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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스포 있음.

실버라이닝(silver lining): 구름 가장자리에서 퍼져 나오는 빛.

이 책은 2008년에 쓰여진 책으로, 영화가 2013년에 국외/해외 개봉하자 국내에서도 2013년에 번역된 책이다.

팻은 성격과 심리는 엄청 단순한 인물이지만, 사고(아내 니키와 이별하고, 정신병원에 감금되고)로 기억을 상실...

이라기보다 아예 망각해버려서.. 도대체 그 주변에 무슨 일이 일어난 건지 수수께끼를 가진 인물이다.

팻 본인은 자신이 니키와 이별한 이유나 형태에 대해 왜곡된 기억을 갖고 있고,

정신병원에서 나온 팻이 니키의 근황을 물을 때 마다, 온 가족이 뭔가를 숨기며 얼버무린다.

그리고 팻은 케니 지의 노래를 아주아주 싫어해서 그 노래가 나올 때 마다 분노를 주체하지 못하고 폭주하려는 자신을 억눌러야 한다.

미식축구 이글스 팀의 팬으로, 동생이 선물한 행크 배스켓#84의 진품 유니폼을 자랑스럽게 입고 다닌다.

이 주인공은 현실 인지도 제대로 되지 않아서, 감금 이후 2년이 지났는데도 단지 2개월만이 지났다고 생각한다.

"니키와 나는 별거 중이고, 곧 다시 합치게 될 거다. 그 날을 위해 몸도 만들어서 건강해지고, 친절한 사람이 되도록 노력해야지."

라고 되뇌이면서 운동을 하는 것에 강박관념을 갖고 사는... 아주 단순한 사고방식만 가능한 남자.

앞뒤 분간 못하고, 현실 파악 못 하는, 그냥 앞만 보고 달려가면서 해피엔딩을 믿는 철부지 바보 같은 느낌.

실제론 32(34?)세인데 하는 짓과 사고는 10대 청소년....

그런데 이 바보 천치 같은 팻이, 처음엔 미련하고 멍청해보여서 "뭐 이런 병신이 있어." 하는 기분으로 읽었는데,

이 순진하고 솔직한 남자와 점점 동화되는 걸 느낀다.

사고로 인해 정신연령이 이렇게 어려진 거 겠지만, 다 나은 후에도 이렇게 솔직하고 천진했으면 하는 바람이다.

니키는 무심, 시크한 면이 매력적인 여성이란 느낌이다.

남편을 잃은 후 심리 상태가 악화되어 정신과 상담을 받는 니키는

자포자기 심정으로 아무 남자와 즐기는 헤픈 여성으로 소개된다(팻의 친구 로니에 의해).

실제로 팻과 처음 만났을 때도 팻을 쉬운 남자로 여겨 노골적으로 유혹하지만,

니키만을 생각하고 있는 팻이 거절을 하자 큰 충격을 받는다.

마치 F4같은 순정만화에서 "날 때린 여잔 네가 처음이야." 하는 것 같은 충격이랄까.

그 이후 니키는 이 팻이란 남자가 자기의 강박적인 심리상태를 낫게 해줄 사람이라고 믿게 된다.

팻이 나타난 건 운명이라고 믿으며, 서로에게 필요한 존재라고 믿게 되어 그 주변을 배회한다.

근데 이 여자는 적극적인 대시는 전혀 하지 않는다. 팻이 조깅을 하고 있으면 멀찍이 떨어져서 같이 뜀박질을 한다.

뭐, 흔히 말하는 '츤츤츤츤'... 데레 따위는 보이지도 않음 ㅎㅎㅎㅎㅎㅎㅎㅎ

그런데도 이 단호하고 강한 척 하는 니키가 너무 매력적이다.

팻을 휘어잡을 줄 아는 그녀의 강인한 면모가 후반부에서 아주 잘 드러난다.

그리고 마지막엔 심지어 아주 연약하고 상처 받은 한 아리따운 여인으로 둔갑해버리는... 정말 신기한 여자.

이런 여자가 나는 되고 싶었지 ...

마지막 2장이 정말 따스하게 다가온 소설이다. 왜 제목이 실버라이닝인지도 밝혀지는 부분.

철부지 같던 팻이 현실을 받아들이게 되고, 그와 동시에

니키를 아주 사랑스럽고 상처 받은 연약한 여자라고 받아들이게 되는 대목은 정말 뭉클한 장면이다.

그리고 팻에게 큰 실수를 해서 미안한 마음에 상처 받고 연약해진 니키가 팻에게 받아들여지는 장면에서

진짜 "으앙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이 님들이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하고 폭풍 감동.

팻 주변인물 이야길 해볼까.

먼저 아빠. 아주 전형적인 캐릭터

"스포츠 관람 겁나 좋아해. 가정사? shit 이 정도 했으면 됐지 뭘 더 바래. 내가 가장으로서 뭐가 문제가 있음?"

제일 가관인 건 이글스가 경기에서 이기면 다음 경기까지 기분 up 되는데 (그렇다고 자상해지는 것도 아님;)

지면 주변 사람들을 모두 적으로 돌려버릴 수 있는 개차반이라고 하면... 과언이려나.

심리상태가 망가진 이후의 팻은 이 아빠 눈치를 무지무지 본다.

팻 심리 묘사 중 많은 부분이 "내가 이걸 해내면 아버지가 좋아하실까? 나랑 같이 저녁을 먹어주고 말도 걸어주실까?"

이런 부분으로, 아버지를 만족시켜주고 싶어하는 욕구가 느껴진다.

팻 엄마도 남편에게 최대한 맞춰주고 살려고 하지만, 나중엔 폭발해서 파업(?!)까지 해버린다.

팻 아빠가 이 모양(!)이기 때문에, 팻이 정신적으로 개선돼가는 과정에서 아버지와 화해하고 서로를 이해하려고 하고 하는 부분들이

오히려 감동적으로 다가오는 효과가 있다.

부모가 다 팻을 지지하고 "우쭈쭈 내 새끼. 내 강아지." 이런 식이었으면 전혀 다른 식으로 이야기가 전개됐을지도 모를 일.

위에서 잠깐 말했지만, 팻 엄마는 정말이지 과보호가 심한 여성이다.

팻이 정신병원에서 2년을 지낸 것과, 그녀가 엄마라는 사실을 감안하면 이해가 되는 부분이다.

실제로 이 엄마는 팻의 동생 제이크에 대해서는 그다지 관심이 없다;

팻의 심리 치료사 클리프. 인도계 사람으로, 그 지역 최고의 심리치료사로 묘사된다.

미식축구의 광팬이라는 점에서 팻에게 치료사가 아닌 "친구"로서 다가간다.

어린 시절 친구 로니와 그의 아내 베로니카.

팻은 자기가 병원에 있는 동안, 로니가 한 번도 찾아오지 않았다는 점에서 그를 탐탁치 않게 여겼다.

티파니는 베로니카의 언니로,

로니와 베로니카는 고향에 돌아온 팻에게 티파니를 소개시켜주는 장본인이다.

또 다른 친구 스콧과 스콧의 친구인 다른 뚱보 미식축구 팬들 약 50명은 팻과 팻의 동생 제이크와 함께 경기장에 자주 간다.

주변 인물들의 외모나 성격, 간단한 배경까지, 간략하지만 생생하게 전달돼온단 점이 매우 흥미로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