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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이 충성파를 키울 수밖에 없는 이유

이상하게 들릴지 모르겠지만, 인재 추천을 의뢰하면서 특별히 ‘의리’를 거론하는 이들이 있다.
“다른 건 다 알아서 해주시되, 대신 의리 있는 사람이어야 됩니다. 무슨 얘긴지 아시죠?”
한 번쯤 뼈아픈 배신의 경험을 한 기업의 사장이나 인사 책임자의 입에서 나오는 이야기다. 쉬운 주문이 아님에도 까다롭게 이력서를 추려 보내주면 그들은 그 이력서를 그대로 받는 것이 아니라 다음 단계로 넘어간다. 흔히 ‘평판 조회’라고 부르는 과정이 바로 그것이다. 그들이 알고 싶어하는 평판에는 여러 가지가 있지만 핵심은 두말할 것도 없이 조직을 ‘배신한 적이 있나’, ‘배신할 가능성이 있나’ 하는 점이다.
나와 친분이 있는 한 경영자가 금융감독위원회의 고위 간부 출신 인사를 좋은 조건으로 영입한 적이 있었다. 그런데 그가 얼마 뒤 회사 내부 사정을 바깥에 공개하는 바람에 회사가 심각한 경영 위기에 빠지게 되었다. 가까스로 위기에서 빠져나온 그는 한숨을 토하며 말했다.
“이제 유능한 사람이고 똑똑한 사람이고 다 필요 없어요. 내 등에 칼 꽂지 않을 사람이 필요해요.”
능력 있고 야심찬 직원, 그런데 충성심이 전혀 없는 직원은 회사 입장에서 볼 때 마치 시한폭탄과 같은 존재다. 두산중공업과 STX중공업 사이에서 벌어진 기술 유출 분쟁은 기업이 왜 개인에게 한없는 충성도를 원할 수밖에 없는지를 잘 보여주는 사례다. 2008년 5월 STX중공업 산업플랜트 부문 구 모 사장 등이 실형을 선고받았다. 재판부는 두산중공업에서 부사장을 지낸 그가 두산이 30여 년간 담수사업에 투자해 이룬 자체 기술을 빼돌렸다며 영업비밀 유출 혐의를 인정했다. 그러나 재판부의 판결이 나오기까지 STX중공업과 해당 사장 쪽에서는 혐의를 전혀 인정하지 않았다. 그가 회사에 제공한 자료는 비밀리에 불순한 의도로 입수한 것이 아니라 수십 년 동안 한국중공업과 두산중공업에서 일하며 자연스럽게 쌓인 업무 노하우일 뿐이며, 정당한 직급 및 연봉을 받고 STX중공업에 입사했으므로 의도적인 영업비밀 유출은 전혀 없었다는 것이다. 재판부의 판결로 양쪽의 분쟁은 일단 매듭지어졌지만 이 사건이 업계에 남긴 어마어마한 피해와 상처는 쉽게 가라앉지 않았다.
그뿐인가. 최근 포스코, 현대, 기아자동차에서도 나란히 핵심 기술을 중국으로 유출당한 일이 있었다. 모두 연구원이나 임원 등 기업의 요직에 있던 인재들이 이직을 하면서 생겨난 일이다. 그 때문에 특히 이직을 하는 핵심 기술 연구원을 기술 유출 가능성이 있는 잠재적 범죄자로 바라보는 시선이 생겨났을 정도다. 나라의 산업 기반을 받치고 있는 대기업들이 이런 지경이니 크고 작은 벤처기업들에서야 더 말할 것도 없다. 2008년 9월, MP3 플레이어 제조업체인 레인콤의 경우 공동 설립자인 부사장이 회사 기술을 이용해 경쟁업체를 차렸다가 구속된 일도 있었다. 이렇게 되면 연구자도 못 믿고 임원에, 사장, 심지어 설립자까지 못 믿는 어처구니없는 상황이 아닌가.
이제 사람을 평가할 때 덮어놓고 ‘의리’부터 따지는 기업이 존재하는 이유가 저절로 이해될 것이다. 경력 채용의 경우 면접 과정의 대부분은 그의 이직 사유를 알아보고 로열티를 판명해내는 작업이다. 신입 채용에서도 인·적성검사와 면접관의 질문에 대한 답변 방식을 통해 그가 회사를 대하는 태도를 판별하고 충성도가 얼마나 될 것인지를 예측하는 과정이 빠지지 않는다.
그렇다면 충성도가 높은 직원은 어떤 특성을 보일까? 그들은 비록 당장의 실적을 보여주지는 못한다 할지라도 조직을 위해 묵묵히 일한다. 조직에서 어려움을 겪거나 더 나은 조건을 제시하는 기회가 찾아와도 쉽게 조직을 떠나지 않는다. 그리고 결정적으로 위기가 닥치면 기꺼이 자신을 헌신하며 조직을 지켜내고자 한다. 그러니 공개적으로 드러내든, 이면에 감추고 있든, 모든 기업은 충성도를 인재 발탁과 승진의 기준으로 삼을 수밖에 없다.
특히 재무, 회계, 경리 등 자금 관리 부서와 기획·전략 부서, 비서실 등은 다른 무엇보다 신뢰가 중요하기 때문에 충성심이 없는 직원은 아예 발령을 내지 않으려 한다. 승진의 발판이 될 수 있는 조직의 핵심에 가까울수록 요구되는 충성심의 강도는 세지는 것이다.

회사에 뼈를 묻을 사람임을 보여줘라

당신이 잠시 회사에서 월급을 받다가 곧 다른 길을 찾을 사람이 아니라면 회사에 뼈를 묻을 사람이라는 것을 보여줘라. 아니, 먼저 뼈를 묻고 시작하라. 정상을 바라보는 긴 안목을 지닌 사람은 업무량이 많고 적고, 또 그에 비해 보수가 많고 적고를 따지지 않는다. 더군다나 눈앞의 이익에 현혹되어 저 앞에 기다리는 더욱 근사한 기회를 놓치는 바보짓은 절대로 하지 않는다. 일과 직장 앞에서 지나치게 계산적으로 대차대조표를 작성하곤 하는 풍조를 따라가다 보면 정작 자신이 꿈꾸던 모습에서 점점 더 멀어지는 스스로를 발견하게 될 것이다.
자신이 충분히 유능한데도 능력에 맞는 보직을 받지 못하고 주변부로만 돌거나 승진이 늦다고 생각된다면 특히나 자신이 임원들에게 어떤 모습으로 비쳐지고 있을지를 판단해봐야 한다. 충성심이라는 것이 눈에 보이는 것도 아닌데 임원들이 어떻게 알랴 하겠지만, 신기하게도 그들의 눈에는 직원들의 충성심이 보인다. 저 사람이 회사를 자기 자신의 일부로 여기고 그 가치에 동조하고 있는지 적당히 일하면서 보수를 받는 직장으로 여기며 늘 불만에 차 있는지 윗사람은 귀신같이 안다.
당장은 어느 쪽이나 업무를 수행하고 성과를 내는 데 큰 차이가 없기 때문에 지켜볼 뿐이지만 머지않아 회사에 꼭 필요한 사람을 가려야 할 순간에 그들은 냉정하게 등을 돌려버린다.

『회사가 붙잡는 사람들의 1% 비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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