질그릇은 내가 나에게 지어준 이름 중 하나입니다.

질그릇은 귀히 쓰이는 그릇이 아닙니다.
금쟁반 은쟁반과 그 가치가 같지 않으며, 깨지거나 닳는다 하여서
애써 마음을 쓰는 물건이 아닙니다.

지금 나는 자기의 장점을 어필하고, 자기의 가치를 쌓아내기 위하여
끊임없이 더 나은 스펙을 얻고자 달려가는 세상에 살고 있습니다.
그런데 그 모든 말보다 이 질그릇에 담겨 있는 뜻이 내 마음에 들었습니다.

미우라 아야꼬도 그랬던 것 같습니다.
하나님 앞에 자신을 발견한 사람들.
언제나 자신의 존재 인식이 그러한 것 아닐까요.

물론 그의 모습은 질그릇 같지 않습니다.
백합같은 순결한 아름다움이 느껴집니다.
평생 몸이 아파 다른 사람이 자연스럽게 누리는 것들을 누리지 못했어도
그는 자신을 가장 사랑하는 하나님을 누리고
그 하나님의 사람들에게서 존귀히 여김을 얻었습니다.

그에게 많은 지식이 있는 것은 아니었으나
언제나 삶에 정직하고 진실하게 접근하였고,
자기와 비슷한 한 남자를 만나 결혼을 하게 되었습니다.

이 책은 그녀와 그의 결혼생활 이야기입니다.

에세이로 자신의 삶을 직접 담아냈지만,
그녀 자신보다 그녀를 인도하신 하나님이 많이 느껴지는 책입니다.

	손을 뻗으면 천장에 닿을 듯한 단간방, 우리가 처음 차린 보금자리. 우리 방 위의 지붕 밑 방은 이웃집 광, 게다를 달각거리며 걷는 소리 들린다.    도마가 없는 대로 나는 남비의 나무 뚜껑에다 무우와 감자를 썰면서 즐거웠다. 미우라는 책장에 책을 꽂고 벽장 속을 정돈하는 등 바지런하게 일했다. 3일간의 휴가를 얻은 미우라와 둘이서 같은 지붕 아래 있을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나는 충분히 행복했다. 집이 작은 것은 고마운 일이다. 화장실에 있어도 현관에 있어도 말소리가 들린다.  "작은 집은 좋아, 작은 집은 좋아."   화장실 안에 있는 미우라와 이야기하면서 나는 몇 번이나 그렇게 중얼거렸다. 지금 생각해 봐도 어쩌면 그렇게 신선하고 즐거운 기분이었을까? "첫 애정에서 떠나면 안 된다." 하는 말을 나는 지금 생각하면서 이것을 쓰고 있다.

미우라아야꼬, 이질그릇에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