찰스 다윈과 비글호

1931~1836년

비글호를 타고 항해한 경험은 내 생애에서 가장 중요한 사건으로 나의 모든 경력을 결정했다.

찰스 다윈, 1887

 

◀ 조치 리치먼드가 그린 서른한 살 다윈의 수채화 초상(1840년)

찰스 다윈은 로버트 피츠로이 선장과 함께 남아메리카의 동해안을 항해할 수 있는 기회를 얻은 누구보다 운 좋은 박물학자다. 또 그는 결국 5년간 세계를 일주한 탐험 성과를 누구보다 잘 활용한 박물학자이기도 하다. 흔히 그의 여행을 항해로 생각하지만 사실 다윈이 그 5년 동안 바다에 나가 있었던 기간은 533일에 불과하다.

피츠로이 선장이 배를 타고 해안을 돌아다니는 동안 다윈은 뭍에서 여러 가지 조사를 했다. 더구나 다윈은 뱃멀미가 심해 그런 작업 방식이 알맞았다. 실제로 그는 이렇게 말했다.

“만약 뱃멀미에 심하게 시달리는 사람이 있다면 마음속으로 비교해보라. 경험을 통해 말하건대 …… 중요한 것은 오랜 항해 기간 중 바다에서 보내는 시간과 항구에서 보내는 시간의 비율이다.”
다윈은 훔볼트의 항해(161쪽)를 책으로 읽고 여행에 대비했으며, 비글호를 타고 항해한 경험에 관해 이야기할 때도 그 책을 자주 인용하고 비교했다. 피츠로이 선장은 주어진 임무를 수행하기 위해 그의 비좁은 선실에 22개나 되는 크로노미터를 비롯해 수많은 장비를 꾸려 넣었다.

 

여행

출발한 직후 두 차례나 폭풍에 밀려 되돌아온 비글호는 마침내 1831년 12월 27일 플리머스를 떠날 수 있었다. 도중에 케이프베르데 제도와 브라질 연안의 페르난두데누로냐 섬 등 몇몇 곳에 잠시 들렀다. 리우데자네이루에 머무는 동안 다윈은 노예제에 반대하는 문제로 피츠로이와 논쟁을 벌이다 하마터면 배를 떠날 뻔했다.
하지만 대체로 그들은 사이가 좋았고 여행이 끝날 때까지 친구로 지냈다. 리우데자네이루에서 다윈은 보타포구 만에 있는 오두막 한 채를 석 달 동안 임대해 살았고 축제에도 참여했다.

 

▲ 비글호의 각 구역을 보여주는 단면도

1832년 4월부터 1835년 7월까지 비글호는 남아메리카의 동해안과 서해안을 돌았고 포클랜드에도 들렀다. 다윈은 주로 아르헨티나에서 내륙을 여행했는데, 바이아블랑카에서 부에노스아이레스를 거쳐 산타페까지 1125킬로미터를 돌아다녔다. 남아메리카 서해안의 칠로에, 발파라이소, 리마 등을 여행하는 데는 꼬박 1년이 걸렸다. 칠로에에서 다윈은 오소르노 화산이 분출하는 모습을 보았다. 발디비아 부근에서는 지진을 경험했고, 지진으로 완파된 도시 콘셉시온의 잔해도 목격했다. 발파라이소를 떠난 다윈은 내륙을 광범위하게 여행하면서 안데스를 탐험하고, 포르티요 고개를 넘어 아르헨티나 멘도사에 이르렀다. 발파라이소에서 그는 심한 열병에 걸렸는데, 마침 그곳에 살고 있던 옛 학교 친구 리처드 코필드의 간호로 건강을 되찾았다.

 ▶ 찰스 다윈이 비글호를 타고 항해할 때 사용한 포켓용 육분의

다윈은 몬테비데오와 리마에서 혁명을 목격했고 1833년 8월에 아르헨티나에서 혁명 세력의 장군 로사스를 만났다. 유명한 갈라파고스 제도를 방문한 것은 1835년 9월에서 10월 사이다. 11월에 그는 타히티에 있었다. 그는 편지에서 친절한 타히티 사람을 여러 차례 언급했으며, 그들을 12월에 만난 뉴질랜드 원주민보다 더 좋아했다. 그는 대다수 원주민을 야만인이라고 말하면서도 에스파냐인과 인디언의 혼혈인 가우초가 팜파스의 토착민을 학살하는 광경을 보며 치를 떨었다.
비글호는 뉴질랜드에서 오스트레일리아로 갔다. 1836년 1월에는 시드니, 2월에는 태즈메이니아, 3월에는 킹조지 해협을 지났다. 시드니에서 다윈은 육로로 블루 산맥을 넘어 배스허스트까지 195킬로미터를 여행했다. 귀환 길에 나선 비글호는 코코스 제도, 모리셔스, 케이프타운, 세인트헬레나에 들러 7월에는 어센션에 도착했다.
다윈은 여행의 끝무렵에도 육로 답사를 게을리 하지 않았다. 세인트헬레나에서도 산에 올랐고 어센션에서는 해발 865미터의 그린힐에 올랐다. 마침내 1836년 10월 2일 비글호는 팰머스에 무사히 도착했다. 피츠로이와 다윈 모두 건강했다.

