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지막 책장을 덮은 밤, 꿈에 히사요가 나왔다. 분을 바른 듯 뽀얀 얼굴을 무겁게 자른 앞머리가 이마까지 덮고 있었다. 유독 까만 동공이 큰 그녀의 눈망울이 웃는 건지, 우는 건지 나는 몰랐다. 히사요의 긴 머리칼이 바람에 나부꼈다. 밑단이 레이스로 수놓아진 하얀 원피스 자락도, 함께.

 

『유지니아』는 한 편의 동화 같았다. 분명 추리소설이었지만, 물방울이 된 인어공주를 읽어내려가던 그 시절처럼 가슴이 뛰었다. 마치 아무도 듣지 않는 신청곡처럼, 애잔하고 슬픈 느낌.

 

히사요는 일가족이 몰살되고 이웃마저 죽임을 당한 독살 사건의 유일한 생존자다. 경찰은 그녀에게 기대를 걸지만, 그녀는 눈이 멀어 용의자를 볼 수 없던 상태. 이야기는『우행록』과 같은 인터뷰 형식, 더불어 다양한 시점으로도 전개된다.

 

『유지니아』를 읽다 보면 뚜렷한 의미를 지닌 것들만 아름다운 건 아니라는 걸 느끼게 된다. 파도처럼 뼛속을 들랑거리는 애틋함과 섬세함에 그저 몸을 맡기게 되는 거다. 이 책엔 우리가 끝내 알 수 없는 것들이 담겨 있고, 서서히 차올라 독자의 무릎을 치는, 더 나아가 기어이 무릎을 꺾게 만들고 마는 힘이 있다.

 

『유지니아』를 온다 리쿠 추리 소설의 정점이라 해도 과언이 아닐 거다. 미스터리와 인간 존재 성찰, 두 마리 토끼를 다 잡은 작품이기 때문이다. 지금까지 온다 리쿠는 다양한 작품들에서 다채로운 그만의 기법을 뽐냈다. 그러나 『유지니아』만큼 스토리, 캐릭터, 작법의 삼박자가 딱 들어맞는 소설을 찾기란 어려울 것 같다.

 

누구든지 이 책을 한 번 펼치면 손에서 놓을 수 없고, 아무리 거부해도 마법같은 이야기에 몸을 내맡길 수밖에 없으리라. 매혹의 끝이 이 책에 있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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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다리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