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중그네>의 오쿠다 히데오 느낌이 너무 강해서 <오수다>도 그와 비슷한 느낌으로 읽어버렸기에 <남쪽으로 튀어>도 그런 느낌일꺼라고 생각했다. 실없이 자꾸만 해실해실 웃게만드는 그런 책일꺼라고.
그런데 이 책 <남쪽으로 튀어>를 읽으며 점점더 오쿠다가 좋아졌다. 그의 책이라면 다 읽어보고 싶어져버렸다. 어쩌면 이렇게도 무거운 이야기를 이렇게도 가볍게 쓱쓱 써내려 갈 수 있을까. 어쩌면 이렇게도 진지한 이야기를 이토록 명랑하게 풀 수 있을까. 제도권 교육의 문제와 허울만 좋은 시민운동이며 자본주의 체제의 맹점 등등 쉽지않은 이야기들을 술술 풀어가는 그의 재능이 놀라울 따름이다.

어디에도 속하지 않은채 단독으로 행동하며 요즘 이슈가 되고 있는 슬로라이프를 추구하는 순수한 운동가이면서 과격한 아빠 우에하라 이치로, 그가 너무 좋아져버렸다. 딱 나의 이상형이라는 생각까지 들 정도로. 야성적이면서도 지성적인 이런 남자 어디 없을까...
주인공은 저자를 닮기 마련이니 이치로는 딱 오쿠다 히데오 일텐데 사진으로 보는 그는 지적이기는 해도 야성과는 거리가 멀다.

역자는 후기에 이 책 한 권으로 현대 일본사회의 문제점들을 두루두루 맛볼 수 있다고 했는데, 나는 여기서 우리 사회의 모습들을 보았다. 특히 개발을 위해 지로의 집을 철거하는 장면에서는 용산의 철거민들이 떠올랐다. 인간이 사는 곳은 어디나 같아서 그 모습들이 크게 다르지 않은 모양이다. 

파이파티로마, 지도에 실려있지않은 비밀의 낙원. 그곳에서는 누구의 통치도 받지 않고, 자급자족으로 살아가며 어느 나라의 영토에도 속하지 않기때문에 정치도 경제도 필요없다고 한다. 그러나 이런 이상향도 욕심이 스미면 그걸로 끝장이다. 인간에게 욕심은 본능일까 후천적으로 교육된 것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