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렇게 긴 여정이 시작이 되었다. 아들에게 건네줄 생일 선물을 품고 길수는 그 힘들고 어려운 길을 가야 했다. 일본 관동군으로 소련과 전투를 해야 했고 소련과의 전투에서 살아남아 소련군 포로가 되어야 했으며, 그는 살기위해서 다시 소련군이 되어야 했다. 소련군에서 그는 다시 독일과의 전투를 치러야 했으며 다시 죽음을 넘나드는 전투를 치러야 했다. 그 전투에서 우리도 모두 알고 있는 독일의 수용소를 경험하여야 했으며 그 힘든 고통 속에서도 그는 살아남았다. 패전이 멀지 않은 독일은 다시 생명을 담보로 독일군이 되기를 명하고 그는 다시 독일군이 되어 노르망디 상륙작전에 독일 병사로 참전한다. 그렇게 그는 그 전투에서도 살아남아 다시 연합군의 포로가 된다. 그는 그렇게 살아남았다. 아들을 보기위해서 아니 다시 조선으로 돌아가기 위해서...

 

소설이 재미있다는 말을 하는 것은 이 소설에는 어울리지 않는 말인 것 같다. 책장이 넘어가는 속도 즉 가독성은 상당하다. 그리고 역사적 사실과 그 속에서 겪었어야 할 민초들의 이야기로서는 충분히 공감이 가는 부분도 많고 시대적 현실과 잘 부합되는 부분이 있다. 그래서인지 쉽게 감정이입이 되기도 하며, 흥분을 억누르지 못하면서 책장을 넘겼다. 그런데 등장인물들이 약간의 드라마적 요소 즉 우연성의 남발이 있지 않나 하는 생각을 해본다. 보통의 드라마는 등장인물의 한계성으로 인하여 이런 저런 얽힌 관계를 만들어 내는 것이 보통인 것으로 아는데, 그런 극적인 요소가 소설은 만주 대륙을 중심으로 펼쳐지는 것이다. 월화와 길수의 23사단의 만남과, 명신과 정대의 만남 역시 어떻게 징병 나온 군인과 위안부로서 만날 수 있었을까? 그냥 감정이입 상태로 읽었다면 그냥 넘어 갈 수 있는 부분인데, 일본군이 당시 전투를 치룬 부대가 한두 군데가 아닐 것인데. 갑자기 이런 생각을 하다 보니 그저 사건의 전개 보다는 길수에 대한 아버지의 마음을 생각하게 되었다.

 

어쩔 수 없는 것인지 아니면 생명에 대한 집착인지 해석을 달리 할 수 있겠으나, 내 생각은 부성으로 버틴 그의 끈질긴 생명력에 찬사를 보내야 할 것 같다. 그리고 이 소설을 기획하면서 저자는 연합군의 포로가 된 조선인에서 모티브를 얻었을 것 같지만 결국 그가 말하려고 하는 것은 길수의 부성애에 대한 부분이었을지 모른다. 영수를 그렇게 아끼며 자식과 가상으로 이야기하던 그의 모습을 볼 때 마다 아빠로서 너무나 많은 공감을 하게 된다. 가족이라는 것 어떠한 어려움 속에서도 그렇게 버틸 수 있게 만들어 주는 그런 존재라는 것이다. 모든 것을 이겨낼 수 있는 힘은 가족으로부터 나온다. 그 험난한 전장을 버텨내면서도 길수가 다시 살아야 한다는 힘을 얻은 것은 결국 건우에 대한 월화에 대한 사랑이 아니었을까? 감정이입이 잘되고 스스로 전장이라는 역사적 사실보다 가족을 생각하게 만드는 소설이 아니었을까 생각한다.

 

해당 서평은 출판사에서 제공받은 도서를 읽고 작성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