벌벌 떨었다는 이야기도 거짓말은 아니었을 것이다.

대사업은 필요성만이 아니라 거기에 명예나 긍지가 보태져야만 이루어지는 것인지도 모른다.

무작정 늪지에 들어섰다가는 사람도 말도 꼼짝 못한 채 서서 죽을 수밖에 없다.

지금도 땅 속에서 발굴되는 잔해를 토대로 복원한 것이다.
목재는 뜻밖에도 물에 강하다.

서로 돕는 사이여야 하고, 이런 조화로운 관계가 이루어져야만 비로소 내구성과 기능성, 아름다움도 실현할 수 있다.

개선문은 전쟁에 이기고 돌아온 장군과 병사들을 환영하기 위해 창안된 로마 고유의 건축양식이다.
로마 최고의 권력자인 황제가 로마 남자의 최고 영예인 개선식과 완전 무관한 것도 체면이 서지 않는다.
아우구스투스는 다른 정책을 실시할 때도 대의명분을 궁리해내는 명수였기 때문에, 길이나 다리만 놓아도 개선문을 받을 수 있는 이유를 그럴듯하게 설명하고 있다.

모든 길은 로마로 통한다기보다 모든 길은 로마에서 출발한다고 생각하는 편이 실상을 정확히 파악한는 데 도움이 된다.

고속도로나 마찬가지인 로마 가도는 쳐들어오는 적에게도 유리하게 이용되지만, 그 위험을 무릅쓰고 로마 가도를 만든 것과 같은 발상이다.
다리도 자신들이 사는 땅과 남들이 사는 땅을 격리하지 않고 연결하기 위해 만들어졌다는 공통점.
로마인들은 안에 틀어박히기 보다, 밖으로 뻗어나가는 성향을 강하게 갖고 있었다.

가도가 돌로 포장되면 다리도 똑같은 구조로 만들어야 한다는 것이 로마인의 생각이었다.

토목 공사의 최대 적은 물이고, 물은 어떻게 처리하느냐가 건조물의 수명을 좌우하기 때문이다.

로마의 교각 설계, 시공 기술은 기술이 진보하여 작업이 기계화되었다는 점을 제외하면 오늘날에도 마찬가지다.

동양과 서양을 논할 때 동양은 나무의 민족이고, 서양은 돌의 민족이라고 말하지만...
그런 양분법으로 간단히 처리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닌 것 같다.

이것은 나에게 새로운 의문을 불러일으켰다.
비전문가인 내가 요약하면 오히려 이해하기 어려워질 테니까..(요약하지 않고 전문을 소개한 시오노..)

그렇다면 2000년 뒤인 현대의 기술 진보는 결국 재료의 진보와 경량화에 있다고 생각해도 좋으냐고 물었더니, 가와다 씨의 대답은 역시 그렇다 였다.
로마 시대에는 쇠는 있었지만, 강철은 없었다.
강철을 제도하려면 수천 도나 되는 고열이 필요한데, 그런 고열의 화력을 내는 데 필요한 동력 문제가 해결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나는 또 다른 생각을 머리에 떠올렸다.(시오노 나나미의 끊임없는 질문, 해답, 또다른 질문의 과정)

인프라는 채산을 도외시하지 않으면 할 수 없는 사업이라고 로마인은 생각했던 게 아닐까..
가도나 다리를 무턱대고 마구 건설하는 것은 인프라를 중시하는 태도가 아니다.
우선 순위를 확실히 정해놓고 그것을 고려하여 실행에 옮겨야 한다.

현대 이탈리아의 고속도로 1호선은 피렌체 근처에서 당시 총리의 선거구인 아레초를 지나가도록 설계했기 때문에, 직선으로 뚫을 수 있는 구간이 곡선으로 구부러져버렸다.
이런 일을, 로마 시대에는 황제도 하지 않았다.

로마 법에서는 사유재산을 철저히 보호한다.

