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상을 소재로 한 허영만의 “꼴” 시리즈가 벌써 8권(위즈덤 하우스, 2010년 4월)이 나왔다. 인터넷 연재물을 간간히 보긴 했는데 책으로 읽기는 8권이 처음이다. 

이번 책의 초반부는 귀를 보는 방법을 소개하고 있다. 짝귀, 쪽박귀, 뒤집힌 귀 등 좋지 않은 귀 모양새에 대해 설명하고 있는데 거울을 보면서 내 귀를 유심히 들여다 봐도 - 중요하다는 귓볼은 도톰하면서도 늘어졌고, 귀 바퀴는 둥그렇고 귀 구멍도 큰 편이며 색깔도 나쁘지 않으니 그저 좋다고 여길 뿐이다^^ - 딱히 어느 귀에 해당하는지 분명하지 않다. 다만 귀는 마음이어서 귀가 잘 생긴 사람은 마음이 너그러우며, 귀는 콩팥과 연관이 있어 콩팥이 건강하면 귀가 윤기 있고 맑게 되어 오래 살 수 있다는, 귀를 통해 건강을 체크해보는 것은 명심해 둘 만하다. 책 중반부터는 음탕한 여성 72 가지 구별법 , 거칠게 사는 여자 팔자 36가지 구별법 , 복 없는 여자 24가지 구별법, 복 없는 남자 49가지 구별법 등 논란의 여지가 다분한 이야기를 소개하고 있는데, 이번 책의 부제가 “음탕한 여자는 있어도 음탕한 남자는 없다”로 남자는 예외 없이 모두가 음탕(?)하기 때문에 굳이 음탕한 남자를 구별할 필요가 없단다. 사실 각종 구별법 들 중 대부분은 공감하기가 어려운 것도 사실이다. 획일화된 고전적인 아름다움보다는 남과 구별되는 자신만의 개성이 아름다움으로 부각되는 요즘, 우리가 아름답다고 여기는 대부분의 여성들은 이 책 기준으로 분류하자면 음탕하거나 거칠게 사는 여자로 구분되어야 하기 때문일 것이다. 그저 옛날 관상을 보던 사람들이 사람을 보는 기준이 어떠했는지 참고하는 정도에서 그치면 될 것 같다.  

책에서는 이런 관상에 대한 이야기 뿐만 아니라, 

“군자는 평생의 근심은 있지만 하루아침의 걱정은 없다”

“큰 인물은 주변에 덕을 베푼다”,

“....즐거움과 욕심을 멀리함은 허물을 만들지 않기 위함이다. 혐의와 의혹을 멀리함은 비뚤 어지지 않기 위함이다. 널리 배우고 궁금한 것이 많음은 지혜를 넓히기 위함이다. 고상한 행동과 조용한 말씨는 몸을 닦기 위함이다....(중략)” 

등 삶에 있어서 귀감을 삼을 만한 선인들의 지혜와 격언에 관해서도 소개하고 있다.

 

 오래 전에 명리학(命理學)을 공부하시는 분에게 사주나 관상, 손금 등이 운명에 얼마나 영향을 미치는 가에 대해서 여쭤본 적이 있었다. 그분은 전체 운명을 100이라 볼 때 사주가 30, 관상이 10, 이름이 5, 손금, 족상 등의 기타가 5 로 사전에 결정되는 명운(命運)이 50이고 나머지 50은 자신의 품성이나 노력에 의해 결정되며, 그래서 아무리 사주팔자나 관상 등 타고난 선천적인 운이 나쁘더라도 후천적인 노력으로 운명은 바뀔 수 있다고 대답을 해주셨다. 이 책에 나오는 관상도 어찌 보면 전체 인생에 있어서 10%도 차지하지 않는 변수에 불과하며, 자신이 학식이나 품성을 열심히 갈고 닦다보면 자연스럽게 얼굴에 묻어나오듯이 이 책에서 좋지 않다고 본 짝귀나 쪽박귀, 뒤집힌 귀를 가진 사람도 자신을 어떻게 다듬고 가꾸느냐에 따라서 타고난 운명의 흐름을 바꿀 수 있지 않을까? 이 책에서 소개하는 관상 비법들이 사람을 대하는 데 있어서 그저 참고 사항일 뿐 사람을 평가하는 선입견이 되지는 않기를 바래본다.