 

▲ 티에라델푸에고의 비글해협 부근에 위치한 머리 해협을 지나는 비글호. 콘래드 마틴스의 그림이다.

 

과학적 성과

항해를 마친 뒤 다윈은 성직자의 길을 버리고 직업적 박물학자가 되기로 마음먹었다. 젊은 박물학자에게는 무엇보다 먼 나라 여행이 필요하고 중요하다는 것이 그가 내린 결론이었다.
그 여행의 가장 중요한 성과는 세심하게 관찰하고 여러 가지 생물종을 수집하면서 그가 종의 변이성과 적자생존을 이해하게 되었다는 점이다. 항해 중에는 몰랐으나 그 성과를 바탕으로 다윈은 이후 진화론을 정립하게 된다.
케임브리지 대학의 애덤 세지윅에게 지질학을 배운 다윈은 항해 중에 찰스 라이엘의 《지질학 원리》를 읽으며 지질학에 대한 관심을 점점 더 키워갔다. 그는 여행에서 흥미로운 관찰을 통해 점차 지구의 나이를지질학적 관찰에 열중했으며, 특히 안데스 산맥의 융기에 관심을 보였다. 아르헨티나에서 주로 발견한 거대한 동물의 화석은 멸종이 자연 과정의 일부라는 점을 증명해주었다. 다윈은 멸종한 동물과 현존하는 동물의 관계에 호기심을 품었다.

 

▲ 존 굴드가 그린 갈라파고스 제도의 캑터스핀치

 

 

▲ 비글호의 세계일주 항로를 보여주는 지도.

5년에 걸친 항해에서 다윈이 실제로 바다에 나가 있었던 기간은 533일뿐이었다.

다윈이 수집한 여러 과학적 증거는 각 분야의 전문가에게 유포되었고 그 결과는 즉각 발표되었다. 다윈이 편집을 담당한 《영국 군함 비글호 항해의 동물학》5부에는 화석 포유류에 관한 리처드 오언의 글, 새에 대해 설명한 존 굴드의 글, 포유류를 다룬 조지 워터하우스의 글이 수록되었다. 현재 케임브리지 대학, 런던 자연사박물관, 큐 식물원에는 식물표본집이 보관되어 있다.
비글호의 과학적 성과는 다윈 혼자 이룬 것이 아니다. 피츠로이는 여러 가지 장비를 이용해 경도를 측정하고 여러 지역을 정밀하게 측량했다. 또 갈라파고스에서 그가 수집한 새의 표본은 다윈의 것보다 더 분류가 잘되어 있어 나중에 다윈이 지역 간 변이의 차이를 연구할 때 귀중한 자료로 활용했다. 서로 성격이 다른 피츠로이와 다윈은 비글호로 항해를 함께한 뒤 헤어졌으며, 이후 피츠로이는 독자적인 길을 걸었다.

 “한 사람의 작은 한걸음이 인류에게는 거대한 도약이었다.”

   세계관을 바꾸고 인류를 변화시킨 위대한 여행의 역사!

 인간은 늘 미지의 세계를 향한 열망을 품고 있다. 인류 최초의 선조들이 아프리카 대륙 밖으로 이동하여 새로운 땅을 꿈꾸었던 고대부터, 달 표면에 발을 내딛은 후로는 지구 너머 우주 공간으로 떠나는 여행을 꿈꾸는 오늘날에 이르기까지, 우주를 향해 발사체를 쏘아 올리는 그 마음은 항상 변함이 없는 것이다. 이렇듯 끝없이 새로운 곳을 찾아가는 것이 인간의 본능일까?

 고대에서 현대까지, 역사상 최초의 탐험으로 인류의 변화와 발전을 이끌어온 위대한 여행 이야기를 모은 책이 역사의아침에서 나왔다. 영국 Thames＆Hudson사의 70가지 시리즈 중 하나인 《역사상 가장 위대한 70가지 여행》은 ‘세상을 변화시킨 여행’, 우리의 세계관에 중대한 영향을 미친 여행들을 통해 역사를 훑어본다. 또 개인적 여행, 대규모 이동, 군사 원정, 지리적 조사를 통해 인간의 탐구 정신을 밝히는 데 중점을 두고, 위대한 여행의 물리적 업적뿐만 아니라 탐험 과정에서 얻은 결론과 삶에 대한 이해도 소중하게 담아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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