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권으로 읽는 삼국지』! 표지부터 뭔가 시크해요. 왠지 딱딱하리라 생각돼 삼국지 근처에 다가가지도 못한 분들! 어서어서 문질문질~해보시고 팔락팔락 책장도 넘겨 보세요 ^^
'100번 읽어도 100번 새로운' 삼국지 열 권을 축약해 한 권으로 만들었어요. 읽어보니 삼국지 열 권을 다 읽기 부담스러운 분들께 아주 좋을 것 같아요. '집합' 부분만 새까맣게 손때 묻은 수학의 정석처럼 『삼국지』를 펼 때마다 1장 '도원결의'만 주구장창 읽으신 분들, 많으시죠? 그런 분들께 이 책을 추천해 드려요!
열 권짜리 삼국지를 읽은 저로서는, 군데군데 축약된 사건들이 자꾸 떠올랐어요. 만약 삼국지 전권을 다 읽으신 분이라면, '어라~ 이 얘긴 왜 없어?' 하실 수도 있어요. 그렇지만 그런 부분들은 아주 세세한 부분들이라 처음 읽거나 가볍게 한 권으로 끝내고 싶으신 분들껜 별 어려움이 아닐 것 같네요.
한편, 이 책의 장점이라면 각 장이 끝날 때마다 삽입돼 있는 '삼국지 깊이 읽기'를 들 수 있을 것 같아요. 저는 특히 '초선의 수수께끼'가 재미있더군요.
당대의 영웅 동탁과 여포 사이를 이간질해 동탁의 몰락을 재촉한 그녀의 치명적인 매력은 독자들로 하여금 줄곧 그녀의 말로를 궁금해하도록 만든다. 그러나 소설 《삼국지》에서는 여포가 그녀를 첩으로 삼아 서주로 데려간 이후 그녀의 행적에 대해서는 전혀 다루지 않았다. 여포가 조조의 포위 공격으로 붙잡혀 죽임을 당한 후 그녀는 어떻게 되었을까? 이와 관련해 아무 언급이 없기 때문에 후대의 문인들이 임의로 그녀의 나머지 생애를 상상해 글로 남기기도 했다. (64p)
후대의 문인들이 초선의 나머지 생애를 상상해 남긴 글, 왠지 읽어보고 싶지 않으세요?
삼국지에는 정말 많은 인물이 등장하죠. 그 중에서도 초선은 조운과 함께 제가 좋아하는 캐릭터 중 하나랍니다. 우리나라의 논개와 흡사한 설정인데, 좋아하지도 않는 사람들에게 순결을 바쳐야 하다니 얼마나 가슴이 미어졌겠어요. 어쩌면 그녀가 사랑한 사람은 왕윤이었는지도 모르겠어요. 아니라면 후에 여포를 진심으로 사랑하게 됐을까요? 모르겠어요.
다시 읽어도 '죽은 동탁의 배꼽에 심지를 박고 불을 붙여 등불로 삼았는데 기름이 흘러 땅에 흥건했다'는 이야기는 흥미로워요. 그런데 책 말미에 삼국지 명언을 간추려 놓은 것도 그 못지 않아요.
장수의 길은 이겼어도 기뻐하지 않고 패했어도 근심하지 않는 것이다.
합비 전투에서 손권을 격퇴한 장요가 승리를 거두고 자기 진영으로 돌아와 한 말이다. 승리했다고 방심하지 말고 경계를 삼엄히 하라는 뜻이다. (544p)
이 글귀를 보곤, 장수의 길은 참으로 외롭고 쓸쓸하겠구나 싶었습니다. 도무지 기뻐하지도 말고 근심하지도 말라면 인생의 낙이라곤 없는 거잖아요?
무튼, 『한 권으로 읽는 삼국지』는 아직도 삼국지를 한 번도 안 읽어보신 분들이나 다시 한 번 삼국지를 읽고 싶은데 전권을 다 읽고 싶진 않다~ 하시는 분들이 읽으면 좋은 책입니다. 비록 축약되긴 했지만 문체나 글귀 면에서 나무랄 게 없는 책이거든요.
'삼국지를 읽는 자, 사람을 얻고 삼국지를 다시 읽는 자, 세상을 가질 것이다!'라는 말, 꼭 기억하세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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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평] 한 권으로 읽는 삼국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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