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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사와 맞서려면 회사를 떠날 각오를 하라

언젠가 몇몇 상장 기업 부장들을 대상으로 한 강연회에서 이런 질문을 던진 일이 있다.
“어떤 문제에 대해서 반대 의사를 굽히지 않는 부하 직원이 한 명 있습니다. 이미 결정된 사항이고 당장 추진해야 하기 때문에 여러 차례 납득시키려 했지만 그는 끝까지 자신의 의사를 접지 않았습니다. 이런 경우에 어떻게 처리하겠습니까?”
“그의 의견을 무시하고 일을 진행하도록 지시한다”, “따로 술을 한잔 하면서 이야기한다” 등의 대답을 한 이들도 있었지만 대다수의 부장들은 “그 일에서 그를 제외시키겠다”는 대답을 했다. 나 역시 그 방법이 정답이라고 생각한다. 상사의 권위로 그에게 일을 추진하도록 지시할 수는 있겠지만 그런 상황에서라면 그 직원이 혼신의 힘을 다해 일을 하지 않을 것이 뻔하기 때문이다. 이 일을 왜 해야 하는지 납득하지 못한 사람이 어쩔 수 없이 떠밀려 일을 하는데 좋은 결과가 나올 리 없다.
자, 그럼 당신이 그 부하 직원의 입장이라면 어떻게 하겠는가? 어떤 일이 닥쳤을 때 그 진행 과정에서 자신의 반대 의견을 밝히고 그 정당성을 주장하는 것은 자연스럽고도 필요한 일이다. 또한 직원들의 그러한 발언이 잘 받아들여질 수 있는 직장 환경도 매우 중요하다.
그런데 핵심은 그 다음 대목이다. 반대는 두 번까지라는 점. 또는 아무리 넉넉하게 잡아야 세 번이 한계라는 점이다. 상사에게 자신의 의견을 이유와 함께 정확히 밝혔는데도 받아들여지지 않는다면 자신을 믿고 한 번 더 주장해볼 수 있다. 그런데도 마찬가지 결과라면 이제는 깨끗하게 상사의 결정에 따라야 한다. 상사의 결정이 잘못되었더라도 일단 수용하면서 부작용을 최소화하는 쪽으로 방향을 돌려야 한다.
당신이 상대하고 있는 상사가 아량이 넓은 사람이라면 평소에 직원들의 반론과 비판적 견해들을 너그럽게 수용하는 모습을 보여줄 것이다. 하지만 누구나 자기 안에 가지고 있는 자존감의 ‘선’이라는 것이 있다. 사람마다 높낮이의 차이는 있지만 누군가 그 선을 넘어 도전해오는 일이 생기면 견디기 어렵다는 점에서는 똑같다. 상사도 당연히 그렇다.
하지만 아랫사람들은 상사의 ‘선’이 어느 정도인지 잘 모르는 경우가 많다. 자신의 친구나 동료 앞에서는 같은 문제로 인해 한두 번쯤 깊이 고민해본 일이 있으면서도 유독 상사에 대해서는 섬세하게 생각하는 법이 없다. 어쩌면 사람들은 ‘상사란 모름지기 하해와 같은 아량을 갖추고 모든 말을 다 수용할 수 있는 존재’라는 식의 환상을 품고 있는지도 모른다. 상사가 너그러운 사람일수록 더욱 그렇게 여기는 경향이 있다.
하지만 현실이 어디 그런가. 당연히 상사도 사람이다. 아무리 너그러운 사람이라고 해도 어느 순간 ‘어라? 이 친구가 이렇게까지 이야기하나? 이건 심한데……’ 하고 자존감을 건드리는 순간을 맞게 된다. 이 상황에서도 아랫사람의 의견이나 입장만을 계속 존중해줄 수 있는 상사가 있다면 아마 그는 세상사에 초탈한 도인의 경지에 든 사람이 아닐까.
그러니 현명한 아랫사람이라면 상사와의 관계도 현실적으로 판단해야 한다. 반론이나 부정적인 의견을 계속 고집할 것인가 아닌가는 자신이 하는 이야기가 상사에게 수용되고 있는가에 따라 결정해야 한다. 상사가 내 이야기를 수용하는 중이라고 판단된다면 문제가 없다. 하지만 그렇지 않다는 생각이 들면 더 이상 같은 이야기를 할 필요가 없다. 더 이상 수용의 여지가 없는데도 계속 반론을 고집하는 것은 이미 합리적인 근거를 잃은 자기만족일 뿐이다. 어차피 받아들여지지 않을 것임을 알면서도 끝까지 자신을 굽히지 않겠다고 한다면 그때는 상사가 기분이 나쁘겠거니 정도가 아니라 회사를 떠날 각오를 하고 있어야 한다.
왜? 조직의 기본 룰이자 조직원의 기초적인 의무 중 하나는 상사의 지시에 따르는 일이다. 간혹 당신이 그 기본 룰을 잊는 경우가 있다 하더라도 상사는 잘 기억하고 있다. 그래서 더욱 상사의 선은 함부로 넘어서는 안 되는 것?? 그래도 윗사람인데 자존심은 좀 살려줘야 되지 않겠나 하는 뜻만은 아니다. 상사의 선을 만만하게 봐서는 곤란하다. 상사가 쳐놓은 선은 일단 조직의 가치와 지향성을 담고 있다. 또한 생산성과 성과 지향이라는 기준이 그 중요한 구성 요소이다. 그리고 그 속에는 근본적으로 아랫사람들이 자기 리더십의 범위 안에 있기를 기대하는 심리가 들어 있다. 바로 위에서 이야기했듯 리더십의 손상은 조직의 기본 룰을 손상하는 일이기도 하기 때문이다. 그러니 상사의 선을 넘는다는 것은 상사에게 내가 ‘이 조직에서 더 이상 일할 수 없는 사람’임을 공표하는 일이기도 한 것이다.
하지만 많은 사람들이 별 생각 없이 기분에 따라 선을 넘곤 한다. 상사가 갑자기 생각을 바꿔 자기 의견을 받아줄 거라고 기대해서도 아니고 이 사안에 내 직장생활의 명운을 걸고 떠날 각오까지 되어 있다고 생각한 것도 아니다. 어느 순간부터는 일이 더 잘 되기를 바라는 진심에서 우러난 말이나 행동이 아니라 그냥 가는 데까지 가보자고 들이대는 것뿐이다. 대체 뭘 위해서? 커뮤니케이션 능력이 상당히 떨어지는 사람들이라고 말할 수밖에 없다. 한순간 스치는 자기만족 외에 그가 얻을 수 있는 것은 전혀 없다. “바닷물을 끓이지 말라”는 말이 바로 이런 사람을 두고 한 말이 아닐까 싶다. 참으로 딱한 일이다.

『회사가 붙잡는 사람들의 1% 비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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