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통수단 중 배의 단점은? 정답은 시간이 많이 걸린다. 초딩4학년 사회문제이다. 고속열차나 비행기가 발달한 요즘 배는 속도면에서 보자면 확실히 찬밥신세다. 그러나 사면이 바다뿐이고 바다쪽에서 육지를 볼 수 있는 낭만은 배 여행이 아니면 절대로 맛볼 수 없다. 거기다 교통정체도 없다. 다만 약간의 배멀미를 감내해야하지만 배가 클수록 멀미는 경미하다고 하지 않는가. 일본여행을 생각하면 비행기여행보다야 한참이나 저렴하다고 하니 한 번쯤 욕심을 내 볼만하다.

오쿠다 히데오. 공중그네의 이부라였나. 만병통치약인 비타민 주사 한 방으로 동분서주하던 유쾌한 정신과 의사.
소설의 주인공은 작가를 닮을 수 밖에 없다는 생각이다. 배를 타고 일본의 항구도시 레스토랑을 순례하는 오쿠다에게서 이부라의 모습을 기억할 수 있었으니. 오쿠다는 두루 섞이지 못하는 자신의 성격에 항구도시 순례에 나선 이 여행을 한 마디로 표현한다. 
나를 서재 밖으로 꺼내주시오!

여행은 참으로 좋다. 인생을 더욱 풍요롭게 만든다. 이런 말을 하면서도 누군가가 권유하지 않는 한 나는 보통 서재에 틀어박혀 시간을 보낸다. 여행을 무조건적으로 찬양하는 것은 아니다. 여행자는 좋지만 관광객은 싫다. 이동은 즐겁지만 자유롭다는 것이 전재되어야 한다.

코토, 니카타, 왓카나이, 일본의 지명들 사이로 부산을 발견했다. 오쿠다 히데오의 눈에 부산은 어떤 모습이었을까.
오쿠다는 이 책이 분명 우리나라에서도 판매될 것을 알았을텐데도 별로 부산에 대해 아부한 흔적이 없다. 경탄도 없다. 그저 그런 한국의 대형도시라는 느낌을 읽었다. 왠지 부끄럽기도 했다. 부산은 특별히 한국의 정체성이 살아있는 도시가 아니지 않는가.
오쿠다가 일본의 구석을 여행했다면, 부산은 우리나라의 구석은 아니다. 너무 많이 글로벌화 되버린 곳이기에 낯 뜨거웠다. 부산의 별미가 무엇이 었던가. 김선생이라는 사람은 왜 하필 그 흔한 불고기와 비빔밥을 선보였을까. 어딜가도 외국인들은 대한민국에서 비빔밥과 불고기를 맛본다. 치열하게 사는 한국 사람들.... 오쿠다가 본 한국의 모습이다. 

이 책에서 특별히 가보고 싶은 곳을 꼽으라면, 왓카나이 북해도 이다. 서있기도 힘들정도로 바람이 불다가도 저기압이 물러간 다음날이면 전혀 다른 풍경을 보여준다는 그곳..... 북극처럼 푸짐하게 사방이 눈이 쌓인 겨울이라도 좋다. 그곳에서 문어 샤브샤브를 맛보고 싶은 기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