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의 공포소설,괴기소설, 잔인한 추리소설에 익숙해진 사람이라면 고전이 된 이 책에서 익숙한 공포를 찾기란 어려울 것이다. 괴물에 대한 생생하지 않은 담백한 묘사는 실망스럽고, 전율이라곤 느껴지지 않는 위기의 순간이라니..

인체와 실험이라는 소재의 책을 읽은 건, 최근엔 "암흑동화"가 유일한 걸로 기억한다. 특별한 능력을 가진 인간이 생명을 실험도구 삼아 지식 탐구의 욕망을 실현하는 과정을 그린 섬뜩한 책에었는데 괴기스러움은 물론 긴박감 넘치는 책이었다. <프랑켄슈타인>은 그런 선정적인 이미지보다는 "지식탐구"의 위험성, 프로메테우스가 맞이하게 되는 불행한 운명과도 같은 한 인간의 말로를 그리는 데 치중하고 있다. 괴물이나, 빅터 프랑켄슈타인의 심리묘사에 더 주목하게 되는 것도 그 이유이다. 치밀한 심리묘사와 인간 근저에 깔린 욕구에 대해 생각해볼 기회를 제공한다.

일반적인 서평은 그렇다만. 나만의 느낌을 말하자면, 나는 빅터에게서 <타나구라의 슬럼>을 보았다. 일본 인터넷 라디오 방송국 피디 중 하나는 졸업논문으로 "에반게리온"에 대해서 써서 졸업했다고 한다. 만화를 논문대상으로 삼을 수 있다면 나는 <아이노쿠사비>를 논문주제로 선택할 것이라고 누누히 생각해왔었다. <아이노쿠사비>의 저자는 그 전달방식에 있어서는 세련된 방법은 아니었만, 빈민가에서 출세하려고 발버둥 치는 하급계층 사람들의 심리묘사를 작품내에 넣었다는 점에서 수준급이었다고 생각했다. 출세를 바래서 기회를 타고 상류 사회 근처에 들어가보았지만 거기서 오히려 환멸과 자괴감, 자기혐오감을 느꼈고 다시 슬럼으로 돌아와서 삶에 대한 의지를 잃고 망나니처럼 살아간다. <프랑켄슈타인>의 빅터는 갈망하던 것을 얻기위해 노력하고 그것을 거의 손에 쥐었지만 그건 완벽한 것이 아니었고 건방지게 패기만 믿다가 삶의 구렁텅이에 빠진 슬럼가 사람들을 떠올리게 했다. 그리고 그런 그들을 보면서도 여전히 위를 지향하는 슬럼가의 애송이들은, <프랑켄슈타인>의 탐험자, 윌튼을 떠올리게 한다. 물론, 작품의 마지막에서 윌튼은 빅터의 뜻대로 무모한 지식 추구의 꿈을 접는다는 게 다른 점이지만. 이런 식으로 연관지어서 생각하다보면, 결국은 <아이노쿠사비>는 연구를 많이 하고 쓴 작품이구나 하고 생각하게 된다. <프랑켄슈타인>은 다양한 분야의 수많은 문학작품에 모티브를 주고 영향을 주었을 것이다. 그 자체는 공포소설의 특징이 적지만, 다른 공포소설에 모티브를 준 고전으로서 그 가치를 갖는다.

페미니스트들은 저자인 메리 셀리가 여자이고, 괴물이 남녀에게서 정상적으로 태어난 존재가 아니라는 점에서, 프랑켄슈타인이 남성우월주의에 반대하는 소설이라고 해석하기도 한단다.

프랑켄슈타인은 소설보다는 영화가 더 극적인 느낌을 준다. 시각적 이미지에 대한 궁금증은 영화감독들이 해소해준다. 괴물의 외모에 대한 묘사가 실제 소설에서는 너무 적게 묘사되기 때문에 영화만 봐서는 괴물에 대한 이미지가 감독들의 의도대로 고정되기만 하는 것 같다. 사실 영화 속 괴물의 모습은 이제 오히려 친근하기까지하다. 오히려 <데드캠프>나 그외 비슷한 슬러셔무비들에 나오는 괴물들이 더 끔찍하게 생겼으니.

프랑켄슈타인에 대해 학문적으로 논의한 책이 많아서 놀랐다. 도서관에서 프랑켄슈타인 작품 자체는 한권인데 이 작품에 대한 해설집 같은 책은 3 권정도 본 것 같다. 그만큼 이 소설이 같는 의미가 많다는 걸텐데, 그 해설집들을 읽어보는 것도 이해에 도움이 되는 것 같다. 다시 말하지만 공포소설로서는 이 책은 정말 실망스럽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