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 침체기에는 이성적인 마케팅을 펼쳐라

최근까지 지속된 감성시대의 배경에는 그 어느 시대에도 볼 수 없던 물질의 풍요를 전제하고 있었다. 경기가 호황일수록 대부분의 사람들은 감성의 묘미를 즐기기 위해 스펙트럼을 더욱 확대한다. 반면에 불경기나 경기 침체가 시작되면 평소보다 훨씬 이성적이고 논리적인 스마트한 소비로 방향을 선회한다.

미국에서는 스타벅스의 4분의 1 정도 가격에 불과한 모닝커피를 선보인 맥도날드의 성공 또한 이런 경향과 무관하지 않다. 미국에서 시작된 글로벌 경기 침체로 말미암아 전 세계는 지금 엄청난 경제 위기를 겪고 있다. 게다가 세계 경제는 당분간 저성장의 기조가 지속될 전망이다. 1930년 미국 경제 대공황이나 1975년과 1979년에 있었던 석유 파동만큼이나 엄청난 파급효과를 보이는 이러한 상황이 언제쯤 끝날지는 예상하기 어렵다. 단연코 감성소비의 으뜸으로서 불황과는 거리가 멀던 명품 브랜드조차 급격하게 매출이 저하되는 것은 이런 현실을 그대로 반영한다. 프랑스 경제 일간지 「레제코les Echos」는 “명품 불패 신화도 60년 만의 경기 침체 앞에서는 무력하다”며 현재의 난관을 피력했다.

과거에는 불경기일수록 명품 브랜드의 판매가 더 증가하는 면이 있었다. 소비할 수 있는 금액이 제한될수록 소비자들은 더욱 안전한 소비를 원하기 때문이었다. 제품의 질이나 특성을 장담할 수 없는 신제품보다는 익숙하고 안전한 클래식한 제품을 구입하는 경향이 강했다. 그렇기 때문에 제품의 속성이나 특성을 익히 잘 알고 있는 유명 브랜드의 제품을 선호했다. 그러나 지금은 그러한 소비마저 줄고 있는 실정이다.

브랜드는 앞의 그림처럼 네 가지의 성격으로 구성되어 있다. 그중에서 보통 ‘브랜드 아이덴티티', ‘브랜드의 개성'이라고 하는 ‘감성'적인 요소는 ‘사람으로서의 브랜드(브랜드의 개성), 상징으로서의 브랜드(상징성, 스토리, 기호 의미)'에 속한다. 경기가 좋을 때는 이처럼 감성적인 요소에 소비자들이 반응을 보인다. 하지만 그렇지 않을 때 소비자들은 이성에 근거해 이미 잘 알려진 유명 브랜드의 ‘제품으로서의 브랜드'적인 성격을 선호한다. 무엇보다 전통을 신뢰하기 때문이다.

예를 들면 신라면은 ‘맵다'라는 분명한 맛을 가지고 있다거나, 삼성전자의 제품은 ‘신뢰할 수 있는 품질을 갖추고 있다'는 식의 보다 이성적인 개념으로 브랜드를 받아들이는 것이다. 불경기에 유명 브랜드를 더 선호하는 소비자들의 심리를 더 한층 자극하기 위해서는 ‘감성적인 브랜드'가 아닌 ‘이성적인 제품으로서의 브랜드' 개념으로 접근하는 것이 훨씬 효과적이다.

메시지 또한 애매한 은유로 얼버무린 감성적인 문구보다는 어떠한 제품 특성과 장점, 차별성을 가지고 있는지가 명확하게 담긴 내용을 전달하는 것이 좋다. 최근 출시된 하이트의 맥주 브랜드 ‘맥스Max'는 장동건에 이어 이승기, 김선아 등을 모델로 내세워 이러한 감성시대의 종말에 부합하는 마케팅 전략을 제대로 내세웠다. 맥스의 광고에는 감성을 자극하는 카피는 사라지고 음식과 함께 먹으면 맛있는 맥주, 색깔만 봐도 맛있는 맥주 등 오직 ‘맛있는 맥주'라는 제품의 근본적인 속성만을 전달한다. 또 브랜드의 속성을 담고 있는 상표 역시 ‘Maximize Taste(음식의 맛을 최대로), Maximize Beer Taste(맥주의 맛을 최대로), Maximize Joy of Drinking(맥주 음용의 즐거움을 최대로), Maximize Joy of Life(생활의 즐거움을 최대로)'라는 의미

맥스의 이 같은 마케팅 전략과는 달리 최근 대부분의 맥주 광고는 ‘내가 살아 있는 소리', ‘톡하게 산다' 등의 모호한 이야기로 여전히 감성에 호소하고 있다. 하지만 하이트는 이러한 ‘감성시대의 종말'을 예감하고 ‘맛'이라는 제품의 본원적인 속성을 강조한 ‘제품으로서의 브랜드' 마케팅 전략을 세움으로써 차별화를 선언했다. 마케팅뿐만 아니라, 이러한 전략을 뒷받침하기 위해 국내 최초로 싱글몰트라는 위스키 제조방식을 맥주에 도입해 진짜 ‘맛있는' 맥주를 개발했다. ‘제품으로서의 브랜드 마케팅'을 제대로 펼친 것이다(실제 필자가 음용한 결과 타 제품에 비해 맛이 좋았다).

우리나라에는 잘 알려져 있지 않지만 실용적인 주얼리 제품으로 미국에서 큰 인기를 끌고 있는 디피오리D.Fiori 역시 ‘제품으로서의 브랜드' 마케팅을 펼치는 브랜드 중 하나다. 주얼리는 액세서리로서 패션의 일부라고 할 수 있다. 하지만 대부분의 소재가 금이나 다이아몬드 같은 값비싼 귀금속이기 때문에, 패션 아이템이라기보다는 고가의 사치품에 가깝다. 하지만 디피오리는 소비자를 향해 지극히 실용적인 메시지를 선포했다.

“주얼리는 패션 아이템이지 금과 다이아몬드 같은 사치품이 아닙니다. 주얼리는 다이아몬드나 금과 같은 투자의 대상이 아니라 패션입니다. 값비싼 소재의 주얼리를 원하는 것은 당신의 자아이지 뇌가 아닙니다. 당신의 돈을 값비싼 소재의 주얼리에 투자하시겠습니까? 아니면 당신 아이의 미래에 투자하시겠습니까?” 등의 도발적인 호소를 하고 있는 것이다. 합리적인 이성에 호소하며 디피오리는 뛰어난 디자인에 인조 다이아몬드와 같은 저렴한 소재를 이용해서 합리적인 가격의 주얼리를 생산했다. 최근의 불황과 맞물려 디피오리의 인기는 날로 높아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