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안엔 어린 내가 살고있다. 이미 다 자라버린 겉모습과 달리 내 안의 어린나는 너무나도 여리고 작고 상처받기 쉬운 아이이다. 내 안의 어린 나를 느낀다. 조그맣게 웅크린 모양을 하고 무릎 사이에 머리를 박고있는 어린 나는 자꾸만 자꾸만 울어대고, 수시로 상처받았다고, 나를 안아달라고 보채고 있다.  그다지 멀지 않은 과거에 어린이였던 나는 지난시간쯤은 간단하게 묻어버리고 처음부터 어른이였던 것처럼 행동하길 원하지만 내 안에 깊숙히 자리잡고 있는 어린 나는 어른인 내 감정과 정서를 쥐락펴락하며 나를 당황하게 한다.

어린이였던 나에게 어떤 일이 있었던가. 나는 한마디로 잘 우는 아이였다. 억울한 일이 있어도 울고, 무서워도 울고, 속상해도 울고, 화가나도 우는 아이였다. 그리고 지금의 나도 역시 잘 우는 어른이다. 책을 읽다가도 울고, 영화를 보다가도 울고, 음악을 듣다가도 울며, 남의 이야기를 듣다가도 눈물이 괸다. 아직도 자라지 못한 내 안의 내가 아프다고, 나를 안아달라고, 나를 보라고 자꾸만 울고있다. 어른인 나는 자꾸만 흐느끼는 어른답지 못한 내가 때로는 부끄럽다.

이렇게 유약한 어른인 내가 할 수 있는일은 나를 이렇게 키워낸 부모탓 뿐인 것일까. 그러나 미실다인 박사는 그것은 부모를 탓해서 될 일이 아니라고 말한다. 그들은 나를 키우면서 나름의 최선을 다 한것이다. 지금의 내가 내 아이를 키우면서 알고있는 모든것, 할 수 있는 모든것을 하고 있듯이.

내 속의 어린이가 자라면서 받았던 상처를 보듬고, 내 속의 어린이를 어루만지고, 안아주는 일은 부모에게 받았던 어린시절의 상처를 지금의 내가 내 자신에게 부모역할을 하면서 자라지 못해 자꾸만 해악을 끼치고 있는 태도들로 부터 자유롭게 되기 위한 것이다. 그리하여 진정한 어른몫의 어른이 되기 위한 것이다.

이 책을 읽으며 그 어떤 심리학 서적에서 보다 많은 도움을 받았다. 또한 그 어떤 육아서보다도 부모로서 아이를 대하는 태도에 대해 생각해 볼 수 있었다. 내 안의 어린 나는 지금 현재의 내 아이를 질투하며, 내 부모로 부터 받았던 딱 그만큼 되돌려주는 보복을 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가끔씩 나는 엄마같은 엄마는 되지 않겠다고 다짐하며 커왔는데 나는 딱 내 엄마만큼하고 있었던 것이다. 
아이를 공감하기 전에 내 안의 자라지 못한 아이부터 공감해주어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다독여주고 받아주고 때로는 단호하게 제재도 가하면서 나 스스로 어린나의 부모가 되는 것이다. 원망하지 않고 저주하지 않고 스스로 어른이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