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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직 시점은 최소한 3년 후가 좋다?!

경력 관리 전문가들은 흔히 “한 직장에서 3년 이상 근무한 뒤에 옮기라”는 말을 하곤 한다. 일단은 맞는 말이다. 재직 기간 3년 미만의 이직자는 자신을 수상쩍게 바라보는 기업의 눈빛으로부터 자유롭기 어렵기 때문이다. 하지만 왜 하필 3년인지에 대해서는 뾰족한 근거가 보이지 않는다. 물론 ‘대략 3년쯤 되면 일을 어느 정도 익혔다고 볼 수 있다’거나‘3년도 안 되어 직장을 옮기는 데는 뭔가 문제가 있다’는 식의 공감대가 형성되어 있기는 하다. 하지만 최적의 이직 시점을 말하려면 좀 더 정확한 문제 인식이 필요하다.
기업에서 특정 직무와 관련해 임직원을 뽑을 때 제일 중요하게 여기는 것은 후보자가 해당 직무를 수행할 수 있는 역량을 충분히 갖추고 있는가 하는 점이다. 이 역량이란 단순히 이전에 해당 직무를 맡아서 수행해본 일이 있는가를 뜻하는 것이 아니다. 관련 프로세스와 시스템을 두루 경험함으로써 해당 직무에 대한 포괄적인 이해가 끝난 상태를 말한다. 따라서 기업은 그를 영입할 경우 기존의 것보다 개선된 시스템을 정비하고 선진 프로세스를 도입할 수 있는 수준을 기대한다.
그런데 어떤 직무의 프로세스와 시스템을 경험하고 포괄적으로 이해하기 위해서는 일정한 정도의 시간이 걸리게 마련이다. 슈퍼마켓에서 물건 값을 계산하는 것처럼 비교적 단순한 직무라면 몇 달이면 족하다. 반대로 병원 컨설팅이나 골프장 디자인처럼 다양한 변수가 많고 아직 그 일의 일반적인 속성들이 정돈되지 않은 직무라면 5년 이상 10년까지 걸릴 것이다. 이렇게 각 직무마다 충분한 역량을 갖추는 데 필요한 시간은 모두 다르다. 그러니 단순히 3년이다, 4년이다 하는 식의 재직 기간을 정해놓고 이직 시점의 적절성을 판단할 수는 없다. 해당 직무의 특성에 따라 수행 역량을 충분히 갖춘 뒤라야 자신 있게 이직을 택할 수 있고 그만큼 선택의 폭도 넓어진다.
다만, 일반적으로 ‘최소한 3년’이라는 기준이 통용됨을 기억해두자. 신입사원이 1, 2년 만에 회사를 옮기게 되면 새로운 회사에서는 그를 확실한 경력사원으로 인정해주지 않는다. 그는 여전히 배우는 중이기 때문에 새로 키워야 할 직원이지 일을 믿고 맡길 수 있는 직원은 아니다. 2년마다 회사를 옮기는 사람이라면 직장생활 경력 10년이 넘었다고 해도 그의 전문성을 의심하게 된다. 통상 한 직장에서 주어진 직무를 장악하기 위해서는 2년 이상의 시간이 필요하고 3년이 넘어가야 비로소 그가 그 회사의 업무 시스템과 프로세스 등을 완전히 이해할 수 있다고 생각되기 때문이다.
반면에 경력이 5년이건 10년이건 이직에는 완전히 관심을 끊고 지내는 것도 바람직하지 않다. 장기근속에만 비중을 둔 나머지 적절한 이직 시점을 놓쳐선 안 된다는 뜻이다. 아니, 이직을 하지 말라고 할 땐 언제고 안 해도 곤란하다니? 현명한 경력 관리자라면 자신의 경력을 최고로 끌어올릴 줄 알아야 한다는 소리다. 이는 주식 투자의 두 가지 원칙이 조화를 이루는 방식을 떠올리면 이해하기 쉽다.
주식 투자에서 가치투자자와 기술투자자는 항상 대립하는 양상을 보인다. 가치투자자는 기업의 내재적 가치를 보고 투자해야 손실을 줄이고 수익을 늘릴 수 있다고 주장하며 주가 등락에 연연하지 말고 긴 안목으로 우량 기업에 투자하라고 권한다. 하지만 기술투자자는 주가는 결국 수급의 영향에 좌우되는 것이기 때문에 언제 사서 언제 파느냐가 가장 중요하니 기술적 분석을 통해 매매 시기를 잘 정하라고 조언한다.
그러나 주식 시장에서 어느 한쪽만을 고집하는 투자자는 드물다. 가치투자자도 결국 기술적 분석을 통해 매매 시점을 정하고 기술투자자도 투자 대상을 정할 때는 기업의 내재적 가치를 평가한다. 가장 현명한 투자자는 어느 한쪽의 논리에 휘둘리지 않고 가치투자와 기술투자를 병행할 줄 아는 사람이다.
인재시장도 마찬가지다. 경력 관리에 실패하는 사람들은 대개 어느 한쪽 논리에 치우쳐 있는 경우가 많다. 인재시장에서 가치투자자는 자기계발을 통해 자신의 가치를 키우고 성과를 많이 내면 연봉이나 직급, 직책은 자연히 따라온다고 여긴다. 자신의 가치를 평가받고 다음 목표를 향해 한 단계 올라설 시점이 되었는데도 그 신호를
그러나 시장이 어디 나만을 위해 존재하던가? 스스로 이제쯤은 성과도 더 쌓았고 경력도 많아졌으니 인재시장에 뛰어들어도 좋겠다고 생각할 때면 시장도 이미 변해 있게 마련이다. 헤드헌팅 회사에 이력서를 등록하는 사람들 중에는 자격을 갖춘 뒤 더 좋은 제안을 받고 옮기려다 기존 수요가 사라져 당황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
반대로 인재시장의 편협한 기술투자자, 즉 시장 상황에 맞춰 이직을 거듭하는 사람들은 앞서 강조했듯 얼마 안 가 땅을 치며 후회하게 된다. 충분한 업무 지식과 직무 역량을 갖추어 자신의 내재적 가치를 키우는 데 소홀했던 결과다.
성공적인 경력 관리를 위해서는 가치투자를 기본으로 삼되 기술투자에도 무관심해선 안 된다. 전문성을 쌓으면서 자신의 가치와 브랜드를 키우는 데 주력하되 적절한 시점에서 과감하게 이직의 기회를 잡아야 한다. 이직 시점을 잡지 못해 한 회사에서 20년이 넘도록 같은 직무에 종사한 사람이라면 아무리 훌륭한 경력이 줄줄이 쌓여 있다 해도 이직이 쉽지 않다. 이미 다른 회사에서 받아들이기에는 적응력이 떨어져 부담스러운 존재가 되었기 때문이다.

『회사가 붙잡는 사람들의 1% 비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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