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의 자연철학자 윌리엄 휴얼(William Whewell)은 학문 간의 넘나듦을 지칭하기 위해 통섭(Consilience)이라는 단어를 만들었다. 이 조어는 에드워드 윌리엄의 통섭이라는 책을 통해 우리나라에도 잘 알려진 개념이 되었고 지금도 다학제간의 지식의 통합을 통섭이라고 하고 있다. 저자는 우리의 식문화는 이미 통섭이 반영된 문화라고 하며 이제 통섭을 받아들이고 그것을 이해하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우리의 비빔밥은 갖가지 것들이 섞여 어우러진 훌륭한 음식이란 말에서 시작해서 그는 이 책에 '통섭의 식탁'이라는 이름을 붙였다. 그리고 각 장에 에피타이저 메인 일품요리 디저트 등의 이름을 붙여 여러가지 학문이 서로 융합하여 탄생한 수많은 책들에 대한 리뷰를 실었다.

 

생물학과에서 박사 학위를 딴 만큼 저자는 이 책에서 생물학, 진화학과 같이 이공계 관련 내용을 많이 소개하고 있다. 다소 생물에 국한해서 책을 편식하는 성향이 있지 않나 오해할 정도로 소개하는 책이 모두 자연과 관련된 책이라 당황스럽지 않다곤 할 수 없다. 아무리 좋은 책이라도 비슷한 류의 책들이라면 계속해서 읽는 데서 지루함을 느끼게 된다. 그러나 저자는 제인구달을 비롯한 많은 학자들이 자연에서 동물과 교감하며 겪은 바를 엮어낸 책에 대해서 많이도 설명한다. 그리고 그 책 각각이 갖고 있는 매력에 대해서 소개한다. 비슷한 류의 책 모두에 애정을 가질 수 있는 순수한 열정에 대해선 감탄하게 된다. 

 

통섭이라는 책을 읽었다면 사회진화학, 진화심리학 등의 생소한 학문들이 왜 생겨났는지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이제 단순 일반 학문에만 파고 들어선 새로운 걸 찾아낼 수가 없다. 더 넓게 보고 더 많은 것들을 연결시켜서 창의성을 발휘해야할 시대인 것이다. 그러나 그러한 시도가 항상 성공적인 것은 아니다. 시선을 넓히는 것은 좋으나 언제까지나 자기 자리는 지키면서 시도해야 하는 것이다. 간혹 사회진화학, 진화심리학 등의 새로운 통섭 학문에 대해 회의적인 시선을 던지는 사람들은 이러한 그들의 지나친 열정에 우려한다. 너무 새로운 것을 찾아내려는 데 급급하다가 본래의 것을 잃을 수 있다는 것이다. 이러한 의견에 대해서 저자는 소개하지 않는다. 어디까지나 통섭학문들은 새로워서 가치가 있고 대단한 것이라고 본다.

 

마지막 장 퓨전요리에서 드디어 생물이라는 대전제를 달지 않은 책들이 등장한다. 경제라는 대전제가 붙은 책들을 소개 하면서 이 책이 '통섭'을 다루려고 했다는 걸 내비치려 한다. 통섭이라는 것은 단지 자연과학이 인문과학 지식을 조금 갖고 와서 합친 새로운 자연과학이 아니다. 에드워드 윌슨은 종교, 예술계, 철학 분야 등 많은 인문 분야들도 자연과학과 융합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리고 대개의 통섭의 바탕에는 우리 인간을 지배하는 어머니인 '환경'이 바탕이 되어야 한다는 것도 빼놓지 않았다. 그런데 이 책은 인문과학을 가져온 일련의 자연과학 관련 책들에 대해서만 리뷰하고 있다는 인상이 강하다. 들판에서 자연을 연구하고 동물과 교감한 이야기들, 자연 속에서 살아가는 홀연한 인생의 회고록, 동물들이 갖고 있는 엄청난 능력에 비하면 얼마나 인간은 보잘 것 없는가, 인간은 환경을 파괴하면서 왜 어리석게도 스스로의 자멸을 초래하고 있는가 등등 본론은 자연에 맞추어져 있다. 간혹 철학적 사고가 깃들어 있기는 하지만. 그러니 인문사회 분야에서 어떤 통섭이 일어나고 있는지에 대한 정보는 거의 얻기가 힘들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무수히 많은 좋은 책들을 소개하며 솔직한 리뷰를 달아준 데에 대해 공감해보면서 읽는 재미가 있을 것이다. 식탁에 빗대어서 지식을 이야기 하는 것도 참신한 시도이다. 자연과학에 대해서 생소하게 느끼는 사람들이 편히 읽을 수 있는 책이라는 데 그 강점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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