밑줄을 그어야 하나,
말아야 하나?

출판사의 입장에서는 세상 사람을 저자와 독자로 나눌 수 있을 것이다. 만약 책의 입장에서 세상 사람을 구분한다면 줄 긋는 독자와 안 긋는 독자로 나누지 않을까?

책을 사랑하는 사람들에게 밑줄 긋기는 상당한 결단이 필요한 문제다. 책의 내용 못잖게 책이란 물건 자체를 사랑하는 사람들은 밑줄을 치는 것은 물론 귀퉁이를 접는 것도 꺼린다. 반면 책을 지식을 얻는 도구로 여기는 측면이 강한 독자들은 책에 메모도 많이 하고 줄도 치고 접어서 쓸수록 더 책을 활용했다고 여긴다.

어떤 것이 더 좋은지 따지는 것은 무의미하다. 읽는 사람 마음대로 하는 것이 최선이다. 다만 두 가지 습관 모두 각각의 효용과 즐거움이 있다. 줄 긋기와 안 긋기에는 각각 어떤 특징과 재미가 있을까?

일반적으로 대부분의 사람들은 처음에는 책에 밑줄을 잘 긋지 않는다. 책이 소중하기 때문이다. 다 읽은 책이어도 깨끗한 상태로 남아 있는 것을 좋아하다가 책을 많이 읽을수록 밑줄과 메모를 남기는 경우가 많다.

김문경 씨의 경우 오랜 세월 책을 즐겨 읽어 왔지만 책에 줄을 치지 않고 최대한 깨끗하게 읽고 보관한다. 물론 그도 마음에 드는 구절은 다시 곱씹어보고 싶어한다. 그래도 요즘에는 인터넷 블로그 등에 책에서 읽은 좋은 구절을 올려놓는 이들이 많아 굳이 줄 치거나 포스트잇을 붙일 필요가 없다고 말한다.

반면 줄 긋기 예찬론자들은 책을 너무 아끼지 말아야 책과 더 친해진다고 주장한다. 자기 생각도 써넣고 줄도 긋고 포스트잇도 많이 붙여보면 책을 더욱 활용할 수 있다고 한다.

밑줄이나 메모가 주는 또 다른 즐거움도 있다. 다시 읽을 때 자기 자신의 의식과 취향의 변화를 실감하면서 느끼는 즐거움이다. 읽었던 책을 다시 볼 때 '내가 이런 생각을 했구나' 또는 '왜 내가 지난번에는 이 구절에 감동했던 걸까?' 하며 다시 한번 생각하게 되는 것, 또 지난번에는 줄을 치지 않았는데 다시 보니 중요한 구절을 새로 발견해 밑줄을 긋는 것이 책 읽는 재미를 더해주는 것이다.

덧붙이자면, 글쓴이는 개인적으로 밑줄을 치고 메모를 하는 것을 좋아한다. 책과 더 깊숙하게 대화하는 느낌을 주고 메모하는 습관도 생기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