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언』은 무겁다. 그리고 무섭다. 물론 책의 내용은 잔인하다. 그러나 그래서 무서운 건 아니다. 책 말미, 마리오 리딩이 독자들에게 던지는 질문이 무섭다. 또한 무겁다. 과연 책장을 덮은 뒤, 독자들 개개인은 각각 무슨 생각을 하고 있을까? 어떤 대답을 준비할까?

 

과거에도 그랬고 지금도, 노스트라다무스라는 이름은 인류에게 많은 생각을 하게 한다. 그의 예언 중 상당 부분이 맞아 떨어졌고, 아직도 '세기말'이라고 하면 그의 이름이 먼저 생각날 정도다. 그는 총 1,000개의 예언으로 인류의 미래를 예측했다고 하는데 그 중 58개는 행방이 묘연하다. 이 책은 그러한 사실에서 시작, 사라진 노스트라다무스의 예언을 좇는다.

 

역사 깊은 거대 암흑조직과 개인들의 싸움은 이미 많은 소설과 영화에서 그려져 왔다. 그러나 그것들은 항상, 거대한 조직과 개인의 싸움이라는 점에서 사람들의 긴장과 상실감을 불러일으키곤 했다. 신선하게도 마리오 리딩은 어쩌면 독자들에게 처음일 수도 있는 조직을 제시한다. 도입부부터 등장하는 이 조직 역시 읽는 이의 온갖 상상력과 호기심을 자극한다. 하지만 역시, 좀 무섭다.

 

나는 이 책의 어두운 면보다는 밝은 면에 끌린다. 어이없이 살인자로 몰리면서 집시들과 예언의 시를 찾아 떠나는 주인공, 작가 사비르는 책장을 넘길 때마다 내적 성숙을 이룬다. 소심하고 겁많은 한 남자가 많은 사건과 맞부닥치며 점점 영웅적 기질을 내면에서 끌어낸다. 이것처럼 재미있는 게 또 어디 있겠는가. 사비르의 내적 성숙을 돕는 두 집시 친구들 역시 흥미롭다. 귀여운 좌충우돌 용기만점 캐릭터 알렉시와 매력적이고 개성 넘치는 욜라. 이들을 통해 저자 마리오 리딩은 책장마다 다채로운 집시 문화의 파노라마를 펼쳐놓았다. 상당한 고증과 관찰을 통해 이뤄졌을 집시 문화는 행간마다 넘치고, 문장마다 흘러 그것만으로도 충분히 이 책의 장점이 돼 준다.

 

그래도 역시 무겁다는 건 이 책의 단점이다. 작가는 평생에 걸쳐 노스트라다무스를 연구한 사람이다. 아는 게 너무 많은 사람은 타인에게 자신이 아는 모든 걸 가르쳐주고 싶어 한다. 그러나 지식을 전달 받는 독자 입장에선 이게 좀 과하다, 싶기도 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자꾸만 다음 사건이 궁금해지는 건 역시 이 책의 장점이리라.

 

이 글 서두에 무겁고 무서운 질문 이야기를 했다. 오랜 시간 고민 끝에 내린 내 결론은 이거다. 이 모든 것의 사실과 거짓을 떠나 2012년에도 난 한 그루의 사과 나무를 심을 것이다. 여전히.

 

ⓒ Hyang 2010

 

노스트라다무스, 예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