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질문 : 재미있는 판타지 소설 추천 부탁 드려요~~^^
답변 : 

크산텐 왕국의 왕자인 지그프리트는 대부분의 영웅설화가 그렇듯이 출생의 비밀을 가지고 태어난다. 하지만 운명의 이끌림에 의해 한 공주를 만나게 되고, 그녀를 보자마자 숙명을 느낀다. 그리고 많은 영웅들이 그러하듯, 그는 사람들을 괴롭히는 용을 죽이고 출생의 비밀이 밝혀지면서 한순간에 영웅으로 등극하게 된다. 그리고 덤으로 수많은 보물들까지 차지하게 됨으로써, 더 이상 부러울 것이 없는 사람이 된다. 그러나 그때부터 그에게는 재앙이 뒤따르기 시작한다. 문제는 그가 가져온 반지 때문이었다. 반지…. 

우연히 가져온 반지 때문에 모든 비극이 시작된다는 이 스토리는 <반지의 제왕>과 너무나 흡사하다. 아니나 다를까, <반지의 제왕>을 쓴 톨킨은 니벨룽엔의 전설에서 반지 모티브를 가지고 왔다고 한다. 두 이야기의 유사점이 가장 많이 드러나는 부분이, 니벨룽엔족이 숲속에서 ‘반지반지반지반지반지’ 하면서 외치는 장면이다. 이건 반지의 제왕에서 골룸이 애타게 반지를 찾아 헤매는 부분과 정확하게 겹쳐진다고 할 수 있다. 

<반지의 제왕>이나 이 책에서나 반지 자체는 매우 소박하고 심플한 디자인이어서, 얼핏 봐서는 그렇게 큰 마력을 지닌 것 같지 않다. 그런데 이 반지는 사람을 유혹하는 힘을 가지고 있고, 사람의 손가락에 끼워지면 그때부터 인간을 조종하기 시작한다. 그것도 매우 은밀하게…. 가장 순수하고 고결한 영혼을 지닌 것으로 묘사되던 지그프리트조차, 반지를 낀 순간부터 욕망과 탐욕의 노예로 변해가기 시작한다. 비단 지그프리트뿐만 아니라, 주위 사람들 또한 점점 더 노골적으로 변해가는 모습을 보고 있노라면, 인간이 얼마나 나약하고 취약한 존재인지를 새삼 실감하게 되었다.

결국 지그프리트는 모든 영웅들이 그러하듯 배반과 간계의 희생양이 되어 비극적인 최후를 맞이하게 된다. 그리고 지그프리트를 목숨보다 더 사랑한 크림힐트는 피의 복수극을 벌이는데…. 

영화적인 장면 묘사와 빠른 전개, 그리고 생동감 있고 인간적인 캐릭터 등이 어우러져서 재미있으면서도 인간에 대한 연민과 진지함의 무게를 잃지 않는 보기 드문 소설이라고 생각한다. 그리고 나 개인적으로는 판타지라는 장르에 대한 선입견을 깰 수 있어서 좋은 시간이었다. <반지의 제왕> 말고도 좋은 판타지 소설이 얼마든지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으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