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i, Thanks, Bye......

자전거를 타고 가다 갑자기 스콜을 만났다. 비는 앞이 보이지 않을 정도로 엄청나게 쏟아졌다. 가까운 나무 밑으로 급히 몸을 피했지만 이미 온몸이 젖은 뒤였다. 자전거를 세워두고 쪼그리고 앉아 퍼붓는 비를 바라보았다. 몸에서는 아지랑이처럼 모락모락 김이 피어오르고 있었다.

10분쯤 혼자 그렇게 앉아 있었을까. 젊은 여행자 한 명이 나무 밑으로 뛰어 들어왔다. 그 여자도 온몸이 흠뻑 젖어 있었다. 비에 젖은 금발이 얼굴에 달라붙어 있었다.

그녀가 웃으며 말했다. Hi!
나도 웃으며 말했다. Hi!

비는 좀처럼 그칠 기미가 보이지 않았다. 시간이 흐를수록 빗줄기는 굵어졌다. 우리는 서로를 마주보았다. 뭐 어쩔 수 없잖아. 곧 그치겠지. 이런 표정을 지으며.
나는 그녀에게 담배를 권했다.

Thanks. 그녀는 이렇게 말하며 내게 이어폰 한쪽을 내밀었다.
Thanks. 나는 이렇게 말하며 그녀가 건네준 이어폰 한쪽을 귀에 꽂았다.

이어폰에서는 마이 블러디 발렌타인의 음악이 흘러나왔다. 비 오는 날에 어울리는 음악이었다. 우리는 함께 담배를 피우며 ‘Lose My Breath’와 ‘All I Need’를 듣고 ‘Nothing Much To Lose’를 들었다. 박자에 맞춰 똑같이 고개를 끄덕였고 같은 속도로 담배 연기를 내뿜었다.

서너 곡의 노래가 지나고 그렇게 앉아 있는데 어린 노비스가 나무 아래로 뛰어왔다. 아홉 살쯤 돼 보였다. 붉은색 옷이 비에 흠뻑 젖어 있었다.

Hi. 금발의 그녀가 웃으며 말했다.
Hi. 노비스가 웃으며 대답했다.
Hi. 나도 이렇게 말하며 웃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