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치지 않고서야 어찌 평생을 외곬으로 걸을 수 있겠나. 평생직장의 개념이 희박해진 요즘같은 시대에는 더더군다나 힘든 일이며 성공의 개념을 마치 정답마냥 추구하고 사는 시대에는 다양함이란 그다지 실용성이 없는 이야기이다. 그런데 여기 평생 한 길을 걸어온 이들이 있다. 행복하게도 그들은 자신이 잘 할 수 있는 일, 해서 자신이 즐거운 일을 일찍 발견하여 다른쪽으로는 곁눈 한 번 주지 않고 아니, 한 눈을 팔았더라도 다시금 제자리를 찾아 걸어온 사람들이다. 이들이 추구하는 것은 흔히 말하는 성공도 아니고 돈도 아니다. 성공이나 돈을 쫓았더라면 걸을 수 없는 길을 걸어온 것이다. 사람들은 이들을 장인이라고 한다.
무엇에 미쳐서 평생 한 길을 걸어왔나를 물으면 그들은 한결같이 말한다. 이 일이 아니면 재미가 없었다고. 이 일이 아니면 살 수가 없었다고. 그래서 그들은 행복하다. 누가 뭐라하든. 세상의 가치가 어떻든.

이 책은 조선일보 기자인 저자가 사진과 함께 장인들의 철학을 담은 책으로 간결한 표현이 돋보인다. 쉽게 읽히는 만큼 공감하기 또한 수월하며 사진에 담긴 장인들의 모습을 바라보노라면 가슴에 와닿는 울림이 새록새록한 책이다.

마술에 미치고, 자장면에 미치고, 산에 미치고, 새에 미치고, 축구화에 미쳐 살아온 자신들의 평생을 돌아볼 때, 눈물을 흘리며 지나온 시간을 회고할 지언정 그들은 후회할 줄 모른다. 한복에 미치고, 카메라에 미치고, 옻칠에 미치고, 돌에 미친 그들은 쥐어야 할 것과 놓아야 할 것을 구분하며 욕심낼 줄을 모른다. 이들은 각자의 자리에서 인간이 삶을 통해 추구해야 할 것은 돈도 명예도 성공도 아닌 더불어 사는 포용이라는 가치라고 생각한다. 나 혼자만 잘 살고자 했다면 장인이 되지 못했을 것이다. 자장면을 만들던 돌을 쪼아 석상을 만들던 그들의 작업에는 인간을 생각하고 자연을 생각하는 철학이 담겨있다. 이들이 진정한 인문학적인 장인들이 아닐까.

우리는 흔히 돈과 명예만을 추구하며 혼자서만 잘 먹고 잘살겠다고 덤비는 사람들을 경멸한다. 그러면서도 동시에 나 하나쯤은 그래도 되지 않을까하는 안일한 생각을 하고있지는 않은지.....  그래서 더더욱 세속적 욕망에서 등을 돌리고 오롯이 꼿꼿하게 자기길을 가고 있는 이들이 아름답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