로마군에서는 병사 개개인의 정신력에 기대를 걸기 전에 먼저 병사 개개인이 정신력을 최고로 발휘할 수 있도록 그 환경을 조성해주는 것이 선결 문제로 여겨졌다.

물산 유통이 촉진되면 생활 수준도 향상된다는 것을 깨닳은 사람들이 로마 가도 이용자의 태반을 차지하게 되었다.
사람과 물자가 빈번하게 교류되면 당연히 경제도 활성화한다.
경제권이 기능을 발휘하려면 우선 평화가 지속되어야 한다.
외적을 막는데 성공한 것은 정답의 절반에 불과하다.
다민족 국가이기 때문에 일어나기 쉬운 제국 내부의 분쟁을 해소하는 데에도 성공했기 때문에..
사람도 건강을 유지하려면 혈관이 튼튼해서 몸 구석구석까지 피를 보내는 기능이 원활하게 유지되어야 한다.

우편물이 있든 없든 정기적으로 배달부가 왕래하도록 되어 있었다.
카이사르가 신출귀몰하게 행동할 수 있었던 것은 그가 고안해낸 정보 전달 방식 덕분이었다.
이 방식으로 신출귀몰의 지혜가 나온 것이다.

아우구스투스는 군사적 재능을 타고 나지는 못했지만, 협력자를 고르는 재능은 갖고 있었다.
결점을 장점으로 바꾸는 데에는 그야말로 천재였다.

한가지 목적을 완벽하게 수행할 수 있도록 만들어진 시스템은 다른 목적에도 전용할 수 있다.

시스템이란 남보다 뛰어난 능력을 타고난 사람을 위해 있는 것이 아니라, 보통 사람의 능력에 맞추어 그 사람들의 필요까지 충족시켜 주는 것이어야 한다.
따라서 시스템을 창안한 사람의 능력과는 무관해야 한다.
실제로 그렇지 않으면 시스템이 기능을 발휘할 수 없고, 시스템으로서 지속성도 가질 수 없다.

로마 가도의 여러 가지 설비가 보통사람의 수준에 맞추어져 있었다는 점이다.

로마 지도자들만큼 지속은 힘이다를 실천한 사람도 드물다.

로마인은 규제를 만드는 데에는 열심이어도, 그것을 실시할 때는 유연하게 대처하는 민족이기도 하다.

가도를 복선화하고 네트워크화하는 것이 로마인의 특징이었다는 점을 상기해주기 바란다.

작가란 직업. 몸은 쉬고 있어도 머리는 계속 움직이는 것이 내 직업의 불행한 점..

그들이 이런 길을 놓으려 한 이유를 이해하려면 ’합리성’이라는 문제를 생각하면 된다. 무엇을 어떻게 하는 게 합리적인가, 자기가 가진 힘을 최대한으로 활용하기 위해 기능성과 효율성을 향상시키려고 애쓴 민족은 고대에는 오직 로마인뿐이었다. 기능성과 효율성을 높이려면 무엇보다 우선 합리적이어야 한다. 그것이 기본 조건이다.

현명한 사람은 역사에서 배우고, 어리석은 자는 경험에서 배운다는 격언이 있지만, 나는 역사와 경험 양쪽에서 배우지 않으면 정말로 배우는 게 아니라고 생각한다. 역사는 지식이지만, 그것을 피가 통하는 산지식으로 만들어주는 것은 경험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팍스 로마나는 로마인이 실현한 가장 중요한 인프라였다고 생각한다.
국내 분쟁도 수습할 수 있어야만 비로소 팍스 로마나가 확립된다고 로마인 자신이 생각하고 있었다.

안전보장, 가도망, 우편제도, 수도와 공중 목욕장 정비, 위생 중시, 로마법 등의 문명을 보급하는 동시에, 각 민족의 고유한 문화를 용인하는 방식으로 통치했다.
민족간 분쟁을 막는 것은 팍스 로마나의 중요한 요건이었다.

민족자결을 외치는 오늘날 민족간 분쟁 해결은 점점 멀어지고 있는지도 모른다.

질서가 없는 곳에는 자유도 없다.

