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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래들어 연설문 형태의 글을 쓸 일이 간혹 생긴다. 예전에는 주로 기획서를 작성하기 위한 또는 일련의 컨셉을 설명하기 위해 스토리를 구성하는 형태의 글쓰기가 대부분이었다면, 또 그와는 전혀 다른 구성과 메시지를 담아 효과적으로 표현하는 형태의 연설문은 보다 어렵고 낯선 분야라고 하겠다. 연설문 형태의 글은 무엇보다 글의 짜임과 각 용어의 선택, 그리고 보는 글이 아닌 듣는 글로써, 청중에게 읽혀질 때의 매끄러운 전개와 어감 등이 나로서는 글쓰기에 가장 난해한 부분이었다고 하겠다.

글을 쓰는데 있어 이렇듯 나의 부족함이 결국 이번 책을 읽는 계기가 되었고, 그리고 일전에 [대통령의 말하기]란 책을 읽으며 이후에 [대통령의 글쓰기]도 읽어보겠다는 생각 역시 이 책을 접하는 계기가 되었다.

모두가 알다시피 말과 글이라는 것이 우리가 매일 먹고 마시는 취식행위처럼 삶 속에서 사람들과의 관계를 영위하고 살아가는 일련의 도구로써, 중도에 갑자기 이러한 행위를 개선하거나, 새로운 변화를 시도하는 게 쉬운 일은 아닐 것이다. 하지만 일상과 업무를 통해 자주 나의 말과 글에 대한 부족함을 느껴온 나로서는 이 주요한 커뮤니케이션의 도구이자 수단의 개선이 늘상 큰 부담이자 숙제였던 것은 사실이다.

손석희 앵커나 유시민 작가처럼 자신의 생각과 의견을 어느 장소에서나 조리있게 전달하고, 또 그것을 듣는 이로 하여금 호응하고 감응케 하는 능력은 아마도 타고난 천부적인 재능이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해본다. 이처럼 말과 글을 잘 구사한다는 것은 단기간에 습득할 수 있는 기술이 아니라 일련의 체계화된 체득의 결과물 또는 한 사람의 지식과 사상, 감정과 성향 등이 점철된 고도의 복합적인 능력이지 않을까 한다.

이제 책 이야기로 돌어와보면, 본 [대통령의 글쓰기]는 김대중, 노무현이라는 대한민국의 전직 대통령, 그것도 역대 가장 대통령다운 두 분의 대통령의 글쓰기에 대한 이야기이다. 이 분들은 누구나 인정하는 글쓰기와 말하기의 대가들이며, 무엇보다 앞에서 말한 자신의 사상과 견해를 때론 거침없이, 또 때로는 설득력있게 자신만의 방법으로 전개해 나가는 고도의 전문가들이라고 할 수 있겠다. 본 책은 작가가 김대중과 노무현 두 대통령의 연설비서관으로 재직하면서 두 대통령의 글쓰기에 대한 다양한 견해와 원칙 그리고 제반 사항들을 통해 글을 잘쓰는 방법, 특히 연설문 형식의 글을 쓰는 다양한 기술들을 서술하는 형식의 책이라고 하겠다.

따라서 두 대통령과 관련된 다양한 에피소드, 두 분이 쓰고 연설했던 실제 사례, 연설문에 대한 의견 및 가치관 등 글쓰기를 잘하기 위해 필요한 사항들을 두 대통령의 실제 사례를 통해 전개하며 그 속에서 직접적인 방법론, 이론 등을 제시해 나가고 있다.

이 책의 일부 내용은 평소 즐겨듣는 팟캐스트 [김어준의 파파이스]에서 저자인 강원국씨가 책과 관련한 인터뷰를 진행한 내용을 청취한 적이 있어 낯설지 않았고, 오히려 그 때 너무 재밌게 청취했던 내용이 기억에 남아 오히려 책의 전개와 구성을 이해하는데 도움이 되기도 했다.

김대중 대통령 재임 시기는 군 복무중이기도 했고, 또 그 당시는 정치에 관심이 부족했던 때라 제시된 사례들이 실제 기억과 연동되지는 않았지만, 노무현 대통령의 사례들은 실제 내가 알고 있던 내용과 기존에 들었던 연설, 그리고 그 당시 실제 노무현 정부의 행사를 여러건 진행하며 직간적접적으로 느꼈던 내용까지 연결되어 저자의 이야기가 보다 직접적으로 다가오기도 했다.

