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침의 세계화가 시작되었다

백인백색(百人百色), 사람들은 저마다 다른 특색을 가지고 있다. 그런 다양한 각각의 행동과 사고, 감정과 개성을 좌우하는 것은 바로 ‘뇌’이다. 뇌의 무게는 약 1,300그램으로 전체 몸무게의 2퍼센트에 불과하다. 하지만 뇌는 우리가 음식물을 섭취해 얻는 에너지의 20퍼센트를 소모할 만큼 왕성하게 활동하는 중요한 기관이다. 이런 뇌에 문제가 생긴다면 어떻게 될까?
“1년 열두 달 감기 한 번 걸리지 않던 사람인데…. 한 겨울에도 내의를 안 입고 견디는 사람이야. 가만히 있어도 열이 나 열이! 그런 내가….”
1970, 1980년대 강한 남성을 대표하는 액션 배우로 활약하던 김희라 씨는 7년 전 뇌졸중으로 쓰러졌다. 현대 의학에서 뇌졸중이라고 부르는 중풍은 뇌의 소동맥이 파열되거나 핏덩이로 인해 막혀 뇌 세포가 죽어서 생기는 병이다. 발병 당시 당뇨와 뇌졸중으로 몸이 마비돼 움직이지도 못하던 그가 선택한 치료법은 바로 침이었다. 과학의 발달로 인해 우리 한의학이 중풍이나 파킨슨씨병 같은 뇌 질환에도 효능이 있음이 밝혀졌기 때문이다.
“피와의 전쟁이야. 피와의 전쟁. 지금 대한민국이 피 때문에 병 걸린 사람들이 얼마인지 알아? 약 2천만 명. 피만 맑으면 병이 없어. 우리 조선족은 한방 침에 대해서 굉장히 중요시 여겨요. 체질상으로 가장 잘 어울리기도 하고.”
그는 꾸준히 침 치료를 받아 지금은 이전의 80퍼센트 정도의 회복을 보이고 있다. 영화배우 김희라 씨뿐만 아니라 침 치료를 선택하는 뇌졸중 환자들은 계속 늘고 있는 상태다. 실제로 뇌신경과 관련된 병을 앓고 있는 환자들에게 침 치료는 탁월한 효능을 보인다. 이런 현상을 과학적으로 어떻게 설명할 수 있을까?
우선 중풍을 앓고 있는 환자의 뇌에 침은 어떤 역할을 하는지 알기 위해 침 치료 전과 침 치료 후의 뇌 혈류 사진을 비교해보았다. 환자의 몸에 침을 꽂아 침 치료를 한 후 사진을 비교하니 혈류가 흐르지 않았던 주변부와 반대쪽 뇌 부분까지 혈류가 확장되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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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풍환자의 뇌혈류 스펙트(spect) 영상 >

환자의 몸에 침을 꽂아 침 치료를 한 후 사진을 뇌 혈류 사진을 비교하자 혈류가 흐르지 않았던 주변부와 반대쪽 뇌 부분까지 혈류가 확장된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잠자는 동안 우리의 뇌는 기억하기 어려운 부분을 파악해내고, 그 부분만을 중점적으로 해결한다. 그렇기에 다음 날 전체적으로 기억할 수 있다. 신기할 정도로 뇌가 알아서 기억하기 어려운 부분을 파악한다. 그런데 여기서 한 가지 의문이 생긴다. 잠만 많이 자면 똑똑해질 수 있는 것일까? 결론부터 말하면 물론 그렇지 않다. 낮잠을 잤던 밤잠을 잤던 간에 일정한 수면 시간이 지나면 기억력은 더 이상 향상되지 않기 때문이다. 수면이 기억을 향상시키는 데는 한계가 있다. 낮잠 후에는 기억이 어느 정도 향상된다. 하지만 낮잠을 자고 저녁에 또 잤다고 해서 기억력이 두 배로 증가되는 건 아니라는 것이다.

푹 자고 일어났을 때 머리가 가벼워지는 기분. 이제 왜 그런지 이해가 될 것이다. 아무리 열심히 배우고 연습하고 공부한들 잠을 안 자면 ‘말짱 도루묵’이다. 아직 수면의 비밀이 완전히 밝혀진 건 아니지만, 잠자는 동안 뇌가 훨씬 고도의 작업을 하고 있는 것만은 틀림없다. 그런 의미에서 과학적 충고를 해본다.
“공부 또는 일에 지친 사람들이여, 밤샘하지 말고 한숨 자고 일어나라!”

과학까페 [침 치료를 받은 후 정상적인 행동을 하는 파킨슨씨병에 걸린 쥐]

파킨슨씨병에 걸린 쥐에 침 치료를 하자 정상 쥐와 다름없는 속도 반응을 보였다.

지금까지 나온 결과로는 침을 놓으면 도파민 신경들이 보호가 잘 돼 파킨슨병에 침 치료가 기여할 수 있는 가능성이 크다고 경희대 침구 경락 과학연구소 박희준 교수는 말한다. 파킨슨병, 중풍, 우울증 등 뇌 질환자들의 몸에 뻗어 있는 경락 위의 혈을 침으로 자극하면 뇌뿐만 아니라 심장, 소장의 기능까지 함께 조절돼 몸 전체 균형에 도움을 준다는 것이다.
“우리 한의학 진단에 제일 중요한 요소가 맥진이죠. 맥진은 허준과 같은 명의 수준의 맥진을 하는 분이 있는가 하면, 한의원마다 그 편차가 큽니다. 그래서 이것을 한의사들 사이에서도 객관적으로 소통할 수 있는 언어가 있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렇게 하려면 결국 물리적으로 그 양들이 정확하게 비판이 된 진단기기를 통해서 출력되는 결과가 있어야 되겠죠.”
그래서 개발된 것이 한의사 대신 진맥을 해주는 ‘지능형 맥진기’이다. 한의사가 진맥하는 손의 느낌을 객관화하는 맥진기의 핵심은, 첨단 센서인 오감형(五感形)센서이다. 5개의 센서가 팔에서 정확한 맥의 위치를 찾아 맥파의 압력과 주파수, 그 폭과 길이 등을 측정해 진단을 한다. 그리고 첨단 센서를 통해 분석된 몸의 상태는 수치화되어 나타난다. 예를 들어, 어느 실험자가 맥진기를 이용해 진맥을 받았다. 그 결과 일상생활을 하는 데 어려움은 없지만 전체적으로 몸의 기가 약하고 신장과 대장 기능이 약해져 관리를 요한의 가능성을 보이고 있다.
침은 특히 신경학 분야를 중심으로 세계적 주목을 받고 있다. 이런 세계적 관심은 침 치료 시장을 선점하고자 하는 한국의 한의학에 새로운 도전이자 또 다른 기회가 될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한의학은 객관적이고 임상적인 데이터의 축적과 재연성이 확보된 진단 시스템의 구축을 통해 진단과 처방을 과학적인 실험을 통해 표준화해야 한다.

- 『KBS 과학 다큐멘터리 과학카페』도서 중에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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