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새는 바다를 건넜을까?

인터넷 사이트에서 히말라야의 눈 속에 머리를 파묻고 있는 새를 보았다. 죽음마저도 비행을 멈추게 할 수 없다는 듯이 날개를 활짝 펴고 있었다. 사진을 오래도록 들여다보고 있으니 문득, 궁금증이 찾아왔다.
이 새는 무엇을 찾아 날아가던 중이었을까?
가슴이 답답했던 터라 호기심도 풀 겸해서 여장을 꾸렸다. 분명 그 기러기와 함께 이동했을 동료들의 발자취를 찾아서.

인도기러기를 처음 만난 곳은 중국과 인도의 접경지대에 자리하고 있는 ‘하늘호수(판공초)’였다. 그들은 카라코람 산맥을 넘어서 중앙아시아 툰드라 지대로 이동하기 위해 잠시 휴식을 취하는 중이었다.
며칠 뒤, 인도기러기들은 히말라야의 고봉을 향해서 무리지어 날아갔다. 나는 아쉽지만 더 이상 뒤를 쫓아갈 수 없었다. 중앙아시아 툰드라 지대로 가기 위해 먼 길을 돌아가다가 태풍을 만났다. 현지 가이드는 무리에서 떨어져 나온 인도기러기가 강풍에 휘말려 바다 저편으로 떠밀려가기도 한다고 했다. 나는 다시금 궁금해졌다.
그 새는 바다를 건넜을까?
만약, 바다를 건너갔다면 다시 돌아올 수 있는 걸까? 

여행에서 돌아오니 한 통의 메일이 와 있었다.
“안녕하세요, 선생님! 저는 이 년 전 법대를 졸업하고, 현재 사법고시를 준비 중인 고시생입니다. 오늘은 절친한 친구들 모임이 있는 날입니다. 몇 년 전부터 그래왔듯이 모임도 불참하고 공부를 하고 있는데 불쑥 이런 생각이 들더군요. 만약 내가 오랜 세월 꿈꾸었던 법관이 되기도 전에 불치병에 걸리거나 교통사고로 죽는다면, 나의 인생이 너무 허망하지 않은가? 이상만 추구할 게 아니라 다른 이들처럼 적당히 인생을 즐기며 살아야 하는 것은 아닐까? 선생님의 의견을 듣고 싶습니다.”
친구들과 수다도 떨고 싶고, 멋진 남성을 만나 사랑도 하고 싶을 때였다. 그런데 세상과 담을 쌓은 채, 고시원에서 혼자 생활하고 있을 외로운 영혼을 생각하니 마음이 아팠다. 나는 곧바로 답장을 보냈다.
“…만약 불치병에 걸리거나 교통사고로 죽는다 해도 허망한 인생은 아닙니다. 꿈은 이루었을 때만 그 기쁨과 행복을 맛보는 것이 아니라 꿈을 꾸기 시작하는 순간부터 맛보기 때문입니다. 지금은 여러모로 힘들겠지만 좀 더 집중해서 공부에 매진하세요. 고난의 바다를 건너는 사람만이 세상의 주인공이 될 수 있습니다….”
나는 그날 밤, 꿈을 꾸었다. 태풍에 휩쓸려간 인도기러기가 훨훨 날아서 바다를 건너오는 꿈을. 그것은 메일을 보낸 고시생 같기도 했고, 바로 나의 모습 같기도 했다.

09년 03월 <바다를 건너라> 저자 한창욱

바다를건너라, 자기계발동화, 자기계발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