질문 노트를 만들다

건성으로 공부하는 수진이의 습관을 바꿀 묘책은 질문 노트 만들기였다. 학습 분량을 정해놓되, 그날 공부한 것 가운데 궁금한 사항이나 더 알고 싶은 내용을 적고 백과사전이나 전과를 통해 답안지를 작성하게 했다. 첫날은 질문 하나로 시작해서 점차 질문 수를 늘려가도록 지도했다. 그러면서도 공부 규칙이야 어찌 되었든 수진이가 자신이 학습한 내용을 스스로 알아내려는 의지를 불태우기를 진정으로 바랐다.
우리나라 엄마들은 대부분 학교 가는 아이들에게 “얘야, 선생님 말씀 잘 들어라”라고 말한다. 그러나 유대인 엄마들은 좀 다르다. 학교에서 돌아온 아이에게 가장 먼저 “얘야, 오늘 선생님께 어떤 질문을 했니?”라고 묻는다. 사실 ‘선생님 말씀을 잘 들으라’는 말은, 다른 사람이 가르쳐주는 것을 배우라는 뜻이어서 수동적 형태의 학습이 될 수밖에 없다. 그러나 ‘선생님께 어떤 질문을 했는지’를 묻는 것은, 무엇을 알고 무엇을 모르는지 정확하게 파악하도록 유도하는 것이어서 능동적인 의미의 공부가 된다. 유대인 엄마들처럼 아이에게 의문을 갖는 공부의 중요성을 인지시켜야 한다. 사실 ‘자세히 따져 묻기’, 즉 질문만 잘해도 우등생이 될 수 있다.
‘자세히 따져 묻는 과정’을 아주 잘하는 아이가 있었다. 은경이라는 이름의 그 아이는 초등학교 때부터 공부를 하다가 모르는 것이 나오면 항상 메모하는 습관을 갖고 있었다. 그래서 다음날 선생님께 여쭤보거나 관련된 책을 직접 찾아서 문제를 해결하곤 했다. 중학교에 올라가서는 각 과목별 선생님의 휴대전화 번호를 알아낸 후 공부하다가 모르는 것이 나올 때마다 전화로 문제를 해결했다. 은경이의 적극적이고 능동적인 자세를 높이 산 한 선생님은 전화로 설명하기 어렵다며 방과 후에 남도록 해서 자세하게 지도해 주기까지 했다. 이렇게 은경이는 모르는 것이 있으면 끝까지 알아내려 하는 의지 때문에 우등생이 되어 전체 석차 10등으로 고등학교에 입학했고, 입학 후에는 전교 1, 2등을 다투고 있다.
수진이 역시 질문 노트를 통하여 이러한 습관을 들이기 시작했다. 선생님 말을 잘 듣는 수진이는 질문 노트를 착실하게 작성했고, 점차 많은 것에 궁금증을 갖기 시작했다. 그러더니 공부하다 모르는 게 나오면 학교 선생님에게 질문도 하고 책을 직접 찾아서 기록도 하는 것이었다. 점차 건성으로 시간을 때우는 일이 없어지고 스스로 해결하려는 노력을 보였다. ‘진작 이렇게 할걸’ 하는 생각이 드는 동시에 하자는 대로 따라주는 수진이가 너무나 고마웠다.
수진이를 만난 후 학습 방법을 이리저리 바꾸느라 6개월을 보내고 나니 4학년 2학기가 끝나가고 있었다. 만족스럽지는 않았지만 그래도 끝나는 시간을 재거나 학습 분량을 정해놓고 건성으로 공부하는 일은 없어서 한시름 놓을 수 있었다. 수진이에게 가장 부족한 ‘자세히 따져 묻는’ 습관을 길러주기 위해 질문 노트를 만들어 스스로 답을 찾아내도록 한 시도도 적중했다. 비록 4학년 2학기 기말고사 성적은 수학 80점, 국어 65점 등으로 고르지 않고 들쭉날쭉했지만, 학습 태도만큼은 기대 이상으로 좋아졌다.

왜 아는 문제도 자꾸 틀릴까?

질문 노트에 이어 문제 풀이를 하는 과정에서 새로운 복병을 만나고 말았다. 분명히 알고 있는 내용인데도 수진이는 자꾸 틀리는 것이었다. 채점을 해서 틀린 문제가 나오면 수진이에게 일절 설명하지 않고 다시 풀어보라고 했다. 그러면 신기하게도 정확하게 답을 맞췄다. 처음에 건성으로 문제를 읽은 것이 분명했다. 그래서 침착하게 문제를 읽으라고 몇 번 주의를 주어도 이런 일이 계속 반복되었던 것이다.

수진이는 5지 선다형의 보기 가운데 우선 3개는 확실히 아니라고 X 표시를 해놓고 나머지 두 개를 놓고 고민한 흔적이 역력했다. 좀더 정확히 분석하자면, 이해력이 뛰어난 수진이는 단 한 번의 설명으로도 쉽게 이해를 해 접하면 기억이 희미해져서 헷갈리는 것이었다. 그래도 한 번 이해했던 것이라서 전혀 엉뚱한 보기는 확실히 답이 아니라고 판단해 일단 제외하고 비슷한 보기 사이에서 고민했다.

답이 틀렸다고 하니 수진이가 즉시 정답을 말했다. 어떻게 답을 빨리 고칠 수 있냐고 물으니, 역시 3번과 5번 중 고민하다 5번을 찍었는데 틀렸으니 보나마나 답은 3번이라는 것이다. 다섯 개 중에서 하나를 찍으나 두 개 중에서 하나를 찍으나 정확한 답을 모르고 찍기는 매한가지였다. 그러니 시험을 보면 20문제 중에서 2, 3개는 확실히 몰라서 틀리고 3개쯤은 이와 비슷한 식으로 틀려서, 열심히 한다고 하는데도 70점대의 벽을 넘지 못했던 것이다. 참으로 안타까운 일이었다.

이런 경우 많은 엄마들은 다 아는 것인데 덤벙대서 틀렸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이런 실수가 반복된다면 실수가 아니라 연습 부족이라 할 것이다. 부족한 연습을 보완하려면 반복해서 학습을 해야 한다. 흔히 반복 학습을 여러 번 반복해서 암기하는 것 정도로만 생각하지만, 사실 학습의 전 과정을 통해서 이루어져야 하는 것이다.

예를 들어 쉽게 이해되지 않는 개념을 반복해 생각하여 이해할 수도 있고, 한 번 이해한 것을 바탕으로 몇 번이고 문제를 풀어볼 수도 있다. 특히 이 연습은 영어 공부를 할 때나 피아노 같은 악기를 다룰 때 큰 효과를 발휘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