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는 잔소리를 싫어한다.
내가 먼저 살기 시작했기 때문에, 답을 더 많이 알기 때문에, 힘들이지 않고 지름길로 가게 해주고 싶기 때문에 하는 나의 배려를 아이는 백프로 잔소리로 알아듣는다. 나는 마음먹고 이렇게 얘기할까, 저렇게 얘기할까 심사숙고해서 하는 소리를 아이는 그저 대충대충 흘려듣고 그만하라기 일수다.
도움이 되고 싶어 늘어놨던 잔소리를 주섬주섬 주어담으며 애가 누굴닮아 저리 싸가지가 없나 나혼자 궁시렁거린다.
그러나 아이는 억울하지만 더도 덜도 말고 딱 나를 닮았다.
내가 꼭 그랬다. 엄마가 하는 모든 걱정들, 모든 우려들, 모든 배려들을 듣기 싫은 잔소리로 흘려들었다.
엄마가 하던 잔소리를 반만 제대로 들었던들.........

아이에게 세상을 이해하는 데 도움을 주고 싶었던 아빠 이남석 씨는 두 딸에게 이메일을 보내기로 한다. 나도 몇번 아이에게 곱게 편지지에 잔소리를 써보았지만 아이는 그닥 관심이 없어했다. 아마도 딸아이였다면 조금은 다른 반응을 보였겠지... 하지만 이것도 내 편견일지 모른다.. 어쨌꺼나 손글씨 편지보다는 이메일이 아이들 관심을 끌기엔 더 적당하다 싶다.
아빠에게 받는 이메일. 그것도 엄마도 모르게. 언니도 모르게. 아빠와 둘이서만 주고받는 이메일이 얼마나 설레고 신났겠는가.
아빠는 이메일 속에 생각꺼리를 담아 보냈다. 시간에 대하여, 슬픔과 두려움, 다른것과 틀린것의 차이, 자유를 누린다는 것의 의미, 전쟁과 평화에 대한 이야기, 그리고 행복에 관한 이야기.... 에 대해서 시간은 이것이다 라거나 자유는 이런것이라고 정의를 내려주는 것이 아니라 딸 아이들이 스스로 생각해 보고 올바른 정의를 내릴 수 있도록 길잡이 역활을 해준다. 

아이들 뿐만 아니라 어른들도 흔히 범하는 다름과 틀림에 대한 차이를 아이가 스스로 생각해 보고 다른것은 틀린것이 아니란 것을 아이가 스스로 이해할 수 있게 해주고, 다른 것에 대해 비판할 수 있는 능력을 키워야 할 필요성을 설명해 준다. 또 뭐든지 자유라며 자신의 마음대로만 하려는 아이들에게 남의 자유를 방해하지 않고 자신이 누리는 자유에 대해 책임지는 법을 생각해 보게도 한다. 

교육의 진정한 의미는 남보다 나은 경제생활을 하게하는데 있지 않다. 진정 교육은 ’나’만이 아니라 ’다른사람’도 있음을 인정하고, 더불어 사는 방법을 배우는 것이다. 그러나 오늘날의 교육은 어떠한가. 남보다 뒤지지말라고, 남보다 앞서가라고, 그래서 너만을 위해서 살으라고 부추기는 교육을 선호하고 있지 않은가. 남들은 다 그렇게 사는데 내아이만 뒤쳐질 수 없다는 부모의 당연한 생각이 아이들과 세상을 병들게 하고 있다. 분명 앞서거니 뒤서거니 가는 아이들의 행렬은 눈에보이는 차이를 나타낼 지 모른다. 그러나 앞서고 뒤선 아이들의 진실한 내면의 평화와 행복은 경쟁에 있지 않다. 생각할 줄 알고 스스로 책임질 줄 아는 아이가 어른이 되었을때 누릴수 있는 행복은 경쟁에 치여 숨한번 제대로 쉬어보지 못한 아이가 누리는 행복과는 비교할 수 없을 것이다.

아이에게 잔소리 대신 이메일에 도전해 봐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