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일강의 수원을 찾아서

1857~1863년

7월 18일, 마침내 나일 강변에 이르렀다. 세상의 그 어느것도 따르지 못할 아름다운 풍경이다.

550~650미터 너비의 웅장한 강물 위에 여기저기 작은 섬과 바위가 보인다.

양편의 강둑에는 키 큰 풀이 자라고 나무와 식생이 뻑뻑하다.

조 해닝 스피크, 1863년

 

▲ 1855년경 메카를 순례한 뒤 담요로 몸을 감싸고 있는 리처드 버턴 대장. 
이후 그는 스피크와 함께 나일 강의 수원을 찾아 여행을 떠났다.

리처드 버턴은 존 해닝 스피크와 함께 나일 강의 수원을 탐색한 여행으로 19세기 가장 유명한 탐험가가 되었다. 버턴은 뛰어난 동양학자, 고고학자, 언어학자, 인류학자이자 열정적인 외교관이었다. 놀랄 만큼 다양한 주제로 50여 권의 책을 썼으며, 그가 번역한 《아라비안나이트》는 지금까지도 가장 널리 알려진 책이다. 리처드 버턴의 삶을 다룬 연극은 그의 사후에도 계속 공연되었다. 그의 아내는 그가 남긴 글을 모두 태워버렸는데, 문헌의 역사상 가장 파괴적인 범죄로 꼽힐 것이다.

 

두 개의 나일 강

나일 강은 길이가 6695킬로미터에 달하는 세계에서 가장 긴 강이다. 사람들은 나일 강이 사막을 가로지르고 해마다 범람한다는 점에 흥미를 느꼈다. 나일 강은 하르툼에서 지중해까지 하나로 흐르지만, 상류 지역에서는 에티오피아에서 발원하는 청나일 강과 중앙아프리카 호수 지역에서 발원하는 백나일 강으로 나뉜다. 나일 강의 주요 지류인 청나일 강은 길이가 더 짧고 단순하다. 16~17세기에 프란시스코 알바레스와 페드로 파에스가 처음 탐험했고 1760년대 후반에 제임스 브루스가 다시 탐험했다(140쪽). 그러나 백나일 강은 오랫동안 수수께끼로 남아 있었다.

 

이 강은 어디서 시작된 걸까? 당시 유럽인은 아프리카를 거의 알지 못했다. 19세기 초에 선교사들이 먼저 왔고, 그다음에 탐험가가 식민화의 길을 닦았으며, 100년 뒤에는 유럽 열강이 대륙 전체를 지배했다.
1850년대에 아프리카 동해안을 확고하게 장악하고 중앙아프리카를 탐험할 수 있도록 영국 정부는 왕립지리학회에 나일 강의 수원을 찾는 탐험을 기획하라고 권했다. 학회는 인도 군대의 장교 리처드 버턴과 존 해닝 스피크를 발탁해 원정의 지휘를 맡겼다. 두 사람은 1857년 6월 16일 잔지바르를 출발했다.

 

▲ 리처드 버턴의 <중앙아프리카 호수지대>에 수록된 <탕카니카 호 항해>.

버턴과 스피크는 유럽인 최초로 탕가니카 호에 갔으나 백나일의 강의 수원이 아닌 것을 알고 실망했다.

 