황제가 군대를 거느리지 않고, 아무리 제국 영내라고 하지만, 이렇게 여기저기를 여행하고 다닐 수 있었다는 게 더욱 놀랍고 감탄스러웠다.

사료를 읽을 때는 거기에 기록되어 있는 것만이 아니라, 그 이상의 것까지 간파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정말로 사료를 읽었다고 말할 수 없다.

개가 사람을 물면 기삿거리가 안 되지만, 사람이 개를 물면 기삿거리가 된다고 생각하는 게 신문기자다.

치안은 스스로 신변 안전을 확보할 수단이 없는 일반 시민의 안전까지 보장해주는 것이다.
경비원을 고용하거나 주민들끼리 자경단을 조직하는 사태는 국가가 제대로 기능을 발휘하지 못하게 되었음을 보여주는 바로미터다.

군웅이 활거하는 시대는 각지에 터를 잡고 서로 싸우는 권력자들에게는 재미있는 시대일지 모르나, 일반 사람들에게는 문명의 붕괴일 뿐이다. (중세를 의미하는 것 같다)

지도는 정보의 집적이다.
패권국은 예외없이 정보의 중요성을 알고 있었다.
그래도 역시 차이는 있다.
취합한 정보를 통치자가 독점하느냐 아니면 공개하느냐의 차이다.
(조선에는 김정호가 대동여지도를 만들어 바치자, 지도를 왜적이 이용할까 두려워하며 지도를 뺐고, 벌하였다는 이야기를 들은 것 같다. 여기에서도 동양과 서양의 차이가 분명하고, 그런 차이가 현재의 결과를 만든 것이라 생각한다.)
고대 로마는 공화정 시대에도 제정시대에도 이런 정보를 일관되게 공개했다.
황제가 지은 공공 건축물에 반드시 뜰려 있는 회랑 벽면에는 색깔 대리석을 이용하여 각 속주를 색깔로 구분한 제국 지도가 그려져 있고, 시내 서점에서도 온갖 종류의 지도가 팔리고 있었다고 한다.
(여행용 은컵이나 여행용 지도를 통해 이런 사실을 확인할 수 있다)

자신이 책임지고 있는 지역만이 아니라, 인접한 속주, 나아가 제국 전역에 걸친 지도까지 갖추어져 있으면 가장 바람직할 것이다.

교통 체증은 고대에도 골칫거리였다.
로마에 사람이 모이는 것은 자연스러운 추세니까, 막을 도리가 없다.

도시 생활은 일에서도 오락에서도 많은 이익을 베풀어준다.
하지만 결점도 적지 않다.

아피아 가도가 800년이나 되는 세월 동안 견뎌낼 수 있었던 것은 보수를 게을리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일관된 정치가 이루어지는 나라에서만 도로 행정이 기능을 충분히 발휘할 수 있다.
정치의 불안정은 경제에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다.

이집트인들은, 교통로로 적합한 나일 강이 있었기 때문에, 가도라고 부를 만한 도로는 만들지 않았다.
이집토로 이어지는 가도는 로마 시대에 만들어진 것이다.
로마 가도의 가장 큰 특징은 가도의 길이가 아니라 네트워크화 되어 있었다는 점이다.

로마 제국 전역에 깔린 가도망이 로마 제국의 혈관이었다는 점을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그것이 로마 제국을 승자와 패자의 공동운명체로 만드는 데 가장 효과적인 수단이었다는 것도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속주 통치를 책임지는 총독이라도 정책을 결정하거나 속주민의 청원을 받아들일 경우 조금이라도 의문을 느끼면 당장 황제에게 편지를 보내 지시를 청하도록 되어 있는 것이 로마 제국이다.
총독은 황제의 지시가 올 때까지 기다린다.
마치 지휘자의 신호를 기다리는 합창단 처럼..
정보전달 체계 확립의 중요성.

사람이 사람다운 생활을 하기 위해 필요한 대사업..

====== 수도 =====
로마에는 결코 물이 부족하지 않았기 때문에..

