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문학을 공부했는데도 '신화'라는 제목에 그리스 로마 신화겠거니 했다. 이런, 편견이었다. 이경덕은 그리스 신화뿐 아니라 인도, 아메리카 인디언, 메소포타미아, 남아메리카, 북유럽은 물론 우리 신화까지 함께 다루며 신화 속에 우리 시대의 단면을 투영해 보여주고 있다.

 가장 관심 있게 본 장은 2장의 '사회적 어른 되기'와 3장의 '아름답게 나이 먹기'이다. 아무래도 올해 아이가 태어나다보니 가족에 대해 깊이 있게 생각할 수 있는 내용에 마음이 가서 그런가보다.

 '사회적 어른 되기'에서는 동화 <피터팬>과 아메리카 인디언의 신화, 북유럽 신화의 오딘 이야기를 엮어 아이가 진정한 어른이 되기 위해서는 성인식-형식적이기보다 상징적인-을 반드시 거쳐야 한다고 이야기한다. 이때의 성인식은 아이에게만 해당되는 것이 아니다. 부모 또한 아이의 성인식을 통해 자기의 삶에 대한 새로운 계기를 맞이할 수 있다고 한다. '엄마, 아빠의 자리를 떠나야 자식이 엄마, 아빠의 자리를 차지할 수 있다.' 는 것이다. 나의 부모님이 그 자리를 떠나 내가 다시 부모가 되었듯 나 역시 내 자식에게 부모의 자리를 넘겨줘야 할 때가 올 것이다. 난 그럴 리 없다고 생각했지만 막상 아이를 낳고 보니 '어떻게 낳은 자식인데' 내지 '눈에 넣어도 안 아픈 자식인데 어딜 내놓나' 하는 생각이 저절로 든다. 자식에 대한 집착과 소유욕을 버리고 내 아이가 성인식을 잘 치러 부모의 자리에 설 수 있도록 서서히 준비하는 마음을 가져야겠다.

 '아름답게 나이 먹기'에서는 안데르센의 동화 <나이팅게일의 노래>와 그리스 신화의 바우키스와 필레몬 이야기, 중국의 과보 신화 등을 엮어 결혼 이후의 진정한 사랑과 다른 이에게 나누며 사는 아름다움에 대해 이야기한다. 한 날 한 시에 함께 죽어 나무가 된 바우키스와 필레몬 부부처럼 서로를 깊이 사랑하고 다른 이에게도 그 사랑을 나누는 데 인색하지 않다면 얼마나 이상적인 삶일까. 그러나 결혼은 참 어려운 과정이다. 결말이 아닌 과정. 나무처럼 바람과 비와 눈을 견디고 인내해야 큰 그늘을 만들어낼 수 있는 부부가 될 수 있다. 그러기 위해선 황하의 물을 모두 마시고도 해갈하지 못한 과보처럼 서로에 대해 항상 묻고 고민하고 목말라하며 시간을 만들어나가야 할 것이다.

사람들은 왜 신화를 읽으려 할까. 본문의 1장인 '나는 누구인가'와 7장인 '타자는 누구인가'의 제목이 이를 압축적으로 보여주고 있다. '나'와 '남'을 이해하기 위해서이다. 실패로 끝나기 십상이지만 과거의 이야기를 통해 지금의 자리에서 한 걸음 더 나아가기 위해서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