그들은 아랍 대상에게 자문을 구해 짐꾼 200여 명과 무장 호송대 30명, 아랍인 길잡이 한 명을 고용했다. 하지만 왕립지리학회의 재정으로는 그 많은 인력의 급료를 감당할 수 없었다. 그래서 몇 차례 논쟁과 이탈이 일어났지만 혹독한 조건에서 134일에 걸친 힘든 여정 끝에 그들은 아라비아 노예와 상아 무역의 중심지 카제(지금의 타보라)에 이르렀다.
두 탐험가가 이끄는 원정대는 말라리아를 비롯한 질병과 피로에 시달리며 사막과 늪을 지나고 산맥을 넘었다. 여정 내내 그들은 주로 가마를 타고 다녔다. 서쪽으로 여행을 계속한 끝에 1858년 2월 13일 그들은 이윽고 탕가니카 호의 동쪽 연안에 도착했다. 유럽인 최초로 그 호수를 본 것이다.
하지만 스피크는 눈병을 앓고 있었으므로 그 웅장한 호수를 제대로 감상하지 못했을 것이다. 버턴도 온몸이 거의 마비되어 가마에서 나오지 못했다. 그런 상태에서도 두 사람은 통나무 카누를 타고 탕가니카 호의 북단까지 탐험했다. 그들은 호수 주변으로 식생이 빽빽한 산이 에워싸고 있으며, 루지지 강이 호수에서 나가는 게 아니라 호수로 흘러든다는 사실을 알아냈다. 실망스럽지만 탕가니카 호가 백나일 강의 수원이 아니라는 것을 인정하지 않을 수 없었다. 위험한 폭풍우를 견뎌낸 뒤 그들은 우지지에서 석 달 동안 요양하며 건강을 되찾았다. 그 뒤 북동쪽으로 이동해 다시 카제로 갔다.
거기서 버턴은 건강을 회복하기 위해 남았고, 스피크가 소규모 원정대를 이끌고 카제 북쪽으로 역사를 바꿀 원정을 떠났다. 1858년 8월 3일 스피크는 지금의 므완자 부근에 우뚝 솟은 이사미로 산 정상에 올랐다. 훗날 그는 이렇게 썼다. “내 발밑의 호수가 바로 나일 강의 원천임을 믿어 의심치 않는다. 수많은 추측을 낳았고 무수한 탐험가가 찾고자 애쓴 나일 강의 수원이 바로 여기다.”
그는 그 호수를 영국 여왕의 이름을 따서 빅토리아 호로 명명했다. 카제로 돌아간 그는 나일 강의 수원을 찾았다고 의기양양하게 선언했다. 그러나 탕가니카 호가 나일 강의 수원이라는 믿음을 버리지 않은 버턴은 스피크의 주장을 일축했다. 스피크가 함께 빅토리아 호를 다시 한 번 탐험하자고 제안했으나 버턴은 그것마저 거부했다. 나일 강 수원을 발견할 수 있는 마지막 기회를 날려버린 어리석은 실수였다.

 

 

▲ 제임스 워트니 윌슨이 그린 스피크의 초상.

스피크는 나일 강의 양대 저수지 중 하나인 빅토리아 호를 발견했다.

정말 수원을 발견한 걸까?

건강이 악화된 두 탐험가는 4개월의 힘든 여정을 거쳐 잔지바르로 돌아갔다. 그동안 두 사람의 관계도 극도로 악화되었다. 그들은 아덴까지 함께 배를 타고 가서 헤어졌다. 버턴보다 먼저 영국에 돌아간 스피크는 약속을 깨고 단독으로 나일 강의 수원을 발견했다고 발표했다. 하지만 그 주장은 옳은 걸까?

1860년 성공에 흥분하고 찬사에 고무된 스피크는 왕립지리학회가 그 역사적 발견을 검증하기 위해 2차 항해를 후원할 거라고 확신했다. 그는 인도군 장교 제임스 어거스터스 그랜트를 탐험 동료로 발탁했다. 1860년 잔지바르를 출발한 스피크와 그랜트는 카제를 거친 뒤 빅토리아 호를 시계 방향으로 돌아 북동쪽 모퉁이로 향했다. 스피크는 그곳을 리폰 폭포라고 명명한 뒤 빅토리아 호가 실제로 빅토리아나일 강의 수원이라고 확정했다. 왕립지리학회는 그 주장을 받아들였으나 훗날 스피크의 주장은 상당 부분 과장된 것으로 밝혀졌다. 그의 발견은 수수께끼의 일부만 풀었을 뿐이다. 빅토리아 호로 흘러드는 카게라 강은 그때까지 누구도 탐험하지 않았다.