인프라는 수요가 있어서 하는 게 아니라 수요를 창출하기 위해 하는 것인지도 모른다.
물은 인위적으로 흐르게 하지 않으면 스스로 흐르지 않는다.

소독약이 없던 시대에 물의 청결을 유지하기 위해 그들이 생각해낸 방법이 ’계속 흐르게 하는 것’이었다.
물은 고이면 썩으니까, 계속 흐르게 내버려두면 수질을 유지할 수 있다고 생각한 것이다.
(로마 시대에는 물장수가 없었다.)

가도를 보아도 알 수 있듯이, 복수의 선택지를 갖기를 좋아했기 때문에, 수도에만 물 공급을 의존하지 않고, 아피아 수도가 건설되기 전에 오랫동안 생활용수로 사용한 빗물도 계속 활용했다.

여러 개의 선택지를 갖는 유리함을 동포들에게 가르쳐주었다는 점에서 아피아 가도와 아피아 수도는 로마 역사상 획기적인 대사업이다.
민중은 추상적인 것에 대해서는 잘못 판단할 수도 있지만, 구체적인 형태로 제시되면 올바른 판단을 내리는 능력을 갖고 있었다고 마키아벨리는 말했다.
여려 개의 선택지를 갖는 유리함을 구체적인 형태로 보여준 셈이다.

정치적 신념은 달라도, 양쪽 다 로마 시민의 지지를 필요로 했다는 점에서 다를 게 없다.
원로원파인 술라와 폼페이우스도 민중파인 카이사르도 공공사업에 열을 올렸다.
높은 지위에 있는 사람은 자기가 받은 혜택을 어떤 식으로든 사회에 환원하는 로마의 전통을 대의명분으로 삼기는 했지만, 그것은 민중의 지지를 얻기 위한 선거운동이기도 했다.

정치나 경제가 이루어지는 곳이나 오락시설도 도시 생활에서 중요하지만, 물이 부족해지면 무엇보다 먼저 서민의 생활이 타격을 받는다.
공화정 시대의 로마에서는 서민도 한 표를 가진 유권자였다.

인프라 건설에 본격적으로 착수하려면 평화가 필요하다. 그
리고 인프라는 사람들의 생활 수준을 향상시켜 평화를 영속시키는 데 가장 적당한 수단이기도 했다.

마키아벨리는 훌륭한 지도자를 두 부류로 나누었다.
하나는 뭐든지 할 수 있는 능력이 있으니까 뭐든지 자기 혼자서 해버리는 사람.
또 하나는 뭐든지 할 수 있는 능력이 자기한테는 없다는 것을 알고 있어서, 자기가 할 수 없는 일은 남에게 맡기는 사람.

정치와 외교로는 결말이 나지 않아서 전투가 벌어지게 되면...

안토니우스는 정치적 재능은 떨어져도 군사적 재능은 뛰어난 인물이었다.
반면 타고난 정치가인 아우구스투수는 군사적 재능은 없었지만, 대신 아그리파가 있었다.
안토니우스를 무찌르고, 이렇게 되면 군사적 재능을 인정받고 발탁되어 그것으로 공을 세운 아그리파는 존재 이유를 잃어버리게 된다.
하지만 이것이 아우구스투스의 훌륭한 점이다.
아그리파가 쓸모가 없어진 헌신짝처럼 버리지 않고, 이 동지가 활약할 수 있는 새로운 마당을 마련해준 것이다.
그것이 바로 인프라였다.
로마 제국의 건설은 자기가 하지만, 그 내용을 충실히 다지는 역할은 아그리파에게 맡긴 것이다.
(한신의 토사구팽과는 다른 결말.)

어제까지는 적이었다 해도 유능한 인재가 있으면 서슴없이 등용하는 것이야말로 로마인이 장기로 삼은 패자 부활 시스템이었다.

이렇게 중요한 것이 유지 보수였기 때문에...
일상적인 손질의 중요성을 결코 개인의 주택에만 한정된 이야기는 아닌 것 같다.

