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리는 게 좋아. 그래서 이기고 싶은 거야."

사이버 포뮬러 더블원에서 강진우(하야토)의 대사다. 평소에도 곧잘 인용하지만, 얼음나무 숲을 읽으면서도 어째서인지 이 말이 떠올랐다.

얼음나무 숲의 세계에 사는 사람들은 하나같이 음악을 사랑한다. 각자 방법이 다르고 형태가 달랐을 뿐. 음악을 느낄 수 없다고 말하는 백작에서부터 음악에 대한 광기로 뭉친 살인자까지 그들이 향하는 곳에는 음악이 있었다.

레이스가 좋아서 위험을 알면서도 이기고 싶어 서킷을 달리는 레이서들처럼, 그들은 음악을 사랑했기에 타인과 자신을 희생하면서까지 최고의 음악, 음악의 완성을 향해 내달렸다.

음악이 아니더라도, 다른 무엇이라도 상관없다. 자신의 모든 것을 바쳐 추구하고픈 어떤 것. 얼음나무 숲의 음악은 그 모든 것의 아름다운 은유다.

나의 음악은 무엇일까. 당신의 음악은 무엇인가.



평소에도 책을 읽을 때는 음악을 틀어 놓는데, 이 책을 읽으며 나의 귀는 음악을 듣고 있지 않았다. 고요가, 바옐이, 혹은 에단이 연주하는 음악만이 귓가에 울린다.

이야기의 중심에 있는 것은 두 젊은 음악가. 자신의 음악을 이해해줄 단 하나의 청중을 찾는 것이 바옐의 음악, 바옐의 단 하나의 청중이 되는 것이 고요의 음악. 같은 음악을 듣고, 함께 연주를 해도 그들의 음악은 달랐다.

단 하나의 청중. 글로 치자면 단 하나의 독자.

마치 존재 자체가 허구인 것처럼, 누구에게도 이해받지 못하고 외롭게 방황하는 인생에서 단 하나, 나의 세계를 이해해 주고 거기에 공명하는 이가 있다면 그것은 엄청난 행운이겠지.

그리고 사랑 때문에 자신의 전부를 잃어버린 트리스탄의 음악, 무슨 짓을 해서라도 음악을 완성하고자 하는 듀프레의 음악, 오직 자격을 갖춘 주인에게만 자신의 소리를 허락하는 여명의 음악조차도. 그 모습이 시기, 동경, 집착, 광기…… 그 무엇이든 그들은 각자의 음악을 추구하고 그것에 충실했다.

음악으로 맺어진 그들이지만, 각자가 추구하는 음악이 다르기에 서로 겉돌며 어긋난다. 그러나 결국 그들을 엮어주고 치유하는 것도 음악.

여행의 끝에서 만난 소녀는 "나 자신을 위해 연주한다."고 말했다. 그것 역시 소녀만의 또 다른 음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