영국에 돌아가 환호를 받을 생각에 여념이 없던 스피크는 1863년 곤도코로에서 왕립지리학회에서 후원하는 또 다른 탐험가 새뮤얼 베이커와 그의 젊은 동료 플로렌스 본 새스(베이커가 얼마 전 터키의 노예시장에서 샀다)를 만나 그들에게 더 서쪽에 또 다른 큰 호수 루타은지게가 있다는 소문을 귀띔해주었다. 베이커 일행은 온갖 역경을 이겨내고 부뇨로 지배자에게 투옥되는 위기까지 겪으면서 그 호수에 이르러 빅토리아 여왕의 남편 이름을 따서 앨버트 호라고 명명했다. 나일 강의 또 다른 수원을 발견했다는 베이커의 주장은 옳았다. 그러나 그는 앨버트 호도 빅토리아 호처럼 큰 저수지에 불과하며, ‘달의 산맥’이라는 별명으로 유명한 루웬조리 산맥에서 발원하는 셈리키 강이 호수로 흘러든다는 사실을 알지 못했다.
영국에 돌아간 스피크는 축하와 동시에 질문을 받았다. 그 뒤 그는 1864년 9월 배스에서 나일 강의 수원에 대해 리처드 버턴과 배스에서 토론을 벌이기로 했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그 토론이 예정된 날 오후 스피크는 총기 사고로 사망했는데, 자살한 것으로 추정된다.

 

 

▲ 스피크의 스케치북에 나오는 수채화. 부간다 왕 음테사의 궁전과 우간다의 소를 그렸다.

왕은 스피크에게 소 네 마리를 쏘아 죽이라고 명했고 스피크는 즉각 그 명에 따랐다.

 

 나일 강의 수수께끼

수백만 년에 걸쳐 아프리카에서는 평행한 지층 사이의 땅이 가라앉으면서 가장자리가 경사를 이루어 단층대가 형성되었다. 단층대의 바닥에는 호수가 생겨나 그전까지 서쪽으로 빠져나간 강물을 끌어들였다. 또 단층대는 오늘날 빅토리아 호 주변에 낮은 분지를 조성했다.
그러자 서쪽으로 흐르던 강, 특히 카통가 강과 카게라 강이 동쪽으로 방향을 바꿔 분지를 채웠다. 그러다 1만 2500년 전에 빅토리아 호의 물은 분지의 북쪽 가장자리에 생긴 낮은 점으로 흘렀다. 마침내 리폰 폭포에 항구적 출구가 생겨났고, 이곳을 통해 서쪽 단층대로 흐른 물이 앨버트 호의 북쪽 끝자락을 거쳐 나일 강과 연결되었다.
빅토리아 호가 나일 강의 유일한 원천이라는 스피크의 주장은 적어도 낙관적이기는 하다. 그러나 사실은 다르다. 빅토리아 호는 앨버트 호와 더불어 나일 강의 양대 저수지를 이룬다. 부룬디 고원과 달의 산맥, 루웬조리 산맥에서 흘러나온 강이 두 호수에 물을 공급한다(카게라 강은 빅토리아 호, 셈리키 강은 앨버트 호로 흘러든다). 스피크는 비록 나일 강의 수수께끼를 완전히 풀지는 못했으나 어느 정도는 밝혀냈다.

 

 “한 사람의 작은 한걸음이 인류에게는 거대한 도약이었다.”

   세계관을 바꾸고 인류를 변화시킨 위대한 여행의 역사!

 인간은 늘 미지의 세계를 향한 열망을 품고 있다. 인류 최초의 선조들이 아프리카 대륙 밖으로 이동하여 새로운 땅을 꿈꾸었던 고대부터, 달 표면에 발을 내딛은 후로는 지구 너머 우주 공간으로 떠나는 여행을 꿈꾸는 오늘날에 이르기까지, 우주를 향해 발사체를 쏘아 올리는 그 마음은 항상 변함이 없는 것이다. 이렇듯 끝없이 새로운 곳을 찾아가는 것이 인간의 본능일까?

 고대에서 현대까지, 역사상 최초의 탐험으로 인류의 변화와 발전을 이끌어온 위대한 여행 이야기를 모은 책이 역사의아침에서 나왔다. 영국 Thames＆Hudson사의 70가지 시리즈 중 하나인 《역사상 가장 위대한 70가지 여행》은 ‘세상을 변화시킨 여행’, 우리의 세계관에 중대한 영향을 미친 여행들을 통해 역사를 훑어본다. 또 개인적 여행, 대규모 이동, 군사 원정, 지리적 조사를 통해 인간의 탐구 정신을 밝히는 데 중점을 두고, 위대한 여행의 물리적 업적뿐만 아니라 탐험 과정에서 얻은 결론과 삶에 대한 이해도 소중하게 담아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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