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사님이 쓰신 동화라는 것도 흥미롭지만, 그 소재가 다른 것도 아닌 ’거미’라는 점이 또 감동 백배다.

대체로 거미는 사람들에게 혐오스런 존재다. <샬롯의 거미줄>이 유명하기는 하지만, 대부분의 영화나 문학에서도 거미는 사악하고 공포감을 주는 대상으로 그려지기 일쑤고. 그래서, 여사님이 거미를 이렇게 아름답고 감동적인 이야기의 주인공으로 만들어줬다는 점이 고맙기까지 하다.

짧고 단순한 내용이지만, 이 짧은 이야기안에 기발한 상상력과 극적인 반전, 감동적인 결말을 엮어내는 것을 보면 역시 대가는 다르구나 싶다.

본문에서는 거미집 짓는 일을 노래 부르기에 비유하기도 했지만, 여러 가지로 생각해 볼 수 있을 것이다. 리스의 거미집은 그 자체로 한 폭의 그림이기도 하다. 또는 글쓰는 일로 연결지어 볼 수도 있으리라. 뭔가를 만드는 일, 아름다움과 완벽함을 추구하는 모든 행위가 어떤 면에서 이것과 닮아 있다는 느낌이다. 과연 ’그 무엇’을 우리는 작은 거미 리스 만큼 열심히 하고 있을까.

이 책에서 유일하게 아쉬운 점이라면 앞에 실린 해설. 이건 완전히 미리니름에 정답 주입용이다.

책의 내용을 다 알려주고 있을 뿐만 아니라, "이 책은 이렇게 읽어야 해"라고 대놓고 가르치고 있다. 진정한 아름다움이 무엇인가에 대해 질문을 던지는 것이 물론 이 책의 중심 내용이기는 하지만, 꼭 그렇게 읽을 필요는 없다. 그리고, 앞의 것이 뒤의 것보다 더 아름답다고 여길 수도 있다. 그건 개인의 취향과 기준에 따라 다른 거지 "이게 정답"이라고 강요하는 식은 짜증난다.

설마 "어린 아이"니까 가르쳐줘야 한다고 생각하는 건가. 스스로 느끼고 생각할 여유도 좀 주자.

두 종류의 거미줄이 각기 그 나름의 아름다움을 갖고 있다고 생각한다. 작은 방안에 갇혀 있을 때는 볼 수 없었던 새로운 아름다움을 바깥 세상에서 발견한다는 점이 이 이야기가 주는 감동이고.

어쩌면 뭐가 더 아름다운 거미줄이냐는 별로 중요하지 않을지도 모른다. 나에게 가장 아름다운 것은 그 거미집을 짓고 있는 작은 거미 친구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