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정대가 들른 모든 섬에 이미 사람이 살고 있었다. 자신이 인도에 도착했다고 착각한 콜럼버스는 그들을 ‘인디언’이라고 불렀다(당시 ‘인디언’은 아시아 사람을 총칭하는 말이었다). 그들을 대하는 그의 태도는 모호했으며, 그가 자신도 모르게 창건에 기여한 에스파냐 제국의 태도를 예고하는 느낌이 있었다. 한편으로 그는 인디언의 평화롭고 때 묻지 않은 본성에 호감을 품었고, 그들을 쉽게 그리스도교로 개종시킬 수 있을 것이라고 믿었다. 그러나 다른 한편으로 그들의 소박함은 곧 그들을 착취하는 데 악용될 수 있었다. 콜럼버스는 원주민 10명을 사로잡아 현지 길잡이로 쓰는 한편 유럽에 데려가 후원자에게 보여줄 전시용으로도 활용했다.
상륙한 이후 석 달 동안 콜럼버스는 여러 섬을 탐험했으나 전설에 전하는 지팡구(일본), 캐세이(중국), 인도의 흔적은 찾지 못했다. 그러자 11월 21일 핀타호의 선장 마르틴 핀손이 불만을 품고 금을 찾으러 다니는 ‘제독’에게 반란을 일으켰다. 섬들은 경치가 아름다웠으나 보물 따위는 없었다. 그나마 크고 비옥한 섬 히스파니올라(지금의 아이티와 도미니카공화국)에서 금을 발견한 게 원정에 정당성을 부여해주었다. 그 덕분에 콜럼버스의 발견은 대양 중부의 쓸모없는 군도(예컨대 아조레스 제도)를 발견한 것보다 한결 위상이 높아졌다.
콜럼버스는 주어진 상황을 최대한 활용했다. 산타마리아호가 좌초한 사건도 아메리카 최초의 유럽 정착촌을 건설하는 계기로 삼았다. 그는 그곳에 승무원 39명을 남겨둬 금을 찾게 하고 일단 자신은 유럽으로 돌아갔다. 도중에 핀손이 많은 금을 가지고 원정에 다시 합류했고 콜럼버스는 현실적인 이유로 그를 받아들였다.
원정을 떠나며 염려한 편서풍 문제는 다행히 해결되었다. 콜럼버스는 카리브 해에서 카라벨선 두 척을 타고 북쪽으로 출발해 1493년 1월 16일에 유럽 쪽으로 부는 편서풍을 탈 수 있었다. 2월 18일 그는 마침내 아는 해역에 들어섰다. 포르투갈의 전초기지 아조레스 제도였다.

<역사상 가장 위대한 70가지 여행>

사람의 작은 한걸음이 인류에게는 거대한 도약이었다.”

세계관을 바꾸고 인류를 변화시킨 위대한 여행의 역사!

 인간은 늘 미지의 세계를 향한 열망을 품고 있다. 인류 최초의 선조들이 아프리카 대륙 밖으로 이동하여 새로운 땅을 꿈꾸었던 고대부터, 달 표면에 발을 내딛은 후로는 지구 너머 우주 공간으로 떠나는 여행을 꿈꾸는 오늘날에 이르기까지, 우주를 향해 발사체를 쏘아 올리는 그 마음은 항상 변함이 없는 것이다. 이렇듯 끝없이 새로운 곳을 찾아가는 것이 인간의 본능일까?

 고대에서 현대까지, 역사상 최초의 탐험으로 인류의 변화와 발전을 이끌어온 위대한 여행 이야기를 모은 책이 역사의아침에서 나왔다. 영국 Thames＆Hudson사의 70가지 시리즈 중 하나인 《역사상 가장 위대한 70가지 여행》은 ‘세상을 변화시킨 여행’, 우리의 세계관에 중대한 영향을 미친 여행들을 통해 역사를 훑어본다. 또 개인적 여행, 대규모 이동, 군사 원정, 지리적 조사를 통해 인간의 탐구 정신을 밝히는 데 중점을 두고, 위대한 여행의 물리적 업적뿐만 아니라 탐험 과정에서 얻은 결론과 삶에 대한 이해도 소중하게 담아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