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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사는 ‘평론가’를 싫어한다

내가 아는 후배 중 한 명인 P는 얼마 전부터 회사생활에서 심각한 갈등을 겪고 있다. 그는 서류상으로는 어디 내놓아도 빠지지 않는데다 실제로도 아주 똑똑하고 아는 것도 많은 만물박사다. 그런데 그는 회사에서, 특히 임원들로부터 무척 안 좋은 평가를 받고 있었다. 어째서? 그는 대표적인 평론가형 인물이었던 것이다. P는 회사 돌아가는 사정이나 남들의 작업에 대해 비평하는 데는 뛰어난 자질을 보였다. 그가 회사에서 주로 하는 역할도 사람들을 만나 문제점을 짚어주고 조언을 하는 것이었다. 하지만 회사가 그에게서 기대하는 것은 이런 ‘코칭'이 아니었다. 코칭은 코치가 해야 할 일인데, 엄연한 플레이어가 뛸 생각은 안 하고 게임을 관찰하며 훈수만 두고 있으니 갈등이 생길 수밖에.
그가 가진 뛰어난 비평 능력은 그 자체로는 문제될 것이 없다. 오히려 전체 판을 잘 볼 줄 알면서 자기 몫의 플레이를 성실히 수행할 수 있는 사람이라면 더할 나위 없는 훌륭한 인재임이 틀림없다. 하지만 문제는 그들이 움직이지 않는다는 데 있다. 평론가들은 항상 한 발 떨어진 위치에서 관찰자의 자세를 취한다. 바로 그 태도 때문에 조직은 그를 받아들일 수 없는 것이다.
P와 허심탄회하게 이야기를 나누어보니 그는 헛똑똑이나 다름없었다. 남들의 일에는 그렇게 냉철한 비평을 할 수 있음에도 자신이 직접 일을 만들고 이끌어가는 데는 완전히 젬병이었다. 주어진 과제 앞에서는 절대로 신발을 벗고 물에 뛰어들 생각을 하지 않았다. ‘저기 들어가면 분명히 젖을 텐데' 하며 남들이 뛰어드는 모습을 지켜보는 그는 나약했고, 실패를 두려워하고 있었다. 일을 하다 보면 운이 따르지 않기도 하고 몰랐던 오류에 부딪히기도 하는 법인데, 그는 그 과정을 두려워하며 항상 자신을 깔끔하게 유지하고자 했다. 그러니 그는 실패해본 경험도 없지만 성과를 내본 경험도 없었다.
회사와 갈등을 해결하기 위해 P가 해야 할 일은 아주 단순하다. 이제 움직여야 한다. 모든 일을 넘겨짚는 오만함과 실패에 대한 두려움을 버리고 실제로 일을 하면 된다.

점수형 인재가 아닌 실무형 인재를 가려내라

평론이 말의 미학이라면, 기업이 원하는 것은 성과의 미학이다. 즉 기업은 말이 아니라 행동으로, 결과로 보여주기를 원한다. 기업에서는 이런 사람들을 가리켜 ‘실무형 인재'라고 부른다. 견고한 학벌 위주 채용 관행을 서서히 바꾸기 시작한 것도 다름 아닌 실무형 인재에 대한 기업의 목마름이다.
2008년 버락 오바마의 승리로 끝난 미 대선을 앞두고 많은 이들이 브래들리 효과Bradley Effect에 대해 이야기했다. 잘 알려져 있듯 브래들리 효과란 선거에 출마한 유색인종 후보가 여론조사 때 높은 지지율을 기록했음에도 실제 투표에서는 그에 훨씬 못 미치는 득표율을 얻는 현상을 일컫는다. 많은 백인들이 자기 안에 숨어 있는 인종차별 심리를 감추기 위해 지지율 조사에서 유색인종 후보를 지지한다고 말하지만, 투표소에 가서는 백인 후보에게 표를 던지게 된다는 것이다.
그런데 기업에도 이 브래들리 효과가 적용되는 순간이 있다. 나에게 인력 추천을 의뢰하는 기업들 중에는 “남녀노소 불문, 학력 불문, 유능한 인재를 부탁합니다”라고 이야기하는 곳도 꽤?면 다른 이야기가 나오는 경우가 많다. 막상 채용의 순간에는 학력이나 경력 사항, 외국어 성적, 출신 지역 등의 조건들이 크게 작용하기 때문이다. 이런 관행 속에서 그동안 가장 이득을 본 것이 바로 평론가형 인물들이었다.
평론가들은 대체로 고학력자인 경우가 많은데다 똑똑하고 눈치가 빠르기 때문에 면접에서도 높은 점수를 받아왔다. 그들은 기업이 어떤 대답을 좋아하는지, 또 같은 질문이라도 A회사의 면접관이 원하는 답은 무엇이고 B회사의 면접관이 원하는 답은 무엇인지를 이미 잘 알고 있다. 어떤 질문에건 입맛에 딱 맞는 답을 갖추고 있는 이 ‘면접의 달인'들을 뽑았다가 남모르게 끙끙 앓고 있는 기업들이 의외로 많다. 면접관들을 대상으로 하는 강의를 다니다 보면 끝나고 와서 조용히 묻는 이들이 꼭 있는데, 그들의 절절한 눈빛은 정말 보기에도 딱할 정도다.
“오늘 말씀 잘 들었습니다만…… 실은 저희 회사에 아주 골치 아픈 사람이 있습니다. 그런데 이 사람이 들어올 때도 좋은 점수로 들어왔고 뭐 문제될 일을 벌인 것도 없어요. 저, 어떻게…… 이 사람 내보낼 방법 좀 없겠습니까?”
이들의 말을 들어보면 십중팔구 그 회사는 평론가 때문에 넌더리를 내는 중이다. 사정이 이런 지경이니 기업들이 인력 채용에서 나타나는 브래들리 효과를 극복할 방안을 고민하기 시작한 것은 사필귀정이다.

『회사가 붙잡는 사람들의 1% 비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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