물을 충분히 사용할 수 있는 것은 인간이 인간다운 생활을 하는 데 가장 중요한 조건 가운데 하나지만, 이 조건을 충족시킨 것은 제국의 수도 로마만이 아니었다.

이점을 이해시키고 납득시키려면 실물을 그들에게 직접 보여주고 그들이 직접 체험하도록 할 수 밖에 없다.
로마인은 어제까지의 승자이자 오늘의 통치자였고, 속주민은 어제까지의 패자이자 오늘의 피통치자였다.
따라서 로마 황제는 속주민에게 수도 건설을 강제할 수 있었다.
하지만 강제하는 것만으로 충분치 않았고, 속주민 스스로 이점을 납득하는 게 중요했다.
가도와는 달리 수도는 건설비와 유지관리비를 모두 속주민이 부담했기 때문이다.

물의 안정적인 공급도 훌륭한 문명이라 확신한다. (시오노 나나미)

오래 방치되어 있었기 때문에 곳곳이 심하게 붕괴되어 있습니다.
이런 수고를 아끼지 않았기 때문에, 로마 수도도 로마 가도와 마찬가지로 유럽과 중동과 북아프리카를 합한 로마 제국의 구석구석까지 보급된 것이다.

로마의 수도는 물을 깨끗한 상태로 공급하기 위해 온종일 흐르도록 내버려두었기 때문이다.
깨끗한 물의 안정적인 공급이야말로 인간이 인간답게 사는 데 꼭 필요한 대사업..

피통치자 쪽도 만족할 만큼 원활하게 기능을 발휘한 것은 중앙집권과 지방분권이 절묘하게 맞물려 있었기 때문이라는 사실..

부자가 시내에 저택을 갖고 있는 것만으로도 소비가 늘어나고, 이것이 도시 경제의 활성화로 이어지기 때문이다.
사람이 살면 토지가 황폐해지는 것을 막을 수 있다.
안전하고 쾌적한 환경을 갖추면 사람이 정착한다.

법률이 현실에 맞지 않으면 법률을 고치면 된다.

가도와 상수도, 하수로를 꼽지만, 이것은 셋 다 건설만해 놓은 것으로는 끝나지 않는다.

인프라는 그것을 유지하려는 확고한 의지와 힘을 가진 국가가 기능을 발휘하지 않는 한, 아무리 좋은 것을 만들어도 사라질 수밖에 없다.
이것은 하드 인프라만이 아니라 소프트 인프라도 마찬가지다.

끊임없는 보수와 관리가 이루어지고 있었다는 증거일 것이다.

자신들 사이에서는 자명한 일을 새삼스럽게 언급하지 않는 것이 학자들이기 때문이다.

건강에 좋은 음식과 적당한 노동, 충분한 수면과 위생..
인권을 존중했기 때문이 아니라, 노동력 손실을 막기 위한 배려..

인간은 스스로 의식하지는 못하더라도 뜻밖에 이기적인 존재다.(사실이다)

수도 로마에서 실시된 정책은 속주를 포함한 제국 전역으로 파급되어가는 것이 당연하게 여겨지고 있었다.

환자와는 항상 부드럽게 대화가 진행되도록 주의하고, 품위있고 올바른 말을 사용하고, 차분한 어조로 일관해야 한다.
교양있는 환자를 대할 때는 자연스러운 겸손함을 유지하도록 노력하고, 옷도 차분한 색깔이 좋으며, 화려하거나 유행을 따르는 옷은 피해야 한다.
머리모양이나 수염이나 손톱은 손질할 때도 환자의 기질에 맞는 배려가 이뤄져야 한다.

무세이온(과거의 도서관 기능을 하던 곳) :
인간의 창조 활동을 돕는 뮤즈 여신이 사는 신성한 곳..

카이사르.. 그는 모든 면에서 휘하 병사들을 소중히 여겼다.
전투에서도 쓸데없는 희생은 치르게 하지 않는다.
병사를 소중하게 여긴 카이사르..

