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새 뜨는 남자로 '짐승남'이 있다. 짐승남이라함은, 짐승같은 남자라는 뜻보다는 한마디로 터프가이의 다른말이라고 할 수 있겠다. 기타노 다케시, 이남자를 읽으며 나는 짐승남을 떠올렸다.

오토바이 사고후 생과사를 넘나드는 마당에 자신의 의지가 무시되는 치료는 받을 수 없다고 주장을 한다거나 얼굴을 파는 직업인이 일그러진 안면을 성형할 수 없다고 버틴다. 사고전 다케시는 언제 죽어도 상관없다고 큰소리를 쳤는데, 실제 죽을수도 있었을 사고를 당한 후 그는 생각한다. 자신이 큰소리 칠 수 있었던 것은 결국 가진것과 경험에 비례한 상대적 위치 때문이었다는 것. 그것은 결국 자신 스스로 만족할 만한 삶을 살기보다 남들이 보기에 만족스러워 보일만한 것들을 삶의 기준으로 삼았기 때문에 부렸던 만용이었음을 깨닫게 된것이다.

그러나 사람은 쉽게 변하지 않는다고 했던가, 그는 재활치료를 받고 요양을 하면서 사고전의 얼굴과 몸상태와 그리고 정신으로 돌아가게 된다. 죽음에 직면했던 경험은 그를 더더욱 거칠것 없는 짐승남으로 몰아갔다. 죽을고비를 넘기고 보니 사는게 정말 감사하다거나, 그러니 더 많이 베풀고 살아야겠다거나.. 하는 따위의 결말을 상상했다면 그건 너무 상투적이라고 해야하나...

'다케시의 독설'이라는 말을 들어보았지만 막상 읽어보니 그는 정말 독설가이다. 죽음은 생전에 좋은일을 했으니 오래 산다거나 하는 논리와는 아무 관계없이 갑자기 닥친다. 그의 말이 맞다. 죽음은 그렇다. 어느날 갑자기 모든것이 끝...

살아야 할 이유도 없지만, 그렇다고 죽음을 두려워해야 할 이유도 없다. 하루하루 하고싶은 것을  즐기며 살면 그것으로 그만인 것이 인생이다. (단 그것은 소비적인 즐거움이 아닌 생산적인 즐거움이어야 한다. 다케시는 만들어낸 다는 것을 중요하게 생각했다.) 어제 본 숲과 오늘 본 숲이 다른것은 숲이 변하는 것이 아니라 내가 변하기 때문이다. 어제의 나와 오늘의 나는 분명 다르다. 그때그때 자신만의 인생을 산다는 것. 그것이 중요하다. 누군가의 룰에 맞춰사는 인생이 아닌 내가 보는 것, 내가 느끼는 것에 맞춰 살 수 있어야 진짜 인생이다. 다케시는 일그러진 얼굴 따위는 아무것도 아니라고 한다. 사고는 재난이 아니라 그저 지나가는 단순한 사건이라고 넘길수 있는 남자, 다케시 그가 그토록 인생에 자신이 있는 것은 이것만은 안된다는 자신만의 규칙이 있기 때문이다. 체제에 순응하기 보다는 자신만의 룰을 갖은 남자.. 그래서 다케시는 짐승남이다.

죽음의 고비를 넘긴 다케시의 인생관은 너무나 마음에 들었지만, 일부일처제를 반대하는 그의 논리가 어이가 없었다. 두명 세명 여자들을 거느리려면 그녀들의 삶을 책임져줘야 하니, 이는 사회복지가 아니냐 거나, 가정을 돌보는 남자는 한심하다거나...... 나로서는 이해가 되지 않는 부분들을 뺀다면 기타노 다케시는 자신만의 확고한 철학을 갖고 물러서지 않는 그럭저럭 꽤 괜찮은 짐승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