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진의 '백석 평전'은 일반적인 평전과는 거리가 있다. 죽음 직전까지 내몰렸던 한 화가가 백석이란 시인과 그의 시를 만나 새로운 예술 세계를 열게 된 이야기가 함께 담겨 있다. 보통의 평전은 한 인물이 태어나면서 생을 마감하기까지(또는 현재까지)의 일대기를 시간 순으로 그려나가지만 이 책은 저자의 입장에서 바라본 백석을, 저자의 주변인과 백석의 주변인을 중심으로 이야기를 들려주듯 풀어내고 있다. 그래서 '평전'보다는 '~에 대한 이야기'가 더 적절한 듯하다. 또한 전문적인 문학평론가가 쓴 글이 아니기 때문에 백석의 시를 문학적인 관점에서 분석적으로 다루고 있지 않다. 시만을 놓고 해석하기보다는 시인의 삶을 끌어들여 시를 바라보고 있다. 따라서 백석에 대한 본격적인 평전을 기대하거나 그의 시를 깊이 있게 해석한 내용을 기대한다면 실망하기 십상일 것이다. 그러나 그런 기대를 접고 이 책을 읽는다면 소소한 재미를 꽤 느낄 수 있을 것이다. 한 화가가 한 시인을 알게 되어 자신의 예술 세계를 확장하는 과정을 들려준 것도 흥미롭고 백석에 대해 듣기 어려운 사소한 일화들을 많이 알려주기 때문이다. 멋쟁이 백석에 대한 이야기, 백석의 이름에 대한 여러 해석, 백석에게 영향을 주고 받은 사람들에 대한 이야기 등은 백석이란 인물을 생생히 상상하게 해 주어 재미가 있다. 그러나 백석을 지나치게 민족주의자적인 관점에서 바라본 점, 고증되지 않은 자의적인 해석이 많은 점 등에는 아쉬움이 남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