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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임광에서 과학 영재로 ‘열정’의 대상이 바뀌다

동현이의 무인도 표류기

아이장점에집중하라

동현이 엄마는 무인도 여행을 시작하기 전에 동현이 방 구조를 대대적으로 바꾸어놓았다. 책상 옆에 있던 컴퓨터를 베란다로 옮기고, 대신 그 자리에 나지막한 책꽂이를 놓고 내년 1학기에 배울 ‘한국의 역사’에 관한 책을 스무 권 정도 꽂아두었다. 그리고 방 한가운데를 차지하고 있던 침대는 조카를 주고, 그 자리에 아담한 교자상을 놓아 앉아서도 책과 가까이 할 수 있도록 했다. 거실 중앙에 놓여 있던 TV는 할머니 방으로 옮기고, 소파 또한 과감히 치운 뒤 책꽂이를 들여놓았다. 마지막으로 베란다와 거실을 나누는 유리문에 우리나라 지도와 세계지도를 붙이고, 매일 학습을 체크할 수 있는 점검 스케치북을 걸어놓았다. 동현이 엄마는 새로운 환경에 동현이를 적응시키기 위하여 일주일 동안 컴퓨터 게임보다 더 즐겁게 같이 놀아주면서 아이와 사랑 나누기를 시작했다.
늦은 밤. 동현이와 엄마는 불을 끈 채 나란히 누워 천장을 바라보고 있다.
“동현아! 요즘 컴퓨터 게임 안 하니까 힘들지 않니?”
“처음엔 많이 힘들었는데 제가 복도로 쫓겨 나가던 날, 엄마가 식탁에서 우시던 모습을 생각하면서 꾹 참았어요.”
“어이구, 고맙구나. 우리 아들 다 컸네.”
“엄마, 그런데 참 이상한 것은 게임을 안 하면 죽을 것만 같았는데 지금은 그 정도는 아니에요.”
“그래. 이 세상에 무엇이든 영원한 것은 없단다. 다 마음먹기에 따라 달라지는 법이야. 엄마도 어릴 때 너희 외할머니께 인형 사달라면서 사흘을 밥도 안 먹고 졸랐던 적이 있단다. 눕히면 눈을 감고 일으켜 세우면 눈을 뜨는 인형을 보고 얼마나 신기했던지, 며칠이 지나도 머릿속에서 떠나질 않았어. 급기야 밥도 안 먹고 외할머니 앞에서 나름대로 투쟁 아닌 투쟁을 해봤는데도, 눈 하나 깜짝 안 하시는 거 있지? 그래서 마지막으로 울고불고 떼도 써보았지만 말 안 듣는다고 할머니께 야단만 실컷 들었지 뭐니. 그때는 정말 그 인형 없으면 안 될 것처럼 생각되더라.”
“엄마! 제가 용돈 모아서 그 인형 사드릴게요.”
“호호호. 말은 고맙지만 지금은 별로 갖고 싶은 마음이 없구나. 동현아!”
“네?”
“엄마가 어릴 때 사달라고 졸랐던 인형이 지금은 갖고 싶지 않듯이, 너도 지금 당장은 좀 힘들겠지만 시간이 지나면 컴퓨터 게임이 대수롭지 않게 느껴질 때가 있을 거야. 우리 조금만 더 노력해 보자.”
“엄마, 저 노력해 볼게요. 걱정 마세요.”
“그래, 우리 아들. 엄마 이제 걱정 안 할게.”
처음 일주일 동안 동현이 부모가 서로 의논하여 약속했던 것이 두 가지 있었다.
첫째는 동현이 혼자가 아니라 부모와 함께 회복의 시간을 갖자는 것이다. 아이의 행동을 고치려면 우선 아이의 마음부터 바꾸어놓아야 한다. 아이의 마음을 바꾸려면 많은 대화가 필요한데, 사춘기가 시작될 무렵부터 아이들은 아무하고나 이야기하지 않는다. 무척 좋아하거나 두터운 믿음이 있는 상대에게만 마음의 문을 연다. 대부분의 아이들은 이 신뢰 관계를 또래 집단에서 찾는다. 물론 부모 입장에서는 서운하기 짝이 없다. 부모한테 말 못할 일이 뭐가 있겠는가 하겠지만, 이미 부모와 자식 간에 보이지 않는 벽이 생겼음을 인정해야 한다. 대화하기를 거부하는 사춘기 자녀들에게 고민을 털어놓으라고 윽박지른다고 해서 대화가 이어질 리 만무하다. 느긋하게 기다려야 한다. 그리고 끊임없이 사랑을 주어야 한다. 어릴 때부터 직장 생활에 정신없는 부모와 함께하지 못한 아이들은 자신들의 대화 상대를 부모가 아닌 또래 집단이나 컴퓨터라는 가상 공간에서 찾을 수밖에 없다. 말 한마디 제대로 안 통하는 아이들에게 어른들의 일방적인 방법으로 접근하면 아무 소용이 없다.
만약 내 아이가 게임에 깊이 빠져 있다면 부모와의 관계 회복이 급선무다. 그리고 그 원인을 파악해야 한다. 아이의 내면에 부모로 인한 상처가 있어서 그런 건 아닌지, 집에 혼자 있는 시간이 많아 허전함을 달래려는 건 아닌지, 이도 저도 아니면 친구들에게 왕따를 당하지 않으려는 몸부림은 아닌지를 알아야 한다. 이 세 가지 문제를 모두 갖고 있던 동현이는 게임의 세계에 더 깊이 빠질 수밖에 없었다.
둘째는 동현이를 세심하게 배려해 주자는 것이다. 컴퓨터 게임에 깊이 빠져 있는 아이들은 하루 종일 게임 생각만 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런 아이들은 게임의 영상이 머릿속에서 항상 떠나지 않는다고 말한다. 그래서 집에 들어오면 습관적으로 컴퓨터의 파워 버튼을 누르는 것이다. 집에 오자마자 옷도 벗지 않은 채 TV 리모컨부터 찾는 어른들과 마찬가지이다.
아이들이 학교에서 집으로 돌아왔는데 아무런 할 일이 없다면 당연히 게임을 먼저 생각하게 될 것이다. 그러므로 아이의 하교 시간에는 될 수 있으면 엄마가 집에 있는 것이 좋다. 직장을 다니는 엄마라면, 아이가 학교에서 돌아오면 어떤 일부터 할 것인지 일주일 단위로 계획을 짜놓아 게임 생각에서 벗어나도록 해주는 게 필요하다. 이때 아이가 계획에 맞추어 잘 생활했다면 칭찬을 아끼지 말아야 하며, 평소 아이가 가지고 싶어했던 물건을 상으로 주는 것도 좋다.
만약 아이의 하교 시간에 집에 있을 수 없는 엄마라면 그 시간에 맞추어 전화로 관심을 표현하는 일도 대단히 중요하다. 이때 주의해야 할 점은, 아이에게 간섭한다는 느낌을 주지 말고 자기를 믿고 있다는 신뢰감을 주는 일이다. 아이는 엄마가 믿어준 만큼 행동한다. 어른들도 의심하는 사람과는 신뢰의 관계를 쉽게 깨버리지만, 자신을 믿어주는 사람에게는 더욱더 정직하게 대하지 않는가.

- 『아이의 장점에 집중하라 』도서 중에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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