또한 개인적으로도 노무현 대통령의 멀리 휘둘러가는 것이 아닌 상대에게 직진으로 내리 꽂히는 듯한 직설적인 어법과 메시지가 그러면서도 그 속에서 진솔하고, 인간적이기까지한 감성들을 한데 묶어내는 그의 언어와 표현방식을 좋아하고 또 존경했다. 강하되 부드럽고, 솔직하되 세련된 그의 말과 글은 ‘매력적이다’라는 차원을 넘어 그가 추구하는 삶의 가치와 이상까지도 전해지는 깊은 아우라를 느껴낼 수 있을 정도였다.

여하튼 책 한권이 어언 사십년 가까이 살아온 내 말과 글을 일순간에 바꿔내지는 못하겠지만 이들을 만들어 내는 고도의 복합적인 능력 중 일부라도 깨우쳐내고 독려해낸다면 조금씩의 변화는 기대해볼 수 있지 않을까 한다.

이 책을 통해 글쓰기의 소중함과 그들이 자신의 말과 글을 만들어내기 위해 얼마나 치열하고 진지한 자세로 임했는지를 알게 되었다. 단순하게 말과 글을 잘하자, 개선하자가 아닌 나만의 말과 글을 만들어내기 위한 보다 깊이있는 성찰과 생활관, 가치관이 선행되어야 한다는 것을 깨달았다. ‘말과 글이 껍데기가 아니라 오히려 고갱이였구나. 본질이 꽉 들어차면 그게 말과 글로 나오는구나.’

많이 보고, 크게 보고, 깊이 보고, 또 생각하고 자각하고 나의 생각과 나의 말과 나의 언어로 표현하고 싶다.

2017년 5월의 끝자락에 서서.

<본문 중 발췌>

왜 그런지 따져보고, 통념과 고정관념에서 벗어나려했다. 한쪽만이 아니라 다른 관점, 여러 입장을 함께 보고자 했다. 무엇보다 사람과 사물에 대한 애정과 관심이 컸다.

글을 잘 쓴다는 것은 잘 생각한다는 것이다.

읽는 사람이 공감하지 못하는 글을 아무 쓸모가 없다.

주제, 하고 싶은 말이 무엇인가? 나는 이 글을 통해 무엇을 전달하고자 하는가?

뼈대, 글의 구조가 분명하게 서 있어야 한다.

문장, 서술된 하나하나의 문장이 군더더기 없이 명료해야 한다.

글쓰기란 결국 얼개 짜기

말과 글의 성패는 첫마디, 첫 문장에서 판가름 난다.

글의 시작은 유혹적이어야 한다.

- 글의 시작

소감, 개인적인 인연이나 에피소드, 행사장소에 대한 의미분석, 겸양, 관계자에 대한 감사

표시, 의표를 찌르는 시작, 질문으로 시작, 최근사건 및 뉴스언급, 통계자료제시, 인간적으

로 솔직하게, 하고자 하는 말의 요점, 유익강조, 정의, 이어받기, 속담이나 격언 인용, 침묵

서술하기

한 문장에 하나의 메시지 : 한 문장 혹은 한 단락 안에서는 한가지 개념, 한가지 사실만을

언급하는게 좋다.

군더더기 삭제 : 모든 문장에서 없어도 되는 말은 없는지

접속사 절제 : 접속사를 가급적 쓰지 않는다.

논리적 전개 : 논리가 명확하고 비약이 없어야 한다.

연역과 귀납 : 연역법(앞에서 치고 들어옴)은 긴장감을 전달

선택과 집중 : 긴 문장과 짧은 문장의 적절한 배치

평면vs입체

이정표 : 다음 주제에 대한 안내

연결성

단락의 일관성 : 논리성, 통일성, 완결성

호흡의 일관성 : 흐름이 같아야 한다.

응집성 : 같은 메시지는 한 곳에 몰아줌

리듬타기 : 글에는 자기만의 리듬이 있다.

논박 : 반론제기

현장감 : 장소에 대한 소감, 현장감

근거제시 : 통계와 수치 활용, 예시와 사례, 일화

표현하기

최대한 쉽게, 짧은 문장, 단순화, 명료, 평범, 압축, 자연스러움, 중복, 상징, 생략, 점층,

창의적vs의례적, 크게 그려라, 과거 통해 현재 부각, 친근감 표시, 주의 집중, 눈에 그려지

게 손에 잡히게, 인용, 속담 명언, 인상 깊은 문구

- 맺음말

인용, 정리, 청유 당부 호소, 기대표명, 약속 다짐, 다시 한번 거듭, 주장, 전망, 덕담, 향후

과제, 개인적인 얘기, 여운

머리말과 맺음말은 ‘감동’을 주는데 주력하고, 진술부와 논증부는 ‘설득’에 주안점을 둬야

한다.

