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고 조용한 늪에서 혼자 사는 둥둥이가 있습니다. 둥둥이는 매일매일 똑같은 나날을 보내며 무척 심심해 합니다. 어느 날 하늘에서 우산 하나가 내려옵니다. 둥둥이가 요리조리 우산을 살펴보고 있을 때 갑자기 세찬 바람이 불어 둥둥이는 우산을 타고 하늘 높이 날아가게 됩니다. 둥둥이는 비가 내리고 있는 슬퍼 보이는 도시에 도착합니다. 아무도 말을 걸어주지 않고 매일같이 비만 내려 다시 집으로 돌아가고 싶을 즈음, 수많은 종이배를 혼자 접어 웅덩이에 띄우고 있는 한 여자 아이를 만납니다. 둥둥이가 비를 맞고 있는 여자 아이에게 우산을 씌워 주자 여자 아이는 고마움의 인사를 건넵니다. 비가 그치고 어느새 친해진 둥둥이와 여자 아이는 종이배 위에 있는 종이비행기를 하늘로 날려 보내며 놉니다. 마침 세찬 바람이 다시 불어 둘은 작별 인사를 하고 둥둥이는 다시 늪으로 돌아갑니다.

  세용출판에서 새로 펴낸 '도란도란 창작 그림책' 시리즈의 첫 번째 이야기는 '둥둥이의 우산'입니다. 어느 날 하늘에서 내려온 우산을 타고 여행을 떠나 친구를 만나는 이야기를 그리고 있습니다. 그림책을 보는 내내 비가 내리는 듯한 느낌을 받는데, 대충 그린 윤곽선 위로 옅은 물감을 번지듯 채색한 그림체 때문입니다. 실제 비를 표현할 때에는 붓에 물을 많이 머금고 종이 위에 점을 크게 찍은 후 종이를 세워 밑으로 흘러내리게 하여 표현한 것처럼 보입니다. 이런 그림체는 이야기와 잘 어울리지만 막상 이야기에는 큰 매력을 느끼기 어려웠습니다.

  하마인지, 용인지, 악어인지, 생김새만으로는 정체를 단박에 알아내기 어려운 둥둥이는 늪에 혼자 삽니다. 매일매일 심심해하는 둥둥이에게 우산 하나가 나타나면서 일상에 큰 변화가 생깁니다. 우산을 잡고 하늘로 날아갈 때만 해도 둥둥이에게 뭔가 설레고 두근두근한 모험이 펼쳐질 것 같은 기대에 마음이 부풉니다. 그런데 지루한 일상에서 벗어나게 해 준 우산이 둥둥이를 데려간 곳은 생김새만 다를 뿐 여전히 지루해보이는 도시입니다. 게다가 하루 종일 비까지 내리지요. 혼자 놀며 심심해하는 여자 아이를 만났을 때에도 기대했습니다. 둥둥이가 우산을 펼쳐 여자 아이와 어딘가 모험을 떠나지 않을까? 여자 아이가 만든 종이비행기를 타고 하늘로 날아오르지 않을까? 하는 기대 말이죠. 그러나 여자아이와 둥둥이는 종이비행기를 하늘로 날리며 놀다가 이내 헤어집니다. '하늘을 날게 해 주는 우산', '종이배', '종이비행기'처럼 두근두근한 소재를 제대로 활용하지 못한 채 이야기가 끝나버려 뭔가 맥 빠지는 느낌을 지울 수가 없습니다.  

  글밥도 눈에 거슬리는 부분이 보입니다. '코로 킁킁 맡아 보았어요'는 비문입니다. '맡다'라는 동사는 목적어를 필요로 합니다. 따라서 '코로 킁킁 냄새를 맡아 보았어요'라고 해야 하지요. 어린이들이 읽는 책일수록 정확한 문장을 사용해야 합니다. 간결하면 더 좋고요. 이야기의 전개에도 오류가 보이네요. 둥둥이가 찾아간 도시에는 매일같이 비만 내린다고 했는데 여자 아이를 만난 둥둥이는 '하늘에서 빗방울이 뚝뚝 떨어지기 시작'해서 여자 아이에게 우산을 씌워 줍니다. 우산을 씌워 주기 전에는 비가 오지 않았다는 건데요. 매일같이 비만 내리는 도시를 강조하고 뒤이어 비가 그치고 무지개가 뜬 장면을 잘 살리려면 여자 아이는 계속 비를 맞고 있었어야 합니다.

  '둥둥이'라는 이름은 참 잘 지었습니다. 주인공이 우산을 쓰고 둥둥 떠다니는 모습이나 종이배가 웅덩이에 둥둥 떠다니는 장면과 잘 어울리니까요. 어쩐지 슈렉을 떠올리게 하는 주인공 둥둥이의 캐릭터도 재미나고요. 캐릭터의 특성과 우산이라는 소재를 잘 살려 시리즈로 만들어낸다면 더 좋은 모험 이야기가 탄생하지 않을까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