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날 문득 TV에서 밧줄로 꽁꽁, 밧줄로 꽁꽁하며 노래하는 조막만한 아이를 보았다. 특별히 멋을 낸 것 같지않은 몹시 아이다운 모습의 귀여운 꼬마였는데 제법 콧소리까지 섞어 부르는 아이의 노래 솜씨는 여느 트롯가수 뺨치는 기교로 넘치고 있었다. 모바일 폰 광고속 아이의 아이답지 않은 모습에 나도 모르게 입이 벌어졌다. 흔히 아이는 아이다울 때 가장 예쁘다고 하면서 어른들은 아이가 아이답지 않은 모습을 보일때 경탄한다. 만약 그 꼬마가 밧줄로 꽁꽁하는 콧소리 대신 맑고 고운 목소리로 동요를 불렀다면 단숨에 시선을 잡아야 하는 광고로서의 효용성은 크게 떨어졌을 것이다. 

요즘 아이들은 동요를 부르지 않는다. 현장학습에서나 마당야영에서나 장기자랑 무대를 열면 아이들은 소녀시대나 2PM 등 아이돌 그룹을 흉내내며 세련되게 놀아준다. 동요 따위나 불러서는 금방 아이들 사이에서 웃음거리가 되고 말 것이다. 선생님이나 학부모들도 아이들의 그런모습에 크게 거부반응을 나타내지 않게 된 지 오래다. 모든 미디어들이 점점 어린 시청자를 겨냥해 상품을 팔고 있듯 아이들의 빠른 사회화도 당연한 것일 것이다. 그리고 아이들은 생각이 깊은 어른으로 성장하기 보다는 단편적인 지식만 많고 나 살기도 바쁜 외로운 괴물로 성장하게 된다. 

동요를 부르지 않거나 동시를 읽지 않아서 아이들이 점점 메말라 간다는 내 논리는 어쩌면 과장된 억지일 수 있다. 그러나 우리가 시를 읽는 이유는 사람과 세상을 이해하기 위해서라고 생각한다. 동시는 어린이표 시 이므로 아이들에게 꼭 필요한 인문학 공부의 시작이다. 반복적이고 리듬감있는 동시를 읽다보면 아이가 아이다워지고, 사람이 사람다워지는 느낌이다. 

나는 아이들이 뜻도 모르는 사랑타령의 트롯이나 맥락도 없이 내 주장만 쏟아내는 랩 따위보다는 세밀하고 유연한 시선으로 세상과 다른사람들을 보게 하는 동시나 동요를 많이 접했으면 한다. 트롯이나 랩이 질이 떨어진다는 이야기가 아니라 한 사람의 성인으로 성장하기 위한 발달 시기에 맞는 문화를 접했으면 하는 생각이다. 

이 책은 아이의 시선으로 바라보는 아이의 일상과 가족 그리고 환경 등을 동시로 노래하고 있으며 다른 동시집과 달리 눈에 띄는 점이라면 팥죽할멈과 호랑이 같은 옛이야기를 동시로 표현했다는 것이다. 동시 한 편 읽으면서 아이는 자신이 좋아하는 옛이야기를 생각하며 옛이야기가 들려주고자 하는 내용을 뚝딱 소화시킬 것 같다. 이것이 인문학 공부의 출발이 아니라면 무엇일까.

식탁위에 일부러 이 동시집을 펼쳐놓으니 제법 아이가 오가며 한 두편 씩 읽고 낄낄거린다. 줄곧 만화책만 읽는 아이라서 내심 걱정도 했는데 의외로 아이는 책에 편식을 하지 않는다. 요는 눈에 띄게 두는 것이라는 것만 주의한다면 말이다. 

이 세상에 
다 갖추고 태어난 사람 어디 많은가요
조금씩 모자라고
조금씩 부족하고
조금은 불편한 몸으로 태어나
채워가고 만들며 
살아가는 거지요 (반쪽이 中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