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을 많이 자면 똑똑해진다?

기억의 메커니즘은 ‘신경 회로망의 변화’이다. 기억은 정보처리의 고정화인데, 특정의 신경 회로에 자극이 들어왔을 때 그것을 고정시킨다. 그리고 다음에 그와 같은 회로에 정보가 들어오면 앞에서와 같은 정보처리가 행해진다. 학습이나 기억이 만들어질 때는 신경끼리의 접속 방식이나 전달 양식이 변하여 새로운 정보처리가 행해지게 되고, 이것이 장기간에 걸쳐 보존된다. 우리가 겪는 경험은 기억으로 뇌에 새겨지고, 그 기억은 뇌에 고정되어 있다. 모든 뇌의 기능은 뉴런과 시냅스에서 일어나는 일의 조합으로 설명할 수 있다. 즉 시냅스는 수많은 정보를 끊임없이 주고받는 두뇌 속의 초고속 반도체라 할 수 있다.
우리 몸에는 약 1,000억 개의 뉴런이 있다. 이것은 은하계에 있는 별의 숫자와 맞먹는 숫자이다. 대부분의 뉴런은 이웃해 있는 수천 개의 세포와 연결되어 있다. 정신이 아찔할 정도로 감을 잡을 수 없는 장대한 세계, 이런 세계가 우리 뇌의 모습이다. 우리 뇌에는 전기 신호를 전달하는 기능에 특화된 세포 ‘뉴런(신경세포)’이 모여 천문학적 규모의 정보사회를 이루고 있는 것이다.
수면 과학의 권위자로 알려진 하버드대학교 메튜 워커 교수는 잘 안 풀리는 일이 잠을 잔 후 간단하게 해결되는 경험을 실험으로 입증했다. 특히 어려운 동작일수록 수면 그룹이 비수면 그룹보다 훨씬 잘 수행한다는 것이었다. 쉬운 부분보다는 실험자가 어려워했던 부분이 수면 후 거의 60~70퍼센트 개선되었던 것이다.

<수면 전후 행동 기억 테스트>

’손가락 운동 학습 실험’을 통해 잘 안 풀리는 일이 잠을 잔 후 간단하게 해결된다는 사실을 입되었다.

잠자는 동안 우리의 뇌는 기억하기 어려운 부분을 파악해내고, 그 부분만을 중점적으로 해결한다. 그렇기에 다음 날 전체적으로 기억할 수 있다. 신기할 정도로 뇌가 알아서 기억하기 어려운 부분을 파악한다. 그런데 여기서 한 가지 의문이 생긴다. 잠만 많이 자면 똑똑해질 수 있는 것일까? 결론부터 말하면 물론 그렇지 않다. 낮잠을 잤던 밤잠을 잤던 간에 일정한 수면 시간이 지나면 기억력은 더 이상 향상되지 않기 때문이다. 수면이 기억을 향상시키는 데는 한계가 있다. 낮잠 후에는 기억이 어느 정도 향상된다. 하지만 낮잠을 자고 저녁에 또 잤다고 해서 기억력이 두 배로 증가되는 건 아니라는 것이다.

푹 자고 일어났을 때 머리가 가벼워지는 기분. 이제 왜 그런지 이해가 될 것이다. 아무리 열심히 배우고 연습하고 공부한들 잠을 안 자면 ‘말짱 도루묵’이다. 아직 수면의 비밀이 완전히 밝혀진 건 아니지만, 잠자는 동안 뇌가 훨씬 고도의 작업을 하고 있는 것만은 틀림없다. 그런 의미에서 과학적 충고를 해본다.
“공부 또는 일에 지친 사람들이여, 밤샘하지 말고 한숨 자고 일어나라!”

<수면 시간과 기억력의 상관관계>

수면 시간이 길다고 기억력이 향상되지 않는다

- 『KBS 과학 다큐멘터리 과학카페』도서 중에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