카이사르 군단에서는 전투중에 중상을 입고 빈사 상태에 빠진 병사도 좀처럼 죽지 않았다고 한다.
죽어가는 병사의 머리맡에는 총사령관이 반드시 찾아와 저세상으로 떠나는 병사를 배웅해줄 거라고 병사들은 믿어 의심치 않았다고 한다.

의료에 종사하는 사람이면 누구에게나 로마 시민권을 주기로 한 카이사르의 법은 무엇보다 먼저 우수한 군의를 많이 확보하는 데 도움이 되었을 게 분명하다.

어차피 죽음을 면할 수 없는 인간이 취해야 할 태도.
수명이 다하면 살려고 바둥거리지 않고 깨끗이 죽겠다.

무덤만 보아도 그 민족의 생사관을 짐작할 수 있다.
피라미드를 만든 이집트인, 매장하는 유대인, 화장하는 로마인..

오랫동안 신들과 친숙했던 사람들이 그렇게 간단히 신을 떠날 수는 없다.

그리스-로마로 대표되는 고대의 전성기와 기독교가 대두하는 고대 말기를 가난에 대한 견해 차이로 보면..
’가난은 수치가 아니다. 하지만 가난에 안주하는 것은 수치다.’ 페르클레스
’가난한 자는 복이 있나니’ 예수 그리스도

낱말의 의미를 정확히 파악하는 능력은 제 생각을 남에게 올바르게 전달하는 능력과 연결된다.
연설을 잘하고 못하고는 사용하는 낱말의 선택에 따라 결정된다.

의사전달 기술을 향상시키는 데 필수적인 요소.
내용과 별도로 상대가 듣게 하는 기술.
그러려면 어떤 몸짓이 적당할까.
기분좋게 귀에 들어오는 목소리는 어떤 것인가.
유머는 어디에 어떻게 끼워넣으면 효과적인가.
변론하는 장소는 어디이며, 청중은 어떤 사람들인가...

글은 사람이다라는 말이 있다.
글에는 그 사람의 모든 것이 나타난다.
따라서 그것을 효과적으로 나타내는 데 필요한 기술 습득이 엘리트를 지향하는 젊은이들에게 요구되었던 것이다.

최고 권력자인 황제 중에서 최고 학부에서 공부한 사람이 하나도 없다는 게 재미있다.
로마 시대에는 출세와 학력은 무관했던 셈이다.
교사도 나름대로 노력하지 않을 수 없었을 것이다.
그런데 최고 학부의 교수들은 이런 경쟁과는 무관할 수 있었다.
황제들은 최고 학부에서 교육받은 경험도 없는데, 연구와 경쟁이 반드시 좋은 관계는 아니라는 사실을 알고 있었을까..

이상하게도 제국의 경제력이 왕성했던 시대에는 의료도 교육도 민영이었는데, 경제력이 쇠퇴해버린 시대에 공영화되었다.
사회는 어떤 하나의 사고방식으로 통일되어야 한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은 권력을 손아귀에 넣자마자 무엇보다도 우선 교육과 복지를 자기들 생각에 따라 다시 조직하는 문제를 생각하고 실행하는 법이다.

사람이 사람답게 살기 위해 필요한 대사업.
인간생활에 가장 중요한 것은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안전보장이다.
오늘날에도 전란이 계속되는 지역에 사는 사람들의 고통을 보면 그것을 납득할 수 있을 것이다.

야만족의 침입을 예로 들면, 야만족이 제국 말기에 느닷없이 출현하여 쳐들어온 것은 아니다.
야만족은 늘 있었고, 게다가 항상 침입을 시도했다.
다만 임페라토르가 그들을 격퇴할 힘을 갖고 있는 동안은 침입하지 못했을 뿐이다.

10권은 도로와 다리, 수도, 교육, 의료 등으로 인프라에 관핸 책이지만, 그 내용에도 주옥같은 것들이 많이 있다.
이래서 역사를 읽는 것을 중단할 수 없다. 재미, 교훈, 감동, 유익하기 때문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