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1. 실연에 현명하게 대처하는 방법 

 

  실연은 연인에게는 갑작스럽게 닥친 재난이고, 9·11 테러와 같은 충격이다.

  그래서 사랑하는 사람을 떠나보내고 멍한 표정으로 가슴을 쥐어뜯으며 생각한다. ‘이 상처는 결코 잊지 못할 거야.’ 마지막 나눴던 이야기, 이별의 순간, 마지막 표정, 그 장소와 시간 등에 대해 ‘결코 잊지 못할 것’이라고 말한다. 그러나 불행히도, 아니 정말 다행스럽게도 ‘결국 잊게 될 것’이다.

  캘리포니아 주에 있는 클레어몬트대학원 심리학과 케티 페즈텍Kathy Pezdek 교수에 따르면 결코 잊지 못할 기억은 없다. 그는 어렸을 때 성추행을 당한 사람을 대상으로 한 1994년 연구나 2001년에 있었던 9·11 테러 유가족을 대상으로 한 연구를 통해 이같은 사실을 발견했다. 사람들의 잊지 못할 사건에 대한 기억은 다른 사실들과 뒤섞이거나 자신들이 믿고 싶어하거나 원하는 방향으로 꾸며지기 일쑤라는 사실을.

  처음 9·11 테러가 발생했을 때 많은 사람들은 촉각을 곤두세우며 텔레비전 앞을 떠나지 않았다. 관련된 모든 것을 기억할 것을 다짐하거나 적어도 많은 것을 잊지 못할 것이라고 생각했다. 지금은 어떤가? 처음 뉴스를 들었던 순간 이외에 사건의 진행 과정, 주변 사람의 반응, 그때 자신의 심리 상태를 얼마나 기억하고 있는가?

케티 교수는 사건이 터진 지 7주 후, 22개의 설문지를 돌렸다.

  “펜타곤이 공격받은 것은 세계무역센터가 무너지기 전인가, 후인가?”

  “첫 번째 건물이 무너지고 나서 몇 분 뒤에 두 번째 건물이 무너졌는가?”

  모든 매스컴이 앞다투어 사건 정황을 보도하고 한 통계에 따르면 미국인들은 1주일 동안 평균 14시간 동안 9·11관련 뉴스를 시청했다고 한다, 사람들끼리 활발하게 이야기를 나누던 당시 이런 질문을 하면 망설임 없이 대답을 한 사람이 많았을 것이다.

  그러나 1년 후, 3년 후, 5년 후. 반응은 달라졌다. 여러분은 어떤가?

  기억을 잘 못한다고 이상할 것 하나 없다. 케티 교수는 당시 9·11을 온몸으로 체험했던 뉴욕 사람들조차 사건이 벌어진 순서나 세부 내용에 대한 기억이 하와이 사람만큼 선명하지 않음을 밝혀냈다. 당시에는 절망감에 휩싸여 절대 잊을 수 없을 것이라고 한 바로 그 사람들이 말이다.

  세상에 잊지 못할 일은 없다. 기억할 수 있는 것은 역설적이게도 잊혀지게 되어 있다. 억지로 꺼내 지켜내려 해도 왜곡되기 쉬운 것이 기억이다. 실연의 상처가 아무것도 아니어서도, 슬픔의 깊이가 얕아서도 아니다. 허탈하지 않아서도 아니고, 다른 기쁨이 가슴을 채워서도 아니다. 인간의 기억이 그렇게 작동하게 만들어졌다.

  그러니 실연의 상처를 결코 잊지 못할 것이라고 생각하며 자신을 괴롭히지 말자. 기억은 떠나가는 것임을, 떠나갈 수밖에 없는 것임을 담담히 받아들이자. 받아들이는 순간 실연의 상처는 그나마 쉽게 떠나갈 것이다. 아예 없던 일이 될 수는 없지만, 그런 일이 있었다는 사실에 대한 기억 자체가 없어지는 것은 아니지만, 적어도 온몸을 감쌌던 상처의 크기는 상처를 줄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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