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도...
내가 너무 로맨틱하게 생각했던 게 맞다. 몇달 전에 읽었던 <그래도 나에겐 로맨틱>이란 인도여행기에서 아직도 헤어나지 못하고 있었던 거다. 그래서 였을것이다. <인도 이모네 아이들>이 꼭 보고 싶은 책이 된 것은....
아니, 솔직히 조금은 아이의 영어유학에 대해 생각해 보고 싶었는지도 모르겠다. 요즘은 상대적으로 경제적 부담이 적은 한때는 제국의 식민지였던 영어권 나라들로도 유학을 많이 보낸다 하니 로맨틱을 가장한 엉큼한 속내가 있었는지도 모르겠다. 인도도 괜찮을지 모른다는......

인도 이모로 불리는 이해전 씨는 처음부터 인도에 공부방을 차릴 목적은 아니었다고 했다. 그도 그저 자신의 아이의 불투명한 미래에 등불이 되고자 애쓰는 이땅의 다른 엄마들과 같은 한 사람이었다. 다른점이 있다면 조금더 저돌적이었다고 해야 할까. 
자신의 아이를 경험해보니 할 수 있겠다 싶어 한아이 두아이 돌본 것이 지금의 공부방이 되었다고 한다. 타국땅에서 9세부터 15세 까지의 아이들을 20~30명씩 먹이고 입히고 가르친다는 것이 말처럼 쉽고 간단한 일은 아닐것이다. 그러니 그녀는 내자식 앞가림하기도 바쁜 보통의 엄마들과는 많이 다르다고 보는 것이 맞을 것이다.
아이들을 가르키는데 그녀 나름의 철학이 있다. 영어 공부를 위해 인도에 머물고 있지만, 영어가 전부는 아니라거나 오직 시험만을 위한 공부가 되어서는 안된다거나 아이들을 돈과 연결지어 돌보지 않는다거나 책읽기나 국어 교육이 선행되어야 한다거나 아이 스스로 할 수 있는 것이 중요하다거나....... 10년 넘게 공부방을 계속할 수 있는 것은 아이들의 변화를 보면서 그만큼의 보람을 느끼기 때문이라는 말 등...
그녀 나름의 철학은 분명히 존재하지만, 나는 여기서 그녀의 교육철학과 어긋나는 현재의 영어 교육방식에 약간의 거부감을 느낀다.
오로지 영어만을 위해 어린나이에 유학을 갔다. 목적은 오로지 영어이다. 그런데 어떻게 영어가 전부가 아니라는 교육이 가능할 수 있을까. 멀리 떨어져 있는 부모는 아이가 보내오는 결과물에 목이 마르다. 당연히 시험만을 위한 공부가 될 수 밖에 없지 않나......
1년여의 인도 생활을 마치고 한국으로 돌아가는 아이들이 한결같이 가장 무섭지만 가장 좋아하는 이모의 광팬이 되고 만다는 고백을 받는다는 그녀의 아이들 사랑과 보람을 이해 못할 것도 없다. 그러나 내가 느끼는 거부감은 그녀 개인에 관한 것이 아니다. 한참 부모와 함께 커야 하는 어린아이들이 인도까지 가서 합숙을 하며 오로지 영어만을 위해 다시 오지 않을 어린시절을 소비하고 있다는 우리의 현실에 점점 화가난다.

한림대 홍현주 교수는 초등학생을 대상으로 한 문제행동 조사결과, 부모와 함께 지내는 아이일 수록 공격성 외에 문제행동, 위축행동, 우울, 불안, 주의집중 문제등의 행동이 낮다고 발표했다(18일자, 경향신문). 조사결과를 볼 필요도 없이 부모와 함께 지내는 아이가 그렇지 못한 아이보다 정서적으로 안정이 된어있다는 것은 너무나도 당연한 일이다. 그런데 그 당연한 일을 모르는 부모가 없을텐데도 그 먼곳까지 아이를 보내야 한다. 단지 영어를 위해.. 영어를 위해 아이와 부모가 희생해야 하는 것은 돈만이 아닌것이다. 
또 아이들은 돈을들여 먼곳까지 영어공부를 하러 갔다는 목적을 잊지 않기 위해 나름 최선을 다한다고 한다. 하루종일 책 한번 바닥에 내려놓는 법이 없는 아이도 있다고 하니...... 나로서는 상상만으로도 아이가 너무 가엾다. 
그리고 1년, 2년 후 돌아오면 그당시 영어실력은 월등했을지 몰라도 다시 우리 교육체계에서는 늘 영어책 읽기를 습관화하지 않으면 영어실력은 그자리에 멈춘채 더이상 향상되지 않는다고 한다. 그런데 우리 교육 현실은 하루에 영어책 한권 읽을 시간을 내기에도 빠듯하다고 한다. 이것은 실제로 그런 아이들이 많다는 공부방 이모 이해전씨의 말이다. 
또하나 장기간 합숙을 하면서 아이들은 규칙과 규율에 복종해야 한다. 규칙을 어겼을 경우 벌칙을 받는 것은 단체생활에서는 너무도 당연한 일이다. 하나나 혹은 두명의 형제와 같이 지내는 내집과는 다르다. 이곳의 아이들은 어느정도 성장한 청소년들이 아니다. 아동기를 규칙과 규율 속에서 보내고 있는 것이다. 규칙은 학교에서만도 충분히 넘치게 지키고 있지않나...

물론, 얻는 것도 많을 것이다. 철부지 어린아이가 부모를 떠나 친구들과 합숙하며 목표를 향하여 노력한다는 하나만으로도 많은 것을 얻을 수 있을지 모른다. 목표달성과 경쟁 그리고 제대로 성과를 내지 못했을때 부모의 실망 그리고 자신에 자책 따위들로 어린시절을 채워야 한다면 그가 어른이 되었을때 다른사람에게 공감하고, 나누고, 이해한다는 것이 가능이나 할 것인가.

이해전씨는 책의 내용 중에 요즈음 공부방이 마치 영어학원 같다고 자랑을 하고 있지만, 그곳은 영어학원이 맞다. 그녀가 영어보다도 중요시 하는 다른 것들은 영어를 위해 인도에 머무르는 아이들에게는 사치이다. 
아이를 인도까지 보내는 부모, 혹은 보내려는, 또는 그저 이 책을 참고 정도만 하고자 하는 부모는  나름대로의 아이에게 사랑과 염려와 배려와 희생을 하고 있는것이지만 그것이 진정 아이의 빛나는 행복을 위한 것인지 다시한번 생각해 보는 책읽기가 되었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