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본원리를 붙들고      
스스로 판단하길      

<흐름을 꿰뚫어보는 경제독해>      

우리가 현재 겪고 있는 전 세계 경제위기의 특징 중 하나는, 우리 스스로 판단을 내리기를 요구한다는 점입니다.
언론에 소개되는 전문가들의 의견이 서로 다릅니다. 정부에서 내놓는 전망은 또 다릅니다. 한 쪽에서는 ‘유동성 랠리'를 얘기하고, 다른 한 쪽에서는 ‘주식시장 폭락'을 얘기합니다. 한 쪽에서는 부동산 불패를 얘기하고, 다른 한 쪽에서는 일본처럼 부동산이 반토막 날 거라고 얘기합니다. 한 쪽에서는 환율이 이제 안정될 것이라 하고, 다른 한 쪽에서는 폭등할 거라고 얘기합니다.
결국 언론도, 전문가도, 정부도 믿기 어렵습니다. 왜 이렇게 되어버렸을까요?
그것은 바로 이번의 경제위기가 아주 근본적인 문제에 관한 심각한 의문을 제기하는 것이라서 기존의 통념을 모두 뒤집어버렸기 때문입니다.
그러다 보니 통념 수준에 머무르는 전문가들은 그 얕은 밑천이 다 드러나버렸습니다. 이들은 눈앞에 벌어지는 일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고 엉뚱한 진단을 함으로써 일반인들을 잘못된 길로 인도하고 있습니다.
정말 실력을 갖춘 전문가들 중에는 지금 벌어지고 있는 일들에 대해 제대로 파악하고 있는 사람도 있을 것입니다. 그런데 이런 사람들도 여러 가지 이유들로 인해 사실을 사실대로 얘기하지 않고 있는 것으로 보입니다.
평상시라면 전문가나 언론이 제공하는 정보에 의지해서 판단해도 됩니다. 하지만 지금은 절대 아닙니다. 지금 세계경제가 처한 상황, 한국경제가 처한 상황, 여러분이 처한 상황은 여러분 스스로 판단을 내리고 행동하길 요구하고 있습니다. 그래야 살아남을 수 있습니다. 그렇다고 너무 부담을 갖지는 마시기 바랍니다. 매우 역설적으로 지금 처한 위기상황이 아주 심각한 것이기 때문에 공부해야 할 게 그리 많지 않습니다.
이번의 경제위기는 현란하게 보이던 현대 수리경제학이 모두 허구임을 드러냈습니다. 지금 상황은 아주 근본적인 문제에 관한 심각한 의문을 제기하는 것이기 때문에, 근본원리로 돌아가서 판단을 내리기를 요구합니다. 근본원리는 어렵지 않습니다. 대신 확실하게 제대로 이해해야 합니다. 그리고 나서 몇 가지 경제지표가 갖는 의미를 익히기만 하면, 위기상황이 닥쳐오더라도 제대로 대처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저는 앞으로 매우 혼란스러운 상황들이 전개될 수 있다고 봅니다. 이런 혼란기에는 근본원리를 꼭 붙들어야 합니다. 근본원리에 의지하여 스스로 자기 중심을 잡아나가야 천변만화(千變萬化)하는 듯 보이는 혼란 속을 헤쳐갈 수 있을 것입니다.
근본원리를 이해하고 경제지표 몇 가지만 익히면 스스로 판단을 내릴 수 있습니다. 언론에 실리는 전문가들의 전망에 의지할 것이 아니라 경제원리와 경제지표에 의지해서 스스로 판단을 내리십시오.
제가 보증해드릴 수 있는 것은 그렇게 어렵지 않다는 것입니다. 여러분이 공부해보겠다는 열의만 있다면 분명 어렵지 않게 이해할 수 있을 것입니다.
이 책의 목표는, 향후 약 3년 정도의 혼란기 동안 살아남기 위해 꼭 필요한 경제의 근본원리와 경제지표에 대한 지식을 최대한 이해하기 쉽게 전달해드리고자 하는 것입니다.
근본원리에 대한 이해를 바탕으로 경제지표들을 관찰함으로써 최소한 반 발자욱 정도 먼저 변화의 방향을 알 수 있도록 하는 것을 목표로 했습니다. 그리고 상황별 대처법도 정리해보았습니다.

저는 우연한 기회에 다음(Daum) 아고라의 경제토론방에 글을 쓰게 되었고, 뜻밖에 많은 분들의 호응을 받게 되면서 이렇게 책까지 내게 되었습니다. 아고라에 글을 쓰기 시작한 직후 사실 저는 상당한 혼란에 빠졌습니다. 처음에 폭발적인 조회수와 댓글을 접했을 때는 계속 글을 써나가는 것에 대한 두려운 마음도 들었습니다. 그 뒤 많은 분들의 격려와 염려, 사랑을 받으면서 오늘까지 글을 써올 수 있었습니다. 평생 어디 가서 이 많은 사랑을 받을 수 있을까요? 저에게 사랑을 베풀어주신 많은 분들께 이 자리를 빌어 다시 한 번 감사드립니다.
글을 쓰면서 제 글을 어떤 방향으로, 어떤 관점에서 써나가야 할까, 고민이 꽤 컸습니다. 그런데 이때도 댓글을 통하여 글쓰기에 관한 조언을 주신 분들이 계셨습니다. 그 조언을 통해 저의 글이 어떤 방향으로 나가야 할지 감을 잡게 되었고, 저 스스로 중심을 잡아서 써나갈 수 있게 되었습니다. 결국 제 글은 수많은 아고리언들의 조언이 덧붙여져서 만들어진 것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조언을 주신 많은 분들께 다시 한 번 감사드립니다.

- <흐름을 꿰뚫어보는 경제독해>저자 세일러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