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굴장이라는 단어가 낯설다.

여기에서 여주인공이 말하길 채굴장은 “ 터널을 파나갈 때 제일 끝에 있는 지점” 이라고 설명을 하고 있는데, 탄광업이 쇠퇴한 일본의 어느 섬이 이 소설의 주 배경이기에 나올 수 있는 단어이다.

이 책에서의 채굴장은 여주인공 아소 세이의 엄마가 십자가 조각상을 발견한 곳으로, 그 십자가 조각상을 아버지에게 선물하였고 두 분이 돌아가신 지금은 남편의 화실의 벽에 걸려 있다.

세이는 섬의 초등학교 양호선생으로 화가인 남편 요스케와 고향인 섬에서 살고 있다.

섬에 하나밖에 없는 초등학교의 쓰키에 선생님, 동네 할머니 시즈카 그리고 어느 날 도쿄에서 온 신임교사인 음악선생 이사와 사토시가 이야기를 이끌어가는 주요 인물들이다.

세이는 남편 요스케와의 사이가 아주 좋고 행복하게 살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사와의 등장은 세이의 고요한 삶에 파문을 일으킨다.

세이는 시즈카 할머니 집에 자주 드나들며 친구처럼 돌본다.

그녀가 이사와에게 흔들리는 것을 눈치 채는 시즈카 할머니, 그리고 쓰키에 선생.

사랑에 빠졌지만 남에게 들키지 않으려면 뛰어난 연기력이 필요할 지도 모른다.

나에게는 아름다운 감정일수도 있으나, 남에게는 불륜으로 손가락질 받을 수 있는 것이 사랑이다.

세이와 요스케, 쓰키에와 본토씨라고 불리는 유부남 애인, 그리고 이사와의 관계가 사랑 이라는 이름으로 얽혀 있다.

세이와 요스케 사이에 이사와의 사랑은 어떻게 표현해야 할까?

쓰키에와 본토씨의 사랑은 섬에서는 어느 정도 인정되는 분위기이지만, 아내가 있는 본토씨와의 관계를 우리는 어떻게 부를 수 있을까?

3월부터 다음해 4월까지의 약 1년간의 이야기, 섬의 생활에 조금은 따분했을지도 모를 세이에게 어느 날 다가와 작은 바람을 일으켜준 이사와와의 만남과 이별 이야기라고 간략하게 설명할 수 있다.

세이에게 오랫동안 친구처럼 따스했던 시즈카 할머니는 돌아가시고, 이사와는 섬을 떠난다.

사랑이 남기고 간 흔적은 지우고 조용히 가슴에 묻는다.

이사와가 남기고간 십자가를 땅에 묻은 것처럼.

이 책에서 특이한 점이 있다면 첫째, 세이가 이사와를 보며 떠올리며, 책에서 자주 언급 하고 있는 ‘미시루시’의 정확한 뜻을 알지 못한다는 점이다.

일본어를 잘 모르기도 하지만, 책에서도 “미시루시”라고 일본어로만 나와 있고 설명이 되어 있질 않아 의미는 대강 오는 것 같지만, 더 자세히 수 없어 아쉽다.  

둘째, 섬사람들을 표현하기 위해 사투리를 쓴 것인데, 조금은 표현에 무리가 아니었나 생각이 든다.

내 곁에 분명 내가 사랑하고 나를 사랑해주는 사람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다른 사람이 내 눈에 들어오는 경우에 우리는 어떤 선택을 해야 할까.

아니라고 고개를 저어도 지금까지와는 다른 눈빛을 가지게 되고, 다른 사람들에게 감출 수 없는 것, 그게 바로 사랑이기에...

사랑이란 것이 때때로 제어가 안 될 때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