- 퇴고

: 주제의 적절성

: 주제가 명확하게 전달되고 있는가?(주제를 쉽기 설명하는가, 주제를 뒷받침하는 소재는

충분하고 적절한가, 장황한 수사는 없는가)

: 그의 전개에 무리가 없는가?(논리적으로 서술되어 있는가, 단락 사이의 연결은 매끄러운

가, 전반적인 흐름에 통일성을 깨뜨리는 단락은 없는가, 단란순서를 바꾸면 더 나아지는

것은 없는가)

: 내용상의 보완(군더더기는 없는가, 빠드린 내용은 없는가, 분량은 맞는가)

: 표현상의 문제(적절한 단어, 불필요한 중복, 불확실한 표현, 진부한 표현, 비문, 짧게 끊을

데)

: 오류찾기(맞춤법, 띄어쓰기, 사실관계, 부호, 한자 영어, 표절시비, 유동적인 내용의 변동)

: 독자나 청중의 입장에서 생각해보기(지겹다, 수다스럽다, 어떤느낌, 모호성, 유익성, 여운, 글의 리듬)

: 오류는 반드시 있다.

: 철저히 독자가 되어야 한다.

: 잠시 묵혀둬야 한다.

: 소리내어 읽어보자

: 다른 사람에게 보여주자

제목달기

: 호기심 자극

: 최대한 압축

: 글의 내용과 부합

: 호소형, 청유형

: 일탈, 생각

짧은 말의 위력, 글을 쓸 때 더 넣을 것이 없나를 고민하기보다는 더 뺄 것이 없는지를 한번 더 생각해봐야 한다.

글은 쉽게 써야 한다.

단순한 것이 복잡한 것을 이긴다. 버리는 것을 아까워하지 마라

글이 명확하고 단순해지려면

: 글을 쓰는 목적이 분명

: 본질을 꿰뚫어봐야 한다.

: 과욕은 금물

: 독자를 믿어야 한다.(구구절절하지 않게)

“살아온 날을 보면 살아갈 날이 보인다”

말과 글의 감동은 진정성에서 나온다.

토론의 목적은 상대방을 굴복시키는 것이 아니라 내 생각의 오류를 발견하기 위한 것이다. 교만하지 말아야 하지만, 강한 자존심을 가져야 한다.

김대중 대통령의 대화할 때 여섯가지 원칙

: 상대를 진심으로 대한다.

: 어떤 경우에도 ‘아니다’라고 말하지 않는다.

: 상대와 의견이 같을 때는 나도 같은 의견이라고 말해준다.

: 대화가 끝났을 때는 “당신 덕분에 대화가 성공적이었다”고 말해준다.

: 되도록 상대 말을 많이 들어준다.

: 할 말은 모아두었다가 대화 사이사이에 집어넣고, 꼭 해야 할 말은 빠뜨리지 않는다.

- 메라비언의 법칙(The Law of Mehravbian)

모든 사람은 현란한 말솜씨보다 다정함에 끌린다.

어떤 사람이 말을 했을 때, 그로부터 받는 인상은 자세와 용모, 복장, 제스처가 55%

목소리 톤이나 음색이 38%, 내용이 7%의 중요도를 갖는다.

: 이미지가 말이나 글보다 강하고, 몸이 입보다 더 많은 말은 한다.

- 무엇이 되느냐보다 어떻게 사느냐가 중요하다.

글을 잘 쓸려고 하기보다는 자기만의 글을 쓰는 것이 중요하다.

자기만의 스타일과 콘텐츠로 쓰면 된다.

: 자기만의 관점이 있어야 한다.(자기 세계가 관점을 만들고, 관점이 있어야 훌륭한 글이

된다.)

: 글은 자신의 가치관, 세계관대로 쓰는 것이다.

: 반대를 두려워해서 자기 할 말을 못하는 리더, 모두로부터 좋은 말만 들으려고 하는 리더

는 설사 좋은 사람이라는 소리를 들을지언정 결코 성공하는 리더가 되기는 어렵다.

- 자기 글의 두 번째 조건은 자기 스타일대로 쓰는 것이다.

: 문체는 바로 그 사람이다.

- ‘내’가 중요하다. 내가 세상을 보는 방식, 나의 시선, 내 시각이 중요하다.

- 독서와 사색, 토론하기를 통해 사안의 본질을 꿰뚫어보는 통찰력을 키워야 한다.

- 합리적 기대이론 : 경제는 그 주체들이 기대한 대로 이뤄진다. 좋아질 것이라고 생각하면

실제로 좋은 방향으로 가고, 나빠질 것이라고 생각하면 나빠진다.

대통령의 권력은 설득하는 힘에 있다.

설득력이란 무엇인가? 바로 말과 글이다. 글 한 줄에 리더가 가진 정보와 생각과 지향을 다

함축해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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